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추리 - 논리적 사고훈련
주거원 지음, 최인애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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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두뇌 잠재력을 깨워보자!

논리적 추리 사고력을 자극해 사건을 해결하다 보면 당신도 탐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재미 때문일 것이다. 사건 추리의 묘미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의 의혹을 하나하나 풀어나가서 마침내는 사건의 진상을 발견하는 쾌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독자의 두뇌를 자극하고 논리적 사고와 추리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여러 추리할 만한 사건을 읽는 즐거움과 풍부한 추리에 대한 지식을 선사한다. 시작부터 약간 난이도가 높은 사건들이 있지만 뒤로 갈수록 추리 문제들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져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도전의식에 활활 불타오르게 된다.

 

추리 소설은 192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발달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 이후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다가 점차 전 세계적으로 독자층을 넓혀갔다. 추리소설이라는 명칭도 또한 일본에서 가장 먼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사건을 추리하는 형식의 스토리가 인기가 높아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그건 바로 명탐정 코난. 코난은 함께 사건을 해결하러 간 경감을 잠에 빠뜨리고 자신의 추리로 대부분의 사건을 해결한다. 나는 그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코난이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면 짜릿함을 느끼곤 했다.

 

사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범죄를 다룬다. 그러다보니 다소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선정적인 면이 있어서 전 연령층이 소화하기에는 어렵다고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자극적인 장면 묘사를 최대한 줄였다. 대신 여러 사건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추리하도록 독려하여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일종의 두뇌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 책 속의 문제 하나를 풀어보자.


26. 가짜 부부는 누구

A 모텔은 큰 규모에 시설도 깔끔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숙소다. 평소처럼 업무를 보던 로비 매니저는 프런트 앞에 부부 한 쌍이 나타나자 바짝 긴장했다. 그는 먼저 경찰 공문에서 요청한 대로 신분증을 확인하려 했으나 부부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여행 중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부부는 내일 아침 퇴실할 예정이고, 숙박비를 두 배로 지불할 용의도 있으니 방을 꼭 내달라고 했다. 매니저는 그들을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남편은 크고 무거워 보이는 여행 가방을 들고 있고, 아내는 빈손이었다. 둘 다 지치고 땀에 전 행색이었으며, 똑같이 불안하고 배가 고파 보였다.

매니저가 이 부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데, 로비 문이 열리더니 이번에는 매우 다정해 보이는 부부가 들어왔다. 앞선 부부와 달리 이들은 신분증을 달라는 말에 거리낌 없이 신분증을 내놓았다. 그런데 막상 매니저가 방을 내주려 하자 이것저것 따지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매우 까다로운 손님이 분명했다. 쩔쩔매는 매니저에게 아내 쪽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서비스가 왜 이래요? 얼른 방 달라니까? 나 지금 엄청 큰 가방 들고 있는 거 안 보여요? 힘들어 죽겠네, 정말!"

그러고 보니 이 부부는 각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들고 있는 폼을 보니 그다지 무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심지어 빈 가방 같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매니저는 어떤 부부를 의심해야 할까?


이 사건의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논리적 사고훈련을 위한 탐정추리 책이다. 70가지나 되는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제목에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사건부터 추리하고 해결해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풀기 어려운 사건이 있으면 뛰어 넘었다가, 머리를 식히고 다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다시금 도전을 하면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순간,,, 독자들의 추리력과 논리적 사고력은 어느새 한층 높아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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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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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면 아프지 않을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좀 더 단단해질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상처받지 않을 줄 알았다 "

질풍노도와 같은 폭발적인 감정 상태에 휘말리는 청소년기에는 다들 생각한다. ' 어른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 그런데 어른이 되어보니.. 삶의 경험치가 쌓였다는 것 뿐..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었다. 그냥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건 아니었다는 것.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우리는 일상의 순간순간마다 우울감을 느낀다. 삭막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그리고 무한 경쟁의 삶 속에서 사람들은 쉽게 지치게 된다. 그러나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회복을 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넘쳐나는 일과 속에 번아웃 된 현대인들은 본인도 모르게 쌓여가던 우울감에 의해 잠식되어 어느 순간 고통 속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우울성 인격, 번아웃 증후군, 만성피로 증후군, 강박증, 무기력감, 화병, 성공 후 우울증 등등 어른이 된 현대인의 다양한 정신적인 고통의 증상과 원인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떻게 불편해지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을 해 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정신적인 병들이 있었나? 하고 놀랄 만큼 저자는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 스며든 질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읽다보면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가 나오기 때문에 나의 현 상태는 어떠한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우울증, 번아웃 증후군, 만성피고 증후군, 화병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의심해볼 수 있었고 다소 약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러한 증상이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심하진 않으니 다행이다... 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언제 나도 마음의 질병을 얻게 될지는 모를 일.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다보면, 흔히들 다 큰 어른이 왜 이러냐! “라는 말을 듣게 된다. 어린아이가 배고파서 혹은 잠이 와서 칭얼대는 것처럼 느껴지나보다. 어른이 되면 과연, 아파도 참아야 하고, 나의 슬픔을 남에게 들켜서 는 안 되고, 오로지 혼자만의 몫으로 생각하고 감내하면서 살아가야하는 것일까?

