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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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영원한 고전

매혹으로 가득 찬 중세 역사 미스터리로의 초대!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이자

전 세계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국내 유일 완역본!

12세기 영국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캐드펠 시리즈 중 첫번째 소설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읽었다. 성스럽고 경건한 수도원, 그 속에서 오직 신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수도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건만 어느 조직이 다 그러하듯, 이익을 탐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빌런들이 있고 그런 빌런들의 악행에 깽판을 치는 정의의 용사들이 있다. 잉글랜드 슈루즈베리 지역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인공 캐드펠 수도사는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현재 중년으로 접어든 그는 세속에 있을 시절 군인이자 한 배의 선장으로서 많은 모험을 했고 여러 여인들과 염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는 오직 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그는, 허브에 정통하였고 추리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에 사건이 발생하면 어느새 탐정으로 변해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그러던 어느날, 콜룸바누스 수사 (일종의 허약남이지만 부수도원장이 좋아하는 타입)가 기도 중 겪은 신비한 체험을 계기로 부수도원장을 리더로 한 수도사 일행은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지러가기 위해 웨일즈 지역의 귀더린으로 순례를 떠난다. 이 와중에 웨일즈 출신의 캐드펠 수사가 통역사로 따라가게 되고, 수도사라고 하기엔 좀 단순하고 혈기왕성한 (부수도원장이 싫어하는 속세적인 타입) 존 수사가 일종의 심부름꾼으로 순례단에 참여하게 된다.

부수도원장은 교만하고 권위적인 사람, 즉 이 이야기의 빌런으로 귀더린 주민들에게 성녀 위니프리드 유골의 의미가 크다는 걸 신경쓰지 않는다.

그에게는 오직 자신의 영광과 목적 수립이 중요할 뿐. 급기야 그는 귀더린 대표이자 유골 이전을 반대하는 영주 리샤르트를 만나 뇌물을 건네려다 그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돈이라니! 감히 돈으로 우리 성녀를 사겠다고? 나를 사겠다고?

나는 당신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가 취할 행동에 대해서도 두 개의 길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었소.

하지만 이제 하느님의 뜻으로 내 생각을 결정지었소!

당신에게 계시가 나타났듯 나에게도 이제 그 계시가 나타난 거요."

귀더린 지역을 관할하는 사제 휴 신부를 필두로 여러 사람들의 노력 끝에 부수도원장과 리샤르트의 화해가 조성되나 싶던 그때!!!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리샤르트가 숲에서 화살을 맞아 죽은 채 발견된 것.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화살의 소유자가 다름아닌 리샤르트를 아버지처럼 모셨던 외지인 엥겔라드???? 안 그래도 폐쇄적인 웨일즈 지역에서 외지인 엥겔라드가 차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도망치려는 엥겔라드를 키가 큰 농노가 붙잡으려고 덤벼든 순간, 함께 덤벼든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정의의 용사인 존 수사! 그런데 그가 수도복을 펄럭이며 다리를 붙잡은 이는 엥겔라드가 아닌 농노?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성녀의 유골 이전을 두고 귀더린 마을 사람들과 잉글랜드 수도사들 간에 긴장과 갈등이 팽팽한 가운데, 덕망이 높았던 주요 인물의 미스터리한 죽음이 발생한다!! 추리에 나선 캐드펠 수도사는 곧 리샤르트의 죽음에 뭔가 심상치 않은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비밀을 바탕으로 추리를 전개하게 되는데.... 과연 살인자는 누구?

정통 추리물 못지 않은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미스터리한 사건 외에도 캐릭터들에 대한 개성 넘치는 묘사가 재밌었다. 캐드펠 수사는 추리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지혜로워서 중재 역할을 담당한다. 존 수사는 단순 무식하긴 하나, 눈치가 빨라서 적재적소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들 뿐 아니라 과연 종교인이 맞나 싶은 악당 부수도원장과 그를 따르는 똘마니들의 어리석은 행동 마저도 하나의 재미요소 였다.

