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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평점 :
“ 1년 전 오늘, 넌 뭘 봤지?”
대한민국의 현실 속 리얼한 모습 그대로의 사법기관과 검사들을 보여주면서 그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단번에 깨어버리는 소설, 암흑검사. 제목이 독특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 암흑검사 ] 가 앞을 볼 수 없는 검사를 의미한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과연 볼 수 없는 사람이 검사와 같은 힘든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의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듯한 소설이다. 법과 검사의 이야기라고 해서 마냥 어려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만에 말씀!!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TV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생생하게 전달되는 현장감 덕분에 앞을 못 보는 강한 검사의 입장에서 내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었다.
주인공 강 한 검사는 찬란한 성공의 길을 걷고 있었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검사의 자리까지 올라간 강 한 검사.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학교를 겨우겨우 마칠 수 있을 정도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했으나 자신의 의지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한 주인공. 그러나 천재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완벽하지는 않은 법.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만 전진한 결과, 주인공은 거만하고 몰인정하며 재수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는 9년간 사귀었던 후배 정유미 검사를 매몰차게 차버리고 재벌딸과 정략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 냉정하고 고집스러운 주인공 강한 검사.
재벌딸인 조유진과의 결혼은 출세가도를 달리기 위한 정략 결혼, 즉 사랑없는 결혼이었지만 그는 그러한 껍데기뿐인 결혼을 불사할 정도로 야심만만했다. 오직 성공만을 위해 살았던 한때. 그러나 그 누구가 미래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창창하기만 했던 그의 미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되면서, 마치 테이블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유리병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사실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그가 담당했던 한 사건 때문에 발생한 일종의 테러였다.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 1년전 발생했던 13살 소녀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마침 약혼식을 마치고 나오던 강 한 검사에게 테러를 가했던 것이다. 약혼식을 일찍 빠져나왔던 그가 교통이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핸들만 잡고 있었을 때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린 정체 불명의 범인. 테러범은 아무런 의심없이 창문을 내려주었던 강한 검사의 눈에 염산을 들이붓고 도망친다.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던 주인공 강한 검사는 병원에서 깨어나고, 그때 그는 알게 된다. 수정체가 완전히 파괴되어 그의 두 눈은 회복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한 구성과 장치로 흥미를 끄는 소설이다. 앞을 볼 수 없는, 따라서 무력한 상태에 놓인 검사가 과연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의심을 품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엄청난 노력과 강한 의지 그리고 번뜩이는 머리를 가진 주인공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어깨춤이 춰진다. 그 뿐 아니라 강한 검사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캐릭터들도 개성이 넘치고 극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강한 검사의 주위를 맴돌며 그를 괴롭히다가 졸지에 24시간 장애인 보조역할을 맡게 된 류소원이라는 캐릭터. 그는 젊은이답게 혈기왕성하고 호기심도 강하며 유머감각도 뛰어나 이 소설 속에서 훌륭히 감초 역할을 해낸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13세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던 19세 소년 지온유. 그러나 지온유라는 소년은 약간의 정신 지체가 있었고 별이라는 그 소녀를 정말로 아끼고 좋아했다는 정황이 있었다. 지온유의 친구였던 류소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사법체계와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역시 한계가 있었다. 법과 논리를 통해서만 모든 것을 파악하려 하였으니..... 이제 강한 검사는 그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 사건의 실제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사건과 관계된 인물들 하나하나를 찾아가면서 테러를 자행하는 인물은 또 누구란 말인가?
법과 논리로만 살았던 주인공 강한 검사, 그는 엄청난 불행 ( 시력 상실 ) 을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법, 윤리, 논리, 도덕 만으로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강한 검사는 더 겸손해지고 더 인간 중심의 사고를 하게 된다. 인생을 끝낼 수 있을 만큼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 비극으로 인해서 주인공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성장을 겪게된다.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 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다. 너무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 [ 암흑검사 ]. 언젠가 반드시 드라마도 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