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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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이는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소설은 픽션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실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과학자나 탐험가처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 - 뇌, 인간의 영혼, 신, 공동체 등등 - 깊고 넓게 파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인 [퀸의 대각선]도 일종의 사회학, 혹은 정치학 논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체스라는 게임을 바탕으로 냉전 시대부터 이어져온 인류의 오래된 이념과 이념으로 인한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과 개인의 잠재력을 믿는 모니카는 냉전 시대의 소련과 미국의 대결을 보는 것 같았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체스 천재 니콜과 모니카, 그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

1970년대, 호주에 살고 있는 소녀 니콜 오코너는 학교에서 과학 실험을 위해 우리에 넣어놓은 생쥐 640마리를 풀어주고는 집단이 일으키는 혼란과 무질서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미국 소녀 모니카는 한 학생을 괴롭히는 5명의 아이들을 소화기를 이용해서 응징한 후, 멍청한 인간 집단의 무용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개인보다는 집단에 관심이 많은 니콜은 혼자 있기 싫어하는 병인 오토포비아를 앓고 있고, 모니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병적인 공포를 느끼는 안트로포비아라는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와 가정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딸을 보다 못한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이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계획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그녀를 체스로 유도한다. 양모 사업으로 떼돈을 번 니콜의 아버지는 사실 골수 공산주의자로서. 탄압받는 민중을 위해서 일하는 IRA와 같은 혁명 집단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왔다. 그는 니콜이 체스를 배우면서 집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배우길 바란다. 반면 모니카의 어머니는 충동적으로 감정에 휘말리는 모니카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체스를 권유한다.

소설 [퀸의 대각선 1]은 이토록 완전히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두 천재가 체스를 통해서 성장을 하면서 또한 체스를 통해 점차적으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1972년 레이캬비크 세계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만나게 되는데, 니콜은 에그레고르, 즉 집단정신이 가진 강력한 힘을 믿는 평소의 원칙대로, 체스를 둘 때도 폰들을 이용해서 상대방 킹을 강하게 압박하며 승리를 거둔다. 모니카는 좀 더 전략적인 편인데, 퀸이 가진 능력치를 이용해서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식으로 체스를 두게 된다. 숨 막히는 접전 끝에, 니콜이 특유의 압박 작전으로 모니카에게서 승리를 거둔 순간, 갑자기 모니카가 니콜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게 되는데.....

니콜과 모니카... 독자들은 [퀸의 대각선 1]에서 이 상반된 두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념대로 자라나게 된다. 니콜은 부족민들의 관습을 지켜보며 공동체와의 연결이 개인에게 힘을 준다는 걸 깨닫고는 사회학을 전공하는 쪽을 택한다. 우수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는 요가와 명상과 같은 훈련을 통해서 스스로 정신적인 깨달음을 추구하고 능력치를 키우게 된다. 겉보기에 그냥 이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사건의 지점에서 계속 만나게 된다.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두 사람. 이들이 부리는 체스판의 말들은 결국 세상이라는 보다 더 큰 체스판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과연 이들이 벌이는 체스 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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