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정말 미안해. 내 안에 어떻게도 할 수 없게 차가운 게 있어.

멈추려 해도 멈춰지지 않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

이게 있는 한 난 가망이 없어."

일상의 평온함을 파고드는 불온한 사건들을 다루는 장르인 코지 미스터리, 대표적인 코지 미스터리인 “살인곰 서점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초기작인 “나의 차가운 일상”을 읽었다. 독특하게도 소설 속에 작은 소설이 들어있는 구조이고, 그 작은 이야기 속에 미스터리를 해결할 열쇠가 모두 들어가 있다. 이 “나의 차가운 일상”의 주인공 이름도 작가 이름과 같은 “와카타케 나나미”이다. 왠지 작가가 진짜로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더욱더 사실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온 소설, “나의 차가운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와카타케는 직장을 그만두고 휴식을 취하러 짧은 여행을 떠난다. 기차 안에서 큰소리로 누군가와 말다툼을 벌이는 여성을 발견한 그녀. 그런데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와카타케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둘 사이의 인연이 시작된다. 외모도 굉장히 화려하고 발언도 솔직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이름은 이치노세 다에코. 부담스러운 성격이지만 왠지 그녀가 싫지 않았던 와카타케 나나미. 짧았던 여행지에서의 인연 이후 그녀를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는데 다에코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내자고 한다. 함께 이브를 보낼 남자들이 많을 것 같은 다에코의 제안.... 과연 그녀의 꿍꿍이가 과연 무엇일까?

크리스마스이브가 가까워지고 현재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술집에서 파티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와카타케는 다에코를 떠올리곤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데 그녀의 가족 중 한 사람인 것 같은 저음의 여성은 다에코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짧은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린다. 이후 와카타케는 우편함에서 다에코가 쓴 것 같은 “수기” 를 발견한다.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 다이코가 내뱉었던 말, “ 회사에 관찰자가 있어”, “ 관찰자, 실행자, 지배자가 있어”라는 왠지 모르게 섬뜩한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수기를 읽어보는 와카타케 나나미. 과연 그녀가 남긴 수기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 걸까?

여행길에서 잠시 스친 인연이 나에게 뭔가 중요한 “정보”가 담긴 듯한 자료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기묘하고 소름 끼치는 “한 마디”를 남겼다면? 누구든지 그녀의 자살 시도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까? 그녀는 자살을 한 걸까? 혹은 자살을 가장한 타살일까? 와카타케의 눈을 통해서 독자들은 다에코가 남긴 미스터리에 대한 단서 “수기”를 읽게 된다. 그 속에는 사이코패스라고 불러도 될 만한 한 남자의 소름 끼치는 만행과 고백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적혀 있고 그 남자가 얽혀있는 살인 미스터리를 좇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실려져 있다. 짧은 인연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친구 다에코가 남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 와카타케 나나미가 나선다.

이 책 “나의 차가운 일상”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이다. 아마도 작가가 젊었던 시절 회사에서 벌어진 모든 어두운 사건들을 경험하고 쓴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남과의 스캔들, 외모가 화려하고 자기 의견이 강한 여성을 따돌림 하는 사내 여직원들 등등 회사 내에서 흔히 벌어지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불륜 스캔들 등등의 음험한 뒷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주인공와카타케 나나미는 다에코가 쓴 "수기" 속 살인 사건과 아마도 그와 관련되었을 듯한 다에코의 자살 미수 사건을 동시에 조사하던 가운데 생각지도 못했던 다에코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접하게 되는데... 친구라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녀, 다에코를 위해 뛰어든 사건에서 과연 와카타케가 마주할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어떤 이유에서건 차갑게 변해버린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얽히고 설킨, 약간은 섬뜩했던 이야기 [나의 차가운 일상]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지만 깊이 있는 메시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단편 소설집,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14 - 방어가 제철 -을 읽게 되었다. 각 단편들은 "누군가의 죽음" 을 다루고 있지만 죽음 자체를 조명하기보다는 남겨진 사람들의 애도와 추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망한 죽음 앞에서 허둥거리지만 결국 산 사람은 어떻게든 일상을 꾸려나가야 한다. 크나큰 슬픔과 분노에 압도될 수도 있는 남겨진 자들이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는지를 보여주는 듯한 소설들. 사랑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곁을 떠나버렸을 때 느껴지는 그 헛헛함,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그 빈 공간을 메울 수 있을까?

