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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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무속에 의지하고 신을 믿는가?"

주술과 무속,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을 예리하게 분석한 책

문화 심리학자 한민의 이 시대 종교를 향한 대담하고 강렬한 도발!

영화 [파묘]를 보고 김고은 배우가 펼치는 대살굿의 현란함에 한번 놀라고,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무속신앙에 대한 이끌림에 한번 더 놀랐다. 굿이라는 퍼포먼스를 보고 무서워하기 보다는 내 안의 끓는 피? 혹은 들썩거리는 몸? 을 느꼈던 나 자신. 한번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파묘를 내리 2번을 더 봤고, 이후로도 무속 신앙과 연관된 영화나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서 봤다. 이건 본능적인 이끌림에 틀림이 없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 [숭배하는 자, 호모 피델리스]를 만나게 되었다. 문화심리학자인 한민 교수님의 무속과 신앙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서인 이 책은 인류의 초기부터 시작된 보편적인 종교와 신앙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인들의 영혼에 새겨져있는 무속 신앙에 대해 다루기 시작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 종교와 마음은 종교라는 것을, 인류 보편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이 종교를 가지게 된 이유는? 등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신앙이나 종교라는 개념을 과학, 문화, 지역적 특성 등등 아주 다양한 관점을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기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36쪽 ~ 37쪽에 나오는 좌뇌와 우뇌의 본질이었다. 평상시 인간은 좌뇌가 우뇌를 통제하여 하나의 자아로 인식하지만 질병이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좌뇌와 우뇌가 분리가 되면 우리는 우뇌의 명령을 '신의 목소리'로 인식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합리적이고 그럴 듯한 설명으로 드리는 대목이었다.

이외에도 49쪽에 나와 있는 한국 귀신과 일본 귀신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설명해놓은 부분도 대단히 재미있었다. 한국의 귀신은 한을 풀기 위해서 관청의 사또를 찾아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종의 "민원형"이고, 일본 귀신은 특정 영역에 머무르면서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은 무조건 해친다고 한다. 한국의 귀신들은 잘 달래기만 해도 승천을 하는 반면, 일본 귀신들은 달래는게 불가능하여 무조건 "소멸"이나 "봉인"한다고 하니 문화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55쪽에 나오는 유목민들의 특징인 유일신 종교와 70쪽에 나오는 제정일치 시대에는 사제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도 했다는 사실로 흥미로웠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한국 속의 무속 신앙과 종교를 살펴보는 2장부터의 내용들이었다. 깊이있는 분석과 폭넓은 해석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풀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을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108쪽 "전 국민이 태몽이 있는 나라 " 였는데, 아기에 대한 예지몽을 꾸는 나라가 우리 밖에 없다니 굉장히 신기했다. 신화, 전설 등 일종의 원형적 이미지가 꿈으로 나타난다는 부분이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특히 186쪽 무당의 역할에 대해 분석해놓은 부분이 재미있었다. 무당은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이자, 상담을 받아주는 컨설턴트에, 화려한 퍼포먼스인 굿을 주관한,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같은 연예인이었다고... 무당과 굿 그리고 무속신앙 전체가 우리의 삶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우리 인간은 존재한 그 순간부터 신, 창조주,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왔다.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 그냥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꾸준히 이상현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고, 해가 바뀌면 우리는 용한 무당에게 미래를 물으러 가곤 한다.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특정 신을 섬기고 받들며 종교라고 하는 이 체계는 우리의 일상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가 쓴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은 쉽고 잘 읽힌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사회, 문화, 과학, 지역 등등 아주 다양한 관점으로 이 주제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다. 종교와 신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무속 신앙에 큰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숭배하는 자들,호모 피델리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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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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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종일! 우리 같이 살래? 우리 그냥 같이 살자!"

[감귤 마켓 셜록]으로 생활 밀착형 추리소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박희종 작가. 이번에는 배달 라이더들의 의리와 단결력을 보여주는 추리 활극으로 돌아왔다! [감귤 마켓 셜록]이 서민들의 친구인 중고거래 앱에 감도는 불안과 서늘함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추리의 민족]은 30살이 넘은 나이에도 여자 친구에게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었던 어느 배달 라이더가 겪게 되는 미스터리와 좌충우돌에 대한 이야기다. 박희종 작가의 작품은 내 부모님, 동생 그리고 친구들 이야기 같아서 웃기면서도 짠하다.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소설 [추리의 민족]으로 들어가 본다.

