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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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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고 비록 빛이 바랠지 언정 기억과 추억은 남는다. 그리고 서로를 많이 사랑하게 되면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지 않을까?

 

어디서 읽었는데,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 보다 더 많이 그를 알게 된다고 한다.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바다를 보겠다고 남편 몰래 길을 나선다. 그녀의 남편은 메모 한 장만 남기고 떠난 그녀의 부재에도 무덤덤하게 일상을 살아간다.


 

바다를 보겠다고 떠난 그녀의 이름은 에타. 백발이 성성한 이 80대의 여인은 도시를 거치지 않고 무조건 산을 넘고 풀숲을 지나며 숲 속 아무데서나 잠을 청한다.


 

책은 길을 떠난 에타와 묵묵히 에타를 기다리는 남편 오토를 보여주며, 사건이 일어난 현재와 그들이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진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에타는 원래 오토의 교사였지만 군대에 간 오토의 편지글의 철자를 고쳐주다가...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천에 서서히 물감이 스며들 듯이 그렇게 스며든 사랑.


 

그러나 그들 말고도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그는 바로 러셀. 군대에 있던 오토 대신 에타를 돌봐줬던 착한 사람. 그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는 오토가 답답해서 에타를 찾으러 나선다. 그녀가 혹시나 쓰러질까봐, 길을 잃고 헤메이다가 다칠까봐.


 

그런데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건이 에타에게 발생하는데, 한 코요테가 그녀에게서 뭔가를 느끼고는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에타는 그 코요테에게 제임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편안히 대화를 하면서 길을 걸어간다.  힘든 여행길에 동반자는 목마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한 잔의 물과 같으니.


 

곧 이 할머니의 미스터리한 여행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가 되면서 신문에 나오거나 방송국에서 인터뷰도 나온다. 그러나 그녀는 관심이 없다. 오직 바다를 봐야겠다는 열망 뿐.   그녀에게 있어서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이 소설에서 바다로 그녀의 목적은 그냥 짐작 밖에 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한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와 그 언저리에 있는 것들을 시로 만들어서 나지막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렇게,

 

"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하게 되면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 사람의 기억과 상처와 아픔 등이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된  그 기억과 상처들은 나 에게로 와서 말을 건다. 이것 좀 고쳐줄래?  "

    

 

에타는 오토가 되고 오토는 에타가 된다. 에타는 오토의 기억 속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 혹은 함께 느끼기 위해 ) 바다로 떠나고 오토는 에타가 되어 빵을 굽고 쿠키 반죽을 한다.


 

오토가 군대를 갔다가 부상당해 제대를 했듯이 에타는  바다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 정말 주관적인 저만의 생각입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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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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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리소설은 이 소설이 영화화 될 것을 미리 고려하여 쓰여지는 것 마냥 매우 생생하게 묘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도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미국 드라마를 연상시킵니다. 아프리칸스 언어 ( 네덜란드어가 변해서 만들어진 언어 ) 로 불사조를 의미한다는 페닉스 라는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은 일단 맷 주버트라는 경감 ( 이 분이 불사조를 의미하는 거겠죠? ) 의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슬픔으로 소용돌이치는 내면묘사와 도대체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두 가지 사건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권총을 들여다보고 있는 맷 주버트.. 그는 더 이상 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지금의 현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어하는 주버트 경감. 그는 현재 불빛 하나 없는 상실과 슬픔의 통로를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옆집에 사는 아름답고 젊은 여인의 유혹에 이끌리기도 하면서 삶은 지속되지요.

