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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해양강국을 위한 바다의 인문학
김석균 지음 / 예미 / 2025년 11월
평점 :
바다를 통해 인류를 성찰한
지적 항해의 결정판
나에게 있어서 바다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사는 곳이자 휴가를 맞아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바다의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바다를 차지하는 자가 세계를 거머쥔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고, 여러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사건 등을 통해 그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과거에 바다의 패권을 차지했던 유럽 국가들의 휘황찬란했던 역사를 이야기한다. 교실 안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강렬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가 몰랐던 다양한 사례가 나와서 좋았는데, 우선 자원이 별로 없었던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십자권 원정으로 동방 무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후 엄청난 경제적 부를 이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17세기 네덜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방 무역을 통한 향신료 거래 덕분이었고, 엘리자베스 1세 당시 영국은 사략선 제도를 만들어서 해적질을 국가가 공인해 주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 바다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여러 사례들 중에서는 역시 "블랙 레전드"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 원주민들에 자행한 잔혹 행위인데 이때의 수탈이 계속 이어져 지금의 남미 상황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어쨌든 이 책은 이렇게 과거 유럽 국가들이 바다에서 이룬 성취들을 열거하며 어떻게 역사의 주역이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론은 바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문명은 부를 손에 쥐고 세계 질서를 이끌었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다를 활용하여 미래를 개척할 것인가?
이 책은 우리나라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무역 의존도가 89%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상 교통로는 곧 국가의 생명줄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저자. 이 대목에서 내가 줄곧 궁금하게 여겼던 "북극항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이 "북극항로"는 과연 무엇일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북극항로이다. 이 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미주나 유럽에 도달하는 항해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에 무역 비용이 절감되고 이것은 바로 무역 경쟁력 향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 외에도 이 책은 안보나 분쟁과 같은 측면에서도 바다를 다루고 있다. 특히 혹시나 3차 세계 대전이 발생한다면 그곳은 바로 동아시아의 해양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소름이 돋는 한편, 고개도 끄덕여졌다. 안 그래도 요즘 일본과 중국이 서로 으르렁대는 가운데, 틈바구니에 있는 우리나라의 바다가 어쩌면 전략적 요충지이자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에서는 살짝 방향을 틀어서, 경제나 안보 등을 넘어서는 더 큰 메시지를 제시하는 저자. 바다랑 모름지기 큰 물과 작은 물, 맑은 물과 탁한 물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막아내는 힘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힘이 강력한 바다. 요즘처럼 분열과 갈등이 팽배한 시대에 "해불양수" 즉 '바다가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바다를 이룰 수 있었다'는 포용성과 관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바다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궁금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선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