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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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인생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나요?

내가 힘들었을 때, 그리고 너무나 기뻤을 때, 그때 그 장소엔 항상 음악이 있었다. 십 대 시절엔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너무 좋아해서 그 채널에서 소개되는 록발라드에 빠져 살았고,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발라드에 미쳐서 가수 이소라 씨의 콘서트에 쫓아다니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 TV프로그램 때문에 성악에 미쳐서 젊은 성악가들 덕질하는 아줌마 팬들에 끼어서 전국을 다니기도 했다. 하여간 나도 음악이 없으면 안 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은 이렇듯 음악으로 인해 사랑하고 웃고 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예술인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 영혼을 바치는 청소년 다은, 젊은 나이에 웹 소설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는 민솔. 그러나 우연히 찾은 부산의 한 바닷가에서 만난 무명의 밴드가 연주하는 노래 덕분에 그녀는 다시 글을 쓸 용기를 찾게 된다. 십 대 시절부터 서정을 좋아했으나 호주로 유학을 간 뒤 에야 서정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깨닫게 되는 동후. 그는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발라드로 그녀에게 사랑을 간접적으로 고백하지만, 결국 그들의 연애는 오래 가지 못하게 되는데...

소설 [헤비메달을 듣는 방법]은 발라드, 락, 헤비메탈 등등등 각각의 장르와 관련되는 여러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마치 단편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코 수연이라고 할 수 있다. 청각 장애를 가져서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수연. 그녀는 온몸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레코드 가게이다.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장님은 한 아가씨로부터 이미 절판이 된 듯한 음반에 대한 의뢰를 받는다. 그것은 바로 밴드 "굿바이 제리"의 2001년도 라이브 앨범이었다. 그런데 그 음반을 찾고 있는 젊은 친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장님은 어떻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친구가, 청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헤비메탈을 좋아하는지 의아했지만, 중고 음반을 취급하는 친구를 통해서 그녀에게 구해준다. 그는 귀를 막고 음악을 듣는 경험을 통해서 피부로 스며드는 음악을 느끼며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음악 감상을 하는지

깨닫게 되는데....

역시 음악에 사랑이란 주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음악이라는 공통 주제 덕분에 한 콘서트장에서 만난 하진과 연인 사이가 된 수연. 그러나 하진의 친구들은 수연의 청각 장애를 문제 삼게 되고, 자신이 하진에게 부담이 될 것을 염려한 수연은 그와의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굿바이 제리의 리드 싱어 글렌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수연과의 추억을 떠올린 하진. 세차게 내리는 비처럼 강렬한 헤비메탈 그리고 그 헤비메탈을 온몸으로 감상하는 수연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으로 벅차오르는 하진. 그는 굿바이 제리 트리뷰트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고는 수연에게 문자를 보내는데... 과연 그들은 다시 재회할 수 있을 것인가?

소설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에는 특히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목표를 추구하고, 실패를 맛보고,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을 한다. 그들의 삶 속엔 항상 음악이 있고 음악은 그들에게 힘을 주고 살아갈 용기를 준다. 나는 특히 수연이 음악을 듣는 방식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피부로 스며드는 음악이라니... 귀보다는 심장에 더 가까운 음악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읽는 내내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던 소설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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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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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앤미러 시리즈 두 번째 책 [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을 읽었다. 구한나리 작가의 [삼인상]과 신진오 작가의 [매미가 울 때]는 각기 다른 개성과 재미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삼인상]의 배경이 되는 묏맡골은 상상 속의 마을이긴 하나, 옛 우리 조상님들처럼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고, 먼저 떠나신 분들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이뿐만 아니라, 신국과 월국의 경계에서 온갖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다는 설정도 꼭 우리 한민족 이야기를 하는 듯하여 읽는 내내 코 끝이 시큰했다.

