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리조트 스토리 - 컨셉이 뛰어노는 호텔
윤경훈.전복선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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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즐기는 자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잘 되는 조직에는 이유가 있다?! 이 책 [호시노 리조트 스토리]를 읽고 강렬하게 내 머리를 스친 문장이다. 리조트 이야기라고 해서 일반인들의 세상과 동떨어져있는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하기 쉽지만, 사실 이 책은 "개혁과 혁신"이라는 중심 주제가 있는 글이기 때문에 조직에 속한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다. 부제목에 "컨셉이 뛰어노는 호텔"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이 표현처럼 호시노 리조트에서는 일을 노동이 아니라 마치 놀이처럼 한다는 느낌이었다. 호텔업계에서 혁신을 이끈 아이콘인 주인공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는 관성에 찌든 조직을 그야말로 뒤집어엎는 개혁과 혁신을 단행하는데, 그냥 읽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경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프롤로그에 저자 윤경훈, 전복선 부부가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가 간략하게 소개된다. 이름만 믿고 선택했던 호시노 리조트. 그런데 이들 부부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움직임에서 예사롭지 않은 뭔가를 느낀다. 다른 곳에서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능동적인 태도에 자발적으로 움직이면서 고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하는 직원들의 긍정적 에너지에 감동을 받은 이 부부는 호시노 리조트의 독특한 경영방식과 철학에 담긴 이야기를 한국에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조직들도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주인공 호시노는 1914년 문을 연 호시노 온천료칸의 4대 후계자 출신이라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좀 더 가업 경영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미국 코넬대학원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유학 후에는 바로 가업을 승계하려고 했으나 그의 개혁 의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호시노는 잠시 시티뱅크에서 일하게 되는데 거기서 도산한 리조트의 부실채권을 회수하여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확실하게 리조트 경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추게 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어서 개혁과 혁신을 단행한다.

그의 혁신의 키워드라고 한다면 바로 소통과 탈 권위가 아닐까 싶다. 그는 범접하기 힘든 료칸의 "성역"인 주방에 침범한다. 주방장의 권위가 아주 세서 료칸의 요리에는 혁신을 불러올 수 없었던 것이 사실. 호시노는 강한 저항을 보이는 주방장에게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소통을 시도하여 부엌을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윗사람 신호 제거, 즉 직원들 사이 권위 의식을 아예 제거함으로써 직원들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다. 승진과 강등이라는 기존 개념을 없애고, 충전과 발산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팀 중에서 누군가가 리더가 되어 활약하는 시기는 "발산" 그리고 다시 팀원이 되면 "충전"의 기간에 들어간다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면서 내부 연공서열과 직원 간의 갈등이 사라지게 된다.

이 책의 3장 ~ 12장까지는 호시노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여러 호텔과 관광 상품 등이 소개되는데, 이 책의 부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독특한 컨셉으로 무장한 호텔들이 많아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오이라세 계류 호텔"은 "이끼 산책"이라는 다소 색다른 액티비티로 고객들을 끌어모은다. 이외에도 쉬고 있는 버스를 이용하여 고드름 나이트 투어를 기획하여 고객들이 자연의 공기를 달리는 스릴을 맛보게 하는 액티비티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여유와 시간만 된다면 솔직하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호시노 리조트 소속 호텔들을 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멋진 호텔을 이끄는 사장 호시노만의 비결은 뭘까? 책에서는 바로 그의 독특한 리더십을 강조한다. 권위적인 공간을 두지 않고 현장의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맡기고 신뢰하는 리더십. 그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위기에 놓였던 호시노 리조트를 성공 가도에 올리고 파산한 다른 호텔들도 여럿 살릴 수 있었지 않을까?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호시노 리조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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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아마존 파괴에 맞선 부족 리더의 연대와 투쟁기
네몬테 넨키모.미치 앤더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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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은 파는 물건이 아니다."

