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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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 취향을 물들여라!

 

이 책에서는, 공간 기획자인 두 저자가 세계의 여러 유명한 장소를 소개하면서 공간이라는 것의 맥락을,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한다. 그리고 공간이 가지는 디테일의 의미를 분석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흔히 우리가 지배적이라고 생각하는 시각 외에도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 마케팅에 대한 핵심을 전달한다.

 

자신만의 가게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에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취향을 담는 것입니다.” (p.12)

공간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 물음에 있습니다. 이 공간에 들어온 사람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는가? 가 메시지이고, 콘셉트이며, 브랜딩인 것입니다.”(p.11)

 

 

우리는 어떤 공간에 들어서면 시각적으로 먼저 파악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분위기 좋다 혹은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특정 공간에 대해서 본인만의 끌림과 매력을 느끼게 되면 이것이 바로 그 사람만의 " 취향 " 이라고 볼 수 있다. 본인 만이 느끼는 끌림이 있는 곳, 즉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향에 지갑을 여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도록 느끼게 하는 취향저격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힘이다.

 

 

[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컨셉 ’ ]

무선인터넷이 제공되는 국내와는 다르게 해외의 유명 커피 매장들은 대부분 무선인터넷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두와 그 추출과정 등을 소개하며 커피에만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p.29)

 

톤 앤 매너는 취향저격의 핵심

 

조명과 메인 컬러, 가구의 자재와 형태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의 성격’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맥은 블랙이 메인 컬러입니다. 여기서 주광색의 조명은 유광의 블랙을 더욱 강조하며 차가운 도시의 시크한 톤 앤 매너를 보여줍니다. (p. 48)

 

감성을 자극하는 인스타존

 

특히 요즘에는 공간의 포인트존, 일명 인스타존이 필수요소가 되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포인트로 하여 공간을 풍성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공간의 인스타존을 부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p.53)

 

인스타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자신의 가게만의 개성있는 공간을 널리 홍보하기 위한 좋은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랫동안 기억되는 향기의 비밀

인간의 감정을 결정하는 75%는 후각입니다. 때문에 소비자가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야 하는 공간은 최대한 ‘일상의 냄새’를 차단하여 외부와 공간을 분리해야 합니다. 이는 소비자가 그 공간을 최대한 즐기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p. 102)

 

이처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프라인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점점 개인들의 성향과 취향이 맞춤화되어 가고 있고, 스스로가 소비의 주체가 되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내 취향저격의 공간은 어디에 있는지 가까운 곳부터 방문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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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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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한 죄를 저지른 사람이 마음속 깊이 속죄를 하고 있다면 용서받아야 마땅할 것인가? 아니면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당한 고통을 평생 짊어지고 비난받으며 살아가야 할까? 야쿠마루 가쿠 저자는 신작 [ 우죄 ]를 통해서 이러한 무거운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사실 우리 옛말에도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남들을 용서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마땅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터넷을 잠시만 검색해봐도 요즘 발생하는 사건들은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하다. 용서할 수 있는 죄도 범위와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야쿠마루 가쿠는 본인의 작품에서 특히 소년범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소년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주위에 그런 케이스를 많이 본 건지 어쨌든 어릴 적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일본에서 벌어진 끔찍하고 잔인한 청소년 범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긴 하다. 그 당시에 곰곰이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과연 무엇 때문에? 무엇이 모자라서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이 [ 우죄 ]에서도 청소년 시기에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누가 보기에도 잔인한 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죄를 저지른 경우이다. 둘 다 과거에서 달아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 시달리고 있으니. 역시 인간에게는 양심이란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주위에서 단죄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그런 식으로 단죄하니까.

 

이 책의 주인공 마스다는 저널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다. 그러나 여러 번 입사에 실패하고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이자 가까운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게 된다. 이 회사는 기숙사가 있어서 지낼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마스다와 함께 입사한 스즈키라는 사람은 왠지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함께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교적인 마스다 덕분에 점점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쁨을 알게 되는 스즈키.

 

그러던 어느 날 기계로 금속 가공 작업을 하던 마스다가 손가락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고 마침 곁에 있던 스즈키가 재빨리 손가락을 주워서 처치를 해주는 덕분에 손가락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스다와 스즈키는 마치 어린 시절에 만난 친구처럼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특히 스즈키는 마스다가 해준 한마디 덕분에 그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죄까지 고백하려 한다.