여자 친구 다정이가 사라졌다. 종일은 하루 종일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친구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날, 코인 노래방에서 다정을 위해 임재범의 [고해]를 불렀던 종일. 그런 자신에게 반했는지, "같이 살자!"를 외쳤던 여자 친구 다정. 그러나 30대 중반에도 여전히 배달 라이더라는, 미래가 불투명한 직업을 가진 종일은 다정을 위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릴 자신이 없어서 다정의 말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다정에게서 '헤어지자'라는 문자를 받은 종일은 바닷가로 달려가 시름을 달랜다.

그러나 다정의 집 주소로 배달 콜을 받게 된 종일은 이것이 재회의 찬스라고 믿으며 번개보다 빠르게 달려가지만, 웬걸.... 그녀의 집에서 불쑥 나온 손은 분명 남자의 것이었다!! 망연자실한 종일은 가장 친한 친구들인 편의점 사장 정석과 만년 공시생인 순경을 만나 대성통곡을 하지만 해결될 일은 없다. 그러던 중, 다정의 직장 동료인 미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는 종일... 갑자기 다정이 문자로 휴가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정이가 시킬 일 없는 1인 세트 배달 음식에 갑작스러운 휴가까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종일과 친구들은 "다정이 구하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는데....

인도 영화 "세 얼간이" 나 할리우드 영화 "덤앤더머" 등등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여자 친구가 괴한들에 의해서 납치되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상하게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종일, 정석, 순경은 서로를 구박하고 놀려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절친이다. 특히 좀 똑똑한 편의점 사장 정석이가 백수에다 단순한 순경을 놀려먹는 장면이 배꼽을 잡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마냥 웃기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범죄 사건에 휘말린 것처럼 보이는 여자 친구를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인 것!! 도대체 다정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고, 과연 종일은 그녀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젊음은 찬란하지만 한 치 앞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생만 한 가난한 부모를 둔 종일은 그래서 다정의 프러포즈에도 "YES"라고 외칠 수 없었던 것. 그러나 현재 다정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종일은 오직 그녀를 구할 생각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절친인 정석과 순경뿐 아니라 의리와 협동심으로 똘똘 뭉친 듯한 배달 라이더들이 종일을 도와주게 된 것.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힘을 얻은 종일은 다정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리게 되는데.... 남자 친구 종일뿐 아니라 친구들에게까지 따뜻한 도시락을 챙겨줬던 속 깊은 여자 친구 다정. 독자인 나도 그녀의 안전을 빌고 또 빌게 되는 소설이었다. 과연 종일은 무사히 다정을 구해낼 수 있을까? 눈물과 웃음 그리고 스릴과 감동이 넘치는 추리 소설 [추리의 민족: 범인은 요기요]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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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타이베이 - 2025~2026년 최신판, 완벽 분권 follow 팔로우 시리즈
장은정 지음 / 트래블라이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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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여행에 푹 빠졌을 시기에 아시아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여행한 적이 있다. 일본, 홍콩,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 이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던 곳은 바로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인데, 특히 타이베이가 여행하기에 참 좋은 도시라는 생각을 했었다. 거리에는 K-pop이 흐르고 사람들이 매우 친절했다. 물가도 그리 높지 않았고 교통편이 좋아서 돌아다니기에 아주 편리했다는 느낌이 아직 남아 있다. 섬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변덕스러운 점은 좀 불편했지만 북적대는 야시장 덕분에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다시 한번 대만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여행 가이드북인 "팔로우 타이베이"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일반적인 가이드북에 비해서 좀 얇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들고 다니기에 매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날씬한 책이 또 2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1권의 타이틀은 "최강의 플랜북" 인데, 여행을 준비할 때 꼼꼼하게 읽어보면 좋은 부분이다. 타이베이 명소, 꼭 가봐야할 맛집, 쇼핑을 위한 장소 등등 테마 여행 버킷 리스트에서부터 베스트 코스가 소개되어 있고 여행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질문이 총정리 되어 있다.


