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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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고독이 필요하다"

어제 저녁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신랑이 지나가는 말로 "뭐에 대한 책이냐?"라고 물었다. "철학책이다" 라고 했더니 뭐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지나가는 남자. 마침 36쪽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평온하다"라는 대목을 읽고 있었는데, 자기처럼 깊이 고민하지 않으려 하고,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현대인을 묘사한 장면에서 찰떡같이 그런 질문을 하다니...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다니가오 요시히로는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는 스페인 철학자에 대해 언급한다. 이 분이 특히 도시라는 배경을 통해 현대 사회 분석을 잘 하는 철학자라고.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자면, 1990년 출생으로 교토에 사는 젊은 철학자.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인간 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미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철학자이지만 철학을 뛰어넘어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 중이라는 분. 요즘 우리나라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는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젊은 분이 참 바람직하다 싶다. 어쨌든 다시 책으로 가자면, 위에서 얘기한 36쪽에서 철학자 오르테가는 현대인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 현대인은 자신이 헤매고 있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 현대인은 타고난 방향치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스스로가 무식한 줄 모르는 무식자라는 말씀. 메타인지 부족?

이 책의 부제가 바로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이고 저자는 주로 스마트폰 시대가 만들어낸 철학의 부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3장 <연결되는 동안 잃어버린 '고독'>에서 저자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나서부터 어디에 길들여졌고 또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해서 논한다. 상시 접속해 있고 인터넷과 소통하느라 눈앞의 사람들과는 소통하기를 멈춘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반사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바로 '고립'과 '고독'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과 분리되어 무언가에 집중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고립'과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상태인 '고독'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립과 고독의 상실이 불러온 결과는 무엇일까?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의 입을 빌리면서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이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고독에는 고립이 필요한 반면,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또렷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공동체가 붕괴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외로움에 취약한 것은 사실인데,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감각 자극과 다른 여러 자극으로 잠시 외로움을 잊지만 이후로 더욱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 니체가 말했던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려 한다"라는 것과 오르테가의 "미궁을 맴도는 모습"과 겹쳐 보이는 모습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위에서 남편을 욕하긴 했지만 나도 사실은 "철학"을 잘 알진 못한다. 나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이 책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은 아주 멋진 철학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쉬운 용어로 쓰여있고 ( 철학서에 등장하는 난해한 용어가 없다 )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가운데 알게 모르게 받게 되는 스마트폰의 해악에 대해서도 아주 잘 짚어준다. 감각이 지배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이 시대에 아주 시기적절하게 출간된 책이라는 생각이다. 마무리하기 전에 113쪽에서 읽은,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태도에 대해서 언급해 본다. 첫 번째 : 생각하는데도 연습은 필요하다 ( 성급하게 결과를 얻으려 하지 말길 ) 두 번째 : 쓰이는 대로 쓴다 ( 언어의 개념을 제대로 익히기 ) 세 번째 : 철학자의 상상력에 따라 읽는다 ( 일상과는 동떨어진 철학자의 상상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

철학책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다니! 시류에 휩쓸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이나 현재의 불안을 이기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철학 입문서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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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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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한 지옥 같은 세계는 이제 멀리 사라졌다

우리는 보통 생존기라는 말을 들으면 지진이나 해일 혹은 큰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일화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학대하는 부모 밑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자란 사람들이 무사히 어른으로 성장한 경우를 두고도 생존기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가족으로부터 사랑만 받고 커도 온갖 문제를 가질 수 있는 게 인간이기에, 힘든 아동기 시절을 극복하고 어른이 되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내가 읽은 책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도 누군가의 생존기라고 볼 수 있다. 친딸에게 성적인 접촉을 가하고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가한 아버지.... 작가의 들려줄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저자 정희승씨는 가난한 가정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위로 오빠가 둘, 그리고 공장을 다니며 살림도 야무지게 하는 따뜻한 엄마...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가난이라는 문제는 늘 그들 가족을 괴롭혔다. 하지만 가난은 저자 정희승씨에게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악마와 같은 존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의 친아빠였던 것. 맞벌이를 하던 엄마는 낮에 긴 시간 동안 공장에 있어야 했고, 특히 야간 근무를 하던 때에는 밤새도록 집에 못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속옷 차림만을 한 채 딸을 불러서 몸의 이곳저곳을 안마하라고 시킨 다음, 마수와도 같은 손길을 딸에게 뻗치게 되는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로서 나는 책을 읽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남편에게 머리채를 잡혀서 동물처럼 끌려다니던 저자의 엄마..... 너무 맞아서 퉁퉁 부어오른 엄마의 얼굴을 저자는 떠올린다. 사실 80년대 ~ 90년대 한국에서의 여성 지위는 형편없이 낮았기에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동네를 이런 식으로 떠들썩하게 만든 집안이 한두 군데 있기는 했다. 하지만 딸에게 성추행 혹은 성폭행과 같은 몹쓸 짓을 하는 경우는 정말 다른 문제이다. 저자는 거대한 두부 덩어리 같은 아버지의 몸이 자신을 누르던 날의 공포, 그리고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던 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한 아버지를 막으려고 빨랫줄로 문고리를 칭칭 감았던 날의 터질 듯한 긴장감을 떠올린다. 과거의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어른이 되고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 후 저자는 그제야 심리 상담을 받으며 과거와 현재를 분리시키는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 와중에 부모님으로부터 "회복탄력성"이라는 긍정적인 자질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도 좋은 수확이긴 하지만 저자는 심리학 공부를 통해서 자신의 유년기를 지옥으로 만든 남자, 즉 자신의 아버지가 "악성 나르시시스트"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왜 그가 그런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깨닫게 된다. 3살에 아빠를 잃은 저자의 아버지는 엄마가 재혼을 하는 바람에 새아버지와 살게 된다. 그러나 새아버지는 이유 없이 그를 때리고 학대했고, 그런 이유로 저자의 아버지는 중학생 때부터 홀로 생활하게 된다. 그렇게 악마의 탈을 쓴 남자가 탄생하게 된 것....

