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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병동 ㅣ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장르가 무엇이건 간에 상관없이, 작가는 책을 통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여러 다양한 모습과 인간 군상 등을 드러내고자 한다. 단지 형식이 다를 뿐. 미스터리나 스릴러물도 그런 면에서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장르들이 살인이나 자살 등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하여, 개인의 추악한 욕망이나 사회의 어둠 ( 자본주의의 탐욕 ) 등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미스터리 혹은 추리소설이란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해주는 문의 열쇠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사건 해결의 스릴감에 도취되기를 원하고 작가와의 머리 싸움을 시작한다. 작가가 뿌리는 사건 해결을 향한 빵가루를 따라가면서, 그래 한판 씨름을 해보자. 던질 때로 던져봐라. 복선과 힌트,,, 과연 누가 범인이고 범인이 아닌지,,, 뭣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난 해결할 수 있어. 왜냐하면 난 한국의 셜록 홈즈,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이니까 ( 라는 헛소리를 해가며 ㅋㅋ )
이 가면 병동이라는 책의 겉장에 나와 있는 가면이 심상치 않다. 모든 사건이 이 가면을 중심으로 해서 벌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고 살게 된다. 그것이 고객을 향한 점원의 웃음이든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부하직원의 표정관리이든 아니면, 세금탈루와 같은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는 회사와 같은 곳이든 간에, 현대의 인간과 사회는 많은 가면을 덮어쓰고 산다고 볼 수 있다.
위선과 가식 그리고 더 나아가면 뇌물 수수와 같은 부도덕.
병원이라는 공적인 장소도 인간이 운영하는 곳이니 만큼.... 어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까? 그 가면을 끝까지 따라갔을 때....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주인공 쇼고는 외과의사인데 원래 자신의 선배가 근무해야할 한 요양병원 당직 근무를 대신 맡게 된다. 그 병원은 늘 누워만 있거나 아예 정신이 없는 요양환자들이 있는 곳이라 따로 할 일이 없고 그냥 대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꿀알바라 생각하며 병원에 가는데, 하필이면 그날 재수도 없게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갑자기 뉴스에서 편의점 강도 사건이 터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쇼고는 병원에서 권총을 들고 삐에로의 가면을 뒤집어쓴 복면 강도를 만나게 된다. 그때 그는 그의 손에 붙들려온 한 여인을 보게 되고 그 여인은 바로 편의점에서 강도의 총에 맞아 배에 피를 흘린 채 삐에로 가면에 의해 끌려온 인질인 것이었다.
병원에는 쇼고와 두 명의 간호사 사사키, 히가시노 밖에 없고 그 외에는 3층과 4층에 머물러 있는 환자들 뿐이다. 그 강도는 연신 자신은 경찰을 피하러 왔을 뿐이고 새벽이 되면 나갈 것이니 그 동안 조용히 있어라 라고 말하여 쇼고와 그 외의 인질들을 안심시키지만 그래도 역시나 불안감을 감출 수는 없다.
그런데 병원에 없는 줄 알았던 원장이 갑자기 나타나서 삐에로 가면을 골프채로 때려눕히려 하였으나 도리어 자신이 공격을 받고 다리에 총을 맞는다. 마나미라는 이름의 인질도 부상, 원장도 그 지경에 이른 상태. 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쇼고는 요양 병원에 있을 가능성이 낮은 완벽한 시설을 갖춘 수술대가 놓여 있는 광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고 병원 이리저리를 쑤시고 다니며 조사를 한다.
수술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삐에로 가면이 당연히 돈을 훔치기 위해서 편의점을 습격하고 병원에 몸을 숨기기 위해서 인질을 데리고 온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쇼고, 그러나 완벽한 시설을 갖춘 수술실을 발견하고, 연이어,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던 비밀 엘리베이터와 뭔가 숨기는 듯한 원장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수상한 점을 조사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품게 되는 쇼고.
그러다가 쇼고과 마나미 사이에는 이상야릇한 감정이 폴폴 솟아나게 되고 쇼고는 그녀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자 마나미를 빨리 탈출시키던지 아니면 경찰을 빨리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를 써보지만 어찌하리... 이미 밀실 미스터리인 걸.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간호사 중 한 명인 사사키가 가슴에 칼을 맞은 채로 발견이 되고 이제 이 밀실 미스터리는 다른 국면에 들어가게 되고 다른 성격을 띄게 된다. 누가 왜 사사키를 죽였는가? 아무도 들어갈 수 없고 나갈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자 이제 생각해 볼 거리들이 있다.
첫 번째, 삐에로는 왜, 하필이면 이 요양병원을 선택했을까? 우리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사키는 왜 살해를 당했을까?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상태인데. 왜 사사키만?
세 번째, 과연 요양병원에 완벽한 수술대가 있을 필요가 있는가?
이제 새벽이 밝아오고 있고 조금만 더 있으면 삐에로는 약속대로 경찰을 피해서 병원을 나갈 것이고 쇼고와 함께 다른 인질들도 안전하게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삐에로가 약속을 지킬까? 삐에로는 과연 무엇 때문에 병원에 들어온 것일까? 자신의 말대로 단지 경찰을 피해서 온 것일까?
책 전체에 걸쳐서 허둥지둥 대는 원장 다도코로, 다도코로와 함께 뭔가 감추는 듯한 간호사 히가시노,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칼에 찔려 사망한 간호사 사사키, 연약하지만 웬일인지 쇼고에게 지나치게 추파를 던지는 듯한 마나미 그리고 이 혼란의 와중에도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쇼고.
이 책은 밀실 미스터리가 그러하듯이 나중에 거대한 반전이 빵 하고 터진다. 그러나 읽어나가다보면 추리 소설을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모든 인질극의 시작이 무엇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끝날지 대충 짐작을 하게되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을 것 이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우리는 정녕 물질의 노예로써 밖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소유나 존재나 그것이 문제로다.
인간으로써의 최소한의 존엄성도 지킬 수 없다면,,,,,,,, 과연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완벽하게 쇼고의 입장에서 ( 과연 그런 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ㅎㅎㅎ) 삐에로의 가면을 쓴 무시무시한 인질범과 함께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지친다. 머리도 어지럽고. 아마 쇼고도 그랬을 것 같다. 쇼고 다음에도 또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