문명과 생명, 돈과 정의, 차별과 정체성 사이

끝내 '우리'를 지키기로 한 결심과 승리의 기록

예전에 TV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문명과 동떨어진 채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는 아마존 원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꼈졌던 프로그램이었다. 한편으로는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않고도 과연 행복할까?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읽은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이렇듯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만의 신을 받들며 살아가던 아마존 부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백인들이 상징하는 문명이 그들의 삶을 침범하고 파괴했을 때 어떻게 용감하게 일어나 싸워 이겼는지를 담은 이야기이다.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 숲의 구원자는 누구인가?에서는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위치한 와오라니 부족 출신인 주인공 네몬테의 어린 시절과 그녀가 잠깐 집을 탈출해 문명으로 나아갔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대 우림이라는 야생에서 사는 삶은 비록 힘들지만 숲과 강에서 풍부한 먹잇감을 얻을 수 있고 네몬테를 비롯한 지역 원주민들은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레이첼을 비롯한 백인 선교사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준답시고 허락 없이 이 땅으로 들어와 백인들의 신을 믿게 하고 그들의 문화를 강요한다. 강인하고 도전적인 성격의 주인공 네몬테는 백인들의 삶을 동경한 나머지 부모님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백인 선교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숲속에서 만난 재규어, 즉 신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명을 향해 나아갔던 네몬테는 백인 선교사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뒤 문명이라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는 다시 원래 자신이 살던 땅, 아마존 밀림으로 돌아오게 된다. 2부 :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에서는 주인공 네몬테는 철석같이 믿었던, 그리고 원주민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백인들과 그들의 문명이라는 것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원주민들의 영혼을 ( 함부로) 구원하려고 시도하고, 땅을 빼앗으려고 하는 백인들은 매우 탐욕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그들에게는 한계가 없고,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네몬테. 그리고 그녀는 듣게 된다. 석유를 얻기 위해서 땅을 파내는 소리를..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에서 들려오게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석유 회사를 포함한 많은 이익 집단들은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소중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활동으로 인해 네몬테가 살던 지역의 열대 우림은 파괴되고 오염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목숨을 잃게 된다. 이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네몬테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겪게 되는 감정과 생각을 직접 경험하게 해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듯,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가꿔온 전통적인 삶을 마치 밤도둑처럼 침범하는 백인들... 선이 없는 백인들이 휘두르는 문명의 칼날에 의해 원주민들은 그렇게 쓰러지고 삶은 파괴되게 되는데....

그러나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네몬테는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미치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땅을 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어렸을 때처럼 숲속에 사는 정령인 재규어를 만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뒤에 부족 사람들을 이끌고 석유 회사와 싸우기로 결심한다. 세이보 나무의 강인한 뿌리가 땅 아래로 내려지고 가지들이 숲의 강을 만들었듯, 부족들끼리 연대를 한 후 세이보 나무의 연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서 그녀는 적극적으로 백인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예전처럼 백인들의 문명을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녀의 것,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 떨치고 일어서게 되는데....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대단히 감동적이고 영감을 불어넣는 이야기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던 아마존 부족들은 슬며시 다가와서 그들을 망가뜨리는 문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감한 여성, 깨달은 여성인 네몬테는 문명의 해악을 몸소 느낀 후 분연히 일어서서 땅을 지키기 위해서 나선다. 이 와중에 백인들의 문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가 정말 실화라는 점도 어떻게 보면 소름이었다. 그래서 책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가왔나 보다. 이 책은 정말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탐욕으로 인해, 소비문화 때문에, 우리가 지금 더 큰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책. 지구는 현재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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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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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대한 감정을 한껏 고양시키는 아주 먼 곳의 이야기

사라진 것들을 불러들이는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역작

"누군가 달아나려 한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뉴욕 타임스, NPR, 가디언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인 [호라이즌]을 만나게 되었다. 베리 로페즈라는 작가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실로 경이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주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책을 써왔다는 저자는 1986년 [북극을 꿈꾸다]로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책 [호라이즌]은 생전에 마지막으로 집필한 논픽션으로써, 태평양, 갈라파고스,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지구라는 장소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살았던 옛 인간들의 삶을 반추하기도 하고 자연을 망가뜨리고 있는 문명에 대한 비판도 가한다.

여러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쓴 글이라 언뜻 보면 그냥 여행기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자연, 역사, 예술, 철학, 음악 등등 실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저자가 매우 박식한데, 그냥 그때그때 저자가 떠올리는 주제로 의식이 흘러간다는 느낌도 있다. 자연을 망쳐놓은 인간의 욕심과 자본주의의 타락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의 역사와 관계있는 과거 인물들의 삶을 떠올리기도 한다. 저자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해설이 따라붙는 느낌이라 책을 읽는 내내 자연사 박물관 혹은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느낌도 있다.

