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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 골목대장 암고양이였던 C는 올해 열아홉살, 주인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 여왕님 ' C와의 느긋한 일상의 기록!"
나의 집에는 이제 태어난 지 3개월이 조금 넘는 아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지인의 회사에 사는 고양이가 낳은 새끼들 중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태어난지 2개월 밖에 안됐던 그 당시에는 솜털로 뒤덮인 짤막한 다리를 버둥거리며 아장아장 걸어다녔던 냥이가.. 이제 3개월... 폭풍 성장을 한 이 녀석. 길쭉해진 몸매로 나와 함께 기거하는 장소를 날아다닌다. 책상과 침대 사이를 날아다니는 이 녀석을 보고 이게 고양인지,,, 날다람쥐인지 ,,, 아리송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집사와 19살 암컷 고양이의 알콩달콩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진 책... [ 기침을 해도 나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
이 책을 쓴 저자 무레 요코는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있게 그린 에세이들을 많이 발표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엔 19살 먹은 이 암코양이와 그녀와의 소소한 일상이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마치 여왕님인 듯 거만하고 콧대높은 고양이 C 와 그녀에게서 끊임없이 꾸지람을 당하며 집사로써의 참교육을 받는 저자 무레 요코의 하루하루가 눈 앞에 그려지듯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저자와 여왕님과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무릎을 탁 치게된다. 매우 깊은 공감의 탄식을 하면서.
이쯤하여 고양이의 기본 특성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고양이는 매우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편이다. 머리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강아지에 비하여 자신의 기호가 확실한 편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할지는, 따라서, 하늘에 맡겨야할 때도 있다.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샀던 장난감과 사료등이 버려진채 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요코와 함께 하는 여왕님 C 도 까탈과 예민 부분에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 C 는 처음 데리고 왔을 때부터 왜소했고 입도 짧았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따 준 통조림에서 C가 고개를 휙 돌리면 새로운 통조림을 따 주곤 했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C 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놔두면 먹겠거니 하고 뚜껑을 딴 통조림을 모두 나열해 두었다 ” ( 26쪽 )
또한, 고양이는 사람을 주인으로 여기기 보다는 자신을 돌봐주는 혹은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집사 정도로 여길 때가 많다. 가끔은 키워주는 은혜도 모르고 사람을 부려먹으려는 못된 녀석들로 생각되기도 하는데, 여왕님 C 도 저자가 자신을 극진히 떠받들어주기를 원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책 속에 여럿 등장한다.
“ 어떤 날은 5시에 깨우기에 잠깐 일어났다가, 너무 졸려서 C에게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고 나서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잤다. 그런데 자기를 지켜야할 집사가 자는 것을 알자마자 여왕님이 부리나케 달려와서 내 귓가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야말로 ‘ 똑바로 안 해! ’ 라는 분위기 였다 ” ( 46쪽 )
까탈스럽고 예민하며 주인을 부려먹는 고양이.... 그렇다면 이쯤해서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웬지 키우기 힘들 것 같은 고양이를 왜 키우고 싶어할까? 나도 궁금해서 한번 생각을 해봤다. 결론은,, 고양이는 비록 그런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애교가 넘치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녹아버린다... 책 속에서 저자도 19년 함께한 여왕님의 무례함에 한번씩 치를 떨긴 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을 발견한다.
" 한편 한 방에 입맛에 맞는 통조림을 내줬을 때,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긁어줬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잘 봤다고 옆에서 박수 치며 칭찬해 줬을때.. ( 중략 ) ... " 으응, 으응!" 하고 작은 목소리로 울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집안을 걸어다닌다 " ( 155쪽 )
끝까지 웃음을 유발하는 이 책.. 저자는 끊임없이 제대로 된 집사로써의 훈련을 받는다. 저자가 기침을 하거나 춤을 추면 불만에 가득한 얼굴로 우는 여왕님 C.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 시끄러워! " " 그렇게 출려면 다른 방에 가서 혼자 춰 !" 그러나 여왕님이 19살을 맞이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찡해진다. 어렸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여왕님의 신체 기능들이 소개된다.
" 몇 번 말하고 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쳤지만, 한동안 한곳을 바라본 채 전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는 고양이 장난감에 가까웠다. 자신의 의사와는 다른 회로로 울고, 그것을 조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음량 조절 기능이 망가진 것이었다 " ( 141쪽 )
한 마리의 여왕님과 한 명의 집사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버무려서 내놓은 에세이집 [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 까다로운 여왕님이지만 사랑스러운 그녀와 함께하는 저자의 생활의 면면을 보고 싶다면 오늘 서점으로 G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