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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의 한 여인. 시대를 거치면서 미의 기준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커다란 눈망울에 오뚝한 콧날 발그레한 두 볼을 가진 그녀를 보는 순간, 여인네들은 선망을 품을 것이고 남정네들은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곧잘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영어 속담에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라는 말이 있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겉모습에 잘 속아넘어가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에드가 월리스의 < 공포의 천사 >를 읽게 되었다. 전작 < 트위스티드 캔들 > 과 < 수선화 살인 사건 >에 이어 3번째 책이다. 현대 미스터리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구조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트릭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복선이 여기저기 깔려 있거나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흥미로운 구도 ( 진 브리거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 가 있어서 전체적인 줄거리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책 속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제임스 메레디스 :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
진브리거랜드 : 메레디스의 전 약혼녀. 천사 같은 미모를 가진 여성이지만 겉과 속이 다르다.
잭 글로버 : 메레디스의 절친. 냉철한 변호사이고 진 브리거랜드의 의중을 의심한다.
리디아 : 메레디스와 결혼하게 된 행운의 여자. 상속녀이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재그스 : 리디아의 보디가드. 비밀스러운 정체를 가진 남자이다.
약혼자인 제임스 메레디스가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거짓 위증을 하는 진 브리거랜드. 메레디스의 약혼녀이자 친척인 그녀는 메레디스가 살인죄로 사형을 받을 경우 그의 전 재산을 빼앗을 수 있다. 메레디스의 아버지는 독특한 유언을 남겼는데, 반드시 메레디스가 30살 이전에 결혼을 해야만 유산을 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메레디스는 친구이자 변호사인 잭 글로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진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처음 보는 여인인 리디아와 결혼을 하게 된다.
리디아 베일은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수락했는데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메레디스가 목숨을 잃는 바람에 그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이제 진 브리거랜드와 그녀의 아버지는 리디아 베일로부터 재산을 빼앗기 위해 총공격에 돌입하게 된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진을 의심하지 않는 리디아. 그러나 진의 의중을 의심하는 변호사 잭은 친구의 재산과 리디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경호원 재그스를 리디아 곁에 둔다.
“부인 앞으로 모두 남겼네.”
“불쌍한 메레디스, 그 애는 정말 간절히도 브리거랜드 집안으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싶어 했어.
그래서 한 번도 이전에 본 적 없는 여자에게 전 재산을 위임한 거지.”
“그래서, 이제는 브리거랜드 부녀가 메레디스 부인의 상속인이 되었고요?
잰 정말 지옥문이 열린 거라고요!”(p. 59)
진범이 누구인지 가려내기 위해서 긴장감과 궁금증을 가진 채 이 책을 읽어내려가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악인 = 살인을 저지르는 자 가 누구인지 미리 알 수 있도록 장치를 꾸며놓았다. 그러나 천사의 외모를 가진 데다가 훌륭한 말솜씨까지 뽐내는 그녀 앞에서 사람들은 통찰력을 상실하게 된다. 단 한 사람, 변호사 잭만이 그녀가 쓰고 있는 천사의 가면을 알게 되지만, 그의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리디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답답할 정도로 진에 대한 의심을 1도 품지 않는 리디아.
“저는 돈 없는 삶이 더 두려워요.” 진이 조용하게 말했다.
저는 냉담하고 심술궂은 고용주를 위해 일해야 하는 간 나날들이 두려워요.
(중략) 가난한 남편과 그 밑에 줄줄이 태어난 아이들, 무능한 하녀와 함께, 아니 그마저도 없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두려워요.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에요, 아버지.”
“저는 아직 지난날 일링에서의 생활을 잊지 않았어요.”
진은 자신의 두려움이 무엇이고 왜 돈이 필요한지 진심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람들은 돈 때문에 울고 웃는다. 사람들의 삶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에 대한 두려움과 갈망 때문에 많은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 진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까? 그녀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 메레디스가 남긴 유산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