어른이 된 후 저자는 비로소 엄마와 두 오빠에게 아버지의 만행을 알린다. 그러나 이들은 처음에만 분노할 뿐, 혹시나 저자가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까 봐 숨기기에 급급한다. 거기에 실망한 저자는 가족과의 절연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심리 상담과 심리학 공부를 통해서 저자는 어느 정도 악마의 손길이 남긴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긴 한다. 물론 가족과의 절연을 택한 것도 그녀에게는 고통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을 딛고 이제 그녀는 인생에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아픔을 지닌 사람들은 평생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혀서 살기도 하는데, 저자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에 이런 책도 내면서 비로소 자유로워진 것 같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앞으로는 오직 행복해지기를 택하려는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너무나 끔찍했던 과거였지만 그로부터 더욱더 성장하고 자유로워진 저자의 이야기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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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퀼라의 그림자 요다 픽션 Yoda Fiction 7
듀나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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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블랙핑크나 아이브를 위한 음악을 작곡했다면 이런 느낌일까? 거장의 주특기가 마치 성대한 축제처럼 피어나 있는 책이다"

팀을 이루어 악당들과 싸우는 정의의 용사들... 그런데 그 용사들이 마치 팬 무리를 이끌고 다니는 아이돌 같다고 할까? 이 연작 소설집 <아퀼라의 그림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로 그러하다. 우선 이 책에는 각각 6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각각의 단편들은 시간의 흐름이 약간 뒤틀리고 주인공과 화자가 바뀌는 식으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아퀼라나 블루 스펙터스라는 이름의 팀을 이루는 이 아이들은 불을 일으키거나 염력을 쓰는 등의 능력이 있고 알파 히어로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아이돌과 비슷하다는 의미가 과연 뭘까?

연작 소설집 <아퀼라의 그림자>의 세계관을 이루는 배경은 대충 이러하다. 과거의 어느 날, 지하철 공사를 하던 대구의 어느 지하에서 프로스페로 생태계라는 것이 발견되면서 엄청나게 퍼져나간 적사병으로 인해 남한 인구 거의 3분의 1이 피를 토하면서 죽는다. 이로 인해서 남한은 전 세계로부터 격리가 되고 보균자들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능력 ( 감응력, 염력, 발화력 등등)을 드러내며 알파가 된다. 이렇게 능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 중에서 악당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폭주하며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지만 ( 늙은이들만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도 있음 ) 그런 악당들의 대척점에서 그들을 막아내고 처단하는 알파 히어로들이 생기게 된다.

이미 남한은 무정부 상태로 보이고 ( 내 생각에는 ) 아마도 폐허가 되었을만한 남한을 이끌어가는 세력들은 알파 히어로들을 보유하고 훈련시키고 그들을 아이돌처럼 만들어서 방송 프로그램과 팬픽 소설까지 만들어내는 K-포스와 같은 회사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책과 같은 제목이자 첫 번째 이야기인 <아퀼라의 그림자>를 비롯하여 나머지 5편의 단편들이 누군가가 쓴 팬픽이라고 가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읽고 있는 이 단편들은 이 책 속에서도 캐릭터들이 읽는 팬픽으로 등장한다는 점. 소설 속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하여간 설정이 재미있었다.