[방어가 제철]이라는 제목에 맞게 이 책에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등장한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너무나 힘들고 지쳤을 때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에 큰 위로를 받았던 경험. 정갈한 반찬들과 든든한 밥 한 공기, 정성스럽게 차려진 밥상은 세상이 무너진 듯한 절망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편 [달밤]의 주인공은 생일을 맞이한 후배 소애가 육개장을 먹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양지머리를 푹 삶아 결을 따라서 뜯어내고 고사리, 토란, 대파를 팍팍 넣어 먹음직스러운 육개장을 끓어낸다. 재료 준비부터 요리까지 감각적으로 묘사해 내는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이 차려낸 얼큰하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육개장을 받아든 느낌이다. 절로 힘이 솟는다.

그녀는 육개장을 맛있게 먹는 소애를 보며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은주를 떠올린다. 갑작스러운 은주의 죽음 소식을 들은 후 장례식에 가서 미지근한 육개장을 먹었던 주인공. 질긴 대파를 씹으며 은주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그녀는 은주가 왜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는지를 안타까워한다. 그랬기에 현실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소애를 위해 정성스러운 육개장을 끓여 낸 것인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소애가 현실을 잘 살아가길 바라며. 그녀가 끓여 낸 것은 아마도 육개장이 아니라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 살아있는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언니가 없는데, 언니가 스스로 없기를 원했는데 살아 있는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나는, 살아 있으니 살아. 살아서 기억해. 네 몫의 삶이 실은 다른 삶의 여분이라는 걸 똑똑히 기억해. 그렇다고 너무 아끼지도 말고 너무 아까워하지도 말고, 살아 있는 나를 아끼지 말고 살아." (30쪽)

차마 버릴 수 없어 차곡차곡 모아뒀던 기억과 추억들.. 죽은 이를 잊지 못해 모아뒀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단편 [방어가 제철]에서 주인공은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오빠와 오빠의 절친 정오 그리고 자신이 젊은 시절 나누었던 추억을 차마 그냥 떠나보낼 수가 없다. 영화와 책 그리고 음악을 공유하며 열띤 한때를 공유했던 그들. 그러나 중심축이었던 오빠 영재는 없고 이제 정오와 주인공은 가끔 만나 싱싱한 방어 회를 먹으며 슬픔과 그리움을 달랜다. 그러는 가운데 조금씩 마음에 묻어두었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그들. 배는 불러오고 취기가 얼큰 도는 가운데 비로소 망자와 그와의 추억을 떠나보낼 자신이 생긴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왜 오래전 연락이 끊어진 정오의 연락처를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해 엄마의 장례식 소식을 그에게 전했는지, 그가 왜 다시 내게 연락을 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음식을 사주었는지, 우리가 왜 3년 동안 만남을 이어갔는지.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그 일들의 이유가 모두 같으며 그러므로 단 하나의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곧 방어가 제철인 계절이 온다." (71쪽)

누군가의 죽음 앞에 의연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떠나고 없지만 그 사람과 나눈 추억, 그 사람의 향기는 고스란히 남아 남은 자들을 한동안 괴롭히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가 서로 어떻게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 소설 [방어가 제철]. 각 단편들 속에 등장한 요리들 - 육개장과 방어회 -의 요리법과 먹는 장면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서 책을 덮은 후 언젠가 이 음식들을 꼭 먹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누군가가 곁에 머물렀던 시간과 공간의 크기만큼, 그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 주위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공허함과 슬픔의 크기는 더 커지는 것 같다. 음식을 함께 먹는 그 사소한 일상의 공유가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준 소설이었던 [방어가 제철]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웃랜더 1
다이애나 개벌돈 지음, 심연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실종된 이들은 언젠가 발견된다. 사라진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대개는 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는 시리즈 [아웃랜더] 원작 소설을 읽고 난 지금, 만약 그 드라마가 원작 소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면 나중에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감동적이고 웅장한 소설, 이 소설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뭔가가 있다. 역사와 판타지 그리고 로맨스가 적절히 섞인 이 책 속에서 클레어라는 한 여성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짜릿한 모험과 사랑을 경험한다.

[아웃랜더]는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다. 그런 만큼 서사 구조 자체가 길고 복잡하다. 주인공 클레어가 갑작스러운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서 불시착하게 되는 시점과 지역이 1700년대 스코틀랜드 지역인데, 당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극심한 갈등상태에 놓여 있었고 따라서 이 책은 당시 두 나라 사이에 있었던 길고도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다. 그뿐 아니라 마치 작가가 살아본 것처럼, 그 당시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가 생생하고 자세하게 묘사된다.

