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내 사업 -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책
윤태성 지음 / 해의시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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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머리가 아파온다. 소기업을 운영하면서 고생 고생하던 친구를 봐서일까? 그 친구는 새벽에도 집에 못 들어가고, 다음 달 직원 월급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했다. 뭐 사업이란 게 원래 그렇지... 라고 누가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 되도록 내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금 누리는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인 듯 하다. 월급은 오케이~~ 사업은 노노~ 뭐 이런 식으로.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필연적인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월급쟁이라면 회사에서 버티면서 승진을 노려야 할지, 아니면 적당한 기회를 보고, 자신의 사업체를 차려야 할지,,,, 어느 순간에는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오는 것 같다. 만약 사업을 선택하게 되었다면, 이왕이면 사업을 해본 선배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담을 들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이 책을 쓰신 저자도, 어느 날,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섰던 모양이다.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도쿄대 교수라는 신분을 박차고 일어나 자신만의 재능을 이용하여 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내 사업, 누구나 할 수 있다 - 는 제목으로 창업가 마인드에 대해서 설명한다.

2장은 총 7개로 나뉘는데

1. why - 사업 명분

2. what - 사업 아이템

3. where - 어디서 사업할까?

4. How - 어떻게 경영할까?

5. How much -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6. who - 누구와 함께 할까?

7. when - 언제 시작할까?

3장은 실행, 드디어 내 사업을 시작한다 - 는 제목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 실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2장은 5W2H 라고 설명하면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독자가 주로 읽어봐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비즈니스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만을 품고 있던 독자에게 비즈니스란게 무엇인지, Step by Step 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돈 관리부터 ( 받을 돈은 선불제, 나갈 돈은 후불제 ), 인간 관계 관리 ( 직원 한명이 내 사업의 운명을 바꾼다 ) 그리고 평판 관리까지 ( 좋은 평판보다 나쁜 평판을 관리한다 ). 실용적이지만 딱딱하지 않은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사업의 명분에 대해서 저자가 설명한 부분이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꼭 물어봐야할 것이 있다고 한다.

" 나는 무엇을 위해 내 사업을 하려 하는가? 돈을 벌어서 먹고 살기 위해서인가? 단지 좋아 보여서인가? 나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서인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경영자라는 명함이 좋아서인가?

여기서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사업에는 돈 이외에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품고 있던 “ 사업 ” 에 대한 고정관념이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냥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상품을 고객과 거래한다고만 생각했지, 돈 이외 명분이라? 생각지도 못 했던 부분이었다.

저자가 예로 든 구조 자판기 사업 (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지진 등으로 정전이 됐을 때 비상 전원으로 전환되어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한 수량의 음료수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 이나 빵 아키모토 회사 ( 지진이나 지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빵을 기부해왔는데, 배달되는 과정에서 빵의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창업자인 아키모토는 그 이후 빵 통조림을 발명한다 ) 를 보고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아... 이거구나... 결국, 사업이란 다른 게 아니구나. 인간을 위한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냥 영혼 없이, 사업을 잘하는 법 이나 돈을 왕창 버는 법을 말하는 책이었다면 감흥이 별로 없었을 텐데, 사업이란 것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다~~ 라는 결론이 나게끔 하는 대목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이왕이면 돈도 벌고 세상을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훌륭한 사업가의 예로 든 사람들이 모두 일본인들이었다는 것. 저자가 일본에서 사업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국인 사업가의 예도 좀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사업에 대한 A to Z 를 익혔으니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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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 행복한 개인주의자의 누가 있지 않아도 되는 일상
야오야오 마반아스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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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책을 읽었다. 너무나 예쁜 일상의 그림들과 글귀들이 동반되어, 독자들에게 속삭이는 듯 하다.

" 난 혼자서도 이렇게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간답니다~~ 유후~~ "

그림책으로도 또 오디오북으로 나와도 좋았을 것 같은 책 [ 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 디즈니 제작 애니메이션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같은 여주인공과 반려견 파커가 그들만의 행복한 나날들을, 책을 통하여 선보인다.

이 책의 부제는 [ 행복한 개인주의자의 누가 있지 않아도 되는 일상 ] 이다. 그녀의 행복은,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그녀의 미소가 다 증명하고 있다. 어찌나 활짝 웃는지, 그녀의 미소와 함께 배경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건물들도 함께 웃는 듯 하다.

이 책은 야오야오 마반아스라는 저자의 작품인데, 그녀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애니메이터, 아트 디렉터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런 이력답게, 이 책은 그녀의 다양한 일상들을 주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고 거기에 간단한 생각이 덧붙여져 있다. 이 책엔 반려견 파커 외에 다른 인물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홀로 있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 순간들을 표현한 것 같다.

