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최형아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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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지만문제의 위중함은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몇몇 시사프로에서 다루어왔던 문제이니만큼..


코피노란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사업차 혹은 유학차 필리핀을 방문했던 한국인이 필리핀 여성을 만나 가진 아이들코피노의 대부분은 자식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아버지를 둔비슷한 가정사를 가지고있다한국 현지에서는 고소감인데 양육비 고소 단지 외국 그리고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에서 벌어진 일이라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아이들.


코피노의 현실 아버지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이 당연히 크지 않을까대부분이 미혼모인 필리피노 어머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그들은 삶의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근근이 살아간다아이들은 가난과 이중잣대 한국인도 아니고 필리핀인도 아니고 의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이고.


책 속에 등장하는 에일리처럼태어난 죄 밖에 없는데탄생 순간부터 축복받지 못하는 영혼들은 단지한국인의 아이라는 이유로사회의 손가락질과 비난의 눈길을 받게 된다당연히 필리핀 주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가거나평생 좌절을 거듭하거나 출구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으며대한민국의 추악한 민낯을 보게 되었다돈 좀 벌었다고 으스대며 필리핀으로 골프관광과 성관광을 떠나는 양반들현지인들을 무시하며 돈을 쓰고 필리핀 현지 여성들의 성을 사고 착취한다성을 사는 게 아니라 현지 여성과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한다하더라도 그동안 생긴 아이에 대해선 눈을 감아버리는 몇몇 한국인들주인공 리틀 박의 아버지처럼... 파렴치한 인간들이 있다그들은 연락하라며 잘못된 주소를 적어주고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타고 나몰라라 한다그 와중에 욕으로 주소를 대신하는 인간도 있다니.. .. 정말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 요약하자면권위적인 사업가이자 정치인인 아버지를 피해서 필리핀으로 떠나온 리틀 박그는 한국에 있을 때아버지의 강요로 인해서 연인을 잃게 된 아픔을 지니고 있다그런데 필리핀에서도 아버지라는 망령을 마주칠 줄이야사업가였던 그는 접대를 하는 과정에서 에일리 라는 술집 여성을 만나게 되고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그런데 어느 순간 에일리는 사라져버리고 물어물어 그녀를 찾아간 팔라완이라는 곳에서 무장괴한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는 리틀 박.


한편 필리핀에서 첫째 아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둘째 아들인 지훈을 필리핀으로 파견하는 아버지둘째 아들은 영사관에서 일하는 미스터 장과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 앤디 그리고 형과 가장 친한 친구인 미스터 임을 만나면서 형이 어디에 잡혀있는지 조금씩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이 책엔 사실 납치를 당한 주인공 리틀 박이 나중에 에일리와 대화를 나누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는 장면들이 이야기의 주요 서사를 차지하고 있고 이 부분들은 이야기의 흐름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상처를 잊고자 한국을 떠나왔는데 또 다른 상처와 마주하게 된 주인공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단지 한국 남자란 이유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그아버지의 업이 고스란히 그에게 찾아왔다.


요즘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필리핀에서의 한국인 피살 사건어쩌면 주인공 리틀 박처럼 아무 책임이 없고 선한 사람이 당했을 수도 있다그런데 불교 사상에 ‘ 업 ’ 이라는 게 있는데 그 사상에 따르면 부모가 선업을 짓느냐 악업을 짓느냐에 따라 자손에게까지 행불행이 이어진다고 한다내가 저지른 일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자손들을 칠 수 있다는 건데... 나중에 안 좋은 일을 당하고 울고불고 해 봐야 소용없는 일코피노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서 한국인들을 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쭉 그럴 것이다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추리소설인 줄 알고 시작했으나 사회고발 르포처럼 읽혔다코피노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넘어범죄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정부는 왜 손을 놓고 있을까수많은 에일리와 에일리 엄마의 눈에 흐르는 피눈물이 보이지 않는 걸까우리가 당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지금도 수많은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소설의 저자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이 소설을 쓰지 않았나 싶다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코피노 문제... 진작 다뤘어야 할 진정성 있는 주제와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묘사로 독자를 사로잡는 이 책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 우리가 알아야 할 시대의 상처를 다루고 있다..


에일리의 엄마인 테스가 친구를 통해서 지훈에게 한 말이 울림이 되어 남는다... 그나마 다행으로 느껴진다고 할까그 동안의 아픔은 잊고 새출발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듯한 발언.


“ 아참테스가 이 말로 꼭 전해달라고 했는데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건 자신은 에일리와 함께 꼭 행복해질 거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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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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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끝없이 어딘가로 질주하는 남자가 있다. 누군가의 추적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나이. 위장술로 어찌어찌 몸을 숨겨보려하나, 집요한 적의 총공세로 인해 더 이상 사람들이 있는 곳에선 살아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은 숲. 그는 한마리 동물이 되어 살아간다. 굴을 파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살쾡이와 친구를 맺는다. 그런데 어느날, 자신의 은신처를 발견한 적과 대치하게 된 스파이.