1권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다양하고 생생한 음식 사진들이다. 여행은 어떻게 보면 식도락의 재미를 위해서라고도 볼 수 있다. 현지의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맛보기 위해서 일부러 가는 여행객도 있는 걸 보면 진짜 그러하다.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한 종류의 음식이라도 여러 다른 버젼이 소개된다. 예를 들자면 "우육면" 섹션에서는 대표 선수 "융캉우육면"에서부터 신기한 "토마토 우육면"까지 다채롭고 다양한 사진들의 향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타이베이 야시장에 대한 부분과 타이베이 카페 투어 등 젊은이들을 공략한 듯한 섹션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2권의 타이틀은 "타이베이 실전 가이드북" 이다. 이 부분은 실질적으로 여행할 때 그때그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신 여행 이슈, 교통, 명소, 맛집, 쇼핑 정보와 깊이 있는 문화해설 그리고 현지밀착형 꿀팁으로 가득하다. 특히 좋았던 점은 지도 QR코드 활용법이 나오는데, 세상 참 좋아졌음을 느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여행자들이 해야할 일 - 입국, 입국 신고서 작성, 시내로 가는 법 등등 - 이 잘 정리되어 있고 타이베이 MRT 노선도와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이베이 전체 지도도 실려있기 때문에 따로 지도를 챙기거나 할 필요가 없다.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이 가이드북만 있으면 타이베이 여행을 알차고 실속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가이드북은 2024년 10월까지의 정보가 실려있다고 한다. 아주 최신 정보이기에 가이드북에 실린 식당을 찾아갔는데, 이미 폐업하고 없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 예전에 내가 경험했던 것 ) 물론 기존의 가이드북과 비슷한 면이 많긴 하지만, 내가 특히 좋았던 부분은 바로 타이베이에 대해서 여행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총정리한 부분이었다. 타이베이에 가면 좋을 시기 ( 더우니까 10월 중순에서 2월 중순이 좋다고 함 ) 에서부터 여권을 분실했을 시에 대처법 ( 경찰서로 가거나 타이완 내무부 이민서 방문) 과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할 상황 등등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법도 나와 있다. 타이베이 여행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구입해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할 바로 그 책인 [팔로우 타이베이]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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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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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사고와 논리, 그리고 빈틈없는 관찰로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명작 추리소설에

현대적인 색감과 감성을 불어넣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추리소설인 "셜록 홈스 시리즈" 중 초기 단편작을 모아놓은 "셜록 홈스의 모험"을 만나보았다. 이 책 [셜록 홈스의 모험]은 양장본에 종이 질도 매우 매끄러워서 튼튼해 보이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서 읽기에 쉽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부분은 바로 삽화가 그려져있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만큼, 이렇게 현대적이고 세련된 그림들이 더해지니까 좀 더 입체감 있고 신선한 느낌이 부여되는 듯했다.


단편들이 원래 좀 그렇긴 하지만, 특히 이 단편집에 실린 12편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셜록 홈스 만의 추리 능력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날카로운 관찰력에 뛰어난 추론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홈스. 본격적으로 단편들을 읽기 전에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봤는데, 아서 코난 도일이 실제로 자신의 스승이었던 조지프 벨이라는 사람을 모델로 했다는 것에 놀랐다. 말하자면 실제로 셜록 홈스와 비슷한 사람이 살아있었다는 말씀!! 그렇다면 둘도 없는 친구이자 조수인 왓슨 씨는 누구를 모델로 한 걸까?


재미있었던 단편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우선 첫 번째 단편이었던 <보헤미아 스캔들>에서는 보헤미아 지역 출신의 한 신사가 홈스에게 사진 한 장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다. 홈스는 그의 겉모습과 목소리만 듣고도 그가 보헤미아 지역의 왕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파악한다. 예전에 바르샤바에서 한 젊은 여성과 가까이 지냈던 왕. 그런데 왕실의 여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왕에게 그 젊은 여성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위협을 가한다고 하는데... 과연 홈스는 사진을 찾아올 수 있을까? - 홈스 못지않게 관찰력이 뛰어나고 명민한 여성에게 뒤통수를 맞는 홈스가 재미의 요소!


두 번째 단편인 <빨강 머리 연맹>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제이비즈 윌슨 씨는 최근에 고용한 능력 있는 직원의 손에 이끌려 빨강 머리 연맹의 회원으로 가입한다. 거기서 시키는 대로 하면 약간의 용돈을 벌 수 있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의 문이 잠겨 있고 빨강 머리 연맹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 닳고 해어진 바지의 무릎 부분만으로도 모든 것을 파악하는 홈스. 경찰이 무능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 세 번째 단편 <신랑의 정체>에서는 나도 금방 범인을 파악하긴 했다. 역시 돈이 문제다. 가족들 마저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만드는 탐욕이란!!


"홈스는 특이하게도 서로 상반되는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그 두 가지가 번갈아 나타났다. 나는 종종 그가 극도의 정확함과 치밀함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때때로 시적이고 사색적인 감성에 휩싸이는 자신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극심한 정서의 변화는 그를 지독한 무기력 상태와,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상태를 오가게 했다."


