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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개를 펼친 밤
김재국 지음 / 미문사 / 2019년 5월
평점 :
무미건조한 현실과 판타스틱한 가상,두 세계를 넘나드는 꿈과 사랑의 필살기
이 책은 가상세계와 현실계를 오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기본 장르는 무협소설인 것 같은데 평소에 즐겨보던 장르가 아니라서 그런지 책 속으로 확 빨려들어가는 듯한 높은 몰입도는, 안타깝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약간 부족한 듯한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듯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게임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만년 고시생 " 김기린 ". 그는 현실 속에서는 외모적으로나 생활적으로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루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선 뭇 여인이 흠모하는 풍류협객이 되어 화려한 활약을 펼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던 편의점 알바생의 부탁으로 그는 그녀 대신에 하루동안 편의점 알바를 대신 뛰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읽게 된 책 [ 프티아 테이프 ]. 그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도 누군가의 게임 속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플레이 하고 있는 가상의 공간 속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는 서서히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Chapter 1 - 존재의 고통 / Chapter 2 - 존재의 이유 / Chapter 3 - 존재의 선택 / Chapter 4 - 존재의 변화
Chapter 5 - 존재의 고독 / Chapter 6 - 존재의 기쁨
챕터를 넘나들면서 주인공은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어떻게? 게임 공간이라는 가상 세계에서의 활약을 통해서 현실 세계에서 성장을 이루는 주인공. 솔직히 말하면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그의 모습은.. " 게임 중독자 " 혹은 " 게임 폐인 " 이 아닐까?
무협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 속에서는 올해 안에 서열 100 위 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강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고자 하는 프로게이머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고시원에 적을 두고 있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고 게임에만 열중하는,, 흔히들 말하는 루저로 비추어진다. 누군가의 눈에는 한심하게 비춰질 수도 있을 일!! 그러나 게임 속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현재의 ' 나 ' 는 점점 게임 속 주인공 처럼 변해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 부분에서는 매트릭스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 속 완벽한 정체성을 현실에서도 일구어내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주인공의 자아가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게임방을 나서며 빛 속에 노출된 나는 다시 육체를 지닌 3차원의 인간이 된다. 바깥은 오후이다. 오랜 공복을 유지한 배가 그제야 시장기를 호소한다.”(p. 46)
“놈의 주먹이 날아온다. 신기하게도 주먹이 똑똑히 보인다. 가볍게 피하며 정권으로 놈의 명치를 내지른다. 헉,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놈이 인상을 쓰며 허리를 굽힌다.”(p.190)
점점 더 가상 공간과 현실의 접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이때, 저자는 단순히 게임에 중독된 폐인을 그리고자 한 것을 아닐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상경을 했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기기된 주인공. 현실에서는 늘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지만 게임 속 캐릭터와 자신을 일체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게 된다. 게임 속 성공적인 " 나 " 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얻어가는 주인공.
요즘 게임에만 너무 몰입해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젊은 부부가 게임에 빠져서 몇 개월 밖에 안되는 어린 아이를 굶어죽게 한 사건을 보면서,, 저건 아니지,, 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게임이라는 특수한 가상 공간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 현실에서 성장을 이루는 케이스가 얼마나 될까? 사실 이 부분이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게임 속 극한의 상황!! 을 묘사한 부분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상위 세계인 비욘드 월드에서 활약하던 주인공이 하위 세계인 언더 월드로 내려가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다시 승천하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활약이 매우 흥미로웠던 책이다. 책의 전반적인 부분에 다 공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의식이 가상 공간 속에서 커질 수 있다는 점, 자라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현실과 가상 공간을 접목해서 만든 자아 성장 소설, [ 푸른 날개를 펼친 밤 ]. 게임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