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공모전의 수상작품집답게 독특한 주제와 신선한 발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을 읽었다. 바로 <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 단편수상작품집 2020 > 이 바로 그것인데, 이 책에 단편들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물 ( SF, 추리, 스릴러 등등 ) 인데다가 재미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 책에는 모두 5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져서 흡연이 아예 법으로 금지된 근미래를 다룬 이야기 < 롸이 롸이 >, 생물학적인 인간이 하층계급으로 전락해버린 우울한 미래를 그린 SF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찾기만 하면 대박을 터트릴 한 권의 책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을 그린, 마치 한편의 무협소설 같은 단편 < 용옹기이 >, SNS 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한 몰카 사건을 다루는 < 구독하시겠습니까 >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님들이 욕을 시원하게 할 수 있도록 떼창을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 페이스트리 > 까지, 이 단편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품은 채 독자들이 읽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에서 특히 재미있었다고 느낀 단편이 3개 있었는데 < 롸이 롸이 >,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그리고 < 구독하시겠습니까 > 였다.

< 롸이 롸이 >

미세먼지가 극도로 심해져버린 대한민국. 이런 세상에서 담배는 극약으로 취급되었고 정부는 아예 담배 사업을 접어버렸다. 서민이 넘나볼 수 없는 비싼 기호품이 되어버린 담배를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 대학생 성식은 연지가 속해있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어떤 경로로 구해오는지 모르겠지만, 연지는 쉽게 담배를 구해서 동아리 식구들에게 공급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연지가 자신의 고향으로 동아리 식구들을 초대한다. 1년에 한번 있는 행사에 그들을 초대했는데, 머무르는 기간 동안 마을을 위해서 담배만 피워주면 되는게 조건,, 담배 연기가 그들을 정화하는 의식이라나? 돈도 주고 담배도 원없이 피울 수 있는 행사에 룰루랄라 따라나선 동아리 회원들.... 그러나 아뿔싸!! 그들이 몰랐던 비밀이 있었으니.....

이 작품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속도감있는 전개 덕분에 재미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 롸이 롸이 > 가 뭔가 궁금했었는데 결말에 등장하는 < 롸이 롸이 > 의 정체를 깨닫고는 한꺼번에 소름이 밀려왔던 것 같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타인은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킬 수 있는 인간의 그릇된 욕심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작품.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마치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의 사례를 보고서로 정리해 놓은 듯한 작품.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의 일을 다루고 있다.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거의 없고 있어도 제 7식민지 지구에 남아있는 상황.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행성에서는 보다 나은 존재로 취급받는 네오테리언, 합성 유전자인, 케미컬 클론, 그리고 방사능 돌연변이들이 계급 사다리의 위층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 심리 치료사가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인 K를 만나게 되고 인간이기에 느껴야 하는 그의 지독한 열등감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인간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생리적인 문제 ( 배설 등등 ), 질병의 문제 ( 나노봇을 심을 수 없어 병에 시달림 ) 그리고 성욕의 문제 등으로 인해서 평생 ' 휴먼 컴플렉스 ' 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K의 얄궂은 운명이라니..... 그러나 강한 열등감은 곧 강한 야망을 대변하는 것인가?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단편이다.

이 단편은 좀 더 확장시켜서 장편으로 써주셨으면 하는 소원이 생겼다. 네오테리언, 합성 유전자인, 케미컬 클론 등등 인간 이외의 존재들의 기원과 그들의 역사, 활약 그리고 인간과의 전쟁 등등이 상세히 묘사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나 할까?

< 구독하시겠습니까 >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 바로 반치음 작가의 [ 구독하시겠습니까 ] 였다. 유투브와 같은 개인 방송이 늘어나고 SN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 여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이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메세지를 전달할 작품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 타인에게 드러나는 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과연?

주인공 미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생활을 찍은 동영상이 SNS에 떠돌고 사람들이 그것을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영상은 조작되고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찍혀져서 어처구니 없는 제목을 단채 인터넷 상을 떠돌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면서 그녀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관심 종자라고 생각하며 비난아닌 비난을 쏟아붓는데....

과연 인터넷의 사용이 인간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단편이었다. 주인공 미이의 불안감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미이의 영상을 함부로 올린 정신병자의 집요한 추적에 손 발을 다 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걸까?

