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디르크 로스만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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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다. 벌을 비롯하여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은 빠르게 멸종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것은 심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후, 즉 홍수와 가뭄 그리고 화재 등등은 우리에게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리는 경고음과도 같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가 출간된 것은 매우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인 저자 디르크 로스만은 평소에 지구촌이 더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다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속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주제가 등장한다. 산업화와 지나친 개발로 인해 환경 오염이 발생하고 기후 변화가 뒤따르면서 낯선 질병에 시달리거나 갑작스러운 홍수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사람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 저자 디르크 로스만은 단순히 흥미보다는 인류의 각성과 반성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기후 위기 SF를 표방하는 책답게 이 책에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인 2100년이 등장한다. 저자가 상상하는 2100년은 매우 평화롭고 우아하다. 로봇이 매일의 건강을 체크해 주고 사람들은 쓰레기를 단 한 줌도 남기지 않는 음식을 섭취한다. 환경 오염과 에너지 낭비의 주범인 육류가 식탁 위에서 사라졌고 재생 에너지를 이용하여 집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저명한 과학자와 철학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의 눈과 입을 통해서 우리는 거의 완벽한 2100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함께 모여 이 세상을 위해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다.


과거의 이야기는 2018년과 2025년 동안 발생한 일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지구가 위기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을 강대국들의 동맹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 정부는 힘을 합쳐 환경 보호를 위한 기후 동맹을 맺고 다른 나라들도 이를 따르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 사실 지금 서로에게 너무나도 적대적인 상대국들을 보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이다. 하지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이 손을 잡아준다면 정말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동맹이 모든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한다. 경제적 이익이 걸려있고 정치적 입장이 있는 만큼 소위 G3 와 반대 세력들은 첨예하게 서로 대립하게 되고 까딱하면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동맹은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서 지구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것일까?

현재 일어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했기에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나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띄고 있다.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인류를 위해 그리고 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와 정치인들이 있고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비밀리에 저항하는 세력들도 보인다. 폭도들에게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의료 활동을 멈추지 않는 나이지리아 여인이 있는가 하면 각 나라에 무기를 팔면서 전쟁을 조장하고 거대한 이익을 이루는 나이지리아 무기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서 돌아볼 시간을 준다.

정치와 시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를 좋아할 것 같다. SF의 면모도 없지 않지만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지 (환경 오염/기후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이에 맞서거나 저항하는 세력들의 정치적인 활동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굳이 지정해 보라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주인공으로 여겨질 수 있는 사람이 10명 이상이 넘는다. 아마도 저자가 세상 곳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을 조금 줄이고 주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누군가가 사건을 주도하고 이야기를 이끌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그런 책이다. 어쨌든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아마도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환경 운동의 의지를 샘솟게 할 책이 아닌가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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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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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내일은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패배했으나 미션은 반드시 완수한다!! 쏟아지는 총알 세례를 피해 끝까지 살아남는 주인공의 끈질긴 생명력과 처절한 임무 수행을 생생하게 그려낸 첩보물 [언더 독스]. [마더스]라는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저자 나가우라 교의 작품인 이 [언더독스] 는 1996년 말부터 1997년 초까지, 중국 반환을 앞둔 혼란스러운 홍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패배자들의 첩보 활동을 매우 현장감 있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그리고 킹스맨 같은 첩보물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긴박감으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적들의 공격으로 언제 목숨이 달아날지 모르는 요원들. 첩보물의 특성상, 이야기 내내 누가 아군인지 누가 적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마치 안개가 낀 밤거리를 걷는 것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임무 수행을 위해 달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 책 [언더 독스]에서 그야말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살고 싶으면 생각해!”