매우 자세하게 당시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기에 역사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작가는 스토리텔링에 매우 능하다. 단조로운 생활에 파묻혀 살아가는 클레어의 평범한 모습을 비추다 가도 갑자기 격정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 뿐 아니라 주인공에 대한 개성있고 풍부한 묘사 덕분에 한층 더 재미있기도 하다. 주인공 클레어는 당차고 똑똑할 뿐 아니라 공감 능력도 뛰어나다. 남자 주인공 제이미는 소년 같은 외모와 잔뜩 성나있는 근육을 가졌고 거기에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마음까지 있다. ...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사기 캐릭터랄까?

1945년 2차 세계 대전에 영국군 간호사로 참전했던 클레어는 남편 프랭크와 함께 미뤄두었던 신혼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지의 유적지에서 배회하던 중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200년 전, 즉 1700년대 스코틀랜드로 불시착하게 된 클레어. 우여곡절 끝에 매켄지 씨족 공동체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을 맡게 되지만 그녀가 잉글랜드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심은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젊은 전사인 제이미와 내키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순수하고 이타적인 제이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인해 흔들리는 클레어... 격동의 역사 속에서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시간 여행을 통해 클레어가 겪는 흥미진진한 모험에 끌렸다가 클레어와 제이미의 로맨틱하기 그지없는 사랑 이야기에 마음을 홀라당 뺏겨 버렸다. 이 책은 로맨스 부분이 완전 킬링 포인트인 듯하다. 적들과의 교전에서는 거칠고 용맹하기 그지없지만 사랑 앞에서는 순한 강아지 같은 제이미. 이 청년의 열정적인 사랑에 아줌마 독자인 내 심장이 두근두근.. 세 근 반.. 네 근 반 난리 났다. 이런 책은 좀 해롭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매우 빈약한 로맨스라는 초라한 현실을 자꾸만 자각하게 되므로) 

하지만 이 책의 경우, 로맨스가 다는 아니다. 아마도 작가가 철저히 역사적 고증을 거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는 격변의 1700년대 스코틀랜드 상황을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의 지배와 폭력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려는 한 청년을 통해 당시 스코틀랜드 민족이 겪었어야 할 고난과 역경 그리고 치욕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겪어보지 않았던가? 목숨을 건 투쟁이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가 전달하는 웅장함과 비장미에 크나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역사서도 별로 안 좋아하고 로맨스에도 잘 끌리지 않았는데 이 책에는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한 1700년대의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상황과 생활상이 흥미진진했고 클레어와 제이미의 앞을 내다볼 순 없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에도 마음을 훅 빼앗기고 말았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고 시리즈가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는 책 [아웃랜더].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장장이 왕 1 - 젤레즈니 여왕 데네브가 한 곳에서 새로운 별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대장장이 왕 1
허교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태초에 신이 있었다. 신은 대장장이 왕에게 창조의 능력과 함께 단 하나의 금기를 내린다. 인간만은 창조하지 말 것!"

인간은 태초부터 인류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을 품어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의 기원이나 신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많은 장르들 가운데 특히 판타지 소설들이 신의 영역을 다루는데, 이 책 [대장장이 왕]도 아마도 인류의 기원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듯 보이는 대장장이 신과 그의 대리인인 대장장이 왕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통 판타지 장르인 [대장장이 왕]. "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시리즈로 유명한 허교범 작가의 작품이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독서를 시작했는데, 웬걸?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게 펼쳐지는 초월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세상.. 생각보다 더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져서 대단히 놀라웠다. 작가는 등장인물도 많고 다소 복잡해질 수 있는 세계관을 난해하지 않게 그리고 다소 코믹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1편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앞으로 스토리에 중요 역할을 담당할 듯한 인물들을 천천히, 단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선 몰락한 숲의 나라 스타인의 왕 무스텔라와 그의 아들인 레푸스가 등장한다. 레푸스의 별명이 오줌 세 방울이라는데, 그 이유에 관해 사람들이 떠드는 내용이 마치 우리가 정치인에 대해서 험담하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그리고 마법사 나라를 다스리는 왕 라토와 쌍둥이 동생 아리셀리스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들 앞에 주어진 무시무시하고도 비극적인 신탁이 마치 그리스 신화 속 내용 같아서 흥미롭기도 했다.

그들도 그들이지만 이 책 [대장장이 왕]에는 큰 축을 담당하는 두 인물들 혹은 인물이 있다. 하나는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욕에 불타는 황제와 대장장이 왕을 추대하려는 일곱 명의 사제라 볼 수 있다. 아니면 일곱 명의 사제가 찾아낸 새로운 서른두 번째 대장장이 왕인 에이어리 일 수도 있겠다. 황제는 10년 전 나라들 사이에 체결된 조약을 무효로 만들고 새 조약을 통해 제국 건설을 도모하려 하고 신의 사제들은 겨우겨우 찾아낸 범상치 않은 아이 에이어리를 대장장이 왕으로 추대하여 그 야욕을 저지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러하듯, 야심을 실천하려는 황제는 눈앞에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없애려 하고, 새로운 대장장이 왕도 예외는 아니다!