 

은행 강도 사건과 연쇄 살인사건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동시에 벌어지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이 사건들에 대한 억측과 불안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새로 부임하게 된 드 비토라는 신규 경감국장은 말도 안 되는 정보를 언론에 흘리거나 - 중국 마약 갱단이 개입되었다는 둥 - 수사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영매를 불러오는 등... 도대체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무능력한 상사가 부하직원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나 할까요!!! ( 거대한 사마귀가 자주 언급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

 

맷은 정신상태가 불안하다는 관계당국의 지시에 의해서 심리상담가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이 소설은 두 가지 포인트에서 매우 매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 중 한 포인트는 맷 주버트라는 인물의 내면의 상처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성공 지향적이고 남을 밟고서라도 지위를 차지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성격. 반면 맷은 어머니를 닮아 내성적이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과거로 인한 상처와 함께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그의 내면은 곪을 데로 곪아 있어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언젠가는 터져야 합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처음에 언급했듯이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범죄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한 인물과 사건 묘사인 것 같습니다. 은행 강도가 갖가지 변장을 해가며 은행 직원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가는 장면은 두려움보다는 웃음을 자아내고 또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6명의 인물들이 차례로 똑같은 권총에 사살되어 쓰러져 있는 장면에서는 도대체 누가? ? 라는 의문을 자아냅니다.

 

맷 주버트 경감은 심리상담의 도움을 받으며, 속에서 곪아가던 상처를 치료함과 동시에 그 상담가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며 죽음에 등을 돌리고 삶과 마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와 동시에 수사에도 진전이 있게 되죠. 도저히 연관이 있을 것 같지 않던 연쇄 살인의 피해자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고 본인도 빵! 마지막에 드디어 고름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 속 종기를 터트려 버립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어마어마한 반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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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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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어른들의 삶은 – 물론 청소년이나 청년들도 그렇지만 – 참으로 고단합니다일하는 엄마들은 회사 눈치를 봐가며 일하느라 살림하느라 바쁘고 가장들은 그들대로 회사에서 언제 짤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갑니다마치 거대한 기계 속에 들어가서 함께 움직이는 부품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이 “ 대한민국 ” 이라는 기계가 멈추고 우리의 삶이 거기서 정지할 것처럼모두들 정신없이서로를 밀쳐가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무엇을 위해서?


언젠가부터나 자신에게 묻고 있는 말이,“ 너 지금 행복하니? ” 입니다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지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물론 당장 일을 그만두지는 못했지만 – 네네 비겁한 패배자 입니다 – 끊임없이 하고 싶은 다른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통장은 텅텅 비어갔고 낭비된 시간처럼 느껴지는 사건들이 생겼지만 ... 행복했습니다그 순간만큼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고...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 조금씩 그림이 그려졌죠.


“ 수요일에 하자 ” 라는 이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 – 누구 하나 주인공 아닌 사람들이 없습니다.   엄청 개성들이 강하거든요그러나 세속의 잣대로 보면 루저들입니다패배자들 – 이혼을 했다거나 직장이 없어서 노가다판을 전전한다던가당장 전기세 월세 낼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자기 가정 하나 지키지 못하고 멀쩡한 직업 하나 없는 어쩌면 불쌍하다 싶은 생각까지 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고 있거든요바로 밴드생활과 공연 입니다.   사실 그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땐 한물간 7080 음악을 연주하는 뭔가 어정쩡한 밴드입니다.  별로 실력도 없어 보이는그러나 그들은 연주할 때마다 그  순간순간을 만끽하고 더 강렬하게 연주할 수 없을지 고민하며 그런 식으로 자신들만의  낙원을 “ 낙원 ” 이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이루어냅니다바깥 세상은 그들을 미치게 하니까요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개 같이 일만 하고 놀지를 않으니까 그들은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는 겁니다.  