참... 현재나 과거나 스스로를 빛나게 만들기 위해서 발광을 하는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는 듯 하다. 옛날 소설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코믹한 요소가 있어서 재미있었던 소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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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유튜버
하마구치 린타로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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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주인은 그만두고

오늘부터 유튜버


아마도 오키나와 근처에 있는 듯한, 작지만 아름다운 미야코 섬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아빠 유고와 나이에 비해서 야무지고 성숙한 열두 살짜리 딸 우미카가 있다. 그럭저럭 게스트하우스를 꾸려가고 있긴 하나, 아빠 유고가 그다지 경제적 개념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장래에 미대를 가고 싶어 하는 우미카는 과연 아빠가 자신의 미대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스마트폰이 없는 우미카는 친구들을 통해서 유튜브와 히카링이라는 유명 유튜버의 존재를 알게 된다. 개미핥기를 들여온다는 둥, 개를 변장시켜서 판다를 만든다는 둥, 게스트하우스 유이마루를 좀 더 홍보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아빠 유고씨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유튜버 히카링의 연봉이 10억 엔이 넘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당장 유튜버가 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유고 TV 개국을 선언하면서, 어딘가 촌스럽지만 화려한 파란색 슈트를 입고 영상을 찍게 된 아빠 유고씨. 미야코섬의 사투리를 잔뜩 실어서 자기소개 영상을 찍는다. 우미카와 게스트하우스 스텝인 겐키는 아빠를 돕기 위해서 우미카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넣은 전단지를 길거리에 뿌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드디어 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하게 된 날, 히카링 영상의 조회 수가 200만 회 정도라는 걸 알게 된 아빠는 적어도 10만 회는 될 거라고 의기양양하지만, 웬걸 조회수는 고작 5에 그쳤고 사람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하는데....


과연 아빠 유고는 유튜버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소설 [아빠는 유튜버]는 소설은 12년 전 과거 도쿄로 상경해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던 유고씨의 젊은 날의 모습과 현재 게스트하우스 사장에서 유튜버로 전직을 꿈꾸는 유고 씨의 현재 모습을 교차시켜가면서 보여준다. 중간까지 읽은 독자들은 아마 이 2가지가 궁금해질 것이다. 유고씨는 왜 끝까지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추구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당시 그가 쫓아다니던 화려한 여인 사나에씨가 어떤 사연으로 우미카를 두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지.


그런데 [아빠는 유튜버]를 끝까지 읽다 보면 그 점에 대한 궁금증이 모두 풀리게 된다.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냥 좌충우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아빠 유고와 그런 아빠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사랑하는 딸 이야기이겠거니 하면 오산이다. 아주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사연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속없고 아주 제멋대로 살아가는 가벼운 남자 유고씨 인줄 알았는데, 사람에 대한 의리와 책임을 뼛속 깊이 새기고 살아가는 진지한 남자였던 것.


이 책 [아빠는 유튜버]를 읽으면 당장 미야코 섬으로 날아가고 싶을 것이다. 에메랄드그린 색 바다가 펼쳐지고 흰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그림 삼매경에 빠진 열두 살 소녀 우미카가 있다. 야자나무와 카약 그리고 흔들거리는 해먹이 있는 오래된 게스트하우스에는 여자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잘생긴 스태프 겐지가 있고, 유미카를 마치 자신의 딸처럼 보살펴주는 친절한 이웃들이 있다. 오랜만에 읽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설 [아빠는 유튜버]를 힐링 소설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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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예대의 천재들 - 이상하고 찬란한 예술학교의 나날
니노미야 아쓰토 지음, 문기업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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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가르쳐 준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최고의 예술 학교, 명문 동경 예대!

별세계가 펼쳐지는 천재들의 캠퍼스 속으로

멋진 선율의 음악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미술 작품으로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세상이 제시하는 성공의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창조적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예술가들이다. 책 [동경 예대의 천재들]의 부제는 '이상하고 찬란한 예술 학교의 나날'인데, 그야말로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동경 예대의 캠퍼스는 과연 얼마나 이상하고 얼마나 찬란한 것인가?

책의 저자 니노미야 아쓰토씨는 주로 호러와 오락 소설을 중심으로 작품을 집필한 작가이다. 저자의 아내는 동경 예대 조각과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고,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조각할 결심을 한 사람처럼 그려지고 있다. 일단 그녀는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사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구한 나뭇조각으로 숟가락을 만들고, 아버지가 구해다 준 커다란 판자를 이용해서 탁자를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거대한 나뭇조각으로 육지거북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른 목적은 없고 단지 거북이를 만들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만든다는 내용이 나온다. 참으로 괴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굉장히 유니크한 아내를 지켜보면서 저자는 도대체 아내가 다니고 있는 동경 예대는 어떤 곳이고,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던 것 같다. 책 [동경 예대의 천재들]은 일종의 르포나 시사물처럼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얻어낸 정보를 마탕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선 재미있었던 부분을 짚어보자면, 미술캠이라 불리는 미술학부와 음악캠이라 불리는 음악학부의 성향이 완전 대조적이라는 점이었다.

