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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디르크 로스만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3월
평점 :
환경 오염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다. 벌을 비롯하여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은 빠르게 멸종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것은 심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후, 즉 홍수와 가뭄 그리고 화재 등등은 우리에게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리는 경고음과도 같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가 출간된 것은 매우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인 저자 디르크 로스만은 평소에 지구촌이 더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다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속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주제가 등장한다. 산업화와 지나친 개발로 인해 환경 오염이 발생하고 기후 변화가 뒤따르면서 낯선 질병에 시달리거나 갑작스러운 홍수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사람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 저자 디르크 로스만은 단순히 흥미보다는 인류의 각성과 반성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기후 위기 SF를 표방하는 책답게 이 책에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인 2100년이 등장한다. 저자가 상상하는 2100년은 매우 평화롭고 우아하다. 로봇이 매일의 건강을 체크해 주고 사람들은 쓰레기를 단 한 줌도 남기지 않는 음식을 섭취한다. 환경 오염과 에너지 낭비의 주범인 육류가 식탁 위에서 사라졌고 재생 에너지를 이용하여 집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저명한 과학자와 철학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의 눈과 입을 통해서 우리는 거의 완벽한 2100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함께 모여 이 세상을 위해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다.
과거의 이야기는 2018년과 2025년 동안 발생한 일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지구가 위기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을 강대국들의 동맹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 정부는 힘을 합쳐 환경 보호를 위한 기후 동맹을 맺고 다른 나라들도 이를 따르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 사실 지금 서로에게 너무나도 적대적인 상대국들을 보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이다. 하지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이 손을 잡아준다면 정말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동맹이 모든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한다. 경제적 이익이 걸려있고 정치적 입장이 있는 만큼 소위 G3 와 반대 세력들은 첨예하게 서로 대립하게 되고 까딱하면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동맹은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서 지구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것일까?
현재 일어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했기에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나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띄고 있다.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인류를 위해 그리고 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와 정치인들이 있고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비밀리에 저항하는 세력들도 보인다. 폭도들에게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의료 활동을 멈추지 않는 나이지리아 여인이 있는가 하면 각 나라에 무기를 팔면서 전쟁을 조장하고 거대한 이익을 이루는 나이지리아 무기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서 돌아볼 시간을 준다.
정치와 시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를 좋아할 것 같다. SF의 면모도 없지 않지만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지 (환경 오염/기후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이에 맞서거나 저항하는 세력들의 정치적인 활동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굳이 지정해 보라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주인공으로 여겨질 수 있는 사람이 10명 이상이 넘는다. 아마도 저자가 세상 곳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을 조금 줄이고 주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누군가가 사건을 주도하고 이야기를 이끌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그런 책이다. 어쨌든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아마도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환경 운동의 의지를 샘솟게 할 책이 아닌가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