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양승렬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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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만났다는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지만, 웬걸 인생은 가끔 태풍을 선사하고 우리는 나무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일단 흔들릴 때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을 지혜와 여유가 필요한 이때... 우리는 과연 어디서 그런 지혜와 여유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를 만나게 되었다. 공자의 말씀이라고 하니 다소 어렵게 다가오는 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하루에 1개씩 좋은 생각을 얻어 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책이고 좋은 그림이 곁들어져 있으니 두뇌뿐만 아니라 눈마저 즐겁다.

우선 책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우선 지은이는 모터사이클을 좋아하여 직업으로 선택하셨다는 양승렬씨이다. 모터사이클과 같은 다소 활동적인 교통수단과 공자의 유교사상이라니??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저자는 머리말에서, 어릴 적에는 세상을 원망했지만, 20대에 만난 [논어]의 몇몇 구절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책 속에는 64개의 문장과 조선의 그림들이 실려있고, 하루에 1개씩 그날의 키워드가 제시된다. 우선 그림을 보고 느낌을 정리한 후 저자의 설명을 읽어보면 진한 여운이 따라온다. 그림들의 경우 대중에게 다소 덜 알려진 그림들이 소개되는데 하나같이 강렬한 메시지가 있다.

몇몇 인상에 깊이 남았던 구절과 그림을 이야기해 보자면, 우선 36쪽의 키워드 "말과 다른 행동은 관계를 망친다"이다. 제시된 그림의 제목은 [오수 삼매]이고 스님이 깜박 졸고 계시는 듯한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수련을 해야 하는 스님의 경우 엄격한 규율에 따라 생활을 해야 하기에 낮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공자의 가르침인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못 하고, 오물이 섞인 흙으로 쌓은 담장은 매끈하게 다듬을 수 없다"라는 문장도 언행일치를 강조한다. 뛰어난 말재주를 가진 제자의 말이 그의 행동과 일치하지 않음을 꾸짖으며 그에게 실망을 한 공자가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우리 속담에도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표현이 있듯, 사람들은 대체로 말보다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편인 듯하다.


61쪽의 키워드 "자신만의 생각이 없으면 '나'도 없다"라는 구절은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이다. 배움과 사고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한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에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며 배움과 생각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본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공자는 줄곧 인성이 먼저고 학문이 나중이라고 얘기하셨다고 하는데, 이 글의 저자도 '조국을 팔고 동포들의 피로 자신의 배를 불렸던 친일파들 대부분이 지식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한다. 한국 최고의 대학을 나오면 뭐 하나... 법대를 나오고 박사학위를 따면 뭐 하나... 인성이 더해지지 않은 지식은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 공자의 말씀은 그야말로 보석이다.

뒤로 가면 갈수록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들, 김홍도, 신윤복, 정선 등등의 그림들이 소개된다. 다재다능하지만 중인의 신분으로 욕심 없이 살았던 김홍도는 239쪽 [포의 풍류도]와 같은 그림을 통해서 유유자적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 군자를 키우길 원했던 공자의 평소 신념과 일치했다. 259쪽 [주유청강] 즉, 맑은 강의 뱃놀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통해서 신윤복은 덕보다 미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풍자한다. 이는 본능에 이끌려 미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덕에 자연스레 이끌리지 않는 점을 개탄한 공자의 마음을 표현한 듯하다.

[논어]는 현대인들에게는 다소 고리타분하거나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책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는 수준 높은 그림과 함께 기본적인 가치관을 회복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는 공자의 가르침이 간결한 키워드로 제시되기에 매우 흥미롭고 읽기에 편하다. 논어를 좀 더 간편하고 쉽게 알아보고 싶고 동시에 조선의 풍부한 그림들을 감상하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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