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지키는 나라 - 싸우고 증명하며 기록한 112일간의 탄핵심판 이야기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위원 법률 대리인단.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용서가 아닌 단죄를,

해결이 아닌 시작임을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우리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비록 고난이 있었고 숨죽인 나날들이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갔고 현재는 민주주의가 회복되어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통령의 탄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 관심있게 재판을 지켜본 것은 처음이고 국회쪽 변호사들의 마지막 변론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듣기도 처음이다.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12월 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의 모든 사건들은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울려 퍼진 이 한마디는 단순한 판결문 구절이라고 볼 수 없다. 112일간 이어진 치열한 법정 공방과 시민들의 투쟁이 이루어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굵은 땀방울과 뜨거운 눈물이 빚어낸 승리를 담은 책이 바로 이 <국민이 지키는 나라>이다. 이 책은 국회 소추위원과 17인의 법률 대리인들이 어떻게 싸웠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그들의 소회와 최종 변론들을 담고 있는데, 한마디로 헌법이 민주주의를 지킨 과정을 기록한 기록서이자 선언서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17인의 법률 대리인들 중에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름은 김진한 변호사와 장순욱 변호사이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이들의 최종 변론을 다 들었고 그 변론들은 엄청난 울림을 줬다. 대리인단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이광범 변호사 등을 필두로 구성되었고,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마다 빠짐없이 회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단순한 사건 설명을 넘어서, 개개인의 고민과 분노, 책임감과 연대감이 밀도 있게 담긴 책. 헌법을 수호해야 할 자가 오히려 헌법을 유린한 상황에서 어떻게 단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우리나라는 거대한 위기에 처해졌다. 국민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절망을 느끼면서도 광장에 나가 싸우며 위기에 대처했다. 이 책 <국민이 지키는 나라>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관철되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냥 “내란을 막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경우 법조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그것을 막아내려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사실 나는 내란은 여전히 지속중이라고 본다. 검찰과 사법부의 카르텔에 대한 감시는 계속되어야 한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장순욱 변호사의 이 멘트는 그야말로 답답함을 뚫어주는 향기로운 바람 같았다. 누군가의 변론을 듣고 울어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은 끝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바로 “국민이 지켜낸 나라” 라는 부분이 아닐까? 탄핵을 이끌고 헌법의 언어를 제자리로 되돌리면서 법치와 민주주의를 외친 법조인들의 뜨거운 여정이 담긴 책 <국민이 지키는 나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폭우 속에서 엄마가 사라진 그날,

흙더미에서 밀려온 나무상자

하나를 주웠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과연 전부일까? 평행 우주 혹은 다중 우주론 등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 바로 “여기” 말고 다른 차원의 세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자주 상상한다. 사람들이 판타지 장르의 문학에 열광하고 그런 세계가 배경인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가 그런 상상력 때문이 아닐지.


이 책 <열어보지 말 것>은 6개의 주요 이야기와 5개의 짧은 이야기 조각으로 구성된 책인데, 각각이 독립된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인물, 배경, 시간과 물체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다. 마치 하나의 실이 각 이야기를 느슨하게 꿰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이루는 느낌이다.


폭우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소년 우치노가 작은 상자 속에서 발견한 놀라운 것은 무엇일까? 누나 스즈가 남동생 긴타에게 건네준 은 시계의 비밀, 그리고 요괴들이 그들을 좇는 이유는? 영재로 발탁되어 연구소에 갇혀 살았던 한 소년의 유산은 결국 ‘시그마’라는 성능 좋은 A.I.의 개발로 이어지고 결국 불멸의 존재가 탄생하는데....


대단히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이 책 <열어보지 말 것>에서 펼쳐진다. 읽는 와중에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떠올랐다. 500년의 시공간을 걸친 SF 대서사시 – 6개의 스토리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주인공들은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서로 몸을 바뀌가면서 다른 시대와 공간을 경험한다.