홈스를 바라보는 왓슨의 시각에서 그를 염려하면서도 존경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각각의 작품이 완결되기 때문에 순서에 상관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든 사소한 단서만으로 의뢰인의 정체를 파악하는 능력과 복잡해 보이는 수수께끼를 단순화 시키는 그의 사고력이 빛난다. 무엇보다도,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매우 다채로운 색감에 독특한 흡인력을 가진 삽화들이 각 단편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자꾸 뭔가에 대해서 추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 디테일에 신경 쓰게 되고 아무 관련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의 관련성을 짚게 되고 등등등 .. 나도 셜록 홈스의 날카로운 추리 능력을 닮아가는 것일까? 디자인과 삽화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빠져든 책 - [셜록 홈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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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양승렬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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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만났다는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지만, 웬걸 인생은 가끔 태풍을 선사하고 우리는 나무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일단 흔들릴 때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을 지혜와 여유가 필요한 이때... 우리는 과연 어디서 그런 지혜와 여유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를 만나게 되었다. 공자의 말씀이라고 하니 다소 어렵게 다가오는 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하루에 1개씩 좋은 생각을 얻어 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책이고 좋은 그림이 곁들어져 있으니 두뇌뿐만 아니라 눈마저 즐겁다.

우선 책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우선 지은이는 모터사이클을 좋아하여 직업으로 선택하셨다는 양승렬씨이다. 모터사이클과 같은 다소 활동적인 교통수단과 공자의 유교사상이라니??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저자는 머리말에서, 어릴 적에는 세상을 원망했지만, 20대에 만난 [논어]의 몇몇 구절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책 속에는 64개의 문장과 조선의 그림들이 실려있고, 하루에 1개씩 그날의 키워드가 제시된다. 우선 그림을 보고 느낌을 정리한 후 저자의 설명을 읽어보면 진한 여운이 따라온다. 그림들의 경우 대중에게 다소 덜 알려진 그림들이 소개되는데 하나같이 강렬한 메시지가 있다.

몇몇 인상에 깊이 남았던 구절과 그림을 이야기해 보자면, 우선 36쪽의 키워드 "말과 다른 행동은 관계를 망친다"이다. 제시된 그림의 제목은 [오수 삼매]이고 스님이 깜박 졸고 계시는 듯한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수련을 해야 하는 스님의 경우 엄격한 규율에 따라 생활을 해야 하기에 낮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공자의 가르침인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못 하고, 오물이 섞인 흙으로 쌓은 담장은 매끈하게 다듬을 수 없다"라는 문장도 언행일치를 강조한다. 뛰어난 말재주를 가진 제자의 말이 그의 행동과 일치하지 않음을 꾸짖으며 그에게 실망을 한 공자가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우리 속담에도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표현이 있듯, 사람들은 대체로 말보다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편인 듯하다.


61쪽의 키워드 "자신만의 생각이 없으면 '나'도 없다"라는 구절은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이다. 배움과 사고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한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에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며 배움과 생각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본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공자는 줄곧 인성이 먼저고 학문이 나중이라고 얘기하셨다고 하는데, 이 글의 저자도 '조국을 팔고 동포들의 피로 자신의 배를 불렸던 친일파들 대부분이 지식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한다. 한국 최고의 대학을 나오면 뭐 하나... 법대를 나오고 박사학위를 따면 뭐 하나... 인성이 더해지지 않은 지식은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 공자의 말씀은 그야말로 보석이다.

뒤로 가면 갈수록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들, 김홍도, 신윤복, 정선 등등의 그림들이 소개된다. 다재다능하지만 중인의 신분으로 욕심 없이 살았던 김홍도는 239쪽 [포의 풍류도]와 같은 그림을 통해서 유유자적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 군자를 키우길 원했던 공자의 평소 신념과 일치했다. 259쪽 [주유청강] 즉, 맑은 강의 뱃놀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통해서 신윤복은 덕보다 미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풍자한다. 이는 본능에 이끌려 미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덕에 자연스레 이끌리지 않는 점을 개탄한 공자의 마음을 표현한 듯하다.

[논어]는 현대인들에게는 다소 고리타분하거나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책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는 수준 높은 그림과 함께 기본적인 가치관을 회복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는 공자의 가르침이 간결한 키워드로 제시되기에 매우 흥미롭고 읽기에 편하다. 논어를 좀 더 간편하고 쉽게 알아보고 싶고 동시에 조선의 풍부한 그림들을 감상하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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