 

" 왜 마스다 씨에요? "

" 내가 죽으면 슬플 거라고 말해줬으니까"

" 처음이었어..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난 늘 외톨이였거든. 내가 저지른 죄에 시달리면서도 아무에게도 그 고통을 털어놓을 수 없었어. 내가 살든 죽든 아무도 슬퍼하지 않아....... 아니, 내가 죽으면 기뻐할 사람은 많겠지. 하지만 난 죽지도 못하고 그저 죽을 곳을 찾아 헤맸어.... 그때 마스다가 그렇게 말해준 거야 " 스즈키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 302쪽 )

 

하지만 역시 과거로부터 완전히 도망치기란 불가능한 것일까? 죄값을 다 치루고 나온 스즈키이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꺼지지 않았다. 어릴 적 저지른 잔악무도하고 끔찍한 사건 때문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스즈키의 사진과 스즈키가 가지고 다니는 사진을 유심히 비교해봤던 마스다는 그가 유명한 소년 범죄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알아낸 순간 그에게 뻗어오는 여러 황색 언론들의 마수들. 선정적인 주간지 등에서 스즈키를 주인공으로 한 센세이셔널한 기사를 낼 것을 마스다에게 요청한다. 거금의 사례비를 제시하면서....

 

과연 마스다는 친구 스즈키를 배반하고 그의 이야기를 잡지에 실을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스즈키는 또 부평초와 같은 삶을 살아야한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삶.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평생을 그렇게 사는게 마땅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든다. 어린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을 가슴에 묻어야했던 부모들의 피눈물을 생각해보면. 주인공 마스다는 자신의 경솔한 판단으로 친구를 잃은 안타까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갈등하는 그의 내면을 보면서 내가 마스다 입장이라도 참 결론 내리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한편으로는 [ 속죄, 희망 ] 등과 같은 밝은 이미지를 마음 속에 그릴 수 있었다. 판단력이 모자란 청소년기에 범죄를 저질렀긴 하나 마음 깊이 뉘위치고 있는 스즈키. 그리고 그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조직단체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죄는 참혹하고 이미 저지른 죄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용서하고 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 책속의 사람들은 노력한다. 범죄자가 다시 태어나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순 재미를 위한 추리가 아니라 속죄와 용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깊이 있는 책 [ 우죄 ]. 마음 속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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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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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한 갑질은 참지 않는다. 부정한 비리는 밝혀내고야 만다. 싸움을 걸어온 자는 끝까지 무릎을 꿇린다 "

겉으로 보기엔 은행이지만 사실은 다양한 덫이 놓여져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한 생존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불가능해보이는 여러 미션을 통과하는 주인공 한자와의 이야기. 정글같은 험난한 조직 사회 속에서 마치 누군가의 계략에 의한 음모처럼 보이는 덫에 걸리는 한자와 나오키.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수많은 적들이, 상사라는 이름표를 단 채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한자와는 분별력있고 합리적이며 불같은 정의감에 넘치는 사나이이다. 분명 그의 승리를 예상하여 나는 책을 읽어내려갔다.

1988년 대학을 갓 졸업한 나오키. 한자와 나오키는 엘리트 출신으로 자신의 꿈의 직장이었던 산업중앙은행에 가뿐히 입사하게된다. 어느새 세월은 흐르고 그는 대출과 과장이 되어 대출 심사담당을 맡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출세에 눈이 먼 지점장 아사노가 서부오사카철강이라는 한 회사의 대출건을 막무가내로 추진한다. 오로지 실적에 눈이 어두웠던 그는 나오키가 회사에 대해 면밀히 파악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무조건 대출을 승인해주라는 압박을 가하여 그것을 성공시킨다. 그러나 급하게 먹은 음식은 체하는 법....

뚜껑을 열고 보니 그 회사는 이제까지 어마어마한 적자를 감추고 있었다. 분식회계를 통해서 마치 흑자를 내고 있는 양 속여서 주거래 은행도 속이고 나오키가 속한 도쿄중앙은행의 눈까지 속인 것. 5억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출을 받은 직후 부도를 내버리고 잠적한 철강 회사 사장 히가시다. 그러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자신이 우겨서 받은 대출건에 대해 지점장 아사노와 그의 충실한 하인인 부지점장 에지마는 이 모든 잘못의 원인이 분식회계를 비롯하여, 그 철강회사의 전체적인 부실을 파악하지 못한 한자와에게 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본사를 뻔질나게 방문하면서 한자와의 명성과 평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지점장.


이제 한자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점장의 뻔한 사내 정치술에 휘둘려 한직으로 밀려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명예를 회복활 수 있을 것인가?


읽는 내내 한자와 라는 인물의 담대함과 영리함에 탄복했다. 회사의 노예라고 스스로를 자처하는 일반 직장인들은, 상사의 계략에 쉽게 휘말릴 수 밖에 없다. 사내 정치술에 휘둘리는 것도 당연하고. 그러나 어려움에 처할 수록 나오키의 능력이 더욱 더 빛을 발한다. 그는 자신을 무릎 꿇히려는 무리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지점장과 지점장의 연줄들이 난리를 치면 칠수록 그의 눈빛은 더 강렬해지고 이 사태를 해결해야겠다는 그의 의지는 더욱 더 불타오른다.