그러나 감정을 숨기고 생활을 하다보면 결국 숨긴 감정들이 곪고 터져서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그때의 감정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그리고 눈물이 나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 정신병 ' 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신없이 굴러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간직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 속 저자들의 표현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살아가자.. 인생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법.

때론 일이 안 풀린다고 지구가 망하나?“하는 배짱도 필요하다.(p. 91)

우울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그리고 그 터널의 끝에는 밝은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희망의 끈만 놓지 않으면 그날은 반드시 온다.(p.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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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개를 펼친 밤
김재국 지음 / 미문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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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현실과 판타스틱한 가상,

두 세계를 넘나드는 꿈과 사랑의 필살기

 

 

 이 책은 가상세계와 현실계를 오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기본 장르는 무협소설인 것 같은데 평소에 즐겨보던 장르가 아니라서 그런지 책 속으로 확 빨려들어가는 듯한 높은 몰입도는, 안타깝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약간 부족한 듯한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듯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게임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만년 고시생 " 김기린 ". 그는 현실 속에서는 외모적으로나 생활적으로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루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선 뭇 여인이 흠모하는 풍류협객이 되어 화려한 활약을 펼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던 편의점 알바생의 부탁으로 그는 그녀 대신에 하루동안 편의점 알바를 대신 뛰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읽게 된 책 [ 프티아 테이프 ]. 그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도 누군가의 게임 속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플레이 하고 있는 가상의 공간 속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는 서서히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Chapter 1 - 존재의 고통 / Chapter 2 - 존재의 이유 / Chapter 3 - 존재의 선택 / Chapter 4 - 존재의 변화

 

Chapter 5 - 존재의 고독 / Chapter 6 - 존재의 기쁨

 

챕터를 넘나들면서 주인공은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어떻게? 게임 공간이라는 가상 세계에서의 활약을 통해서 현실 세계에서 성장을 이루는 주인공. 솔직히 말하면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그의 모습은.. " 게임 중독자 " 혹은 " 게임 폐인 " 이 아닐까? 

 


  무협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 속에서는 올해 안에 서열 100 위 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강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고자 하는 프로게이머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고시원에 적을 두고 있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고 게임에만 열중하는,, 흔히들 말하는 루저로 비추어진다. 누군가의 눈에는 한심하게 비춰질 수도 있을 일!! 그러나 게임 속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현재의 ' 나 ' 는 점점 게임 속 주인공 처럼 변해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 부분에서는 매트릭스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 속 완벽한 정체성을 현실에서도 일구어내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주인공의 자아가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게임방을 나서며 빛 속에 노출된 나는 다시 육체를 지닌 3차원의 인간이 된다. 바깥은 오후이다. 오랜 공복을 유지한 배가 그제야 시장기를 호소한다.”(p. 46)

 

 

놈의 주먹이 날아온다. 신기하게도 주먹이 똑똑히 보인다. 가볍게 피하며 정권으로 놈의 명치를 내지른다. ,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놈이 인상을 쓰며 허리를 굽힌다.”(p.190)

 

 

점점 더 가상 공간과 현실의 접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이때, 저자는 단순히 게임에 중독된 폐인을 그리고자 한 것을 아닐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상경을 했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기기된 주인공. 현실에서는 늘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지만 게임 속 캐릭터와 자신을 일체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게 된다. 게임 속 성공적인 " 나 " 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얻어가는 주인공.

 

 

요즘 게임에만 너무 몰입해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젊은 부부가 게임에 빠져서 몇 개월 밖에 안되는 어린 아이를 굶어죽게 한 사건을 보면서,, 저건 아니지,, 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게임이라는 특수한 가상 공간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 현실에서 성장을 이루는 케이스가 얼마나 될까? 사실 이 부분이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게임 속 극한의 상황!! 을 묘사한 부분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상위 세계인 비욘드 월드에서 활약하던 주인공이 하위 세계인 언더 월드로 내려가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다시 승천하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활약이 매우 흥미로웠던 책이다. 책의 전반적인 부분에 다 공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의식이 가상 공간 속에서 커질 수 있다는 점, 자라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현실과 가상 공간을 접목해서 만든 자아 성장 소설, [ 푸른 날개를 펼친 밤 ]. 게임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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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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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대장 암고양이였던 C는 올해 열아홉살, 주인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 여왕님 ' C와의 느긋한 일상의 기록!"


