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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아마존 파괴에 맞선 부족 리더의 연대와 투쟁기
네몬테 넨키모.미치 앤더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우리 땅은 파는 물건이 아니다."
문명과 생명, 돈과 정의, 차별과 정체성 사이
끝내 '우리'를 지키기로 한 결심과 승리의 기록
예전에 TV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문명과 동떨어진 채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는 아마존 원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꼈졌던 프로그램이었다. 한편으로는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않고도 과연 행복할까?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읽은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이렇듯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만의 신을 받들며 살아가던 아마존 부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백인들이 상징하는 문명이 그들의 삶을 침범하고 파괴했을 때 어떻게 용감하게 일어나 싸워 이겼는지를 담은 이야기이다.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 숲의 구원자는 누구인가?에서는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위치한 와오라니 부족 출신인 주인공 네몬테의 어린 시절과 그녀가 잠깐 집을 탈출해 문명으로 나아갔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대 우림이라는 야생에서 사는 삶은 비록 힘들지만 숲과 강에서 풍부한 먹잇감을 얻을 수 있고 네몬테를 비롯한 지역 원주민들은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레이첼을 비롯한 백인 선교사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준답시고 허락 없이 이 땅으로 들어와 백인들의 신을 믿게 하고 그들의 문화를 강요한다. 강인하고 도전적인 성격의 주인공 네몬테는 백인들의 삶을 동경한 나머지 부모님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백인 선교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숲속에서 만난 재규어, 즉 신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명을 향해 나아갔던 네몬테는 백인 선교사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뒤 문명이라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는 다시 원래 자신이 살던 땅, 아마존 밀림으로 돌아오게 된다. 2부 :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에서는 주인공 네몬테는 철석같이 믿었던, 그리고 원주민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백인들과 그들의 문명이라는 것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원주민들의 영혼을 ( 함부로) 구원하려고 시도하고, 땅을 빼앗으려고 하는 백인들은 매우 탐욕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그들에게는 한계가 없고,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네몬테. 그리고 그녀는 듣게 된다. 석유를 얻기 위해서 땅을 파내는 소리를..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에서 들려오게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석유 회사를 포함한 많은 이익 집단들은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소중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활동으로 인해 네몬테가 살던 지역의 열대 우림은 파괴되고 오염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목숨을 잃게 된다. 이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네몬테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겪게 되는 감정과 생각을 직접 경험하게 해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듯,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가꿔온 전통적인 삶을 마치 밤도둑처럼 침범하는 백인들... 선이 없는 백인들이 휘두르는 문명의 칼날에 의해 원주민들은 그렇게 쓰러지고 삶은 파괴되게 되는데....
그러나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네몬테는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미치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땅을 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어렸을 때처럼 숲속에 사는 정령인 재규어를 만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뒤에 부족 사람들을 이끌고 석유 회사와 싸우기로 결심한다. 세이보 나무의 강인한 뿌리가 땅 아래로 내려지고 가지들이 숲의 강을 만들었듯, 부족들끼리 연대를 한 후 세이보 나무의 연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서 그녀는 적극적으로 백인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예전처럼 백인들의 문명을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녀의 것,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 떨치고 일어서게 되는데....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대단히 감동적이고 영감을 불어넣는 이야기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던 아마존 부족들은 슬며시 다가와서 그들을 망가뜨리는 문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감한 여성, 깨달은 여성인 네몬테는 문명의 해악을 몸소 느낀 후 분연히 일어서서 땅을 지키기 위해서 나선다. 이 와중에 백인들의 문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가 정말 실화라는 점도 어떻게 보면 소름이었다. 그래서 책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가왔나 보다. 이 책은 정말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탐욕으로 인해, 소비문화 때문에, 우리가 지금 더 큰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책. 지구는 현재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책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