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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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앤미러 시리즈 두 번째 책 [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을 읽었다. 구한나리 작가의 [삼인상]과 신진오 작가의 [매미가 울 때]는 각기 다른 개성과 재미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삼인상]의 배경이 되는 묏맡골은 상상 속의 마을이긴 하나, 옛 우리 조상님들처럼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고, 먼저 떠나신 분들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이뿐만 아니라, 신국과 월국의 경계에서 온갖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다는 설정도 꼭 우리 한민족 이야기를 하는 듯하여 읽는 내내 코 끝이 시큰했다.

[매미가 울 때]는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는 작품이다. 안개로 가득한 신비로운 세계.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들. 그런데 눈동자를 가진 버섯이 있고 그런 버섯을 온몸에 단 채 사람들을 공격하는 소위 망귀라는 존재가 있다. 마치 좀비를 연상시키는 망귀의 공격이 어디서 시작될지 몰라 가슴을 내내 졸이게 되는 이야기. [매미가 울 때]는 서사 구조 자체가 굉장히 탄탄하게 느껴진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이야기라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다.

[삼인상]

신국과 월국 경계에 있는 묏맡골은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주인공은 엄마의 뱃속에 있는 상태에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외지인을 내치지 않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엄마와 함께 그럭저럭 잘 살아온 주인공. 묏맡골은 예로부터 [삼인상]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들에게 예우를 해왔다. 살아있는 자 두 명이 밥상을 차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호신을 위한 밥을 따로 준비하는 게 바로 삼인상이다. 주인공은 마을에서 제례를 준비하는 당골의 둘째 딸 현이를 마음에 내내 품어왔고, 당골의 남편은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이와 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월국의 장수 무영삭에 의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마을의 여인들이 모두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는데....

[매미가 울 때]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어느새 민규와 아내 승희는 교통사고로 인해 뒤집힌 차 속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겨우 빠져나온 커플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사방은 자욱한 안개만 가득할 뿐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버섯들이 눈동자를 깜박거리고 있고, 그런 버섯들을 온몸에 매단 괴물들이 마치 좀비처럼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다가온다. 괴물을 피해서 정신없이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바로 다 쓰러져가는 으스스한 절이었고 민규는 절 안에 그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들도 몸을 피해서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민규는 마치 절 입구를 지키는 사대 천왕을 떠올리게 하는 도암 스님으로부터 오직 하나만이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듣게되는데....

아련한 슬픔이 느껴지는 작품 [삼인상]은 어떻게 보면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세계관을 촘촘하게 잘 세워놓았다. 전쟁과 같은 비극 속에서, 원래는 끈끈한 정을 나누었던 마을 사람들이 분열되는 장면이 안타까웠다.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색채가 진하게 풍기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죄인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 [매미가 울 때]는 아주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세계에 떨어진 사람들이 직접 자신을 구원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과 죄인은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 내가 생각하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 단계를 작가님이 너무나 잘 구현하셨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나의 문장에서 비롯되었으나 굉장히 풍부한 상상력과 탄탄한 세계관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을 신화와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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