나의 집에는 이제 태어난 지 3개월이 조금 넘는 아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지인의 회사에 사는 고양이가 낳은 새끼들 중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태어난지 2개월 밖에 안됐던 그 당시에는 솜털로 뒤덮인 짤막한 다리를 버둥거리며 아장아장 걸어다녔던 냥이가.. 이제 3개월... 폭풍 성장을 한 이 녀석. 길쭉해진 몸매로 나와 함께 기거하는 장소를 날아다닌다. 책상과 침대 사이를 날아다니는 이 녀석을 보고 이게 고양인지,,, 날다람쥐인지 ,,, 아리송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집사와 19살 암컷 고양이의 알콩달콩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 [ 기침을 해도 나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


이 책을 쓴 저자 무레 요코는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있게 그린 에세이들을 많이 발표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엔 19살 먹은 이 암코양이와 그녀와의 소소한 일상이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마치 여왕님인 듯 거만하고 콧대높은 고양이 C 와 그녀에게서 끊임없이 꾸지람을 당하며 집사로써의 참교육을 받는 저자 무레 요코의 하루하루가 눈 앞에 그려지듯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저자와 여왕님과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무릎을 탁 치게된다. 매우 깊은 공감의 탄식을 하면서.


이쯤하여 고양이의 기본 특성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고양이는 매우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편이다. 머리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강아지에 비하여 자신의 기호가 확실한 편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할지는, 따라서, 하늘에 맡겨야할 때도 있다.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샀던 장난감과 사료등이 버려진채 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요코와 함께 하는 여왕님 C 도 까탈과 예민 부분에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 C 는 처음 데리고 왔을 때부터 왜소했고 입도 짧았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따 준 통조림에서 C가 고개를 휙 돌리면 새로운 통조림을 따 주곤 했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C 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놔두면 먹겠거니 하고 뚜껑을 딴 통조림을 모두 나열해 두었다 ” ( 26쪽 )

 

또한, 고양이는 사람을 주인으로 여기기 보다는 자신을 돌봐주는 혹은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집사 정도로 여길 때가 많다. 가끔은 키워주는 은혜도 모르고 사람을 부려먹으려는 못된 녀석들로 생각되기도 하는데, 여왕님 C 도 저자가 자신을 극진히 떠받들어주기를 원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책 속에 여럿 등장한다.


“ 어떤 날은 5시에 깨우기에 잠깐 일어났다가, 너무 졸려서 C에게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고 나서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잤다. 그런데 자기를 지켜야할 집사가 자는 것을 알자마자 여왕님이 부리나케 달려와서 내 귓가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야말로 ‘ 똑바로 안 해! ’ 라는 분위기 였다 ” ( 46쪽 )


까탈스럽고 예민하며 주인을 부려먹는 고양이.... 그렇다면 이쯤해서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웬지 키우기 힘들 것 같은 고양이를 왜 키우고 싶어할까? 나도 궁금해서 한번 생각을 해봤다. 결론은,, 고양이는 비록 그런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애교가 넘치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녹아버린다... 책 속에서 저자도 19년 함께한 여왕님의 무례함에 한번씩 치를 떨긴 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을 발견한다.


" 한편 한 방에 입맛에 맞는 통조림을 내줬을 때,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긁어줬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잘 봤다고 옆에서 박수 치며 칭찬해 줬을때.. ( 중략 ) ... " 으응, 으응!" 하고 작은 목소리로 울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집안을 걸어다닌다 " ( 155쪽 )


끝까지 웃음을 유발하는 이 책.. 저자는 끊임없이 제대로 된 집사로써의 훈련을 받는다. 저자가 기침을 하거나 춤을 추면 불만에 가득한 얼굴로 우는 여왕님 C.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 시끄러워! " " 그렇게 출려면 다른 방에 가서 혼자 춰 !" 그러나 여왕님이 19살을 맞이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찡해진다. 어렸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여왕님의 신체 기능들이 소개된다. 

