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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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신작!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ㅠㅠㅠㅠ
빨리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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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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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

짧지만 임팩트있는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집 <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 을 읽었다. 제 9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임성순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다. 첫 단편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만큼 가독성이 높고 몰입이 잘 되는 글이었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쓰레기 매립지, 칠흑같은 미술 전시장 속 그로테스크한 전시물들, 버둥거리는 분홍빛 피부의 새끼쥐 등등....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시각, 청각, 후각이 한꺼번에 가동되었다.

이 소설집을 이루는 단편들은 매우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다. 실소를 머금게 하는 블랙 코미디에서부터, 절망과 우울감을 일으키는 디스토피아 그리고 웬지 어디서 본 것 같은 패러디물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다양해서 지루할 틈 없는 구성이다. 그는 각 이야기를 통해서,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며 잔인할 정도로 날카로운 농담을 날린다.

첫번째 작품 몰 沒. 쇼핑장소를 뜻하는 영어 mall 과 잠긴다는 뜻의 몰. 주인공은 한 백화점 붕괴사고의 잔해에서 누이의 손 같은 고운 손을 건져올린다. 그러나 제때 건져내지 못하여 사람은 없고 손만 남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나, 결국엔 바다에서 건져내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 무너진 쇼핑몰을 쓰레기장에 버리는 놈들이 있는 나라니까, 그러니까 백화점이 무너지는 거야 "

두번째 작품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허세와 속물근성에 찌든 미술계를 고발하는, 진한 농담이다. 유명 미술 에이젼시의 대표도 결국 자본의 논리에 부합하는 장사치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결국 돈이 되는 미술, 예술이 먹힌다는 걸 강조하는 듯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공포도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 단, 돈이 된다는 조건하에서.

" 이것이 쇼든 현실이든 답은 늘 같았다. 모든 건 결국 돈의 문제였으니까 "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글은 바로 계절의 끝 이라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단편이었다. 우주적 재난이 일으킨 기상이변으로 인해 겨울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간다. 지하철 역에 숨어든 주인공은 식량이 떨어지자 상상하기도 싫은 그 무언가를 먹으며 살아남는다. 거칠고 황량한 대재앙의 그늘에서 살아남은 여주인공,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녀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돌아오지 못할 연인을 그리며 편지를 쓴다.

" 당신은 결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바다가 사막이 되고, 강물이 황무지가 되어도 당신은 오지 않습니다.

.... 저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

이외에도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를 향한 고발인 줄 알았더니 갑자기 지옥에 대한 과학 이론이 등장해서 실소를 머금게 했던 < 사장님이 악마에요 >, 사랑에게 버림받고 자신을 쓰레기처럼 느끼는 남자 이야기 < 불용 >, 그리고 인간 가치를 높이려는 야욕 (?) 에 불타는 비밀결사단이 등장하는 < 인류 낚시 통신 > 등등... 책의 구성이 다양하고 알차서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선물 상자를 열어 본 느낌이다.

독창적인 구성과 흡입력있는 문장구사 그리고 뼈있는 농담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임성순 작가. 이 책은 문학성과 대중성, 두 가지를 모두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부조리한 세태에 대한 묵직한 비판이 숨어 있으나 결코 무겁지 않고 재기발랄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으나 뻔하지 않은 구성으로 인해서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재치있고 박학다식한 달변가의 토크쇼를 본 느낌!!! 임성순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할 것 같다. 또다시 잠 못 자는 밤이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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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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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부모님이 사주셨던 세계문학전집 50권에는 그의 작품도 들어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끌렸던 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의 우유부단함에 가슴치고, 오델로의 어리석음을 개탄하다가 맥베스의 경솔함에 혀를 차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흘러 저녁이 되어 있었다.