" 세상의 모든 일하는 자라면 한자와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


지금 이 상태에서는 도둑맞은 돈을 다시 찾아오는 길 밖에는 없다. 바로 채권을 회수해야 되는 것인데 마치 소라게처럼 껍질 속으로 숨어버린 이 사장놈을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때 한자와에게 비치는 한줄기 빛. 그동안 인적자원을 잘 관리했던 한자와에게 여러 루트로 사장놈의 숨겨진 재산에 대한 정보가 속속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와이에 저택을 구매하려고 시도 중이라거나 외국계 증권회사에 그의 이름으로 돈이 투자가 되었다는 식의 알짜 정보가 한자와에게 들어오고 그는 발빠르게 움직인다. 마침 이 회사가 의도적으로 부도를 냄으로써 피해를 입은 작은 중소기업인 다케시타 금속의 사장인 다케시타와 손을 잡고 사기꾼인 서부오사카철강의 사장놈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입소문이 자자하더니, 책을 드는 순간 멈출 수 없다. 끊임없이 한자와에게 몰아치는 난관과 시련들. 마치 미리 서로 짜기라도 한 듯 한자와를 위기로 몰아넣는 은행 윗선들. 그러나 시련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한자와의 대담함과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는 그의 의지에 탄복했다. 그리고 마치 탐정처럼 상황을 분석해서 사건의 추이를 파악해내는 그의 추리력에도 마찬가지로 탄복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제일 속이 시원했던 부분은 직장 상사라고 해서 무조건 고개를 숙이지 않는 주인공의 당당함이었다. 이런 남자 또 없나요?... 반해버렸다.

그냥 부실한 대출 사건을 똑똑한 나오키가 처리하는 수준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숨어있는 이야기가 또 있었다. 누군가가 얘기했던 것처럼 피 튀기지 않고도 서스펜스와 스릴감이 엄청난 추리 소설이라고 하더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 전개에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그냥 다른 말 필요없고, 이 책음,

" 엄청나게 재미있다!!!!! "

끝까지 멋있는 우리의 한자와... 누군가에게 이렇게 내지른다.

" 나도 당신과 똑같은 일개 직원에 불과해. 경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내 주머닛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한 사회인으로서 당신이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귀찮고 침들더라도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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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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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기대없이 집어들었다가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빠져든 책. [ 당신의 살을 빼드립니다 ]. 어쩌면 이렇게 각 등장인물들의 몸과 마음에 쌓인 군더더기를 날카롭게 꿰뚫고 거기에 따른 정확한 처방을 내려줄 수 있는지. 수십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도 쉽게 못 해낼 것 같은 일을, 주인공 고마리는 차근차근, 그러나 철저하게 해낸다.

사실 고마리는 [ 당신의 살을 빼드립니다 ] 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들을 위해서 책 속에 비만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라는 부분을 포함시켜놓고 4개 이상이 YES 이면 자신에게 다이어트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말하자면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따로 개별 관리가 들어가야한다는 그녀의 주장.

책 속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마흔 아홉살의 주부 노리코는 나잇살이 찌면서 주위 사람들, 특히 남편을 비롯한, 남자들이 자신을 데면데면하게 대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 남자란 여자가 뚱뚱하고 못생겨지면 이토록 냉혹해지는구나. 이 남자는 나의 내면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외모만 좋아했다는 소린가? "

전통적으로 유서깊은 가문이지만 지금은 몰락한 화족가문 출신인 고기쿠. 파티시에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무시하는 아버지는 20살 넘게 차이나는 남자와 맞선을 보라고 한다.

" 2년 전부터 급격히 살이 붙기 시작했다. 진로 때문에 아버지와 충돌하던 무렵이다 "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한 기억 상실증으로 지난 2년간의 기억이 사라진 도모야. 엘리트 코스를 밟은 수재이고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먹는 걸 멈출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자신이 한 여인을 스토킹했다가 교통사고를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모든 게 아버지가 원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 마음 속으로 아버지의 삶이나 사고 방식을 비판했고 끔찍하게 증오했다. 그런 한편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강해 아버지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고 아버지가 일류라고 인정한 회사에 취직했다. 그런데 지금은 .... "