그녀의 행복 퍼레이드를 보자. ( 혹은 가끔 있는 불행의 순간들,, 하지만 그것도 그녀의 몫 )

소. 확. 행.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그녀의 행복은 큰 것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햇볕 좋은 날, 시내로 나가 화분을 사고 예약한 책을 모두 빌린 채 돌아오는 트램 안에서, 주위의 소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꺼내 몰입하는 그녀. 세상 부럽지 않은 미소를 띠고 있다.

" 볕이 좋은 날이면 시내로 나가 화분을 사고 예약해 둔 책도 모두 빌린다.....(중략).... 어느새 흔들리는 차 소리도, 나들이 나온 아이의 조잘거림도 들리지 않는다 "

 

과거에 대한 후회없고 미래에 대한 걱정없는 사람이 있으랴? 그러나 현재에 집중하는 저자. 각 장에 펼쳐지는 내용마다 현재라는 일상을 만끽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주말을 이용하여 밀대로 바닥을 빡빡 닦는다. 힘들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강아지 파커와 함께 보글보글 거품파티를 즐긴다.

" 보글보글 거품을 내고 마루를 질주하니까 청소, 썩 즐겁기도 한걸? 파커는 더 신났잖아! "

그러나, 이렇게 긍정적인 저자라고 하여, 행복한 일상만 있을까? 넘쳐나는 일에 떠밀려 야간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 저자의 뾰루퉁한 모습도 엿보인다. 피곤함에 절어 거의 반쯤은 감긴 듯한 눈으로 작업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나오지만, 그래도 얼마나 긍정적인지... 글의 맨 끝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 그래도 새벽의 어스름을 옆에 두고 피곤한 눈을 어떻게 부릅떠보는 시간은 이상하게 나쁘지만은 않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야 살아 있는 기분이 드는 걸까 ”

일에 치이느라 모든 근심 걱정을 달고 살았던 요 몇 주라,,, 뭔가 마음 속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줄만한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주로 주황이나 갈색과 같은 따뜻한 색으로 그려진 그림들... 반려견에게 향하는 조건없는 애정이 담긴 글귀들.... 책을 읽는 내내 차갑고 냉정한 현실의 세상에서, 몽실몽실 따뜻함이 넘치는 작가와 파커의 세상과 함께한 기분이었다. 정리한 영수증을 흩뜨려놓는 반려견 파커, 그런 파커를 살짝쿵 흘려보는 작가의 모습. 화단을 정리하는 작가, 화단을 파헤쳐놓는 파커... 정이 넘치는 작가와 파커의 일상들을 지켜보면서 웬지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내가 좀 더 착해졌다고 느끼는 건 ... 나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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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때때로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 - 숨겨진 나를 찾는 102가지 질문
나츠오 사에리 지음, 최현숙 옮김 / 앤에이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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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하루가 짧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던져놓고 맨 먼저 했던 일은,  책장에 가득히 꽂힌 책을 꺼내드는 것. 엄마가 언니들을 위해서 사줬던 50권 짜리 세계문학을, 정작 언니들은 하나도 읽지 않고  꼬맹이가 참 열심히도 침 묻혀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80일간의 세계일주,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훌륭한 세계문학들은 그림 하나 없이 빽빽한 글자를 뽐내며, 어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 아이들과 함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었다.  세계일주도 함께 하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탈출도 함께 돕는 등... 나는 책이 만든 상상의 세계 속에서 사는 아이였다.

 

그런데,,,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상상의 세계로부터 멀어진지 어언 수십년. 각종 미디어 ( TV, 컴퓨터 ) SNS 등과 노느라, 공상이나 상상을 해 본지 너무나 오래된 듯 하다. 작가는 이러한 어른들의 세계를 잘 이해할 것 같은 또 다른 어른이지만, 본인은 엉뚱한 상상에 대한 책을 발간했다.

 

어떤 상상을 하기에 본인 스스로 엉뚱하다고 할까?

 

그녀는 100가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면서 자 이제 이 질문에 대답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상상력이 좀 필요할 겁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녀의 엉뚱한 질문에 대답해보자.

 

Question 6 :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팝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돌아가신 팝의 황제들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다.  마이클 잭슨, 프레디 머큐리, 등등...  영어로 인터뷰도 따야지


 Question 43 : 이상적인 집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 이상적인 집이라... 내 상상 속의 집은 천장이 높고 유리로 만들어진 집이라 커튼을 걷으면 햇빛이 집 안으로 가득히 들어오는 집인데,, 쉽게 노출되니까 조금 부담스러우려나??? 그래도 뭐... 그리고 고양이를 많이 키울 거니까, 냥이들을 위해서 따로 설계된 집이었음 좋겠다..

