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황제
오션 브엉 지음, 김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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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삶과 전쟁을 겪은 삶

소설 <기쁨의 황제>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노년의 그라지나와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젊은이 “하이”가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두 손을 모은 채 지켜보게 된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짓누르게 되면

가끔 우리는 삶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다. 주인공 “하이”도

소중한 이의 죽음 이후로 그저 자신의 삶이

곤두박질치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자퇴와 약물 중독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

그러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하이”는

삶을 끝내기 좋을 만한 장소를 찾게 되지만

거기서 만난 노년의 그라지나가 그에게 2번째

삶을 선물하게 되는데...


비극적인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그리고 슬픔을 견디게 해주는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울컥함을 몇 번이나 느꼈다. 전쟁의 기억에 붙들린

그라지나와 그녀를 세심하게 돌보는 하이..


그들은 서로의 절망을 알아보고 단단히 붙들고

끝내는 서로를 구원한다. 마치 투명 인간처럼 잊혀가는

노년과 이미 내면이 죽어버렸던 청년... 이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와 우정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소설 <기쁨의 황제>는 삶의 무게와 고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내지만, 등장인물들이 고통 때문에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대신에 이들은 그저 슬픔을 안고

서로 연대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을 택한다. 패배자일지는 몰라도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아름다운 패배자들의

이야기 <기쁨의 황제>


이 책의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상관없이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문장에 깃들어 있는

철학적 메시지도 상당히 깊이 있다는 느낌...


삶의 무게와 고통을 묵묵히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같은 이야기 <기쁨의 황제>


“우리는 기억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죽이는 것이구나”

-157쪽 -


“아이의 슬픔이 어른의 슬픔이 되는 시점은 정확히 언제일ᄁᆞ?”

-291쪽 -


“우리는 키 작은 패배자야. 아름답고 키 작은 패배자들.”

-313쪽-


“9월에 그토록 아름다운 강을 그런 식으로, 내내 고개 숙인 채

건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340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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