 

영국의 대문호 이자 문학의 아버지 셰익스피어.... 서양의 많은 작품들은 결국엔 그의 작품을 토대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작가이다. 인간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던 셰익스피어는, 아직까지도 고전으로 남아있는 여러 훌륭한 작품을 써냈다.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그의 존재... 뛰어난 그의 필력을 의심한 많은 사람들은 의심했다. 혹시 여러 작가들이 합심해서 결성한 작가 길드가 사실은 셰익스피어의 본질이 아닐까?... 그렇게 의심할 정도로 그의 작품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어른이 되고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예전만큼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게 되진 않았지만 연극으로 영화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볼 기회는 있었는데 이번에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나온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설집은 깊이나 장르 면에서 나의 취향저격이라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저자 황광수님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작품에 대한 분석과 함께 본인의 소감을 피력한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영국 지역을 여행하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는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다. 저자와 함께 여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실제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던 독서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 왜 우리는 400년도 더 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어야 하나? 어쩌면 이런 의문에 사로잡힌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의문이 ‘ 동시대성’ 이란 개념의 이해를 통해 쉽게 풀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동시대성’ 은 하나의 시대에 다양한 현상들이 공존하는 것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런던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 ( Stratford-upon-Avon ) 에서 시작된 이 여행은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의 배경지인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을 거쳐 그리스 아테네까지 이어진다. 여행지를 둘러보면서 저자가 끄집어내는 각 작품에 대한 분석과 설명은 대단히 흥미롭다. 기존 전문가들의 견해와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저자 본인의 독창적인 해설이 두드러져서 더욱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 햄릿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코펜하겐 북쪽에 있는 크론보르 성 >

 

지역과 시간을 초월한 셰익스피어의 작품답게, 그의 모든 작품에는 인간사가 일으키는 여러 문제들이 숨어있었다. 사랑과 갈등, 노인 문제, 가부장적 제도에 대한 반기,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철학적 통찰력 등등...

 

 

[ 리어왕 ] 에서 딸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리어왕. 이 작품 속에는 그 당시 브리튼에 살고 있던 은퇴한 노인들의 문제가 숨어있다.

 

 

“ 당시의 브리튼에서는 은퇴한 노인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들은 굴욕에 직면하고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리어가 딸들의 사랑을 시험한 데에는 그런 노년에 대한 불안도 한 가닥 스며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노년에 대비했지만 피하고 싶었던 일들은 어김없이 닥쳐온다. ”

 

 

[ 햄릿 ]에서 우유부단한 주인공의 자화상은 그가 가지고 있던 우울증과 사색적인 성격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미학적 의도이기도 하다는게 황광수님의 주장이다.

 

“ 덴마크의 실제 역사에서 햄릿에 해당하는 인물 암렛은 복수를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까지 미친 척하며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셰익스피어는 [ 햄릿 ]에서 그 긴 세월을 삭제해버렸다. 그는 피살과 복수 사이의 공백을 풍부한 시적 언어를 펼치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성찰하는 데 활용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햄릿의 고뇌 어린 내면 풍경을 심어두었다 ”

 

 

 

 

 

 < 햄릿을 연기하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사라 베르나르 >

 

 

중간 중간 아름다운 여행지의 사진이 더해져 책의 묘미가 살아나는 책, 아르테의 셰익스피어. 깊이와 넓이가 남다른 책이다. 셰익스피어의 거의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과 분석이 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광수님의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이곳저곳에 묻어나는 좋은 책,

이 책은 꼭 소장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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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앤 마더
엘리자베스 노어백 지음, 이영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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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눈 앞에 나타나다!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세 여인들 사이에 벌어질 긴장과 갈등이 얼마나 팽팽할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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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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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지독하게 비극적일 수 있다. 죽음이라는 덫이 언제 어디서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군다나 그 죽음이 평온하지 못했다면 더욱 더 비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은 평생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 미스터리로 남겨진 죽음이라면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태양처럼 찬란했던 한 소녀의 죽음과 그것이 남기고 간 깊은 슬픔과 분노 그리고 절망. 이 소설 [ 레몬 ] 속에 등장하는 노란빛은 밝지 않다. 한 미스터리한 죽음이 던져두고 간 깊은 절망과 범인에 대한 복수를 상징하는 듯한 강렬한 노란빛의 [ 레몬 ].