 

 Question 54 : 단돈 1만원으로 최고의 일요일을 즐기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요?

 

-  최고의 일요일이라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흠흠흠...  상상력의 빈곤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일단 방어막을 쳐둠.  일단 누가 나에게 1만원을 던져주며 일요일을 만끽하라고 한다면, 우선 근처 까페에서 싸고 맛있는 커피를 주문하고 함께 쿠키도 주문한다.  그리곤 들고 간 책을 읽으며 반나절을 보낸다.  책을 읽고 난 뒤,  자박자박 걸어서 근처에 있는 문구점에 가서 새로 나온 볼펜과 메모지를 구경한다.   너무 예뻐서 놓치기 싫은 게 있으면 한 두 개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최고의 일요일이다. 하핳하하하하하핳하하앟앟아


사실 처음엔 책 읽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상상력의 빈곤으로 인해,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엄청 고민해야 했던 것.  그러나  뒤로 가다보니까, 저절로 질문에 대한 답들이 떠올랐다.  처음엔, " 상상해봤자 뭐해?  이루어질 것도 아닌데 " 라고 다소 회의적으로 생각했었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면서 이상하게 즐거워졌다.  반드시 이루어질 일이 아니더라도,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이렇게 즐거워지다니.   예측 가능한 뻔한 삶에서 생기와 발랄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상력으로 가득찬 이 책 [ 난 때때로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 ].   잠들어있던 상상력을 깨우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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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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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청소년이 어우러져 함께 널뛰기를 뛰는 것 같은 소설을 만났다. 이 [ 너만 모르는 엔딩 ] 은 여러 편의 SF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이다. 뻔하디 뻔한 현실 세계와 작가의 상상의 세계가 만나, 불꽃 튀는 엉뚱함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의 삶은 고달프다. 학업과 연애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다수의 평범한 (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 아이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튀면 소위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진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만나 삥을 뜯기거나 빵, 라면 셔틀을 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즉 어른들 사이에서 “ 삐뚤어질테다~~~ ” 를 온 몸으로 외치며 엇나가는 청소년 ( 특히 중2 ) 들의 모습은 웬지, 지구라는 행성에 불시착하여, 어리둥절한 채, 공격성만 가득 드러내는 외계인 같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청소년의 모습을 보고 외계인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햇빛 좋은 어느 날, 지구의 비밀 병기 - 대한민국 중2 - 를 잡아가야 할 외계인이 왜 할아버지를 대신 잡아갔을까? 외계인의 테러를 막는데 왜,,,,,, 슬리퍼의 브랜드가 중요할까? 그리고 쫄쫄이를 입은 왜소한 청소년이 밤에 파쿠르 ( 건물을 뛰어넘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 ) 를 하다가 덩치 좋은 일진 두목을 매고 달린 이유는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단편 [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 [ 최후의 임설미 ], 그리고 [ 그날의 인간병기 ] 에 각각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엉뚱 유쾌 발랄 그 자체라서,,,,, 무척 재미있다. 그냥 읽어보면 안다.

위의 단편들도 재미있었지만, 내가 인상깊게 본 단편 소설은 2편이었다. 대표작인 [ 너만 모르는 엔딩 ], 그리고 [ 알파에게 가는 길 ].

[ 너만 모르는 엔딩 ] 에는 소위 [ 다중 우주론 ] 비스무리한 이론이 등장한다. 주인공 호재는 외계인 덕분에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다. 점쟁이 흡은, 지구에 잠시 놀러왔다가 물파스 냄새에 반하여 주저앉게 된 희한한 외계인이다. 그는 점집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미래를 계획해준다.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다중 우주 중에서 본인이 바라는 세계만 콕 찍어서 살게 해준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 봤던, [ 미스터 노바디 ] 라는 영화가 생각나면서 ( 주인공이 총 9번의 삶을 산다 ) 주인공 호재의 미래가 기대되는 단편이었다.

[ 알파에게 가는 길 ] 은,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나 [ A.I ]를 떠올리게 하는 단편이었다. 알파인간을 대신하여 그들의 궂은 일을 대신해주는, 대체인간들의 이야기이다. 평생 노동에 시달리다가, 필요 없게 되면 폐기처분되는 그들. 그들을 붙잡으러 다니는 사냥꾼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숨어 다니고, 자유를 갈구하는 모습을 보니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에 나왔던, 자신들의 조물주에게 생명을 구걸하던 인조인간들이 생각났다. 어린 내 눈에도 슬픔으로 가득 차 보였던 인조인간들. 그러나 [ 알파에게 가는 길 ] 의 결말은 약간 다르다.

