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영원한 고전

왜 우리는 <데미안>을 읽고 또 읽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읽어야만 했는가?

청소년 시절에 읽었고 그동안 쭉 잊어버리고 살다가 이번에 다시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된 고전 <데미안> 결코 쉽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데미안>이라는 책은 청춘을 다루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매우 진지한 철학서로 다가갈 수도 있다. 어둠과 빛으로 나누어지는 두 개의 세상.. 그 경계에 서서 방황하는 주인공 싱클레어. 헤르만 해세는 이 짧지만 강렬한 소설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분열과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밝고 화목하며 신의 뜻에 의지하는 가정으로 대표되는 “빛”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프란츠라는, 건달 같은 친구의 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내면에 어둠의 세계를 조금 들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해진 특별한 친구 데미안에게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머무르는 세상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싱클레어. 데미안은 철학자 니체가 이야기한 “초인”을 상징하는 인물. 그는 선과 악, 빛과 어둠, 남성과 여성 등등 세상이 제시하는 이분법을 거부하고 그것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예전에 읽었을 땐 잘 몰랐지만 이 책에는 다양한 심리적 이론과 사상이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하는 장광설 속에는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 ( 꿈속 상징, 동시성 이론 ) 그리고 니체의 철학 등 다층적인 사유들이 혼합되어 있었고 이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보다 본질적인 것 – 자신의 내면을 따르기 –를 추구하는 것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인 숭배라던가 아프락사스와 같은 상징들은 선과 악을 넘어서서 진정한 “나”가 되는 길을 나아가는 싱클레어가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소설 <데미안>은 자아 확장 혹은 내면 성장에 대한 소설이다.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자라면서 그가 거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스승이 되어주었다. 어릴 적 그는 프란츠 크로머의 통제와 지배 속에서 순수 악을 체험하게 되고 데미안을 만나면서 선과 악이 통합된 전체 세상을 슬쩍 들여다본다. 그리고 피스토리우스라는 음악가 친구를 통해서 신비주의 철학과 음악의 언어 등을 습득하게 되는 싱클레어. 그러다가 전쟁이라는 혼돈의 시기를 통과하며 또 다른 탄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다가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거나 신비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정 시기, 말하자면 내면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며 성장하는 시기의 독자들에게는 대단히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싱클레어처럼 방황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본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인생 안내서랄까? 논리를 뛰어넘은 통찰로 이끄는 책이다.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끄고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면,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스스로에게 진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는 듯한 성장 소설 <데미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