[매미가 울 때]는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는 작품이다. 안개로 가득한 신비로운 세계.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들. 그런데 눈동자를 가진 버섯이 있고 그런 버섯을 온몸에 단 채 사람들을 공격하는 소위 망귀라는 존재가 있다. 마치 좀비를 연상시키는 망귀의 공격이 어디서 시작될지 몰라 가슴을 내내 졸이게 되는 이야기. [매미가 울 때]는 서사 구조 자체가 굉장히 탄탄하게 느껴진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이야기라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다.

[삼인상]

신국과 월국 경계에 있는 묏맡골은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주인공은 엄마의 뱃속에 있는 상태에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외지인을 내치지 않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엄마와 함께 그럭저럭 잘 살아온 주인공. 묏맡골은 예로부터 [삼인상]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들에게 예우를 해왔다. 살아있는 자 두 명이 밥상을 차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호신을 위한 밥을 따로 준비하는 게 바로 삼인상이다. 주인공은 마을에서 제례를 준비하는 당골의 둘째 딸 현이를 마음에 내내 품어왔고, 당골의 남편은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이와 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월국의 장수 무영삭에 의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마을의 여인들이 모두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는데....

[매미가 울 때]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어느새 민규와 아내 승희는 교통사고로 인해 뒤집힌 차 속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겨우 빠져나온 커플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사방은 자욱한 안개만 가득할 뿐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버섯들이 눈동자를 깜박거리고 있고, 그런 버섯들을 온몸에 매단 괴물들이 마치 좀비처럼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다가온다. 괴물을 피해서 정신없이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바로 다 쓰러져가는 으스스한 절이었고 민규는 절 안에 그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들도 몸을 피해서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민규는 마치 절 입구를 지키는 사대 천왕을 떠올리게 하는 도암 스님으로부터 오직 하나만이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듣게되는데....

아련한 슬픔이 느껴지는 작품 [삼인상]은 어떻게 보면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세계관을 촘촘하게 잘 세워놓았다. 전쟁과 같은 비극 속에서, 원래는 끈끈한 정을 나누었던 마을 사람들이 분열되는 장면이 안타까웠다.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색채가 진하게 풍기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죄인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 [매미가 울 때]는 아주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세계에 떨어진 사람들이 직접 자신을 구원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과 죄인은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 내가 생각하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 단계를 작가님이 너무나 잘 구현하셨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나의 문장에서 비롯되었으나 굉장히 풍부한 상상력과 탄탄한 세계관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을 신화와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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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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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앤미러 시리즈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단 하나의 문장이 작가들에게 주어지면 그들은 그 문장을 토대로 매력적인 작품을 탄생시킨다. 첫 번째 작품을 위한 문장은 바로 " 행복한 신혼, 죽음에서 돌아온 남편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이다. 총 2개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둘 다 기대 이상의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기발하고 신선하다는 느낌? 짧은 편이지만 충격적인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은 흡인력과 속도감이 좋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워지는 작품 [해먀]는 잘만 다듬으면 본격 호러 영화 한편 뚝딱 나오겠다 싶었다. 무더운 여름밤을 책임지는 공포 소설 -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하고 미래가 안 보이는 작가 동우와 결혼식을 올린 은진. 부모님은 비록 불참했으나 언니 금진만은 참석해 준 스몰 웨딩이었다. 아쉬운 마음은 있으나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은진. 결혼식 후 친구들과 2차 집들이를 끝낸 뒤 친구들을 배웅하고 오겠다던 동우의 귀가가 늦어지자 은진은 그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 친구와 통화를 하는 듯한 동우를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조용히 다가간 은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과연 이 남자가 내가 아는 그 동우가 맞는 걸까?