일본 농림수산성의 관료였던 고바 게이타는 비자금 조성 사건에 휘말려 퇴직을 당한 후 사람들과의 만남도 피하며 스스로 패배자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 후 지인의 소개로 한 증권회사에 들어가게 되고 트레이더란 직업의 특성상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장인 이탈리아인 마시모 조르지아니가 계획한 비밀 임무를 수행할 요원으로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바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거절은 곧 죽음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첩보 활동이 그다지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곧 중국에 반환될 예정인 홍콩의 헝밍은행에서 반출될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를 중간에서 가로채면 되는 것. 이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에는 마시모 사장의 아들이었던 로베르토의 사업 실패와 자살에 관련된 무리들의 주요 기밀이 들어있었고 아들의 복수를 대신하고 싶었던 마시모 사장은 팀을 구성하여 자료를 빼돌릴 계획을 세웠던 것. 그런데 하필이면 가혹한 현실에 무릎 꿇은 패배자들로 모인 팀을 고바가 이끌게 된다. 요원 훈련도 제대로 안 되어 있는 데다가 현실에서 쓴맛을 본 패배자들고 구성된 팀의 리더라니... 사장 마시모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팀을 꾸린 것일까?

"증거를 남기지 않고 계획을 적확하게 외울 수 있는 능력.

약자이기에 몸에 밴 경계심.

거기에 이상하리만치 뛰어난 관찰력까지."

[언더독스]의 경우 속도감 있고 스릴 넘치는 스토리 진행이 독자들을 먼저 사로잡지만, 심약한 패배자에 불과했던 주인공 고바 게이타가 베테랑 요원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아마 열광할 것이다. 흔한 주식 중개인에 불과했던, 하룻강아지 같던 그가 경험치를 얻어 가며 정예 요원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사실 기밀 자료에 연루된 나라에서 파견한 베테랑 요원들의 공격으로 몇 번이나 지옥의 문턱에 다녀오게 되는 고바. 그는 베테랑 요원들뿐 아니라 팀 내에 숨어든 스파이들까지 처리해야 한다. 비록 훈련은 받지 못했으나 고바는 상당히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 첩보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적들의 수를 먼저 읽어나가며 조금씩 조금씩 목표에 다가간다.

지루한 현실을 잠시 잊고 싶다면 오늘 이 책으로!! 이 책 [언더독스]는 굉장한 속도감과 가독성을 가진 책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총알이 빗발치는 홍콩의 거리와 도로를 내달리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한번 들면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달까? 이야기는 주인공 고바가 목숨을 걸고 임무 수행에 매진하는 과거 1997년과 고바의 딸 에이미가 일본에서 금융범죄를 저지른 후 홍콩으로 강제 출국하게 되는 현재 2018년을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언제 목숨이 달아날지 모르고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첩보전,,,, 나약한 엘리트 고바는 과연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칠 수 있을까? 20년 전, 고바 무리들이 흘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현장으로 돌아가게 된 에이미, 그녀를 홍콩으로 부른 사람은 과연 누구고 그녀는 왜 홍콩에 오게 된 걸까?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속도감과 압도적인 재미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언더독스]의 세계로 모두를 초대한다.

" 우리는 홀로는 이길 수 없었던 패배자들이 모인 오합지졸, 언더독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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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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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건이라 치부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우주가 알알이 담겨 있으니까.

누구 하나 억울함이 없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주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강력 범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는 악인들과 기싸움을 하면서 자백을 얻어내고 결국 정당한 판결을 받게 하는 검사들이 일종의 영웅으로 보였다. 매스컴을 통해서는 현실 검사가 겪는 실생활은 일반인이 알기 힘들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슬기로운 검사 생활]의 저자 뚝검 검사는 현실 검사가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과 생활 속 애환들을 아주 진솔하게 풀어놓고 있다. 검사도 직장인이고 술 권하는 회식 때문에 괴롭다는 사실을 토로한다.


