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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평점 :
폭우 속에서 엄마가 사라진 그날,
흙더미에서 밀려온 나무상자
하나를 주웠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과연 전부일까? 평행 우주 혹은 다중 우주론 등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 바로 “여기” 말고 다른 차원의 세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자주 상상한다. 사람들이 판타지 장르의 문학에 열광하고 그런 세계가 배경인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가 그런 상상력 때문이 아닐지.
이 책 <열어보지 말 것>은 6개의 주요 이야기와 5개의 짧은 이야기 조각으로 구성된 책인데, 각각이 독립된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인물, 배경, 시간과 물체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다. 마치 하나의 실이 각 이야기를 느슨하게 꿰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이루는 느낌이다.
폭우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소년 우치노가 작은 상자 속에서 발견한 놀라운 것은 무엇일까? 누나 스즈가 남동생 긴타에게 건네준 은 시계의 비밀, 그리고 요괴들이 그들을 좇는 이유는? 영재로 발탁되어 연구소에 갇혀 살았던 한 소년의 유산은 결국 ‘시그마’라는 성능 좋은 A.I.의 개발로 이어지고 결국 불멸의 존재가 탄생하는데....
대단히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이 책 <열어보지 말 것>에서 펼쳐진다. 읽는 와중에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떠올랐다. 500년의 시공간을 걸친 SF 대서사시 – 6개의 스토리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주인공들은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서로 몸을 바뀌가면서 다른 시대와 공간을 경험한다.
이 책 <열어보지 말 것>도 마치 전생과 윤회를 이야기하는 듯한 힌트를 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상자 속 미니어처 왕국이라는 이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현실과 이세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고 전생에 괴물이었던 존재도 현실에서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
은 시계를 가지고 시간을 조종했던 남매의 후손은 발명가가 되고 그 발명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AI 로봇은 기억을 잃었다가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마침내 록이라는 불멸의 존재가 등장하게 되면서 문명은 종말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 모든 흐름은 세계의 탄생과 몰락, 시간과 윤회의 순환이라는 주제로 묶인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소설 <열어보지 말 것>은 단편인 동시에 장편처럼 읽히고 판타지이지만 한편으로는 다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묘한 물건들이 등장하고 그 물건들을 통해서 인물들이 변화하는 것은 동화처럼 읽히지만, 이야기의 이면에는 철저히 현실적인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당신은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봤고 무엇을 믿을 것인가?” 상자 속 왕국은 결국 우리의 사회, 우리의 내면,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세계의 거울인 것. 판타지의 옷을 입고 있으나 결국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소설 <열어보지 말 것>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