 

주인공은 영국인 스파이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재자 암살 시도 끝에 잡혀서 모진 고문을 당하여 손가락들이 망가지고 한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노련한 스파이답게 고문관들을 물리치고 빠져나온다. 사냥꾼이 사냥에 실패하면 도로 사냥감이 되는 법. 고도로 훈련된, 짐승의 본능과 민첩성을 가진 첩보요원이나 한순간의 실패가 모진 시련을 불러왔다.

 

이 책 로그메일에 등장하는 주인공 첩보요원은 존재감이 다소 희미하다. 일단 이름이 없다. 1인칭 시점으로 이어지는 이 글에는,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과 그를 둘러싼 위협적인 외부세계만이 존재한다. 급박한 시간 속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는 도대체 누구이고 어떤 독재자를 쫓고 있었던 것일까? 독재자 암살의 명분도 없고 조국에 대한 사랑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쫓기는 사냥감의 동물적 감각과 집요하게 그를 쫓는 무리들. 아마 독재자 편이겠지.

 

도시의 인파 속에 묻히려던 그의 정체는, 그가 자신을 추격하던 누군가를 살해한 이후, 완전히 드러나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간다. 인파가 드문 시골까지 내려온 첩보요원. 좁은 오솔길에 들어와 굴을 파는 지경까지에 이른다. 굴을 파고 풀로 위장한 문을 만들어 몸을 숨기는 스파이.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숨어있는 그를 찾아낸 적들. 통로를 차단하는 압박 요법으로 점점 그를 코너에 모는데.....

 

책의 말미에 이르기까지, 소설은 친절함을 베풀지 않는다. 내가 누구인지, 독재자는 누구인지, 시대적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드러나는 게 없다.

 

오직 " 나 " 라는 인물의 " 생존 " 을 향한 치열한 몸부림만이 보일 뿐이다. 치밀한 묘사로 인해, 독자들은 그의 숨소리마저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동굴 입구를 막아버리는 적군들 앞에서 이제는 주인공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냄새마저 맡을 수 있다. 오직 주인공의 도망과 적들의 추적으로 이루어지는 내용인지라, 독자들은 모든 감각을 다 동원하여 주인공과 함께 할 수 있다. 그가 갇혀있는 축축한 동굴 내부의 느낌, 산소가 모자라서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갑갑함, 죽음을 앞에 두고 과거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느릿느릿한 독백의 처연함까지.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보니 저렇게는 살 수 없겠다 싶다. 억만금을 준다해도. 걷는 내내 뒤돌아봐야하고, 나를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한다. 나중엔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도 의심이 된다. 조국을 위해서도 아니고 도대체 명분이 없는 암살자의 삶. 왜? 그렇게 살까? 그 아래 뭔가 있을리라는 나의 생각은 박살이 나고만다.

 

로그메일은 처절한 한 남자의 생존기이다. 감정이 끼여들 틈이 없다. 죽음이 코 앞에 있는 상태에선 생각을 해선 안되고 감정을 느껴서도 안된다. 오로지 삶을 향해 나아가야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게 다소 힘들었다. 주인공이 긴장하고 불안에 떨때마다 독자들도 함께 했기때문.  같이 도망다닌 것 처럼 근육이 욱신거린다.

 

한마리 고독한 늑대의 이야기이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나만 믿어야 하는 외로운 스파이의 운명. 순간 번뜩이는 기지와 재치만이 나를 살릴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이나마 진짜 첩보요원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007처럼 멋있게 암살에 성공한 스파이 이야기가 아니다. 암살에 실패한 뒤 도망다니는 자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어떤 첩보영화나 소설보다도 사실적이고 박진감이 넘친다. 위기의 순간마다 땀을 쥐게 만드는 첩보소설 속으로 빠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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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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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 24 ] 읽는 내내 한숨을 쉬었다. 왜 우린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걸까? 정녕? 꿈 많고 가족을 사랑하던 해나가 왜 추운 새벽에 차가운 저수지로 몸을 던져야했을까? 공룡처럼 거대한 경제 시스템 안에 " 사람 " 이라는 두 글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거대한 기계를 지탱하는 부품들만 존재할뿐. 부품이 죽든지 살아남든지 기계는 슬퍼하지 않는다. 다른 부품으로 갈아 끼우면 되니까. 이 세상의 모든 해나를 위해 기도하며 책을 읽어내려간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혹은 골리앗에게 맞서는 다윗.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조변호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뿌리깊은 사회악을 제거하고 아파하는 이들과 연대하려는 그녀의 몸짓에서 정의를 읽었으나, 약하디 약한 참새의 날갯짓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참... 책을 든 순간부터 거대한 용과 싸우는 전사의 모습이 그려지니,,,,,원

 

주인공 김변호사는 자신의 학교 후배인 인권변호사인 조변호사로부터 사건의뢰를 받게 된다. 원래는 조변호사의 몫이였으나 암수술을 받아야되는 바람에 그녀가 믿고 따르는 선배 김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것.