라스푸틴이 과연 누구이고 왜 이 일을 저질렀다는 말인가?를 추적하는 게 재미있었던 단편 <아퀼라의 그림자> 어쩌면 라스푸틴의 탄생? 혹은 기원이라고도 볼 수 있을 단편 <마지막 테스트> 대구의 지하철 공사장에서 발견되었다던 그 프로스페로 생태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던 단편 <캘리번> 이 단편에서는 아마도 최초의 아이돌 알파 히어로라고 할 수 있을 블루 스펙터스 멤버들의 탄생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또한 적사병으로 죽은 시체들이 갈기갈기 찢겼다가 다시 붙으면서 아나콘다와 같은 괴물이 되는 기괴한 장면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단편 <모두가 세니를 사랑했다>에서는 슈퍼히어로와 슈퍼 악당들의 끝없는 전투라는 틀 안에 갇혀버리게 되어버린 고립된 한국을 위해 희생하는 알파 히어로 세니의 모습이 집중 조명된다.

우리가 보통 "아이돌을 사랑하는 일" 즉 "덕질"에 푹 빠져버린 사람들을 광팬이라 부르지 않는가? 이 책 <아퀼라의 그림자>는 누군가의 광팬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읽는다면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계에서 온 알 수 없는 존재가 퍼트린 치명적인 질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보균자가 되어 살아남은 능력자들은 "알파 히어로"라는 강력한 집단이 된다. 이들은 악당들을 깨부수지만 동시에 음악에 조예도 깊고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도 보유한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아이돌스타"라는 사실. 이들은 악당을 무찌르는 동시에 남한을 "고립"과 "격리"라는 지경으로 빠뜨린 프로스페로 생태계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이들은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뭔가 기괴하고 독특하면서도 알록달록한 미래 세상을 보여주는 작가 듀나. 이 책을 읽다 보니 내란 종식을 위해서 컬러풀한 응원봉을 든 이 땅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혼란과 절망을 종식시키는 것은 누군가를 향한, 아니 온 존재를 향한 사랑이라는 사실. 그 사실이 이 소설의 주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간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응원이 보이고 느껴지는 듯한 SF 소설 <아퀼라의 그림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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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스토리 - 잘 팔리는 콘텐츠에 숨은 4가지 스토리텔링 법칙
캐런 에버 지음, 윤효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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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것들이 아닌

뇌에 각인될 '단 하나'를 창조하는 방법

우리는 현재 뭐든지 잘 팔아야 살아남는 시대를 살고 있다. TV를 켜도, 유튜브를 봐도, 지나가는 버스 광고에서도, 온통 사람들에게 뭔가를 사라고 설득하는 광고들로 가득하다. 그 수많은 광고들 중에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소수의 광고만이 사람들을 사로잡아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게 만든다. 과연 어떤 광고만이 그런 일을 해낼까? 최근 들어서 유독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광고가 돋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쓴 저자 캐런 에버도 강력한 힘을 가진 것으로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캐런 에버는 컨설팅 기업의 CEO 이자 스토리텔링 전문가인데, 특히 TED 강연 '뇌가 스토리에 반응하는 방식과 리더에게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로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 <이기는 스토리>를 통해서 특히 비즈니스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어떻게 하면 기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그것을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는지의 본질을 파헤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뇌가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설명하고, 비즈니스 리더라면 반드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할 것을 이야기하면서,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 4가지 기본 요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 책 <이기는 스토리>는 이 4가지 법칙 - 맥락, 갈등, 성과, 핵심 메시지 - 을 기반으로 쓰였고 그 주제에 따른 내용이 무려 18장이나 된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힘이 바로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하는 저자.

우선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첫 번째 요소가 바로 "맥락"이다. 이것은 이야기 안에 사람과 스토리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된 저자의 주장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5장 : 스토리는 청중에서 시작한다>였다. 보통 강연을 할 때 강연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듣고 있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이야기할 때 집중도가 높아진다. 청중의 마음을 읽듯, 고객의 마음을 읽으라는 의견으로 들렸다. 두 번째 요소 "갈등" 은 바로 몰입과 공감을 유도하는 역발상 기술인데, <10장: 감각을 일깨워 감정을 느끼게 하라>에서 이야기 안에 색깔을 넣거나 무엇인가의 재질, 냄새 등을 집어넣어라는 이야기에 큰 공감이 갔다. 감각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뇌 활동을 자극하여 청중을 이야기에 몰입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요소인 "성과" 부분을 다루는 이야기에서는 리더십과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공식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15장: 공감은 의도적으로 설계된다>에서는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그 전달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야기를 하면서 청중의 행동 변화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거나 전달 방식의 패턴을 바꾸기 그리고 청중이 이야기를 듣고 구체적인 디테일을 떠올리거나 지지 표시를 한다면 그날 강연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유일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법"이다. 그녀는 파도타기에 익숙해져가는 서퍼의 이야기를 전하며 반복과 연습을 이야기한다. 서핑처럼 스토리텔링은 복합적인 기술로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