이 책 [ 너만 모르는 엔딩 ] 은 숨겨진,, SF 수작이라고 나는 외치고 싶다!!!! 사실 이 책의 단편들의 내용은 쌩뚱맞고 엉뚱하다. 삼선 슬리퍼와 지구의 운명이 연결되어 있고, 물파스 냄새를 사랑하는 외계인이 우리 삶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니.......그러나 SF 소설을 빙자하여 작가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대한민국 청소년의 삶일 것이다. 애정어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청소년 문제, 왕따, 일진, 학업, 미래에 대한 고민.. 등등을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 하다. SF 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개그감과 높은 가독성으로 인해 술술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이 책,, 모두에게 권유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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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 푸른숲 어린이 문학 26
박현경 지음, 유경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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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현성이는 외로운 아이이다. 어릴 적에 피도 하나 섞이지 않은 할머니에게 맡겨진 이후로 쭉 외톨이처럼 자라왔다. 아버지는 현성이를 할머니에게 덜렁 맡겨만 놓고는 얼굴 한번 내비친 적도 없다. 외로운 현성이는 항상 아프다. 아플 때면 조퇴를 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온다. 몸이 아픈 걸까? 마음이 아픈 걸까? 지켜보는 독자 ( 나 ) 의 마음이 더 아프다.

 

 

그러던 어느날, 현성이는 옆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온 사실을 알게 된다. 많은 꽃을 키우고 고무장갑처럼 두꺼운 손을 가진 신기한 형. 그 형은 자신을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뮤라는 이름을 가진 외계인으로 소개한다. 이쯤되면 이젠 꿈도 없고 상상력도 결핍된 어른들은 “ 뭐라고? 그 형 좀 조심해야겠다 ” 라고 소리칠지도 모르겠지만, 외로웠던 현성이는 곧 이 독특한 형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형은 외계인이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과 다르다. 우선 머리 속으로 대화를 할 줄 안다. 그게 신기했던 현성이는 뮤 형에게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물어보지만, 주파수를 똑같이 맞추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아리송한 대답만 돌아온다. 그리고 현성이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신기한 형. 혹 시 돗자리 깔아야 하시는 분 아니신지요..

 

 

그런데 이 형이 해내는 일 좀 보라. 외로웠던 현성이의 삶에 한가닥 빛으로 작용한다. 약하디 약한 현성이에게 운동을 권유하고, ( 현성이는 그때부터 달리기도 하고 줄넘기도 한다 ) 그리고 대화할 사람 없는 현성이의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 현성이가 상상력도 풍부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아이라는 칭찬을 해준다. ) 뿌듯해진 현성이,,, 내면이 점점 자라기 시작하는데....

 

 

시리우스 행성은 지구인들이 마젤란 은하계라고 부르는 곳에 존재하는 작은 행성이라고 한다. 17만 광년이나 떨어진 그 곳에서 온 “ 뮤 ” 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형은 어느날 갑자기 현성이의 삶에 들어왔다가 또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짧은 기간 동안 현성이와 함께 했지만, 현성이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다른 어른들 ( 할머니와 아버지 ) 와 달리 현성이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준다.

 

 

“ 뮤 ” 형과 함께 하는 기간 동안 몸도 자라고 마음도 훌쩍 커진 현성이는 예전만큼 외롭거나, 약한 아이가 아니다. “ 지아 ” 라고 하는 짝꿍을 만나게 되고 함께 라면과 떡볶이를 사먹으며 친분을 쌓는다. 자신을 오해하고 모함 하는 친구의 경솔한 발언을 참지않고 싸우기도 하는 등,, 더 단단한 현성이가 된다.

 

 

지구 행성에 짧게 머물렀다가 돌아가는 “ 뮤 ” 형에게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자, 형은 이렇게 말한다.

 

 

“ 현성아, 만남이란 서로가 서로를 생각할 때 이루어지는 거야. 같이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면 그건 만남이라고 할 수 없어.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도 서로를 생각한다면 어떨까? 진짜 만남은 그런 거 아닐까?

 

 

함께 살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 속에서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현성이. 무섭고 어렵기만 했던 할머니와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어리고 약하기만 했던 현성이가 훌쩍 클 수 있도록 도와준 “ 뮤 ” 형은 과연 지금은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돌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시리우스 행성에서 화초를 키우며 훌쩍 성장한 현성이를 상상하며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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