 

" 몇 번 말하고 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쳤지만, 한동안 한곳을 바라본 채 전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는 고양이 장난감에 가까웠다. 자신의 의사와는 다른 회로로 울고, 그것을 조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음량 조절 기능이 망가진 것이었다 " ( 141쪽 )


한 마리의 여왕님과 한 명의 집사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버무려서 내놓은 에세이집 [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 까다로운 여왕님이지만 사랑스러운 그녀와 함께하는 저자의 생활의 면면을 보고 싶다면 오늘 서점으로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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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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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딘가에 운명의 상대가 있다.”

영화 [ 이터널 선샤인 ] 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짐 캐리는 아픈 사랑의 기억을 삭제한다. 한 기억 삭제 회사가 이별의 아픔을 견딜 수 없던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서 그들의 기억을 지워주는데, 내 마음 속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이미지가 있다. 지워지지 않으려 애쓰며 도망치던 기억 속의 가상의 연인들,,, 그들의 슬펐던 뒷모습에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이 책 [ 너의 이야기 ] 도 기억을 다루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기억의 삭제 이외에도 기억의 가공이라는 주제도 포함된다. 표지 속 아름답지만 슬픈 표정을 가진 소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는 이리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미래가 배경인 소설 [ 너의 이야기 ].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꾸기 위해서 기억을 조작하거나 삭제한다. 물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책 속엔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공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의억가공사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기억 삭제나 조작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읽어보고는 나노로봇을 이용해 그들에게 맞는 기억을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아예 삭제해준다.

먼저 책에 나오는 용어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의억 : 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

의억가공사 : 의뢰인들의 ' 이력서 ' 들을 토대로 가공된 기억을 만들어내는 전문인력

그린그린 : 가공의 청춘 시절을 제공하는 나노로봇이 들어있는 알약

레테 : 특정 시기의 기억을 제거해주는 나노로봇이 들어있는 알약

 

주인공 치히로의 부모님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기억을 조작해서 살아간다. 아버지의 경우는 있지도 않았던 다른 전처들과의 멋진 신혼여행에 대한 기억을 구매하고 어머니는 없었던 자식들과의 추억을 구매한다. 조작된 기억에 의지해 살아가는 부모에게서 아무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주인공은, 친구도 없었고 당연히 어린 시절의 추억도 없다. 텅빈 유년 시절을 보낸채 어른이 되어버린 치히로는 자기의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6세부터 15세까지의 기억을 전부 삭제하기 위해서 ' 레테 ' 구입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의억이라는 것은 몽상보다 좀 더 현실적인 ‘최선의 가능성’이란 형태를 취한다.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 일어났어야 하는 일, 일어났으면 하는 일.”(p.163)

그러나 ' 레테 ' 가 아닌 실수로 배달된 ' 그린그린 ' 을 복용하게 된 주인공. 기억이 사라지기는 커녕, 도리어 소꿉친구인 그녀 - 도카 - 와의 가짜 기억이 심어지게 된다. 새하얀 피부에 아름다웠던 그녀와의 행복했던 유년기 시절의 기억.. 비록 가짜 기억이지만 그 속에서 너무나 행복했던 주인공 치히로는 존재하지도 않을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기억 속에만 존재해야할 그녀가,,,,,, 주인공의 현실에 나타난다?! 가공된 기억 속 친구라고 생각했던 도카가 현실에 나타나다니,, 그것은 의억이 아닌 진짜 기억이었던 것일까?

 

기억의 가공과 삭제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그런데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야하는 여주인공 - 도카 - 보다, 가공된 기억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더 불쌍해보였다면... 내가 이상한가?   그들은 하나같이 영혼없이 살아가는 인형같아 보였다.

 

 

그러나..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니,, 웬지 끌리는 부분이었다. 내가 지금 ' 레테 ' 를 복용할 수 있다면 어떤 기억을 지울까? ... 물론 좋았던 기억을 남겨두고 불행했거나 아팠던 기억은 다 지우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가상의 기억을 심거나 존재했던 기억을 삭제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전에, 영화 [ 매트릭스 ] 를 보고 컴퓨터가 심어준 가상의 공간에서 스테이크를 썰지, 아니면 현실을 자각하고 깨어난 상태에서 누룽지 국물 (?) 같은 음식을 먹을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 아무도 권유한 적이 없는데도 .. ) 역시 누룽지 국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진짜니까.

 

영혼이 없는, 버려진 인형 같은 사람들과 그들의 텅빈 공간을 채워주는 의억가공사 그리고 기억의 조작과 삭제 이야기를 다룬 [ 너의 이야기 ]. 가공된 기억이라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만일까? 아니면 가공된 기억은 그냥 가짜에 불과한걸까? 만들어진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 그녀 " 가 현실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룬 [ 너의 이야기 ]..... 생각지 못했던 슬픔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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