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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평점 :
“할인은 되지만 할부는 NO, 열 번 의뢰하시면 한 번 공짜!
결혼, 육아, 사교육, 비혼주의, 왕따, 취업, 미투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솔직한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집안은 대대로 탐정 집안으로 할아버지, 부모님, 그리고 쌍둥이 오빠 또한 탐정이다. 전일도의 부모님은 딸이 탐정이 되는 것을 온몸으로 반대하지만 어찌하랴.. 그 부모님에 그 딸인 것을.
"수임료는 착수금, 성공 사례금, 위험수당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할인은 해 줘도 할부는 절대 안 되며,
사건을 해결하고 난 후에도 의뢰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영업 인맥’이 된다 "
주인공인 전일도 또한 핏속에 흐르는 탐정의 끼를 숨기지 못한 채, 계속 해오던 공시준비를 접는다. 그리고는 자격증도, 사무실도 필요 없고 스마트폰과 카메라 그리고 메신저 기능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탐정이 되었다.
# 첫 의뢰 사건은 ‘사라진 그녀를 찾아주세요.’
어느 날 한 남자가 부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 온다. 전형적인 초식남이었던 그는 회사를 마치고 오면 맥주 한 잔에 TV 보는 게 낙이다. 결혼해서 부인과 아이들을 먹여살릴 자신도 없다. 하지만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계약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데이팅 앱을 통해 어떤 여인네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조건에 의한 결혼이었지만 그녀의 요리 솜씨와 인성에 반하게 되면서 진지하게 ‘진짜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그런 의도를 비친 순간, 그녀는 사라지게 된다. 그녀가 사라진 진정한 이유는 뭘까?
“나 그 남자 꼴도 보기 싫어. 왜 나한테 그 맛있는 파스타란 걸 먹여서,
왜 내가 해 주는 파스타를 먹고 그렇게 좋아해 줘서,
왜 내가 셰프라는 거짓말에 의심 없이 속아 줘서,
내가 진짜로 셰프가 되고 싶게 만들어! (중략)
나도 내가 셰프가 되고 싶다는 게 개꿈 같아서,
이름도 속이고 다 속이고 이런 웃기지도 않는 스파게티 교도라고 우기고 다니는데 왜 그것까지도 다 믿어 줘서!“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았던 한 남자가 " 계약결혼 " 이라는 조건을 내세운 상대방과 사랑에 빠지다니,, 동화 속에서나 나올 일 같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손편지 한 장으로 그들은 서로의 믿음과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사건은 해결된다. 셰프가 되는 것은 이루지 못할 꿈이라 좌절했던 그녀,,, 과연 그녀는 셰프의 꿈을 이뤘을까? 이 여성을 찾은 일을 계기로 주인공 전일도 탐정은 카톡 프로필을 수정한다.
내 이름 전일도, 구 공시생 겸 불륜탐정 현 실종탐정이죠.
누구든 무엇이든 찾아드립니다.
# 의뢰 사건 ‘가연이를 찾아주세요.’
“내가 걔를 어떻게 키웠는데! 왜 엄마가 1순위가 아니야?
내가 지한테 못해 준 게 뭐가 있다고?
다 지 잘 되라고 학원 보내면서 내가 얼마나 피가 마르는지 알아요?
주상복합 애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지가 공부라도 잘 해야 할 것 아니야!”
예전에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 라고 반항할 수나 있었지,, 요즘 아이들은 그냥 체념하고 엄마가 만들어준 스케쥴에 따라 학원, 학교를 오가며 지낸다. 물론 엄마의 정보력에 의해서 자식이 더 좋은 대학에 가서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기타 등등.. 미래가 밝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현재는? 본인의 의견은 무시된 채 공부기계처럼 살아가는 아이들.. 과연 중압감을 언제까지 이겨낼 수 있을까?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구성되어진 아홉가지의 사건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짚어주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 전일도 탐정은
그냥 문제만 해결해주는 탐정이 아니라 의뢰인들의 상황을 진정으로 " 공감 " 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전일도를 통해 상처난 마음을 치료하고 활짝 미소를 띈 채 사무실을 떠나는 의뢰인들. 나라면 전일도 탐정에게 무엇을 의뢰할지 고민하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