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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평점 :
대한민국의 어른들의 삶은 – 물론 청소년이나 청년들도 그렇지만 – 참으로 고단합니다. 일하는 엄마들은 회사 눈치를 봐가며 일하느라 살림하느라 바쁘고 가장들은 그들대로 회사에서 언제 짤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갑니다. 마치 거대한 기계 속에 들어가서 함께 움직이는 부품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이 “ 대한민국 ” 이라는 기계가 멈추고 우리의 삶이 거기서 정지할 것처럼, 모두들 정신없이, 서로를 밀쳐가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무엇을 위해서?
언젠가부터, 나 자신에게 묻고 있는 말이,“ 너 지금 행복하니? ” 입니다.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지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 일을 그만두지는 못했지만 – 네네 비겁한 패배자 입니다 – 끊임없이 하고 싶은 다른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통장은 텅텅 비어갔고 낭비된 시간처럼 느껴지는 사건들이 생겼지만 ... 행복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고...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 조금씩 그림이 그려졌죠.
“ 수요일에 하자 ” 라는 이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 – 누구 하나 주인공 아닌 사람들이 없습니다. 엄청 개성들이 강하거든요. 그러나 세속의 잣대로 보면 루저들입니다. 패배자들 – 이혼을 했다거나 직장이 없어서 노가다판을 전전한다던가, 당장 전기세 월세 낼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자기 가정 하나 지키지 못하고 멀쩡한 직업 하나 없는 어쩌면 불쌍하다 싶은 생각까지 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고 있거든요. 바로 밴드생활과 공연 입니다. 사실 그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땐 한물간 7080 음악을 연주하는 뭔가 어정쩡한 밴드입니다. 별로 실력도 없어 보이는. 그러나 그들은 연주할 때마다 그 순간순간을 만끽하고 더 강렬하게 연주할 수 없을지 고민하며 그런 식으로 자신들만의 낙원을 “ 낙원 ” 이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이루어냅니다. 바깥 세상은 그들을 미치게 하니까요.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개 같이 일만 하고 놀지를 않으니까 " 그들은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는 겁니다.
근데 만약 그들이 자신만의 세상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했다면 책의 울림이 그렇게 크진 않았을 겁니다. 여기서 주인공 중 1명인 리콰자라는 리드 싱어는 3년전 온 국민을 눈물 젖게 만들었던 세월호 사건을 바탕에 두고 작사를 하여 " 검은 바다 " 라는 노래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사건이 얼마나 우리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고 큰 아픔이었는지.....아직도 자식들을 찾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어머니들이 있습니다. 리콰자도 아버지인지라...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 뿐 아니라 또 다른 주인공 니키타는 치매에 걸려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모를 모시고 연습실인 “ 낙원 ”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그 와중에 연주를 듣고 있던 노모가 총기를 서서히 다시 되찾으십니다. 음악이라는 또다른 차원의 세상을 경험하며 에너지를 얻으신 것일까요? 니키타의 노모는 놓고 있던 실낱같은 삶의 끈을 다시 붙잡아서 조금씩 회복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스스로 일어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기적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이런 게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고 신앙에 기대기도 하고 돈이나 물질 등에 기대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어른들은 얼마나 될까요?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으시면.... 박수드립니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금 과격하긴 하나 – 행복하지 않다고 직장을 당장 때려치우고 당장 이혼할 수 있는건 아니니 – 너의 삶은 바로 여기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요. ㅎㅎㅎ 그리고 이 책을 또한 즐길 수 있었던 또 한가지 포인트는 어릴 적 좋아하던 해외 밴드들의 노래가 소개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Eagles 의 Desperado 나 Deep Purple 의 Soldier of Fortune 등등.. 감수성 예민했던 시절들이 떠올라서 빙그레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남은 인생의 목표를 " 주도적인 인생을 살기 " 로 잡아야 겠습니다.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