근데 만약  그들이 자신만의 세상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했다면 책의 울림이 그렇게 크진 않았을 겁니다여기서 주인공 중 1명인 리콰자라는 리드 싱어는 3년전 온 국민을 눈물 젖게 만들었던 세월호 사건을 바탕에 두고 작사를 하여 검은 바다 라는 노래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그 사건이 얼마나 우리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고 큰 아픔이었는지.....아직도 자식들을 찾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어머니들이 있습니다.  리콰자도 아버지인지라...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 뿐 아니라 또 다른 주인공 니키타는 치매에 걸려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모를 모시고 연습실인 “ 낙원 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그 와중에 연주를 듣고 있던 노모가 총기를 서서히 다시 되찾으십니다.  음악이라는 또다른 차원의 세상을 경험하며 에너지를 얻으신 것일까요?  니키타의 노모는 놓고 있던 실낱같은 삶의 끈을 다시 붙잡아서 조금씩 회복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스스로 일어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기적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이런 게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고 신앙에 기대기도 하고 돈이나 물질 등에 기대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어른들은 얼마나 될까요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으시면.... 박수드립니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금 과격하긴 하나 – 행복하지 않다고 직장을 당장 때려치우고 당장 이혼할 수 있는건 아니니 – 너의 삶은 바로 여기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제가 느끼기에는요ㅎㅎㅎ  그리고 이 책을 또한 즐길 수 있었던 또 한가지 포인트는 어릴 적 좋아하던 해외 밴드들의 노래가 소개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Eagles 의 Desperado 나 Deep Purple 의 Soldier of Fortune 등등..  감수성 예민했던 시절들이 떠올라서 빙그레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남은 인생의 목표를 주도적인 인생을 살기 로 잡아야 겠습니다.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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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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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 아닙니다. 여기에 수십 개의 아름다운 책방과 도서관을 담은 예술작품이 있네요. 제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은 바로 그것입니다. 예쁜 사진이 있거나 그림이 있어서 그런 거라기 보다는, 우리 나라에 이렇게 멋진 서점과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이 책 한권에서 아주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이  책에서 저는 우리의 미래를 점쳐볼 수도 있었고 나 자신의 미래도 점쳐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이 훌륭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개인이 공동체 의식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구요

먼저 부산에 있다는 한 서점과 도서관에 대해 읽고 엄청 감명 받고 엄청 반가웠습니다. 저에게 감동을 준 서점은 바로 인디고 서원이었습니다. 물론 제 자신도 깊이 있고 넓은 범위의 독서를 해온 것은 아니지만 제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빈약한 독서량이었습니다. 물론 입시가 중요한 아이들이라 시간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을 멀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한창 뇌가 발달할 시점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인문학을 접하고 토론하여 거기서 깨달음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항상 들거든요.

그런데 이 인디고 서원에서 우리 청소년의 미래를 발견한 겁니다. 이 인디고 서원을 운영하는 허아람 대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서점을 보고  서점이 단순히 책이 팔리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차도 마시고 토론도 하는 문화가 있는 공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 서점에서 저자 초청 토론회, 청소년 토론 프로그램, 수요 독서회, 인문교양지 발행 " 등등의 청소년이 중심이 되고 청소년들의 독서와 토론이 기본이 되는 서점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세청세 라는 인문 토론 프로그램도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뜻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라는 의미인데 , 단순히 책을 읽고 감상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얻은 것을 바탕으로 실제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청소년들이 함께 고민을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씨앗에 물을 주면 그게 자라서 새싹이 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 같다고 느꼈지요. 그런 서점이 부산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반가웠던 포인트는 바로 추리문학관에 대한 소개글 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저는 부산에 혼자서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23일의 일정으로 그동안 바빴던 제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었지요.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기 보다는 호텔에서 뒹굴거리며 쉬거나 바닷가에 가서 해변을 거닐며 고독을 씹을 예정이었죠.