사실 공모전 수상작품에 대해서 물음표가 그려진 건 사실이었다. 과연 재미가 있을까? 완성도는 높을까? 그런데 이번 단편들은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높은 별점을 주고 싶을 만큼 우수한 작품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이런 작품들이라면 앞으로도 꾸준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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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너의 이름이 뭔지 기억해줄 사람이나 있을까?

그래서 내가 너를 자유롭게 해줄 거야.

이제 다시는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없도록....


복지가 잘 갖춰져있어서 안정된 사회그리고 행복한 국민을 표방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 덴마크그러나 그런 완벽해보이는 겉모습 아래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는 스릴러 이름없는 여자들 ]. 마냥 걱정없고 평화로워보이는 이 덴마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란게 과연 뭘까?


책의 시작은 어느 회사의 청소를 담당하는 릴리아나와 벤야민이라는 직원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는 누군가의 모습이다부엌에 있는 수납장에 몰래 숨어서 그들을 관찰하며 소름끼치는 독백을 늘어놓는 이름모를 그 누군가는청소부인 릴리아나를 죽일 계획을 짜고 있다왜 그 누군가는 그녀를 죽이려는 걸까?


북유럽 코지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덴마크 국민 작가 아나 그루에의 대표작인 이름없는 여자들 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다른 스릴러에 비해서 유혈사태나 성적인 장면이 그다지 노골적이지 않은 코지 미스터리라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범죄율이 거의 제로라서 경찰이나 군인이 필요없는 것 같은 덴마크라는 나라에 여성을그것도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한 범죄와 착취가 범람하다니....... 어쩌면 외국인 여성의 권리가 완벽히 무시되는 사각지대인 것인가?


청소업체에서 파견된 직원 릴리아나가 한 광고회사에서 목이 졸린 채 사체로 발견된다이를 조사하기 위해 나선 플레밍 토르프 형사는 이 광고회사에서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단 소르메달과 절친이다살인범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플레밍은 단에게 회사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  리더가 된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증세로 회사를 잠시 쉬고 있던 단은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범죄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어째 광고회사 중역이 경찰보다 더 능력을 발휘한다사실 관리자 자리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우울증에 걸렸던 단 소르메달은 자신이 탐정으로서의 소질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조사를 해가면서 하루하루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는 단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한다.


우선릴리아나가 죽은날 밤 함께 청소를 했던 벤야민은 당연히 유력한 용의자진하게 화장을 한 얼굴에 온 몸에 문신을 한 젊은 청년인 그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연쇄살인범 타입이다그러나 그는 한사코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자신이 쓰레기를 버리러 간 사이에 죽어있던 릴리아나.  목에 끔찍한 보라색 흉터를 가진 채 죽어있던 그녀를 보고는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집으로 도망갔던 벤야민어머니는 절대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했다그들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날거라면서....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편단 소메르달의 아내이자 의사인 마리아네는 크리스티안순 클리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알고보니 벤야민과 그의 어머니 앨리스 반테르가 그녀 병원의 환자였고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사실을 마리아네는 알고 있다무언가를 피해서 쫓겨다니는 듯한 비밀을 간직한 그들.


단은 플레밍과 함께 릴리아나가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 샐리와 함께 살던 집을 조사차 방문한다세면대도 없는 작디 작은 화장실좁은 간이 침대와 플라스틱 책상 그리고 어디에선가 주워온 것처럼 보이는 낡고 수선된 옷들은 그들의 살림살이가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들의 집에서 편지도 없고은행 자료와 임대료 영수증 등등 서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릴리아나는 청소업체에서 일했고 실종된 상태인 샐리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던 중이었다.  마땅히 삶을 영위하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  그러던 중 릴리아나의 집에서 광고회사인 쿠르트 앤 코의 약자가 찍힌 샴페인 병이 발견되고 이제 릴리아나가 분명히 광고회사 쿠르트 앤 코에 다니는 누군가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되는 단 ...


코지 미스터리의 정의를 한번 찾아보았는데, 코지 미스터리란???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의 하위 장르.. 가볍고 편안한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로범죄와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며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성과 폭력이 중심이 되는 하드보일드 범죄물의 대척점에 있는 장르로소프트보일드(영어: softboiled) 범죄물로 부르기도 한다코지 미스터리 작품에서는 성이나 폭력이 큰 비중을 지니지 않으며가볍거나 익살스럽게 다루어진다.