" 못생긴 거 알지, 누가 몰라. 눈은 단춧구멍 같지. 피부는 멍게 같지. 몸은 돼지 같지. (...) 내가 만난 애들 중 그나마 돈 있는 애가 얘뿐이라서, 그래서 잡았다. 됐냐?" - 23쪽-

[해마]

회영은 1년 전 끔찍했던 교통사고 이후, 계속되는 악몽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잘 달리다가 갑자기 불법 유턴을 해서 회영과 시광이 타고 있는 차로 돌진했던 BMW. 큰 교통사고였으나 다행히도 에어백 덕분에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그러나 회영은 악몽 속에서 가해자였던 BMW 차주가 충돌의 순간 창문을 뚫고 나와서는 운전석에 있던 남편을 잡아먹는 것을 보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이후 남편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시광은 어느새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해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웹 소설 창작 특강을 마치고 질문을 받던 중 회영은 자신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흡수하거나 공생하게 되는 "빙의 현상"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어떨지를 집요하게 묻는 여자. 회영은 나가는 길에 그녀가 탄 검은 SUV의 번호가 4391이고 얼마 전 자신을 미행했던 차의 차주가 바로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수상쩍은 그녀는 바로 1년 전 교통사고 당시 가해자와 함께 있었던 여자 친구였고 회영에게 아주 이상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지금 작가님 남편........ 진짜 남편이라 믿으세요?" -159쪽-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렇게 멋진 호러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다니 정말 작가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은 짧지만 굉장히 폭발력 있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똑똑하고 자존감 높은 주인공 은진조차 사회가 제시하는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에서 완전히 해방되진 못한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건만, 위선과 기만이 가득한 관계였다면? 그 부분이 진짜 "공포 그 자체" 라는 생각도 든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라는 그녀의 비명이 실제로 들려오는 듯한 작품. 작품 [해마]는 서사 구조가 다소 복잡하고 전개가 천천히 이루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마"와는 또 다른 성격의 해마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대단히 소름 끼치고 은근 공포스럽다. 작품 내내 뒤에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공포를 느낀 기분이다. 이야기 둘 다 너무 재미있고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되는 매드앤미러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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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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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증오로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니콜과 모니카. [퀸의 대각선 2]에서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좀 더 본격적인 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체스 게임에서 시작된 개인적 원한으로 말미암아 발생된 여로 사건들로 인하여 니콜과 모니카는 각자에게 있어서 영혼과도 같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된다. 그러나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서로에게 향하는 공격은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퀸의 대각선 2]에는 아직까지도 음모론이 집요하게 따라붙는 엄청난 사건, 9.11 사태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충격적이었던 당시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퀸의 대각선] 1편에서 니콜 때문에 어머니를 잃는 비극적 경험을 했던 모니카. 그녀는 영국 정보기관인 M15을 이용해서 니콜의 남자 친구이자 IRA의 우두머리였던 라이언을 죽이고 니콜을 납치하게 된다. 독방에 갇혀서 감각 박탈이라는 일종의 고문을 받으며, IRA에 대한 정보를 토해내기를 종용 받던 니콜. 모든 상황이 모니카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고 보이던 그때, 교도관을 돈으로 매수한 아버지 덕분에 니콜은 감옥을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비록 모니카와 총격전을 벌이긴 했으나 총격전을 벗어난 니콜은 헬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1986년, 총격전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니콜은 양모 사업의 전반적인 부분을 양치기 조슈아에게 넘기고 국제 정치에 투신하게 된다. 그녀는 민중 혁명의 중심부는 바로 소련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에 들어가게 된다. 조직가와 전략가로 인정받은 니콜은 친소 정부를 세우려는 소련 정부에 의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이 된다. 한편, 모니카는 반군 무장 게릴라인 무자헤딘을 지원하는 미국에 의해 마침 아프가니스탄에 와 있었다. 원수는 외다리 나무에서 만나는 법!! 멀리서도 모니카를 한눈에 알아본 니콜이 오토바이를 타고 말을 탄 모니카의 뒤를 쫓게 되는데....

이 둘이 실제 인물이라면 그냥 얼굴만 봐도 카리스마가 넘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전사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녀들. 체스의 천재들답게, 마치 체스판 위에서 사용할 듯한 전략들을 써가면서 서로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공격한다. 서로에 대한 이들의 끈질긴 공격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쓰는 작전과 전략 때문이다. 특히 니콜은 단 한 사람, 즉 모니카를 제거하기 위해서 마치 우연한 사고로 보이는 사건들을 설계한다. 이 와중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집단을 심리적으로 조종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써먹는 그녀의 전략에 있어서 실패란 없다.