그런데 제가 그때 들고 간 부산 여행가이드북에 추리문학관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때도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많은 저는 버스를 타고 추리물 전용 도서관이 있다는 그 달맞이 언덕으로 올라갔지요. 가다가 중간에 잘못 내려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서관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안 갔으면 큰일날뻔 했지요. 왜냐면요... 그 추리문학관은 엄청 서늘했거든요. 아주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인물을 담은 액자들과 그들의 작품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지친 다리를 쉬게 하면서 이리 저리 책을 구경할 수 있었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추리 + SF 전용 도서관을 세우고 싶은 저에게 그곳은 저의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아 ! 이런 구조나 이런 책들로 도서관을 채우면 되겠구나 하는 구도가 머리 속에 그려졌습니다. 마치 현재의 제가 미래의 저를 만나는 환상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도서관은 바로 느티나무 도서관이었습니다  언젠가 어떤 어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 대도시의 혼란스러운 도로와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살아가나? 과연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  라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을 토로하셨죠. 그럴 때 마다 우리에게는 쉬어갈 편안한 공간이 하나쯤 필요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느티나무 도서관이야말로 휴식이 필요할 때 자신의 의자를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가 쪽 나무 벤치에서 오순도순 책을 보고 있는 모녀의 모습과 1층 구석에 있는 골방 이라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들... 도서관의 내부는 마치 아이를 안아주는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다른 도서관과는 다르게 음식물 반입 금지나 정숙과 같은 규제가 없어서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책을 보고 토론할 수도 있고 그림책에 점자를 붙여서 시각 장애를 가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단서만으로도 책을 찾아주는 사서들의 모습에 감동까지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 책마을 헤이온와이 ] 에 대한 내용입니다  짧지만 가장 강렬한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 리처드 부스 ' 라는 주인공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헌책을 수집하여 100만권이라는  책을 소유한 뒤 영국 웨일스 지방에 정착합니다. 처음에는 괴짜로 여겨지지만 점차 이 괴짜로부터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곳은 책 관광 마을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죠. 나중에는 이 주인공은 이 마을을 헤이온 왕국 으로 선포하고 서적왕 리처드 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주 바람직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매해 5헤이 페스티벌 이 열리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여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유명한 저자들과의 만남을 갖는다고 합니다

내년 목표는 영국 웨일스에 가는 걸로 해야겠습니다.  이 괴짜 서적왕이 어떻게 마을을 세웠는지 벤치마킹을 좀 해야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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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순례자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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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쉽게 읽혀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읽어야 하고 또한 생소한 지역명이나 사람들의 이름 등등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약간 방해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이 소설은 인간의 욕심과 집념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매우 재미있는 역사추리소설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타임머신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지요... 내용은 뭐 보시면 됩니다. ㅎㅎ
 
일단 이 책은 한창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온갖 질병이 창궐한데다가 종교인과 귀족들은 무지한 백성들을 신의 이름으로 탄압하던 시절인 유럽 중세시대의 독일의 한 지방을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 당시 계급이 없거나 돈이 없던 서민들은 꼼짝없이 종교인과 귀족들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었죠. 계급이 중요시 되었고 일단 마녀나 몰리거나 사악한 주술사로 몰리게 되면 꼼짝없이 모진 고문을 당하거나 사형을 당하던 끔찍한 시대였습니다.
 
이 책의 시작은 웬 약제사 수도사의 익사에서 시작됩니다. 추리소설의 모든 시작이 그러하듯이 이 죽음은 독자에게 많은 궁금증을 일으키지요. 과연 누가 죄가 없을 것 같은 수도사를 저렇게 잔인하게 죽일까?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죄를 그가 저지른 것일까?
 
그런 다음 이제 시점은 이제 수도원에서 퀴슬 가족에게로 옮겨갑니다. 야콥 퀴슬은 대대로 내려오는 사형집행인 가족 출신이고 본인도 현재 사형집행인을 맡고 있습니다. 매부리코에 키가 180이 넘는 장신이며 덩치가 산 만한 매우 매서운 눈초리의 소유자인 그는, 비록 비천한 신분이지만 매우 머리가 좋고 추리력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의 사위인 지몬은, 제대로 된 의사 신분은 아니지만 목욕탕 의사라는 약간 독자들로 하여금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요상한 직업을 가진 인물인데 덩치가 매우 작고 여리여리 하지만 온갖 약초에 대한 지식으로 가득 찬 또한 똑똑한 머리의 소유자로 묘사가 됩니다.
 
