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콰마린
백가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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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콰마린은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빛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빛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보았던 맨 처음의 푸른빛이다.

죽음으로 남긴 저 심해의 빛이다. 비극이 남긴 보랏빛이다."

한국에서 소수의 엘리트들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조작하고 은폐해왔다. 누군가는 사건을 조작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몰았고, 조직의 부패를 폭로하려던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되거나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일반 대중들이 알 수 없는 억울한 일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그랬기에, 나는 이 소설 [아콰마린]의 등장이 반가웠다. 가해자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들의 마음 속에 엄연히 살아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용서는 신이 하시고 인간에게는 복수를 허락해주소서.

청계청 주변에서 절단된 손목 하나가 발견된다. 아콰마린 색의 매니큐어가 발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의 손으로 짐작되는 상황. 증거도 없고 목격된 자도 없기에 사건 해결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늘 그렇듯 이 사건은 미스터리 전담반이라는 허울만 그럴듯해 보이는 부서로 배치된다. 이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반장 케이는 승진이나 권력에 별 관심이 없어서 아무 탈없이 경찰 생활을 마무리짓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손목만이 덜렁 발견된 이번 사건도 어쩌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미제 사건 전담반으로 넘어갈 거라고 예상된다.

그런데 손목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부자연스럽게 구부러진 손가락이 마치 케이 반장의 그 "K"를 가리키는 모양이다. 그리고 미스터리 전담반에 얼마 전에 들어온 막내 김세영 형사에게 자꾸 이상한 우편이 날아든다. 김형사의 아버지는 과거 뛰어난 능력의 경찰이었으나 연기처럼 실종된 후 아무소식이 없다. 혹시나 아버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봐 경찰이 되었지만, 이후 자신이 속한 강력반 다른 형사들과 자꾸 갈등하고 불화를 일으키는 바람에 결국 미담반으로 전출된 김형사. 김형사에게 날아드는 카드에는 마치 성경 구절에 해당하는 듯한 메세지들이 적혀 있다.

"이는 그의 발이 그물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려들며 그의 발뒤꿈치는 덫에 치이고 그의 몸은 올무에 얽힐 것이며"

과연 누가 이런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 걸까? 그런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전이 없던 상황에 혼자서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던 김형사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들려온다. 그 손은 남성의 손이고 또한 엄연히 손의 주인이 살아있다는 것.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소설 [아콰마린]은 다른 미스터리 소설과는 그 목적과 진행 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다. 뭐랄까? 이 소설은 한국의 과거 역사를 비극으로 물들인 권력 집단의 조직적 범죄를 고발하고 있는 느낌이다. 범죄란 보통 개인이 저지르는 일이지만 소설 [아콰마린]에서 이야기하는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과 돈을 위해서, 조직 속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양심을 팔아먹고 모두가 함꼐 저지른 "불의" 를 고발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집단이 개인에게 모진 짓을 저지른 한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잘못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느낌이다. 소설 [아콰마린]은 우리가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비극적인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소수의 엘리트 권력 집단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정치 권력 집단들은 추후 심판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내용의 밀도가 높고 진지한 소설 [아콰마린]은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준 뒤, 가해자들에게 이렇게 묻는 듯 하다. 당신은 정의의 심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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