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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생활자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2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 히트를 쳤던 [ 반지의 제왕 ]이라는 영화에는 모두가 손에 넣고 싶어한 반지가 등장한다. 괴물 골룸이 외쳤던 My precious. 그 절대반지에 사람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는, 자신이 비밀스럽게 욕망하고 있는 소원을 들어주기 때문. 권력이나 부 혹은 명예, 등등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은 다양하지만 특히 여자들이 욕망하는 게 있다. 그건 " 미모 " 라 불리는 또다른 형태의 권력이다.
예전에도 물론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가 사회에서 대접을 받았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각이 지배적인 미디어 세대에 들어서면서 현대 사회에서 외모의 훌륭함은 이제 절대적 가치가 되어버린 것 같다. 도덕적 잣대를 더 이상 들이댈 수 없는 숭배의 대상. 사람들은 미모를 추구하고 미모를 갖춘 사람들을 선망하며 성형외과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맹목적인 미모에 대한 짝사랑을 지켜보며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한게 아닐까?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평범한 여고생 진진은 아이마스크 사의 신제품 베타테스터로 선정이 된다. 이 회사는 아름다운 가면을 만들어내는 회사로써, 베타테스터로 선정이 되면 일정기간 동안 자신에게 맞는 가면을 쓰고 정원이라 불리는 사교 공간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낼 수 있다. 그 가면은 일종의 인공지능이 삽입되어있어서 마치 원래의 자기 얼굴인양 얼굴어 정착하는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진진은 가면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얼굴과 친구에게 빌린 옷과 구두 등으로 치장을 하고 정원으로 나가 다른 가면생활자들과 어울린다. 그러나 그들이 진진을 바라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다. 진진을 다른 여자로 착각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진진은 예전에 누려보지 못 했던 관심과 화려한 분위기를 즐기기로 한다.
한편, 또다른 주인공 남고생 오타는 이상한 메세지를 받게 된다. 자신의 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안티마스키드에 접속하여 피그를 만나보라고 하는 메세지를 받은 것. ( 여기서 안티마스키드는 아이마스크 사에 반대하는 집단 ) 온라인으로 피그에게 접속한 오타는 자신의 형이라고 주장한 사람의 아이디가 유령이라는 사실과 원래 아이마스크사에서 일하던 그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을 찾아야한다는 일념으로 오타도 베타테스터로 지원하여 정원으로 입성을 하게 되는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프게 뼈를 깎고 살을 찢는 위험한 성형을 하느니, 차라리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꺼내 쓰는 아름다운 얼굴. 마치 내 얼굴처럼 느껴진다는데 누가 마다하랴?
하지만 이런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끊임없이 스스로와 남을 의심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저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들의 시선이 그다지도 두려운가? 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살게 될까?
한 사회에서 철학이나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 부족하게 되면 생기는 현상이라고 본다. 겉모습에 집착하는 것. 물론 아름다움을 거부하라는 것은 아니라, 매력이라는 건 외모에서만 뿜어져나오는게 아니라는 점은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화두라고 본다. 개성이 사라진 사회에 뭐가 남겠나? 도대체. 예쁜 종이 인형들만 걸어다니는 사회? 예쁜 종이 인형에 감탄하는 무리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개성이 부족한, 자신감도 없고 자신만의 철학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건 아닐까?
가면생활자는 결국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인 것이다. 내가 " 나 " 로 더이상 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가? 매일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며 "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 " 를 되풀이했던, 자존감 낮은 여왕이 치러야했던 댓가처럼, 이 책 속의 가면생활자들은 거짓된 삶의 댓가를 치러야한다. 다양한 방식로.
책의 말미에 이르러 회사가 감추고 있던 모든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아이마스크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오타의 형이 그걸 알아채고 비밀을 밝히려 했던 와중에 행방불명 되었던 것이고. 과연 오타는 형을 구할 수 있을까? 진진은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얼른 이 책을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