또 야콥 퀴슬 가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야콥의 딸인 막달레나는 아버지처럼 비천한 계급의 인물이긴 하나 아버지처럼 고집이 센데다가 매우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제 퀴슬 가족과 사건과의 연관성은 지몬과 막달레나가 안덱스로 순례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비로소 시작이 됩니다. 사형 집행인이라는 비천한 신분 때문에 사실은 눈치를 많이 보면서 가야 하는 여행이지만 어쨌든 막달레나와 지몬은 아이들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순례여행을 떠납니다.
 
안덱스로 도착한 이후 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스펙이 조금 밀리긴 하나 그래도 목욕탕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지몬에게 요하네스 수도사가 자신이 수련 수도사였던 쾰레스틴 수도사의 시체를 한번 살펴봐주길 바랍니다. 지몬은 시체를 살펴보다가 이것이 단순 익사사건이 아니라 타살 사건일 수도 있는 여러 정황을 발견하게 됩니다. 머리 뒤의 혹이라든가 등등.... 그러면서 수도원장에게서 사건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죠.
     
한편 지몬은 이리 저리 살인 사건 조사를 하다가 비르길리우스라는 수도사이자 시계공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아주 묘한 게 그는 수도사라는 사람이 과학 분야의 지식을 매우 많이 갖춘 사람입니다. 오로라라는 자동인형을 만든다든지... 그리고 진공의 힘을 설명한다든지.... 지몬은 그 사람에게서 매우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비르길리우스가 있던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그의 조수였던 비탈리스는 전소된 채 발견되고 비길리우스는 실종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수도원 내에서는 긴장감이 돌게 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지몬은 자신이 목격한 부분을 설명하게 됩니다. 비르길리우스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요하네스 수도사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요하네스 수도사의 확대경 등등을 말이죠.
 
그러는 와중에  요하네스 수도사가 마법사이고 주술사이며 그가 모두들 죽이고 비르길리우스도 마법의 힘으로 지옥으로 보내버렸을 거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과학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았던 이 시대에는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거나 설명할 수 없던 일들은 모두 주술사나 마법사의 사악한 힘으로 몰아버렸던 것 같습니다.
 
도망치다가 숲 속에서 잡힌 요하네스 수도사는 이제 자신의 모진 운명을 깨닫고 절망하게 됩니다. 앞으로 겪게 될 모든 모진 고문과 고통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죽음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는 와중에 감옥에 들어와 있던 막달레나와 요하네스 수도사가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 대화를 하다가 요하네스 수도사가 막달레나 아버지 야콥 퀴슬과 과거에 둘도 없는 친한 관계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요하네스 수도사가 살인 사건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굳게 된 막달레나는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이 사건으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요하네스 수도사가 수도사가 되기 전 이름이었던 네포묵, 야콥 퀴슬은 본격적으로 네포묵을 구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게 되고,,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이곳 저곳을 파헤치기 시작하지요.
 
그런 중 한편... 수도원 내에서 세 성체와 성체 현시대가 분실되는 사고가 또 발생되게 됩니다. 자 이제 사건은 좀 더 복잡해 지는 것이죠. 비르길리우스는 어디로 갔고 누구에게 납치되었으며 그리고 도대체 성체와 성체 현시대는 누가 훔쳐간 것인지...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비르길리우스의 일과 세 성체 분실 성체 현시대 분실 등을 연관시켜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이제  비르길리우스 수도사와 오로라 인형의 실종 그리고 성체와 성체 현시대의 분실과의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이 부분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힘들고 괴로울 때 신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중세 시대 순례자들이 자신들의 힘든 삶을 이겨내기 위해서 순례와 성체 등등을 통해서 신과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했던 것 처럼요..  그러나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리석은 짓이지요.  인간은 mortal  입니다.  생즉필멸이지요...

흥미진진한 역사추리소설 - 근데 읽기 쫌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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