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공장 1 - 터널 속으로
허집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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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레가 아니야! 나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

​아무런 희망 없이 숨만 붙은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절망 그 자체인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시작했다가, 약자들을 억압하는 지배 세력에 맞서서 혁명을 노래하는 인권 드라마로 변모하더니, 마지막에는 거대 벌레에게 쫓기는, 스릴감 넘치는 재난 영화 같은 소설 [벌레 공장]

고아 출신의, 약자 중의 약자 주인공 소렌이 어디서 어떻게 구원을 찾는지 알기 위해서 나는 책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공간과 자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해서 배를 불리는 지배 계급, 하지만 결국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괴물까지 [벌레 공장]은 진정한 디스토피아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지구는 멸망한 것으로 보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대한 발전소에 모여 살고 있다. 그나마 가족이 있다면 삶이 나았겠지만,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고아인 소렌에게 삶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소렌처럼 가족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노동 계급은 노잡이가 되는데 이들이 노를 저어야 전기가 생산된다. 하루 종일 쉬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노를 저어도 이들이 얻는 것은 고작 손바닥 크기 정도의 영양 반죽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배급관의 실수로 영양 반죽을 배급받지 못한 소렌이 다른 배급관에게 항의를 했고, 그는 소렌이 속임수를 쓴다며 큰소리로 비난한다. 어느새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노잡이장 디노비크는 물러서지 않는 소렌을 꺾기 위해서 그를 버린 부모님을 들먹이며 소렌을 모욕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소렌은 의자를 들고는 미친 듯이 그를 내리친 뒤, 지하도에 살고 있는 범죄 집단인 고아들에게로 도망가게 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지구가 멸망하기까지의 순간은 없고 갑자기 발전소에서 소설이 시작되므로 약간 배경 설명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뭔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그때부터 소렌의 목숨을 건 도전과 모험이 시작된다. 반항도 한번 못하는 삶을 살다가, 범죄와 약탈을 일삼는 고아들 무리에 들어가게 되고, 무리의 지도자인 모그의 눈에 들어서 3인자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소렌.

이대로면 순수했던 영혼을 잃고 사기꾼 모그를 발전소장으로 밀어올리기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행동 대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던 차에 마침 사방에서 거대 벌레들이 몰려들면서 발전소는 일대 혼란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내가 읽은 소설은 [벌레 공장]의 1편이다. 이야기가 조금씩 진상을 드러내기에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소렌의 출생이나 활약이라는 부분이 2권에서 더 드러날 것 같아서 기대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재미 요소는 바로 괴물같은 거대 벌레들이다. 우리가 아는 평범한 벌레들이 - 바퀴벌레, 귀뚜라미 등등 - 인간보다 더 커졌다고 생각해 보자. 그야말로 소름 끼치고 공포스러운 상황이 아닐까?

무너져가는 발전소,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거대 벌레들, 아마도 발전소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을 것 같지 않은 바깥 환경. 과연 소렌은 위기를 벗어나고 구원을 찾을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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