이 책 <열어보지 말 것>도 마치 전생과 윤회를 이야기하는 듯한 힌트를 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상자 속 미니어처 왕국이라는 이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현실과 이세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고 전생에 괴물이었던 존재도 현실에서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


은 시계를 가지고 시간을 조종했던 남매의 후손은 발명가가 되고 그 발명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AI 로봇은 기억을 잃었다가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마침내 록이라는 불멸의 존재가 등장하게 되면서 문명은 종말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 모든 흐름은 세계의 탄생과 몰락, 시간과 윤회의 순환이라는 주제로 묶인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소설 <열어보지 말 것>은 단편인 동시에 장편처럼 읽히고 판타지이지만 한편으로는 다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묘한 물건들이 등장하고 그 물건들을 통해서 인물들이 변화하는 것은 동화처럼 읽히지만, 이야기의 이면에는 철저히 현실적인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당신은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봤고 무엇을 믿을 것인가?” 상자 속 왕국은 결국 우리의 사회, 우리의 내면,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세계의 거울인 것. 판타지의 옷을 입고 있으나 결국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소설 <열어보지 말 것>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래동 로망스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는 문학이나 노래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장밋빛 로맨스를 꿈꾸며 사는 법. 이 책 <문래동 로망스>의 주인공인, 순수하지만 다소 어리숙한 대학원생 김철도 그러했다. 사실 현실에서의 연애는 많이 못 해 본 주인공. 그저 드라마로만 연애를 배운 탓에 조금 서툴다. 그러나 그의 이상형은 아주 확실하다. 웃을 때 얼굴에 팔자 주름이 생기는 여자.... 다소 엉뚱한 이상형이긴 하지만 과연 그는 원하는 사람을 만나 뜨거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대전이 고향인 김철은 금속 재료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다. 현재는 수도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 재료를 연구하는 철. 그가 연구하는 전문 분야는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 즉 강철인데,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여 현재 지도 교수 아래에 있는 학생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래가 없다고 느꼈는지 지도 교수가 갑자기 사임을 하게 되고 김철은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마침 그 자리를 대신할 조교수가 오게 되는데,,, 그런데 문래동 철공소에서 만났던 바로 그녀?

<문래동 로망스>는 지적이고 순수하지만 "모쏠" 그 자체인 주인공 김철의 좌충우돌 연애기를 다룬다. 평소에 연애 드라마를 즐겨보던 철은 희한하게도 자신의 인생에서도 예측불가한 드라마를 만나게 된다. 갑자기 고장 나버린 용해로,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해 달려간 철공소에서 만난 그녀 은아연, 지도 교수님이 말도 없이 사임, 그런데 철공소 주인댁 따님이 교수님으로 부임?? 그런데 부임하자마자 둘 사이에 생겨난 묘한 기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설정이지만 나는 오랜만에 느껴지는 치사량 (?)에 가까운 달콤함 덕분에 정말 즐거웠다. 밖에서 읽었다가 내 심장 두근거림을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도저히 읽을 수 없겠다는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남자다움 뿜뿜하는 남주가 한없이 여린 여주를 리드하면서 감싸주는 내용을 가진 로코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김철은 웬만한 여자보다도 눈물이 많고 여주인공 은아연은 굉장히 냉정하면서도 뜨거운 여자. 이 커플을 보면서 요즘 유행하는 테토녀, 에겐남 시리즈가 문득 떠올랐다. 남자를 터프하게 리드하는 여자와 다소곳하게 따라가는 여성스러운 남자... 그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 아닌가? <문래동 로망스>는 한마디로 K-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로맨틱한 이야기를 읽어서인지, 좀 손이 오그라들 듯 같은 장면이 많았지만 중간중간 코믹하고 엉뚱한 설정도 많아서 재미있었던 책 <문래동 로망스> 어딘가 공대 출신이 쓴 듯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느낌?? 왜냐하면 작가는 이 소설의 키워드가 바로 "Fe+Zn" 즉, "철"과 "아연"의 합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 일반 독자들은 "엥?" 하겠지만 공대생들에게는 아마도 이 두 원소의 결합이 완전히 로맨틱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철이 액체가 되는 순간 기체가 되는 아연은 합금이 거의 불가능한 원소... 과연 두 주인공, 철과 아연은 완전한 결합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오해와 갈등 그리고 여러 좌충우돌과 밀당 등등 로맨틱 드라마의 재미 요소를 가득 가지고 있는 책 <문래동 로망스>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 결단력, 배려심, 눈치, 양심...

신이 '나'를 만들다 빠뜨린 재료

우리는 흔히 지나가는 말로, 부모님을 많이 닮은 아이를 두고 "붕어빵이 따로 없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겨울에는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없는 곳이 없는 등, 붕어빵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 가까운 곳에 있고 친근감을 주는 요소이다. 그런데 만약에 인간이 사실은 조물주가 틀에서 빚어낸 붕어빵이라면? 그리고 우리를 만들다가 빠뜨린 팥소와 밀가루 부스러기가 나를 다시 찾아와서 "나를 품어야 너는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라고 유혹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책 <붕어빵이 되고 싶어>는 그런 뭔가 우스꽝스럽고 어이없게 다가오는 상황이 매우 기발하고 미스터리하게 그려낸다. 일종의 코믹 미스터리 판타지라고 할까? 천금동이라는 다소 낙후된, 재개발이 시급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부스러기들의 원조 붕어빵 찾기 사건! 평소에 스스로가 "불완전한 인간, 결핍 그 자체"라고 느껴온 사람들이나 좀 더 완전해지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서늘함을 느낄 수도 있다. 뒤를 돌아보면 당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당신이 웃고 있을 수 있다.