이 작품 이름없는 여자들 도 어느 정도 코지 미스터리에 부합되는 부분이 있다덴마크의 작은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경찰들이 활약하고 있긴 하나 정작 수사에 날개를 단 듯한 인물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일반인 단 소르메달이라는 것.   그리고 단과 플레밍 형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동시에 둘도 없는 연적이라는 것 단과 결혼한 마리아네는 원래 플레밍 형사의 여자친구였다 ).  플레밍은 학창 시절부터 인기 많고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인 단에게 다소 열등감을 품고 있었다.  범죄사건과는 별개로 그들의 신경전과 감정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 [ 이름없는 여자들 ] 은 청소부 릴리아나 사건이 발생한 이후 7일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급박하게 사건이 전개된다.  릴리아나가 죽은 채 발견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실종되었던 그녀의 친구 샐리가 해변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는 심하게 구타당하여 치아가 빠지고 두개골이 함몰되었을 뿐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한 상태였다.  과연 누가 이렇게 끔찍하게 그녀를 살해했고 샐리를 살해한 자는 릴리아나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을까? 


어느 사회나 loophole ( 허술한 법망 ) 은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어느 사회나 그러한 허술한 법망을 이용하여,  힘없고 무력한 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인간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대놓고 불법체류중인 무력한 외국인 여성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범죄자들도 나쁜 놈들이지만 교묘하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범죄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생활을 하던 여성들을 이용해먹은 소위 상류층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소설이었다고 하겠다.


번아웃된채 우울해있던 광고회사 부장 단 소르메달은 특유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무장해제하여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낸다.   그의 수사능력은 신문에까지 대서특필되어 그는 경찰로부터 다소 조롱이 섞인 대머리탐정 ( 벗겨진 머리를 밀어버림 ) 이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청소부 벤야민과 그의 어머니 앨리스의 비밀,,,, 릴리아나를 불법적으로 고용했던 청소용역업체 수세미컴퍼니와 광고회사와의 관계...  그리고 끔찍하게 살해를 당한 샐리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남자.....  우리의 대머리 탐정은 이 모든 단서를 한꺼번에 찾아내어 범죄사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과연 그는 범죄를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책을 드는 순간, 독자들은 이 대머리 탐정의 끝없는 매력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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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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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이 다시 찾아왔다 


이 힘든 세상에 사랑은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삶에 사랑이 빠지면 무슨 의미가 있으리?    더군다나 물 흐르듯 순조로운 사랑 보다는 눈물 쏙 빼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이야기에 우리는 열광하곤 한다.   말로만 외치는, 그러나 외치고나면 허공에 흩어져버리는 가벼운 사랑이 아니라, 힘들고 아플 때에도 옆에 있어주는 사랑 이야기가 마음에 와서 콱 박히는 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가 소설 < 미 비포어 유 > 를 읽고 눈물 콧물 줄줄 흘렸던 이유도 그런 것이었다.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나려하는 한 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자유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하는 남자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어떤 모습으로든 옆에 머물러 주길 바라는 연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서, 따라주지 않는 상황 때문에 어찌나 원통하던지...   그런데 여기 이 책 < 유 미 에브리싱 > 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한 사연을 가진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국에 사는 제스는 10살 된 아들 윌리엄을 데리고 프랑스 도르도튜라는 곳으로 떠난다거기서 그들은 샤토 드 로시뇰이라는고성을 개조한 아름다운 호텔에 머무르게 되는데그 호텔은 10년전 제스의 남자친구였고 동시에 윌리엄의 아버지인 애덤이 운영하는 호텔이다.   제스와 애덤은 한때는 뜨겁게 사랑하던 사이였으나제스가 윌리엄을 낳았던 10년전 애덤은 병원에 오기는커녕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웠다. ( 라고 제스가 확신하고 있다 )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 자신을 버렸고, 10년간 아이의 양육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양아치 같은 남자에게 제스가 무슨 볼일이 있어 온 걸까?