[퀸의 대각선 2]는 정치에 몸을 담근 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라는 각자가 믿는 신념에 따라 투쟁하면서 동시에 평생의 숙적인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니콜과 모니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국제 정치학, 사회학, 지정학 등등을 가르치는 교수님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고, 냉전 이후 세계사를 이끈 핵심 세력들과 그들의 움직임 등등을 알 수 있었다.

역사에 있어서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벌이거나 사건의 중심지에 있었던 니콜과 모니카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적으로 세계사의 전면보다는 뒤에 물러서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대결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던 것... 마치 체스 대결을 벌이듯 그렇게 세계를 넘나들었던 두 체스 천재의 마지막 대결은 과연 어떤 결과로 마무리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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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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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이는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소설은 픽션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실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과학자나 탐험가처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 - 뇌, 인간의 영혼, 신, 공동체 등등 - 깊고 넓게 파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인 [퀸의 대각선]도 일종의 사회학, 혹은 정치학 논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체스라는 게임을 바탕으로 냉전 시대부터 이어져온 인류의 오래된 이념과 이념으로 인한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과 개인의 잠재력을 믿는 모니카는 냉전 시대의 소련과 미국의 대결을 보는 것 같았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체스 천재 니콜과 모니카, 그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

1970년대, 호주에 살고 있는 소녀 니콜 오코너는 학교에서 과학 실험을 위해 우리에 넣어놓은 생쥐 640마리를 풀어주고는 집단이 일으키는 혼란과 무질서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미국 소녀 모니카는 한 학생을 괴롭히는 5명의 아이들을 소화기를 이용해서 응징한 후, 멍청한 인간 집단의 무용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개인보다는 집단에 관심이 많은 니콜은 혼자 있기 싫어하는 병인 오토포비아를 앓고 있고, 모니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병적인 공포를 느끼는 안트로포비아라는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와 가정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딸을 보다 못한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이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계획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그녀를 체스로 유도한다. 양모 사업으로 떼돈을 번 니콜의 아버지는 사실 골수 공산주의자로서. 탄압받는 민중을 위해서 일하는 IRA와 같은 혁명 집단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왔다. 그는 니콜이 체스를 배우면서 집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배우길 바란다. 반면 모니카의 어머니는 충동적으로 감정에 휘말리는 모니카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체스를 권유한다.

소설 [퀸의 대각선 1]은 이토록 완전히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두 천재가 체스를 통해서 성장을 하면서 또한 체스를 통해 점차적으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1972년 레이캬비크 세계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만나게 되는데, 니콜은 에그레고르, 즉 집단정신이 가진 강력한 힘을 믿는 평소의 원칙대로, 체스를 둘 때도 폰들을 이용해서 상대방 킹을 강하게 압박하며 승리를 거둔다. 모니카는 좀 더 전략적인 편인데, 퀸이 가진 능력치를 이용해서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식으로 체스를 두게 된다. 숨 막히는 접전 끝에, 니콜이 특유의 압박 작전으로 모니카에게서 승리를 거둔 순간, 갑자기 모니카가 니콜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게 되는데.....

니콜과 모니카... 독자들은 [퀸의 대각선 1]에서 이 상반된 두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념대로 자라나게 된다. 니콜은 부족민들의 관습을 지켜보며 공동체와의 연결이 개인에게 힘을 준다는 걸 깨닫고는 사회학을 전공하는 쪽을 택한다. 우수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는 요가와 명상과 같은 훈련을 통해서 스스로 정신적인 깨달음을 추구하고 능력치를 키우게 된다. 겉보기에 그냥 이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사건의 지점에서 계속 만나게 된다.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두 사람. 이들이 부리는 체스판의 말들은 결국 세상이라는 보다 더 큰 체스판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과연 이들이 벌이는 체스 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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