외모를 신경 쓰지 않고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미술학부 사람들. 그림 하나를 그리기 위해, 조각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재료와 도구를 옮겨야 하고 재료에 의해서 몸이 더러워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에 외모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미술 작품은 일단 만들기만 하면 평생 남아 있으므로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영역. 그래서인지 교수님들부터 굉장히 느슨해서 회의를 열면 대다수가 지각생이라는 사실이 소개된다. 반면 음악캠의 경우, 연주자가 연주회에서 관객에게 모습을 보이는, 일종의 상품이기에 이들은 외모를 가꾸고 복장에 신경을 쓴다. 책에서 설명되는 것처럼 음악은 순간에 펼쳐지는 찰나의 승부, 즉 일과성의 예술이기에 시간 엄수가 굉장히 중요하다. 학생들 대부분이 레슨 전 30분 도착을 반드시 지킨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기인에 가까운 괴짜 예술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몇 번이나 체포당하면서도 그라피티를 계속 그려온 다카하시 씨. 그는 소년원에 간 것을 계기로 미술을 그만두고 화류계로 진출해서 많은 돈을 번다. 이후 사람들에게 문신을 배우고 싶다며 예대를 들어오게 되지만 사실 그가 하고 싶었던 것은 정통 일본화. 음악 환경 창조 학과라는 곳으로 진학한 아오야기씨는 휘파람을 잘 부는데, 그의 최종 목표는 오케스트라에 휘파람을 집어넣는 것이고, 다나카 히사시게씨는 오직 태엽과 톱니바퀴만으로 글자를 쓰는 인형을 아주 정교하게 구현해낸다.

이 밖에도 [동경 예대의 천재들]에는 다수의 천재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재능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즐겁게 삶을 꾸려나간다. 나는 이렇게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우선 놀랐고, 동경 예대를 들어가는 게 엄청 어려워서 3수, 4수를 거듭하고도 계속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놀랐다. 아직 젊은 사람들이기에 장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이들은 순간의 열정, 창조하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매일 노력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 [동경 예대의 천재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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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공장 1 - 터널 속으로
허집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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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레가 아니야! 나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

​아무런 희망 없이 숨만 붙은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절망 그 자체인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시작했다가, 약자들을 억압하는 지배 세력에 맞서서 혁명을 노래하는 인권 드라마로 변모하더니, 마지막에는 거대 벌레에게 쫓기는, 스릴감 넘치는 재난 영화 같은 소설 [벌레 공장]

고아 출신의, 약자 중의 약자 주인공 소렌이 어디서 어떻게 구원을 찾는지 알기 위해서 나는 책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공간과 자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해서 배를 불리는 지배 계급, 하지만 결국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괴물까지 [벌레 공장]은 진정한 디스토피아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지구는 멸망한 것으로 보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대한 발전소에 모여 살고 있다. 그나마 가족이 있다면 삶이 나았겠지만,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고아인 소렌에게 삶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소렌처럼 가족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노동 계급은 노잡이가 되는데 이들이 노를 저어야 전기가 생산된다. 하루 종일 쉬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노를 저어도 이들이 얻는 것은 고작 손바닥 크기 정도의 영양 반죽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배급관의 실수로 영양 반죽을 배급받지 못한 소렌이 다른 배급관에게 항의를 했고, 그는 소렌이 속임수를 쓴다며 큰소리로 비난한다. 어느새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노잡이장 디노비크는 물러서지 않는 소렌을 꺾기 위해서 그를 버린 부모님을 들먹이며 소렌을 모욕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소렌은 의자를 들고는 미친 듯이 그를 내리친 뒤, 지하도에 살고 있는 범죄 집단인 고아들에게로 도망가게 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지구가 멸망하기까지의 순간은 없고 갑자기 발전소에서 소설이 시작되므로 약간 배경 설명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뭔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그때부터 소렌의 목숨을 건 도전과 모험이 시작된다. 반항도 한번 못하는 삶을 살다가, 범죄와 약탈을 일삼는 고아들 무리에 들어가게 되고, 무리의 지도자인 모그의 눈에 들어서 3인자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소렌.

