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의 새

0시의 새 - 2025 박화성소설상 수상작
윤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0월

"어느 쪽이든 분명 그날은 달랐다.

마치 그 일이 어쩌다 일어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것처럼,

그저 벌어질 일이 순리대로 벌어진 것처럼."

우주라고 부르건, 신이라고 하건, 혹은 인류가 가끔 느끼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하건 간에, 이 책은 지구라는 행성에 갇힌 채

다른 차원이나 세계라는 것을 경험할 수 없는 나 같은 평범한 인간에게

"다른 차원의 에너지"를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책이다.

도무지 이야기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어느덧 무너진 경계. 등장인물들은 현실에서 초현실을 마주하고

무의식의 세계는 꿈의 형태로 흘러들어와 인물들의 의식을

장악하게 되는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들의 몰입을 놓치지 않는

강력한 서사의 힘을 가진 책 <0시의 새>로 들어가 본다.

누군가의 죽음 혹은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으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우주 위험 감시센터에서 일하는 진율. 그녀는 연구실 근처

카페에서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다가 선배의 친구의 직장 동료의 조카가

자다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편, 이야기의 당사자이자 죽은 도준의 연인인

차수지는 마치 잠을 자듯 죽어버린 도준의 죽음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 우연에 의한 죽음은 결코 아니라는 것,

그녀는 도준의 생사를 갈라놓은 어떤 "존재"를 찾아내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소설은 이렇게 "진율"과 "차수지"를 오고 가면서 이어진다.

어릴 적에 자두 에이드를 마시다가 낯설고 기이하며 섬뜩하기까지 한

경험을 했던 진율. 그때 이후로 꿈을 빼앗겼었는데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불길한 소식은 이제 그녀에게 불면증까지 안긴다.

한편 차수지는 만약에 평행 세계라는 것이 있다면

일어날 법한 일을 겪게 된다. 마치 시공간이 뒤틀리고

벌어진 틈을 비집고 낯선 세계가 현실로 섞여 드는 현상...

이것은 혹시 도준의 죽음 이후 혼란스러운 그녀의 내면을 반영하는 것일까?

이 책은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신 혹은 우주 

혹은 높은 차원의 존재와 어떤 약속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후로 느끼진 못해도 신비로운 신의 개입은 우리 곁에서 늘 일어나는 듯?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머릿속으로 여러 다양한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갔다. 눈송이가 가진 무늬, 회오리바람의 모양 등 자연의 패턴

우주가 주는 암시와 현실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무언가"를 깨달은 자들

번쩍이는 번개와 퍼붓는 비 사이로 흐려지는 경계 그리고 파장이 바뀌며 뒤틀리는 

시공간..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나의 단어 "돌연변이"

"진화하지 못하는 존재는 도태되어 마땅하고, 진화를 일으킬

수 있는 건 오직 변수 즉, 돌연변이야." - 312쪽 -

종교인의 신에 대한 믿음과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의 지식 추구

그리고 철학자의 진리 추구는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한 소설. 그리고 우리 인간이란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

광대한 우주의 흐름에 휘말려 언제든지 사라질 수도 있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물줄기라도, 그것의 방향을 바꾸는

작은 돌멩이가 있는 것처럼, "돌연변이" 혹은 인간의 의지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한 소설

<0시의 새>

아름다운 문장과 강력한 서사 그리고 차원을 알 수 없는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그리는 감동적인 소설

<0시의 새>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