 

김변호사가 변호할 재석 군은 저수지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나를 성폭행하고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김변호사는 조변호사가 왜 이 사건에 집착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마도 그녀가 보호하고 있는 이 사회의 주변인들 - 외국인 노동자들, 해나와 같은 현장 실습생들, 그 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 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추측하며.

 

조변호사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김변호사는 조변호사를 통해, 그리고 해나의 주변인들을 탐문하면서 많은 진실을 알게 된다. 해나가 죽기 전 함께 콜센터의 해지방어팀에 근무하던 팀장이 실적의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했고 해나와 함께 콜센터의 해지방어팀에 근무했던 같은 학교의 다른 현장 실습생들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1달도 못 채우고 퇴사를 했던 것. 검찰은 해나의 죽음을 단순히 재석의 성폭행에 의한 사고로 돌리려하나 김변호사가 봤을 때 이 사안은 그다지 단순하지가 않다.

 

책을 읽으며 너무 놀랐고 창피했으며 죄책감마저 들었다. 통신사 해지를 위해 전화를 할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전화기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내 이웃 내 형제 내 부모 일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 해본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콜센터에서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한 팀원들을 일부러 비난하고 창피 준다는 대목에서 그만 분노의 눈물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해나가 회사를 들어갈때마다 지옥문을 들어가는 느낌이었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열악하디 열악한 콜센터의 상황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너무나 무거워졌다.

 

181쪽

 

개인의 희생을 통해 사회가, 국가가 번영할 수 있다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사회와 국가가 우리의 것이었던 적은 없었다. 몇몇 독재자와 그들의 비호를 받고 있던 정치인, 사업가, 언론인 들의 것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회사를 배불리기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으니까.

 

과연 김변호사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이끌어내려고 파이팅 중인 검찰을 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제 2 의 해나는 지금도 양산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약자와 주변인이 보호되는 세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며 철통같은 경제논리 앞에서 무너지는인권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주위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우리가 바꾸어나가야 할 현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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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별의 금화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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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호텔의 한 방에서 발견된 뛰어난 언론인의 시체. 그녀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킨다. 여러 분야의 지인들에게 존경을 받던 유명 언론인의 죽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죽음 방식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것. 시체의 오른쪽 눈알을 관통한 총알 한방. 보지 말아야할 것을 봤던 걸까? 마치 죄인을 단죄하는 듯한, 혹은 처형을 집행한 듯한 살해방식. 과연 범인은 누구고 그녀는 왜 그런 죽음을 맞닥뜨려야했던 걸까?

 

한편, 오토바이와 자동차사고를 목격한 청년 쥘레만.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살펴보다가 그가 지니고 있던 수십장의 사진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진들은, 아동들의 나체가 찍힌 아동 포르노물이였던 것. 심상치않다고 여긴 쥘레만은 그것들을 챙겨서 집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곧 도로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을 포착하게 된다. 낯선 남자들의 등장과 함께 사라지는 오토바이와 시체. 그러나 순간 쥘레만과 남자들의 눈빛이 오고가고 한순간에 쥘레만은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마는데...

 

이 클럽 별의 금화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기법을 띄고 있다. 미스터리한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검은 음모의 네트워크. 부패한 정치인과 부패 경찰관이 합심하여 벌이는 한 판의 체스게임과도 같은 살인 게임. 그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던 유명 언론인은 꺼지는 불꽃처럼 생명을 잃게 된다.

 

그러나 어떤 단체나 집단이든 어두운 힘을 따르는 자가 있다면 썩은 사과를 도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정의의 사도들이 있는 법. 이 클럽 별의 금화의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 마탈러와 기자인 안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안나는 친하게 지내던 기자 헤를린데가 행방불명되자 마탈러에게 특별 수사를 부탁한다. 그들이 팀을 이루어 비공식 조사를 하는 동안 초블릭이라는 호텔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헤를린데.

 

한편, 헤를린데가 시체로 발견된 ' 초블릭 호텔 ' 에 마탈러의 라이벌인 형사 로텍이 나타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수사를 가로막는다. 그의 수상쩍은 움직임이 이상했던 마탈러는 따로 로텍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 와중에 그와 정치인들이 얽키고 설킨 클럽 별의 금화의 비밀스러운 모임이 만천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클럽 별의 금화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러 포인트가 있다. 평범하지 않은 피해자의 죽음, 그것을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거대한 악의 세력들의 음모, 똑똑하지만 악의 손을 덥썩 잡아버린 약한 인간들, 인간적 흠은 조금씩 있으나 매력적인 동시에 선한 정의 구현자들.