그 이유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제스 엄마의 마지막 소원 때문헌팅턴 병이라는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되어 가고 있다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윌리엄과 애덤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라서제스는 하루라도 빨리 아들과 아빠가 친해지도록 하는게 목표이다하지만 지난 10년간 거의 남남처럼 살아온 이들 부자의 관계가 짧은 휴가 기간 동안 친밀해질 수 있을까?   이기적으로 살아온양육에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던 애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역시 유 미 에브리싱도 전형적인 영국식 소설이라는게 느껴진다.     비교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따뜻함과 익살을 군데군데 숨겨놓은 이야기.     아기를 가진 이유로 해서 한순간에 배신을 당한 여주인공이 처절한 복수심이나 분노를 내비치지 않아서 좋았고, 곧 세상을 떠날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그리고 아버지가 필요한 아들을 위해서 껄끄러운 전 남자친구에게 찾아왔다는 설정 자체가, 가족애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역시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거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남자들에 비해서 여자들은 사랑을 할 때 불안감이 높고 머리 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랑의 깊이가 깊으면 깊을 수록 그러한 경향이 더 심한 듯 보인다.  제스도 애덤과의 관계를 그런 불안감 때문에 망쳐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애덤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얼마나 좋았을까?.....


고급스럽지만 호젓한 고성에 두 사람이 서 있다.  각자의 비밀 이야기를 마음에 품은 채로.  책을 읽다보니 그들의 사랑은 끝나고 나서 다시 시작되고 뭐 이런 게 아니었다.  한순간의 오해와 비밀 때문에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  과연 그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이들 커플 뿐 아니라 책 속엔 제스의 친구인 베키와 나타샤 이야기도 양념처럼 재미를 더해준다.  30대 후반 나타샤가 자신에게 돌진하는 20대 초반 벤과의 사랑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부분 충분히 이해가 가고 ( 그런 경험은 없지만 ㅋㅋ )  결혼 이후 육아에 시달리는 바람에 점점 사랑아닌 전우애로 버티는 베키와 셉의 이야기는 마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인 듯 했다 ( 이게 좀 더 현실적이지 )   눈물과 감동,,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사랑이 찬란히 빛나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길!!!!



 당신이 건강하게 장수하든힘들게 살다가 단명하든 난 당신을 사랑할 거야

당신은 여전히 몇 년 전에 내가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여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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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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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것의 지분은 모조리 우주에 달린 일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에게도 약간의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것은 작은 우연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도요.

[ 128호실의 원고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정신없이 살다보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우리의 삶은 우연과 신비로 가득차 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 양들의 침묵 " 으로 유명한 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자신이 출연하고자 하는 영화의 원작을 찾아서 영국까지 날아가 서점을 뒤졌는데

허탈하게도 마침 재고가 없어서 책없이 미국으로 돌아와야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안소니 홉킨스의 친한 친구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운 책이 바로 그 원작이었고 게다가 그 책은 작가가 친히 영화를 위해 미국식 영어로 번역 작업까지 하던 책이었다는 이야기....

설명할 수 없는 힘 혹은 에너지가 안소니 홉킨스를 위해 그 책을 준비해놓은 것은 아니었는지...

이 책 128호실의 원고에서도 우연히 시작된 한 추적이 

누군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30년전 잃어버린 미완성의 원고는 여러 사람들을 거치며 

각자의 인생의 행방을 바꿔놓았다.

영화 [ 슈가맨을 찾아서 ] 에서 대박 앨범을 만들어놓고 사라진 

한 미스터리한 가수를 찾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감동을 불러일으킨 한 원고의 주인과 그 미완성 원고의 

결말을 지은 작가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 명의 용감한 실천으로 시작된 이 여행에,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삶은 공유되고 따뜻한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프랑스에 있는 보리바주 호텔 128호실에서 안느 리즈는 한 원고를 찾아낸다.

호기심에 읽은 원고 내용에 푹 빠져버린 그녀,,, 주인에게 그 원고를 돌려주기로 결심한다.  안느는 원고에 쓰여있던 주소로 돌려보내고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원고의 주인은 프랑스 파리 서쪽 교외에 사는 실베스트르 파메라는 남자.  그런데 30년 전에 쓰인 이 원고는 사실 미완성 작품이었지만 

어느새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서 뒷부분까지 쓰여져 완결이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을 마무리 지은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이의 마음을 그린 이 작품의 두 번째 작가를 찾아나서는 여행이 시작된다.