우리는 바야흐로 "콘텐츠"에 목숨을 거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업의 리더이든, 가게를 소유한 주인이든, 혹은 시작하는 유튜버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뭔가를 팔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아이디어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대중의 집중과 몰입을 이끌어야지 일에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잘 팔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즉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법을 제시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주로 비즈니스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책이므로 회사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싶어 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 이기는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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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천일괴담
왓섭!.베베 지음 / 북오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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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의 위협에 처한 조선을 구하라

요즘 나라가 뒤숭숭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악의 위협으로부터 조선을 구한다는 주제의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처음엔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 <조선천일괴담>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우선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자면, 대단히 매력적인 주인공 이현이 있다. 그는 우리가 아는 그 세종대왕의 이복동생으로서 귀신이나 요괴를 볼 수 있고 그들과 소통을 할 수도 있다. 귀신이나 요괴로 인해 피해를 입는 마을을 찾아가서 해결을 해주는데, 무조건 그들을 없애는 게 아니라 원한이 있으면 대화로 풀어서 스스로 이승을 떠날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아주 정의롭고 이상적인 캐릭터이다.

소설의 구성과 스토리에 대해서 좀 말하자면, 이 책은 일종의 연작 소설이다. 12편의 단편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형성한다. 각각의 단편에서는 조선의 요괴들이 등장하는데, 도채비 ( 도깨비 ), 구미호, 태자귀 등등 내가 알고 있던 존재들도 있지만 인로골설, 그슨대, 영노 등과 같이 그전에는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희한한 요괴들도 등장한다. 이현의 이복형제들인 세종과 대군은 해괴한 존재들로 인해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이현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고 마치 암행어사처럼 각각의 마을로 그를 파견시킨다. 이현의 곁에는 아주 든든한 봉이라는 하인이 있는데 아주 어릴 적에 만난 사이라서 계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친구처럼 지낸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를 말하자면, 우선 "드라마적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어릴 적에 엄마를 잃은 이현. 엄마였던 설화도 이현과 같은 초능력이 있다고 들었으나 이현은 엄마가 어떻게 돌아가신 줄도 모른다. 말하자면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것. 이런 비극적인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는 이현이기에 이복형제들인 세종과 대군은 그를 알뜰살뜰 챙기고 돌본다. 이런 사연을 가진 게 이현뿐만이 아니다. 봉이는 제주도 출신으로, 한때는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았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어머니가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게 되고, 곧이어 아버지마저 목숨을 잃는 비극을 당했다. 그리고 이현을 도와서 함께 요괴를 처리하는 도깨비 소하의 사연도 슬프고 극적이다.

한 5~6번째 에피소드까지는 조선의 여러 마을을 혼란에 빠뜨리는 소소한 요괴들과 귀신들을 처치하고 이승으로부터 떠나보내는 내용이 나오지만 이후에 소설은 이현을 최종 빌런에게로 이끈다. 이 거대하고 악독한 빌런을 만나기 전까지는, 연작 소설이긴 하나 각 이야기에 독립성이 있었다면 이후 부터는 좀 더 이야기에 응집성을 띤다. 이제 이현은 자신뿐만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를 송두리째 잡아 삼키려고 하는 거대 악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최종 대결을 하기 전에 그와 맞서는 데 도움이 될만한 존재들을 끌어모으게 되고 자신의 힘을 좀 더 키워줄 신성한 물건을 찾아다니게 되는데... 과연 이현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도 탄탄하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뚜렷하다. 그러나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조선이라는 공동체, 즉 위기에 빠진 우리 자신을 구한다는 그 주제의식이었다. 물론 다양한 요괴들의 등장과 그 요괴들과 맞서는 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결국 엄청난 빌런에 맞서서 이현뿐만 아니라 이현과 대치하던 요괴들까지 함께 힘을 합친다는 스토리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내란이라는 혼란이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이러한 책이 더욱더 재미있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요괴나 귀신으로 인해서 괴로움을 겪는 백성들... 백성들의 괴로움을 잊지 않는 왕... 능력도 있고 정의롭기까지 한 이현.... 그 외에도 자신을 희생하여 공동체를 살리려는 여러 캐릭터들... 딱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가 아닐까? 기대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던 책 <조선 천일 괴담>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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