공부도 지지리 못하고 사고만 치는 진짜 금태가 파쿠를 하다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엄마와 같이 집에 있던 모범생 가짜 금태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스스로 제대로 된 결정 하나 못 내린다고 생각하는 타투이스트 시나 앞에 나타나서는 동생 따위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존재는? 그리고 평생 진짜 모습을 가리는 가면을 쓴 채 사기 치며 살아온 장극이 박소령을 받아들인 사연은? 제대로 굽지 않은 붕어빵 마냥 인생에 열정 하나 없이 밋밋 하게 살고 있던 선진 앞에 떡하니 서 있던 빨간 외제차의 정체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딘가 엉뚱하고 코믹한 스토리 안에 우리들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를 인간 존재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를 묻는 듯한 책 <붕어빵 인간> 특히 한국인들은 스스로에게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 - 용기, 결단력, 사고, 양심 등등 - 너무 잘 알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너무 노력한다. 말하자면 어딘가에 흘린 "조각"을 찾아헤매는 불쌍한 붕어빵이랄까?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 결핍이야말로 당신을 말해주는 요소이다!라고 과감하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약간 2% 모자라는 존재, 그게 바로 당신이다!라고 말하는 듯. 웃기면서도 찡하고 기발하면서도 속이 꽉 찬 붕어빵같이 진지한 소설 <붕어빵이 되고 싶어>

"똑똑, 부스러기가 찾아왔습니다. 합체, 하시겠습니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영원한 고전

왜 우리는 <데미안>을 읽고 또 읽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읽어야만 했는가?

청소년 시절에 읽었고 그동안 쭉 잊어버리고 살다가 이번에 다시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된 고전 <데미안> 결코 쉽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데미안>이라는 책은 청춘을 다루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매우 진지한 철학서로 다가갈 수도 있다. 어둠과 빛으로 나누어지는 두 개의 세상.. 그 경계에 서서 방황하는 주인공 싱클레어. 헤르만 해세는 이 짧지만 강렬한 소설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분열과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밝고 화목하며 신의 뜻에 의지하는 가정으로 대표되는 “빛”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프란츠라는, 건달 같은 친구의 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내면에 어둠의 세계를 조금 들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해진 특별한 친구 데미안에게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머무르는 세상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싱클레어. 데미안은 철학자 니체가 이야기한 “초인”을 상징하는 인물. 그는 선과 악, 빛과 어둠, 남성과 여성 등등 세상이 제시하는 이분법을 거부하고 그것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예전에 읽었을 땐 잘 몰랐지만 이 책에는 다양한 심리적 이론과 사상이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하는 장광설 속에는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 ( 꿈속 상징, 동시성 이론 ) 그리고 니체의 철학 등 다층적인 사유들이 혼합되어 있었고 이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보다 본질적인 것 – 자신의 내면을 따르기 –를 추구하는 것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인 숭배라던가 아프락사스와 같은 상징들은 선과 악을 넘어서서 진정한 “나”가 되는 길을 나아가는 싱클레어가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소설 <데미안>은 자아 확장 혹은 내면 성장에 대한 소설이다.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자라면서 그가 거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스승이 되어주었다. 어릴 적 그는 프란츠 크로머의 통제와 지배 속에서 순수 악을 체험하게 되고 데미안을 만나면서 선과 악이 통합된 전체 세상을 슬쩍 들여다본다. 그리고 피스토리우스라는 음악가 친구를 통해서 신비주의 철학과 음악의 언어 등을 습득하게 되는 싱클레어. 그러다가 전쟁이라는 혼돈의 시기를 통과하며 또 다른 탄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다가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거나 신비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정 시기, 말하자면 내면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며 성장하는 시기의 독자들에게는 대단히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싱클레어처럼 방황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본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인생 안내서랄까? 논리를 뛰어넘은 통찰로 이끄는 책이다.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끄고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면,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스스로에게 진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는 듯한 성장 소설 <데미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