책 [호라이즌]에는 여러 다양한 여행지가 등장한다. 우선 저자 베리 로페즈는 자신의 집 근처인 파울웨더곶이라는 곳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곳은 태평양으로 약 3킬로미터 정도 뻗어나간 해안 능선이다. 여기서 저자는 18세기 위대한 해양 지도 제작자이자 탐험가인 제임스 쿡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지구의 대양과 해안을 알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열망에 대한 이야기에서 또 자연스럽게 바다의 여러 생물들에 대한 관찰로 넘어가는 저자. 저자는 수천 마리의 바다오리, 쇠가마우지, 아메리카 바다쇠오리 등등이 한가롭게 물속으로 다이빙하고 먹이를 낚아채는 장면을 묘사하다가도 현대의 삶에 도사리고 있는 윤리적 부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자연을 감상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추하는 철학자라고 해야 할까? 의식의 흐름...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파울웨더곶에서 시작된 여행은 이제 북극점에서 660해리 떨어진 스크랠링이라고 불리는 섬으로 이어진다. 한 무리의 고고학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된 저자는 이곳에 살았던 과거 개척자들의 유적지를 탐구한다. 고대 툴레 사람들은 알래스카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개척자들이었고 극단적 환경에 맞서서 싸운 투사와 같았다고 한다. 이후 생물종의 다양성으로 알려진 갈라파고스 제도로 이동하게 되는 저자는 푸에르토아요라라는 지역에서 어안이 벙벙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 389쪽 "1986년 처음 갈라파고스에 왔을 때 나는 새들과 동물들의 다양함과 광범위함에, (...) 기적 같은 그 모든 생명에 너무나 놀라 어리벙벙해진 나머지, 처음에는 이곳에 삶과 죽음이 얼마나 철두철미 긴밀하게 뒤섞여 있는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감탄하는 저자의 모습도 있으나 인간에 의해서 황폐해진 갈라파고스의 이곳저곳이 보이기도 한다.

저자 베리 로페즈는 마치 음유시인이 된 것처럼 노래하듯이 글을 쓴다. 비교적 외딴곳으로 다니면서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적, 인류학적인 함의를 매우 의미 있게 담아낸다. 아주 조용하지만 예리한 눈길로 자연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만끽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망쳐놓은 부분에 대해서 분노하기도 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장대하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지구와 자연"이라는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순례하는 한 성인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는 세상을 여행하는 자신의 눈으로 독자들을 직접 초대하여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도와준다. 역사 속 인물들의 업적과 정신을 알려주고 현재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반성하자고 설득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여러 다양한 문화까지 포함하는 장대하면서도 치밀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에 대한 영감과 통찰력으로 가득한 여행기 혹은 철학서를 읽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호라이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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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문장들
김은아 지음, 김희준 옮김 / 왓이프아이디어(What if, idea)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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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아침에는 세상이 마냥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시냇물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

시냇물이 얼마나 명랑하게 웃는지 아세요?

시냇물은 언제나 웃고 있어요. (...)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바쁘고, 언니들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나랑 놀아줄 수 없었기에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항상 외로웠다. 나는 그 외로움을 책을 읽거나 TV로 만화 영화를 보는 것으로 달랬는데, 역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만화는 "빨간 머리 앤"이었다. 앤에게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주근깨투성이에 빼빼 마르고 볼품없는 빨간 머리를 가졌던 앤. 그러나 그녀의 상상력만은 백만 불짜리였다. 고아 출신에다, 낯선 가정으로 입양되지만, 그녀는 매사에 감사할 줄 알았고,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마법 같은 세상을 창조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는 문학 치료사이자, 그림책 칼럼니스트, 작가이자 강연자인 김은아 저자의 작품이다. 스스로 인간친화지능, 언어 지능 등이 높고 도전 정신이 강하여 앤을 닮았다고 자처하는 저자. 우선 "앤"과 닮았다는 사람들 대열에 나도 끼고 싶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꿈 많고, 정 많고, 머리도 똑똑한 앤... 옛날 그 시절, 이 땅 모든 소녀들은 아마 자기가 제일 앤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는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다. 이 책은 빨간 머리 앤의 원서 8권을 다 읽은 저자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원서 어구를 인용하고 그 문구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담이나 생각을 담은 글이다. 각각의 계절은 앤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결혼 이후의 삶을 담은 이야기로 나뉜다. 나는 어릴 적에 즐겨보던 만화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봄" 편에 실린 앤의 어린 시절을 담은 에피소드 "그린 게이블스의 앤" 편이 재미있었다. 특히 실수투성이에 덜렁대는 앤의 면모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그때 그 시절 만화 영화 장면이 떠올라 혼자서 울컥하고 말았다.

41쪽 " 앤은 마릴라로부터 다이애나를 집에 초대해서 놀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마릴라 아주머니가 외출하면서 알려준 거실 찬장에서 라즈베리 주스를 꺼내 다이애나에게 권한다. 그런데 이 빨간색 음료가 비극의 서막이 될 줄이야! 다이애나가 세 잔을 연거푸 마신 이 주스는 3년 전 마릴라가 집에서 담근 과실주였다."