 

진실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고난과 역경의 길을 걷는게 인지상정인가보다. 심하면 이렇게 헤를린더처럼 목숨을 잃기도 하고. 그러나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진실을 요구한다. 그게 인간의 본능인 듯 싶다. 비록 큰 희생을 치른 누군가가 있지만 진실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된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거짓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뛰어난 실력의 형사와 의협심 강한 기자가 만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스릴과 박진감이 넘친다. 비록 목숨을 잃었지만 죽는 순간까지 취재의 끈을 놓지 않았던 헤를린데가 남긴 기록과 집요하고 능력있는 형사 마탈러의 추적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는 클럽 별의 금화 속의 인물들의 검은 음모와 부패. 정의가 시원하게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구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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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생활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2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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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 히트를 쳤던 [ 반지의 제왕 ]이라는 영화에는 모두가 손에 넣고 싶어한 반지가 등장한다. 괴물 골룸이 외쳤던 My precious. 그 절대반지에 사람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는, 자신이 비밀스럽게 욕망하고 있는 소원을 들어주기 때문. 권력이나 부 혹은 명예, 등등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은 다양하지만 특히 여자들이 욕망하는 게 있다. 그건 " 미모 " 라 불리는 또다른 형태의 권력이다.

예전에도 물론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가 사회에서 대접을 받았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각이 지배적인 미디어 세대에 들어서면서 현대 사회에서 외모의 훌륭함은 이제 절대적 가치가 되어버린 것 같다. 도덕적 잣대를 더 이상 들이댈 수 없는 숭배의 대상. 사람들은 미모를 추구하고 미모를 갖춘 사람들을 선망하며 성형외과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맹목적인 미모에 대한 짝사랑을 지켜보며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한게 아닐까?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평범한 여고생 진진은 아이마스크 사의 신제품 베타테스터로 선정이 된다. 이 회사는 아름다운 가면을 만들어내는 회사로써, 베타테스터로 선정이 되면 일정기간 동안 자신에게 맞는 가면을 쓰고 정원이라 불리는 사교 공간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낼 수 있다. 그 가면은 일종의 인공지능이 삽입되어있어서 마치 원래의 자기 얼굴인양 얼굴어 정착하는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진진은 가면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얼굴과 친구에게 빌린 옷과 구두 등으로 치장을 하고 정원으로 나가 다른 가면생활자들과 어울린다. 그러나 그들이 진진을 바라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다. 진진을 다른 여자로 착각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진진은 예전에 누려보지 못 했던 관심과 화려한 분위기를 즐기기로 한다.

한편, 또다른 주인공 남고생 오타는 이상한 메세지를 받게 된다. 자신의 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안티마스키드에 접속하여 피그를 만나보라고 하는 메세지를 받은 것. ( 여기서 안티마스키드는 아이마스크 사에 반대하는 집단 ) 온라인으로 피그에게 접속한 오타는 자신의 형이라고 주장한 사람의 아이디가 유령이라는 사실과 원래 아이마스크사에서 일하던 그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을 찾아야한다는 일념으로 오타도 베타테스터로 지원하여 정원으로 입성을 하게 되는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프게 뼈를 깎고 살을 찢는 위험한 성형을 하느니, 차라리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꺼내 쓰는 아름다운 얼굴. 마치 내 얼굴처럼 느껴진다는데 누가 마다하랴?

하지만 이런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끊임없이 스스로와 남을 의심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저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들의 시선이 그다지도 두려운가? 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살게 될까?

한 사회에서 철학이나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 부족하게 되면 생기는 현상이라고 본다. 겉모습에 집착하는 것. 물론 아름다움을 거부하라는 것은 아니라, 매력이라는 건 외모에서만 뿜어져나오는게 아니라는 점은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화두라고 본다. 개성이 사라진 사회에 뭐가 남겠나? 도대체. 예쁜 종이 인형들만 걸어다니는 사회? 예쁜 종이 인형에 감탄하는 무리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개성이 부족한, 자신감도 없고 자신만의 철학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건 아닐까?

가면생활자는 결국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인 것이다. 내가 " 나 " 로 더이상 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가? 매일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며 "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 " 를 되풀이했던, 자존감 낮은 여왕이 치러야했던 댓가처럼, 이 책 속의 가면생활자들은 거짓된 삶의 댓가를 치러야한다. 다양한 방식로.

책의 말미에 이르러 회사가 감추고 있던 모든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아이마스크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오타의 형이 그걸 알아채고 비밀을 밝히려 했던 와중에 행방불명 되었던 것이고. 과연 오타는 형을 구할 수 있을까? 진진은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얼른 이 책을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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