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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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결단력, 배려심, 눈치, 양심...

신이 '나'를 만들다 빠뜨린 재료

우리는 흔히 지나가는 말로, 부모님을 많이 닮은 아이를 두고 "붕어빵이 따로 없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겨울에는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없는 곳이 없는 등, 붕어빵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 가까운 곳에 있고 친근감을 주는 요소이다. 그런데 만약에 인간이 사실은 조물주가 틀에서 빚어낸 붕어빵이라면? 그리고 우리를 만들다가 빠뜨린 팥소와 밀가루 부스러기가 나를 다시 찾아와서 "나를 품어야 너는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라고 유혹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책 <붕어빵이 되고 싶어>는 그런 뭔가 우스꽝스럽고 어이없게 다가오는 상황이 매우 기발하고 미스터리하게 그려낸다. 일종의 코믹 미스터리 판타지라고 할까? 천금동이라는 다소 낙후된, 재개발이 시급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부스러기들의 원조 붕어빵 찾기 사건! 평소에 스스로가 "불완전한 인간, 결핍 그 자체"라고 느껴온 사람들이나 좀 더 완전해지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서늘함을 느낄 수도 있다. 뒤를 돌아보면 당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당신이 웃고 있을 수 있다.

공부도 지지리 못하고 사고만 치는 진짜 금태가 파쿠를 하다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엄마와 같이 집에 있던 모범생 가짜 금태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스스로 제대로 된 결정 하나 못 내린다고 생각하는 타투이스트 시나 앞에 나타나서는 동생 따위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존재는? 그리고 평생 진짜 모습을 가리는 가면을 쓴 채 사기 치며 살아온 장극이 박소령을 받아들인 사연은? 제대로 굽지 않은 붕어빵 마냥 인생에 열정 하나 없이 밋밋 하게 살고 있던 선진 앞에 떡하니 서 있던 빨간 외제차의 정체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딘가 엉뚱하고 코믹한 스토리 안에 우리들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를 인간 존재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를 묻는 듯한 책 <붕어빵 인간> 특히 한국인들은 스스로에게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 - 용기, 결단력, 사고, 양심 등등 - 너무 잘 알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너무 노력한다. 말하자면 어딘가에 흘린 "조각"을 찾아헤매는 불쌍한 붕어빵이랄까?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 결핍이야말로 당신을 말해주는 요소이다!라고 과감하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약간 2% 모자라는 존재, 그게 바로 당신이다!라고 말하는 듯. 웃기면서도 찡하고 기발하면서도 속이 꽉 찬 붕어빵같이 진지한 소설 <붕어빵이 되고 싶어>

"똑똑, 부스러기가 찾아왔습니다. 합체, 하시겠습니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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