개별 관리를 신청한 각 등장인물들이 예상했던 날씬하고 셰련된 인물이 아니라, 엄청난 체구를 가진 동네 아줌마 같은 촌스러운 복장의 50대의 도마리가 등장하자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도마리를 과소평가한 것. 그녀는 야무진 관리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단지 살을 빼야 한다는 지엽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각 등장인물들의 몸과 마음에 불균형을 가져다주어 살을 찌게끔 만든 근본 원인을 콕 집어내는 도마리. 그녀는 본인들이 그것을 성찰하고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쯤되니 나도 고마리씨의 상담을 받아야되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그녀의 사이다같은 호통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번쩍 들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는 어땠을까? 라는 호기심도 생긴다. 다소 투박해보이고 촌스러워보이지만 옳은 말만 하는 동네 욕쟁이 할머니 같은 다이어트 상담가 고마리. 그녀의 호통으로 이 글을 끝맺고 싶다.

" 혹시 제가 살을 빼게 하는 마법의 약이라고 갖고 있을 줄 알았어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되찾는 거에요!"

* 리뷰어스 클럽의 서평단으로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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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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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얼음 웅덩이에 발을 내디디니 회색 얼음이 발밑에서 우지끈 부서지네. 당신, 내 마음을 만지려거든,

조심하소서

조금만 만져도 얼음이 깨지듯 부서져서 내 비밀스런 마음이 드러날 테니 “

80쪽 - 미클로스가 릴리에게 보내는 시 -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다고 상상해보자. 언제 빛이 비칠지 모르는 상태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 과연 몇이 있을까 ? 더듬더듬 손으로 짚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보지만 탈출구가 어디쯤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나의 운명을 점쳐보게 될 것 같다. 그러나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한 남자가 있다. 그 위대한 사람의 이야기... 시작!


여기에 누군가에게 정성스런 편지를 쓰는 한 남자가 있다. 두꺼운 안경을 쓴 깡마른 몸매에 혈색이 좋지 않은 남자 미클로스. 얼마전까지 나치에 의해서 헝가리에 있는 유대인 수용소에 있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재활을 위해 스웨덴에 있는 병원으로 오게 된 남자이다.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의 제목인 [ 새벽의 열기 ] 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체온계를 몸에 품고 있다가 새벽마다 39도까지 끓어오르는 열을 재곤하던 미클로스. 

 

그는 현재 심한 폐결핵 진단을 받고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이다. 사망선고가 내던져진 즉,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 상황에서도 옅은 미소를 띄며 그 소식을 듣고 있는 이 병약한 청년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주인공 미클로스는 얼마 못 살거라는 의사의 선고를 가볍게 무시하는 듯 하다. 그는 자신이 살아낼 것이라 굳게 믿으며 스웨덴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백명 이상의 헝가리 아가씨에게 편지를 보낸다. 자신은 반드시 결혼할 것이고 편지 상대자 중 반드시 신부감을 찾을 것이라 장담하는 미클로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한 남자의 희망과 사랑 이야기를 쓴 사람은 바로 헝가리 유명 영화감독인 가르도시 피테르이다. 이 [ 새벽의 열기 ] 는 저자의 첫 장편 소설이자, 자신의 영화 [ 새벽의 열기 ] 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전 세계가 사랑한 이 감동적인 실화소설은 절망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찾아 삶을 개척한 피테르 감독의 부모님 이야기이다.


우여곡절끝에 운명의 상대를 찾아낸 미클로스. 그녀의 이름은 릴리. 미클로스가 입원해 있는 아베스타 재활원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엑셰 군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들은 6개월간 편지를 교환한 다음 만나기로 한다. 건강을 염려하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릴리를 만나러 온 미클로스. 깨진 안경알 속에 신문을 끼워넣고 다 빠져버린 치아 대신에 금속 치아를 한껏 드러내며 웃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미클로스를 본 뒤 릴리는 당황하여 자신의 친구인 사라에게 자신인 척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이를 어쩌나. 미클로스는 릴리를 한번에 알아본다.

" 난 당신을 이런 모습으로 상상했었어. 오래전부터..... 꿈속에서... 안녕, 릴리 "

릴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모든 게 자연스러워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았다.

( 164쪽 )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 수용소의 처참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그들... 가족의 생사는 알길이 없다. 그 누구보다도 죽음에 가까이 갔었던 그들에게 있어서 사랑과 희망이라는 단어는 남다른 의미를 띌 수 밖에 없을 일. 더더군다나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미클로스는 2번이나 죽음을 극복한,, 어찌보면 위대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홀로코스트라는 잔인한 환경은 그들을 이미 지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나 그들은 희망을 품고 사랑을 이루었다.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듯 하다. " 편지 " 라는 흔한 소재로, 결코 흔하지 않은 희망과 사랑을 말하고 있는 소설 [ 새벽의 열기 ]. 새벽을 불태울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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