42쪽 " 집에 찾아온 행상인의 말에 속아 불량 염색약을 사서 바르다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낸 일은 마릴라와 앤만이 아는 비밀이다. 크면서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적갈색으로 변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앤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부분이 재미있기는 하나, 나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가을" 즉, 앤과 길버트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어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는 "앤의 꿈의 집" 부분이었다. 206쪽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길버트가 속삭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꿈의 집' 문턱을 넘었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투닥거리더니 결국 길버트와 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항구 마을인 포윈즈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앤과 길버트 부부. 주인집 할머니가 쓰던 가구를 헐값에 사서 그대로 쓰는 장면에서 신혼부부만이 경험하는 소박한 낭만이 느껴졌다. 동시에 별로 낭만적이진 않았던 나의 신혼 생활도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특정 소설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 등의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우리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에서 저자 김은아 씨는 원서 "빨간 머리 앤"에서 그녀가 찾은 귀하고 보석 같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그 문장들과 관련된 본인의 경험담이나 생각 등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한다. 어떤 콘텐츠를 통해서였건, 앤과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해 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빨간 머리 앤을 쓴 원작자 루시 몽고메리가 삶에서 얻은 귀한 가치를 담은 문장들은 저자 김은아 씨의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빨간 머리 앤을 영원히 사랑할 모든 독자들을 위해 추천하는 책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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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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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옛 속담도 있듯이,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하는 사람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 바로 이 책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기적]이다. 지은이 황준연씨는 현재 잘나가는 작가에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한때는 N 포 세대를 대표하는 청년이었다고 한다. 희망 없는 삶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책을 썼고 작가가 된 후 인생이 180도로 바뀌었다고 하는 저자. 그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작가가 되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누구나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 작가가 되면 인생이 바뀐다 편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실려있다. 36쪽 "기억했으면 한다. 전문가가 책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 책을 쓰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책을 읽고 일종의 서평을 쓰는 것이다 보니 언젠가는 이와 관련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사실 궁극적으로는 추리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용기가 생겼다. 저자 황준연씨는 책을 1권 쓴 것을 계기로 강의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책을 쓰면서 경력을 쌓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도전정신과 실천의 의지는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뛰어들고 볼 일!!

2장 : 출간 기획서가 원고보다 중요하다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책을 내는 방법 중 첫 번째 단계가 소개된다. 말하자면 출판사가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출간 기획서를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요지이다. 원고보다도 더 중요한 게 출간 기획이라고 하니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5쪽 "책은 독자들에게 읽힐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 수많은 책 중에 내 책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제목이기 때문이다." 108쪽 "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알아야 한다. (...) 독자를 위해서 좋은 목차를 구성하면, 놀랍게도 작가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사실 건물을 지을 때도 재료도 중요하지만 설계도가 완벽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건축이 이루어질 리 없다. 단순하지만 아주 명료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3장 : 실전 책쓰기 노하우에서 인상 깊게 본 대목은 바로 "현재 잘 팔리는 책을 연구하라"였다. 책을 쓰는 것은 저자 마음이지만 열심히 쓴 책이 팔리지 않으면 얼마나 속상할 것인가? 그리고 일단 책이 팔려야 다음 책을 기획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자 황준연씨는 우선 독자층을 명확히 잡은 다음에 여러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보면서 연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특정 주제에 대해 책이 많이 나와있더라도, 즉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도 그 주제에 대해 책을 써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이유는 레드오션이라는 것은 그 주제가 이미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 이미 검증된 시장이므로 거기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실 우리가 책을 선택할 때도 비슷한 주제 가운데에서도 좀 더 저자의 개성과 참신함이 담긴 책을 고르게 되지 않는가?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167쪽 "이 작가는 요약과 발췌의 달인으로 소문난 작가였다. 단 며칠 만에 전문가가 쓴 책을 읽고 그 책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읽고 충격을 받은 대목이다. 외국의 한 작가가 강의 주제를 전혀 몰랐지만 며칠 만에 그 책을 소화시켜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강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즉, 말하자면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자료조사"가 필수라는 것! 흥미로운 정보나 아이더를 접할 때마다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상에 책은 많지만 내 이름으로 된 책은 한 권도 없다?! 사실 스스로를 평범한 독자로만 규정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저자 황준연씨는 스스로를 갈고닦아서 평범한 직장인에서 실력 있는 작가와 강의자로 변모할 수 있었다. 이 책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기적]은 두께가 그리 두껍진 않지만 대단히 알찬 지식과 정보로 가득하다. 언젠가는 꼭 작가로 거듭나고 싶다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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