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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ㅣ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단 하나의 문장이 작가들에게 주어지면 그들은 그 문장을 토대로 매력적인 작품을 탄생시킨다. 첫 번째 작품을 위한 문장은 바로 " 행복한 신혼, 죽음에서 돌아온 남편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이다. 총 2개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둘 다 기대 이상의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기발하고 신선하다는 느낌? 짧은 편이지만 충격적인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은 흡인력과 속도감이 좋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워지는 작품 [해먀]는 잘만 다듬으면 본격 호러 영화 한편 뚝딱 나오겠다 싶었다. 무더운 여름밤을 책임지는 공포 소설 -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하고 미래가 안 보이는 작가 동우와 결혼식을 올린 은진. 부모님은 비록 불참했으나 언니 금진만은 참석해 준 스몰 웨딩이었다. 아쉬운 마음은 있으나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은진. 결혼식 후 친구들과 2차 집들이를 끝낸 뒤 친구들을 배웅하고 오겠다던 동우의 귀가가 늦어지자 은진은 그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 친구와 통화를 하는 듯한 동우를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조용히 다가간 은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과연 이 남자가 내가 아는 그 동우가 맞는 걸까?
" 못생긴 거 알지, 누가 몰라. 눈은 단춧구멍 같지. 피부는 멍게 같지. 몸은 돼지 같지. (...) 내가 만난 애들 중 그나마 돈 있는 애가 얘뿐이라서, 그래서 잡았다. 됐냐?" - 23쪽-
[해마]
회영은 1년 전 끔찍했던 교통사고 이후, 계속되는 악몽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잘 달리다가 갑자기 불법 유턴을 해서 회영과 시광이 타고 있는 차로 돌진했던 BMW. 큰 교통사고였으나 다행히도 에어백 덕분에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그러나 회영은 악몽 속에서 가해자였던 BMW 차주가 충돌의 순간 창문을 뚫고 나와서는 운전석에 있던 남편을 잡아먹는 것을 보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이후 남편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시광은 어느새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해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웹 소설 창작 특강을 마치고 질문을 받던 중 회영은 자신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흡수하거나 공생하게 되는 "빙의 현상"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어떨지를 집요하게 묻는 여자. 회영은 나가는 길에 그녀가 탄 검은 SUV의 번호가 4391이고 얼마 전 자신을 미행했던 차의 차주가 바로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수상쩍은 그녀는 바로 1년 전 교통사고 당시 가해자와 함께 있었던 여자 친구였고 회영에게 아주 이상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지금 작가님 남편........ 진짜 남편이라 믿으세요?" -159쪽-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렇게 멋진 호러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다니 정말 작가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은 짧지만 굉장히 폭발력 있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똑똑하고 자존감 높은 주인공 은진조차 사회가 제시하는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에서 완전히 해방되진 못한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건만, 위선과 기만이 가득한 관계였다면? 그 부분이 진짜 "공포 그 자체" 라는 생각도 든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라는 그녀의 비명이 실제로 들려오는 듯한 작품. 작품 [해마]는 서사 구조가 다소 복잡하고 전개가 천천히 이루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마"와는 또 다른 성격의 해마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대단히 소름 끼치고 은근 공포스럽다. 작품 내내 뒤에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공포를 느낀 기분이다. 이야기 둘 다 너무 재미있고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되는 매드앤미러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