이대로면 순수했던 영혼을 잃고 사기꾼 모그를 발전소장으로 밀어올리기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행동 대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던 차에 마침 사방에서 거대 벌레들이 몰려들면서 발전소는 일대 혼란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내가 읽은 소설은 [벌레 공장]의 1편이다. 이야기가 조금씩 진상을 드러내기에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소렌의 출생이나 활약이라는 부분이 2권에서 더 드러날 것 같아서 기대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재미 요소는 바로 괴물같은 거대 벌레들이다. 우리가 아는 평범한 벌레들이 - 바퀴벌레, 귀뚜라미 등등 - 인간보다 더 커졌다고 생각해 보자. 그야말로 소름 끼치고 공포스러운 상황이 아닐까?

무너져가는 발전소,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거대 벌레들, 아마도 발전소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을 것 같지 않은 바깥 환경. 과연 소렌은 위기를 벗어나고 구원을 찾을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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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콰마린
백가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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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콰마린은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빛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빛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보았던 맨 처음의 푸른빛이다.

죽음으로 남긴 저 심해의 빛이다. 비극이 남긴 보랏빛이다."

한국에서 소수의 엘리트들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조작하고 은폐해왔다. 누군가는 사건을 조작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몰았고, 조직의 부패를 폭로하려던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되거나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일반 대중들이 알 수 없는 억울한 일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그랬기에, 나는 이 소설 [아콰마린]의 등장이 반가웠다. 가해자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들의 마음 속에 엄연히 살아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용서는 신이 하시고 인간에게는 복수를 허락해주소서.

청계청 주변에서 절단된 손목 하나가 발견된다. 아콰마린 색의 매니큐어가 발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의 손으로 짐작되는 상황. 증거도 없고 목격된 자도 없기에 사건 해결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늘 그렇듯 이 사건은 미스터리 전담반이라는 허울만 그럴듯해 보이는 부서로 배치된다. 이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반장 케이는 승진이나 권력에 별 관심이 없어서 아무 탈없이 경찰 생활을 마무리짓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손목만이 덜렁 발견된 이번 사건도 어쩌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미제 사건 전담반으로 넘어갈 거라고 예상된다.

그런데 손목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부자연스럽게 구부러진 손가락이 마치 케이 반장의 그 "K"를 가리키는 모양이다. 그리고 미스터리 전담반에 얼마 전에 들어온 막내 김세영 형사에게 자꾸 이상한 우편이 날아든다. 김형사의 아버지는 과거 뛰어난 능력의 경찰이었으나 연기처럼 실종된 후 아무소식이 없다. 혹시나 아버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봐 경찰이 되었지만, 이후 자신이 속한 강력반 다른 형사들과 자꾸 갈등하고 불화를 일으키는 바람에 결국 미담반으로 전출된 김형사. 김형사에게 날아드는 카드에는 마치 성경 구절에 해당하는 듯한 메세지들이 적혀 있다.

"이는 그의 발이 그물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려들며 그의 발뒤꿈치는 덫에 치이고 그의 몸은 올무에 얽힐 것이며"

과연 누가 이런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 걸까? 그런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전이 없던 상황에 혼자서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던 김형사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들려온다. 그 손은 남성의 손이고 또한 엄연히 손의 주인이 살아있다는 것.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소설 [아콰마린]은 다른 미스터리 소설과는 그 목적과 진행 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다. 뭐랄까? 이 소설은 한국의 과거 역사를 비극으로 물들인 권력 집단의 조직적 범죄를 고발하고 있는 느낌이다. 범죄란 보통 개인이 저지르는 일이지만 소설 [아콰마린]에서 이야기하는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과 돈을 위해서, 조직 속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양심을 팔아먹고 모두가 함꼐 저지른 "불의" 를 고발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집단이 개인에게 모진 짓을 저지른 한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잘못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느낌이다. 소설 [아콰마린]은 우리가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비극적인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소수의 엘리트 권력 집단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정치 권력 집단들은 추후 심판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내용의 밀도가 높고 진지한 소설 [아콰마린]은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준 뒤, 가해자들에게 이렇게 묻는 듯 하다. 당신은 정의의 심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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