사실 원고 주인인 실베스트르는 30년전에 캐나다에서 그 원고를 잃어버렸었다.  그 원고가 프랑스에 있는 한 호텔에서 발견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거쳤을까?  실제로 원고는 여러 사람들의 삶을 거치면서 

각자의 사연을 싣고 세계를 여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안느 리즈는, 가장 친한 친구를 동원하면서까지 원고의 완결자를 찾아헤맨다.  사실 사람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하는 안느 리즈의 성격이  이 추적기를 시작하는데 한몫 했겠지만,  책을 다 읽고난 지금!!!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럽고 미스터리한 힘이 그녀로 하여금

추적하도록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지로 시작되어서 편지로 끝나는 서간체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 [ 128호실의 원고 ] 를 읽고나니 매우 매력적인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서간체가 조금 지루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는데

사람들이 편지를 통해 속내와 개성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이 특히 감동적인 이유는 원고를 통해 시련을 극복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주는 삶의 에너지? 따뜻함?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원고를 추적하는 가운데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이게 바로 삶이지.... 삶이 주는 선물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람이 주는 희망과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128호실의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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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5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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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퍼하면 안돼. 검은 개는 그걸 원하니까.

대신 조용히 준비해야지.

놈이 가장 아끼는 걸 빼앗을 준비 .

평범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삼촌은 조카 지안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잃고 천애고아가 된 지안이를 끝까지 돌봐준 사람,

그런데 그가 자살한 상태로 욕조에서 발견되었다니...

금지옥엽 아끼는 지안이를 놔두고 절대로 자살할 사람이 아닌 삼촌 정진만...

그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어느날 삼촌이 죽은 채로 욕조에서 발견되고 그를 둘러싼 세계가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의문과 원망에 가득 차 있던 지안에게 다가온 삼촌의 지인들은,

마치 홍길동같은 삼촌의 지난날에 대해 들려준다.

중학교 때 진만이한테 신세 진 애들이 꽤 있어.

네 삼촌은 그런 쩨쩨한 놈이 아니었어.

섯다 하우스를 통째로 집어삼킬 계획을 세웠거든

네 삼촌은 나한텐 은인이야.

한때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소위 섯다 하우스 ( 노름판 ) 에 중학생의 몸으로 들어가

노름꾼들을 하나하나 박살내고 문까지 닫게한 전설의 인물,, 삼촌 정진만, 그는 누구인가?

장례식을 치르는 중, 초등 동창 배정민을 만나게 되는 정지안.

삼촌을 도와 모바일 쇼핑몰 구축을 했다는 그를 통해서 삼촌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삼촌이 운영한 더헬프닷컴이라는 쇼핑몰이 사실은 지하 웹세계의 murthe-help.circle 이라는 무기판매소였던 것.

머리에서 피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더헬프닷컴과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머더헬프는 마치 백조와 흑조를 연상케했다.

디자인은 같았다.

다만 배너에 적힌 카피가 달랐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악을 모아 응축한 듯한 단어 " 검은 개 " 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정진만이라는 인물의 정체와 그를 둘러싼 세계를 함께 던져준다.

지안에게 항상 " 검은 개 " 에 대한 주의와 경고를 날렸던 그가 킬러와 살인자를 돕는 무기고를 운영하고 있었다니,

마침 삼촌을 찾아온 인물 " 민혜 " 라는 여인은 삼촌이 총기류 커스터마이징의 장인이었다 말하고,

그가 자살한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타살된 것이라는 말을 슬쩍 흘리는데....

지안이의 뒤에서 항상 보이지않는 방패 역할을 했던 삼촌이 누군가에 의해 처단된 상태.

그리고 그 살인자들은 현재 지안이를 좇고 있다.

삼촌을 해했고 지금 그녀를 위협하는 " 검은 개 " 의 세력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 검은 개 " 로부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 강지영은 가상의 쇼핑몰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불안정성을 제시하는 듯 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의 세력은 항상 공존하고 있다는 것.

사실 질병이나 죽음 같은 " 검은 개 " 가 우리의 주위에 항상 웅크리고 있긴 하지만

지하 웹 세계를 통해 들여다본 범죄들 - 아동 포르노, 납치, 살인, 스너프 필름 등등 - 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제 든든한 버팀목을 잃어버린 정지안의 주위에는 살기를 내뿜는 " 검은 개" 들이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이 위기 상황을 벗어날 것인가?

아마도 삼촌이 죽기 전에 했던 말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개는 어디에든 있어.

그러니 싸움을 피할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거야.

(....) 절대 눈을 피하면 안 돼. 눈빛으로 말해야 하니까.

눈은 그대로 향한 채 천천히 다가서며 기회를 틈타 놈이 가장 아끼는 걸 빼앗아야 돼

빠른 전개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엄청난 즐거움을 주었던 작품 [ 살인자의 쇼핑몰 ]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발상의 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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