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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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고 비록 빛이 바랠지 언정 기억과 추억은 남는다. 그리고 서로를 많이 사랑하게 되면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지 않을까?

 

어디서 읽었는데,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 보다 더 많이 그를 알게 된다고 한다.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바다를 보겠다고 남편 몰래 길을 나선다. 그녀의 남편은 메모 한 장만 남기고 떠난 그녀의 부재에도 무덤덤하게 일상을 살아간다.


 

바다를 보겠다고 떠난 그녀의 이름은 에타. 백발이 성성한 이 80대의 여인은 도시를 거치지 않고 무조건 산을 넘고 풀숲을 지나며 숲 속 아무데서나 잠을 청한다.


 

책은 길을 떠난 에타와 묵묵히 에타를 기다리는 남편 오토를 보여주며, 사건이 일어난 현재와 그들이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진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에타는 원래 오토의 교사였지만 군대에 간 오토의 편지글의 철자를 고쳐주다가...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천에 서서히 물감이 스며들 듯이 그렇게 스며든 사랑.


 

그러나 그들 말고도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그는 바로 러셀. 군대에 있던 오토 대신 에타를 돌봐줬던 착한 사람. 그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는 오토가 답답해서 에타를 찾으러 나선다. 그녀가 혹시나 쓰러질까봐, 길을 잃고 헤메이다가 다칠까봐.


 

그런데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건이 에타에게 발생하는데, 한 코요테가 그녀에게서 뭔가를 느끼고는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에타는 그 코요테에게 제임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편안히 대화를 하면서 길을 걸어간다.  힘든 여행길에 동반자는 목마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한 잔의 물과 같으니.


 

곧 이 할머니의 미스터리한 여행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가 되면서 신문에 나오거나 방송국에서 인터뷰도 나온다. 그러나 그녀는 관심이 없다. 오직 바다를 봐야겠다는 열망 뿐.   그녀에게 있어서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이 소설에서 바다로 그녀의 목적은 그냥 짐작 밖에 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한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와 그 언저리에 있는 것들을 시로 만들어서 나지막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렇게,

 

"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하게 되면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 사람의 기억과 상처와 아픔 등이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된  그 기억과 상처들은 나 에게로 와서 말을 건다. 이것 좀 고쳐줄래?  "

    

 

에타는 오토가 되고 오토는 에타가 된다. 에타는 오토의 기억 속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 혹은 함께 느끼기 위해 ) 바다로 떠나고 오토는 에타가 되어 빵을 굽고 쿠키 반죽을 한다.


 

오토가 군대를 갔다가 부상당해 제대를 했듯이 에타는  바다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 정말 주관적인 저만의 생각입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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