혹시나 책이 어렵지 않을까? 하고 초반에 걱정을 좀 했었는데, 확실히 그것은 기우였던 것 같다. 마치 가벼운 추리와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주로 저자 뚝검 검사가 해결해야 했던 여러 범죄 사건에 대한 에피소드 위주로 내용이 흘러간다. 범죄라 해서 살인이나 강도 마약 등등의 강력 사건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무면허 운전이나 양귀비 재배와 같은 겉으로 보기에 가벼운 범죄 사건들도 등장하는데, 법으로 단죄하기에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아서 검사 생활이 마냥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엔 과연 이걸 범죄로 치부할 수 있을까? 싶은 사건들과 숨은 사연들이 기가 막힌 사건들이 많았고 그만큼 인간적이고 진솔한 뚝검 검사의 고뇌도 깊어 보였다. 예를 들자면 " 영감님, 우리 영감님"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는 한마을 전체가 양귀비를 재배하는 내용이 나온다. 양귀비 대량 재배라니? 마약을 대량 취급하는 카르텔 (?) 이 우리나라에도 있나? 하며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병원과 약국이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이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모르핀의 원재료인 양귀비를 재배한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였다. 직접 마을까지 찾아가서 벌벌 떠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고 온 뚝검 검사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래브라도 레트리버"라는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건도 안타까웠다. 떠돌이 유기견을 잡아다 개소주를 만들어파는 배용남씨는, 어느 날 자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검은 레트리버를 잡아다 개소주를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레트리버는 수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이까지만 읽으면 배용남씨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알고 보니 그는 예닐곱 살의 지능을 가진 지적 장애인이었다. 나도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있기에 그의 행동이 괘씸하긴 하나,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내느라 그랬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이 사건을 두고 저자인 뚝검 검사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다른 판결문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결국 징역형을 구형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판단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뚝심있는 검사가 되자고 스스로에게 "뚝심 검사"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그만큼 모든 사건에 대해서 진실한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절도 사건의 피의자가 과거 왕따 사건에 시달려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친구가 죽어가는데도 불구하고 119를 부르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사건에 대해서 고민하는 저자 "뚝검 검사 ". 이 책은 검사가 되었다고 권력을 뽐내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정 범죄 발생 시에 다각도로 범죄를 분석하고 집요하게 범죄자를 추궁하여 형을 구형하는 동시에, 범죄 사건 이면에 숨어있는 다양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검사들도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범죄 관련 서적보다 더 감동적이었고 따뜻했던 책이었다.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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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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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사람이 아니다.

내 기준의 사람에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스스로를 '사람'이라 증명할 수 있는가? "

d몬 작가의 웹툰 [브랜든]은 '사람'이라는 단어 속에 함축된 정의를 한꺼번에 무너뜨린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누군가 내게 "사람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면 당연한 질문을 왜 하냐고 반박했겠지만 이 책 [브랜든]을 읽고 나니 다양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기 다른 시간대, 영역, 차원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이 가진 '사람'의 기준은 각기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주인공 브랜든은 다른 차원으로 이동이 가능한 문을 만들어낸다. 그곳을 통과하여 또 다른 지구에 도달한 브랜든. 매우 낯설지만 한편으론 편안한 그곳에는, 브랜든이 떠나온 지구를 관찰하며 다양한 생명체들을 관리하는 존재 올미어가 있다. 올미어는 고도로 발달한 A.I. 같기도 하고 높은 의식을 가진 외계인 같기도 하다. 그는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종족들과 텔레파시로 소통이 가능하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올미어는 신의 단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올미어는 자신이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브랜든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올미어가 생각하는 사람의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 조절도 제대로 못하고 텔레파시를 이용한 소통도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기준에서 봤을 때 브랜든은 하급 개체에 불과하다. 우리가 메뚜기나 바퀴벌레 같은 것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올미어는 브랜든을 동등한 존재로 취급하지 않는다.