" 신은 최초의 대장장이를 만나 그를 자기의 대리인으로 삼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을 대장장이 신으로 부르게 되었다. 대장장이 왕은 신의 권능을 받아 인간의 지혜와 능력으로 만들 수 없는 물건을 만들어 낸다. 그는 물건을 만드는 모든 자를 다스리며 그들에게 기술을 부여하거나 거둘 수 있다."

(184쪽)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같은 판타지 대작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책 [대장장이 왕]도 어린이,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대단히 흥미로운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악마도 울고 갈 듯한 무시무시한 악을 상징하는 황제의 존재와 아직은 어린이에 불과한 미약한 존재, 선을 대변하는 듯한 대장장이 왕이 뚜렷한 대척점을 이룬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상황이지만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선한 존재들은 왕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이건 마치 우리이 현실을 반영하는 듯? 의롭지 않은 행동으로 세상을 장악하려는 무리가 있지만 결국 선한 힘이 이길 거라는 것을 은근히 암시하는 것 같은 책이다.

상상만으로 이 거대한 세계를 구축해낸 작가의 능력이 부럽고 대단하다. 대장장이 왕 시리즈 1편이 던져놓은 떡밥들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나머지 편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편들도 1편만큼 모험 가득하고 코믹하고 스펙터클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 판타지 출판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치 현실에 펼쳐진 듯한 생생함 덕분에 흡인력과 몰입력이 대단했던 소설 [대장장이 왕]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희망하신 외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 외모로 대여하시겠습니까?”

변신 능력이 있는 여우라 하니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가 생각났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다가 결국 실패하게 되는 캐릭터. 어쩐지 한도 많고 어두운 느낌의 구미호에 비해서 이 책 [외모 대여점]에 등장하는 변신 여우들은 마치 수려한 외모를 가진 아이돌 같은 느낌이다. 과거에는 다소 불길한 일에 휘말렸을 수도 있다는 힌트가 나오긴 하지만 이제는 밝고 맑은 기운으로 고민 있는 사람들을 돕는 능력자들이다.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가게 "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에서 점장을 담당하고 있는 안지는 할아버지 소노지처럼 변신 여우를 부릴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여우술사이다. 과거에는 소노지를 섬겼던 변신 여우 사와카와 구레하는 그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는 뛰어난 둔갑술을 가졌고 거기에 매우 잘생긴 외모를 장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아직 요력이 부족한 쌍둥이 여우 마토이와 호노카는 인간으로 변했다가도 어느새 여우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업무를 담당하기에는 조금 불안하다.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딱 하루 다른 외모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외모를 빌려주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그 일은 매우 간단했다. 변신 여우들이 각 고객들이 원하는 외모의 인간으로 변하면 여우술사인 안지가 두 육체의 영혼을 잠시 바꿔주는 것이었다. 눈만 잠깐 감고 있다가 뜨면 어느새 다른 사람의 육체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거울로 비친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렇게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에서는 그 어떤 외모라도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단, 조건이 있다.

첫 번째 : 범죄에 이용하지 말 것

두 번째 :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서로 가까이 있을 것

여러 다른 사연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찾아온다. 도쿄 출신 17살 시바타 사쓰키는 미소녀 외모로 변신하길 원하고, 성인 남자인 오타 마코토 씨는 여장을 소화할 수 있는 외모를 가지길 원한다. 오토 데쓰야라는 십 대 소년은 멋진 남자 어른의 외모를 가지길 원하고 아직 초등학생인 유리는 나이 든 성인 여자의 외모를 갖기를 원하는데.. 도대체 이들이 이렇게 천차만별의 외모를, 그것도 하루만 대여하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하루만 다른 사람의 외모로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이 주어진다면,,,, 하고 상상해 보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내가 좀 더 카리스마 있다면 어떨까? 하고 종종 생각해 왔으므로 눈빛이 날카롭고 위압감 있는 ... 마동석 같은 남자? ㅋㅋ 로 변하면 어떨까 싶다. 한번 째려보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바로 "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이다. 동생의 마음을 이해해 보기 위해서 혹은 어려움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외모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어려운 현실과 세상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외모를 바꾸는데.. 글쎄 그들의 외모 변신술이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외모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변신 여우들의 둔갑술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다니.. 신선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소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봐도 좋을 소설. 추석 연휴에 읽어볼 만한 소설로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