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가이드북 -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최준식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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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에 없습니다. 거기에 잠들어 있지 않답니다.

나는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햇살이 되어 밭을 비추고 겨울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되겠습니다.

아침에는 새가 되어 당신을 깨워드리고 밤에는 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보겠습니다."


죽음 이후를 아름답게 표현한 한 편의 시이다. 이 시를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미국 원주민이 지은 시라고 추정된다고 했을 때, 그들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죽는다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 거대한 유기체인 이 세상에서 물, 불, 바람, 얼음의 형태로 우리는 살아있을 거라는 사실을 지혜로운 옛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은 죽음 교육을 따로 받지 않는다. 죽음을 향해 매 시간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려고만 할까? 어차피 맞닥뜨려야 한다면 제대로 알고 가야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파니 핑크] 라는 독일 페미니즘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죽음에 두려움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한다. 관에 들어가서 시체 체험을 하는 것. 그런데 두려움 때문에 대비를 하기 보다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기 위해서 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이 책 < 죽음 가이드북 > 은 죽음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들이긴 하지만 영혼, 전생, 사후세계 그리고 임사 체험 등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죽음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서 죽었다 살아난 환자들을 수없이 만났고 그들의 체험담을 들으면서 사후생을 인정한다.


인류 사회에 존재한 신비 종교가 중 영의 세계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스웨덴의 에마누엘 스베덴보리. 그는 약 27년에 걸쳐 천사의 도움을 받아서 영계를 방문한다. 하계 ( 지옥 ) 과 천계 ( 천당 ) 등을 돌아다니며 많은 영화과 대화를 나눈 스베덴보리는 이런 체험을 정리해 여러권의 책을 출간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일단 중간계에 머무르며 자신이 생전에 한 일을 스스로 검사한다고 한다. 이것을 " 라이프 리뷰 " 라고 하는데 살아있을 때 알 수 없었던 생의 의미가 이때 드러난다고 한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임종을 맞은 본인이 해야할 일과 가족이 해야할 일을 구분해서 설명해준다. 노인일수록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으니 젊을 때 미리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당사자가 막 임종하려들때 가족들이 큰 소리로 울어선 안된다고 한다. 영혼은 에너지체이니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죽음 교육이 어릴 때부터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죽음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비타민 복용, 심한 운동, 머리 염색, 주름살 성형 등등은 늙어감을 감추려는 행동이다. 이런 산업은 죽음으로 향하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순리에 따를 수 있는 지혜를 심어주려는 노력이 지금부터라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가 또 아름다운 시를 만나서 적어본다. 암투병 중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남기는 시이다.


"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 줘서 참말로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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