" 사람에 대한 기존 정의가 완전히 뒤집혔을 때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

젊은이들이 간혹 지나친 열정으로 인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것처럼, 젊고 혈기 왕성한 브랜든은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폭발해버린다. 그는 올미어와 올미어 종족들이 그를 기어 다니는 벌레 보듯이 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결국 브랜든은 군대와 무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와서 올미어가 있는 차원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가한다. 올미어는 시한폭탄 같은 브랜든을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곧 브랜든과 이성적인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올미어는 브랜든에게 기습 공격을 당하고 몸체가 손상되어 그만 사망하고 마는데........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주인공 과학자들은 인간의 기원을 찾기 위해 떠난 우주여행에서 창조주일 것 같은 외계인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창조주를 찾았다는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인간을 만든 외계인 엔지니어들이 인간을 실패작으로 규정하고 멸종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이 영화에서 나는 인간이 신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세계관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웹툰 [브랜든]도 다른 차원의 고도로 지능이 높은 존재에게 무시당하고 한낱 벌레 정도로 전락하는 브랜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과연 다른 생물보다 더 나은 존재인지, 그들에게 군림할 자격은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1권에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는 브랜든은 2권에서 올미어를 죽인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나니,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이상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끊임없이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을 통해서 여러 형태의 사람과 조우하면서 진짜 "사람"이 되어가는 주인공을 그린 아름다운 웹툰 [브랜든].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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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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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1 하자키 해변에서 사체 발견

사건 2 진달래 고서점에서 사체 발견

특이사항 불. 운. 이. 너. 무. 많. 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친근하지만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크고 작은 사건들에 열쇠를 제공한다면? 그것이 바로 코지 미스터리의 세상이다. 코지 미스터리의 대가 와타타케 나나미의 소설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는 한 로맨스 장르 전문의 헌 책방을 둘러싼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고 해서 진지하고 엄숙한 이야기만 예상하지 마시길! 이 책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는 죽음과 웃음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기에 마치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다.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킥킥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회사에서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던 마코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불운이 따라다닌다. 회사가 갑자기 망해버리고 그녀가 묵고 있던 호텔에 화재가 발생하여 마코토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불운을 없애고자 지인을 통해 만난 카운슬러는 불에 타 죽은 귀신이 그녀를 따라다닌다며 그녀를 사이비 종교에 끌어들이려 한다. 연속해서 발생하는 불운한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마코토는 하자키 시의 한적한 해변으로 와서 "나쁜 놈아!"를 외치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하지만 불운의 아이콘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출렁이는 파도를 따라 한 구의 시체가 그녀의 발 앞에 떠밀려오는데...

사체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해변으로 달려간 두 명의 형사, 이쓰키하라와 고마지는 사체가 지니고 있던 편지를 보고 그가 명문가인 마에다 가문의 도련님 히데하루일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한다. 십여 년 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히데하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사체로 다시 나타난 것일까? 한편, 사체를 발견한 후 참고인으로 하자키시에 머물게 된 불운녀 마코토는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진달래 고서점"이라는 곳을 발견한다. 거기서 주인장 베니코의 눈에 든 마코토는 베니코가 잠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고서점을 맡아주기로 한다. 그러나 역시 불운의 아이콘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한밤중 서점에 쳐들어온 도둑을 뒤쫓다가 이웃 사람들에게 도둑으로 몰리는 바람에 쇠 냄비로 얻어맞는 불운을 또 겪게 된다.

불운녀 마코토 뒤를 사건이 자꾸 따라다니는 듯하지만 사실 이 살인 사건은 마에다 가문의 사람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 헌 책방을 운영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베니코 여사와 하자키 FM의 사장 마에다 마치고, 그리고 마치코의 딸 시노부가 모두 마에다 가문의 사람이고 그들은 모두 히데하루의 친척들이다. 막대한 유산을 두고 벌어진 치열한 다툼 속에서 누군가는 죽이고 다른 누군가는 죽어 나간다. 그러나 역시 주인공은 마코토이지 않은가? 이야기는 또 그녀가 겪는 불운한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익사체가 히데하루가 맞는지 밝히려는 와중에 마코토는 관 속에 갇히는 일까지 겪게 된다. 도대체 마코토의 불운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주인공 마코토일 것이다. 그녀가 겪는 요절복통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가볍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책은 추리 소설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미스터리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와 상당한 유산을 두고 벌어지는 아귀다툼 그리고 다양한 용의자에 살인 사건을 둘러싼 반전까지.... 이 책은 정통 추리와 코믹한 요소가 잘 버무려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히데하루의 살인자로 의심되었던 강력한 용의자가 진달래 고서점의 책 무더기 속에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살인 사건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마코토는 연속된 불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진달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로맨스 전문 고서점에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맡고 싶다면,,, 지금 이 책으로!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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