 

“ 죽음은 우리를 잡동사니 허섭스레기로 만들어요. 순식간에 나머지 존재로 만들어버려요.” ( 179쪽 )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던 19세 소녀 해언은, 나라가 월드컵으로 들썩이던 2002년 어느 날, 공원에서 두개골이 파열된 채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 그녀가 죽기 바로 전 그녀와 함께 있었거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했던 이들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치킨을 배달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해언을 목격했다는 한만우. 한만우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있던 신정준의 여자친구 윤태림. 그리고 해언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있었던 신정준. 그들은 모두 용의자로 몰리지만 결국 아무도 결정적인 혐의점이 없다. 누구도 해언의 죽음에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는데.....

 

“ 언니는 누구나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내용 없는 텅 빈 형식의 완전함이 주는 황홀 그 자체였다. 하물며 열아홉이었음에랴. 그 아름다운 형식을 파괴한 자는 누구인가. 한만우인가, 신정준인가, 아니면 제 3의 인물인가. 나는 이제 안다. 그날의 살인자가 누군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누가 아닌지는. 아니다, 나는 살인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 그러니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이고, 죽을 때까지 내가 그 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도 알고 있다 ” (34쪽)

 

해언을 죽인 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러나 이 소설은 속시원하게 범인을 밝혀주지 않는다. 각 주요 등장인물들의 독백을 통해서 범인의 윤곽을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언니가 죽고 난 이후에 깊은 공허함에 시달리는 다언의 독백 속엔 뒤틀린 그녀의 존재감과 복수심이 보인다. 해언이 살아있을 적에도 태양의 그늘에 가려진 달처럼 떠다니던 다언은 언니의 죽음 이후에 이상한 부채감에 시달린다. 자신이 언니의 존재를 대신하려는 듯 성형수술을 감행하고 언니가 죽은 날 입었던 레몬색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괴상하기 짝이없는 다언의 모습.

 

“ 내가 눈을 떴는데도 엄마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없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건 마치 뿌리가 깊은 거스러미를 억지로 뜯어낸 손톱에서 피가 배어나는 걸 지켜보듯, 지극한 고통을 견디는 표정이었다. 나는 엄마가 내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을 찾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는 다른 얼굴을 원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얼굴은 어디로 갔지? 이 자리에 왜 그 얼굴이 아니라 네 얼굴이 있는 거지? (87쪽)

 

다언은 형사가 마지막까지 취조했던 한만우를 추적한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가 범인이라고 믿고. 한만우의 혐의를 밝히고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한만우와 가족을 만났던 다언..... 그러나 힘겹게 살아가던 이들 가족의 모습에서 삶에 찌들렸으나 선하디 선한 모습만을 발견할 뿐이다. 한만우가 범인이 아니라면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책은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으나,,,,, 단순 흥미를 추구하는 책이 아닌 듯 하다. 한 소녀의 죽음과 죽음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삶이란게 얼마나 불안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평온하기를 바란다. 평온하게 살고 평온하게 죽기를 바란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비밀을 안은 채 불안하게 살아간다. 깊은 죄책감과 고독을 함께 동반한 비밀을 안은 채 말이다.

언니의 얼굴을 하고 언니의 원피스를 입고 돌아다니던 다언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전화상담을 통해서 밤잠 못 자는 자신의 고통을 부르짖던 윤태림의 목소리에서,

다언의 고통을 위로하려다 오히려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발견한 상희의 독백에서,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죽음보다 더 큰 삶이라는 절망이 있을 수 있음을. 복수를 다짐했고 또 실행했던 다언은 그 이후로 평온해졌을까? 책장을 덮은 뒤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이제 [ 레몬 ] 을 떠올리면 상큼한 맛보다는 강렬한 복수의 다짐이 떠오를 것 같다.

" 드디어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고 노란 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듯 했다. 노란 천사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레몬, 이라고 나는 의미없이 중얼거렸다. 복수의 주문처럼 레몬,레몬,레몬이라고 "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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