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로웅 웅 지음, 이승숙 외 옮김 / 평화를품은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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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대 학살에 휘말렸던 한 소녀의 집안이 실제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이다. 킬링필드는 1975년 캄보디아의 공산주의 무장단체였던 크메르 루주 정권이 론 놀 정권을 무너뜨린 후 1979년까지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 아래 최대 200만 명에 이르는 지식인과 부유층을 학살한 사건으로 20세기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인 우리는, 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과 대학살을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것도 사실이다. 단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말이다. 사실 난 전쟁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씩 어른 세대가 말씀해주시는, 우리나라가 겪어야 했던 전쟁과 학살, 기근 등은 너무나 참혹해서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1975년 4월 프놈펜에서 시작하여 1980년 2월 베트남 람싱 난민촌에 들어갈 때까지, 작가와 작가의 식구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을 적은 글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중산층의 부러운 것 없이 생활하던 5살 로웅과 그 가족들. 하지만 공산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아버지의 직업은 헌병으로 전 정권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신분을 속이고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 와중에 다른 식구들 또한 자신의 몫을 다 한다.

“도시에서는 나의 관심과 우정을 바라는 아이들과 친해졌지만, 여기서는 아이들이나 나를 의심하고 내가 다가가면 달아난다.” (p.79)

하지만 이 가족 앞에는 더 많은 시련들이 놓여 있었다. 아빠의 처형과 엄마와 언니, 동생의 죽음. 결국 이들과 이별의 슬픔을 겪게 되지만 남은 가족은 떠난 가족들을 기억하면서 살아간다.

“크메르루주는 복수심에 불타는, 피에 굶주린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폴 포트는 나 같은 어린아이도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하게 만들었다.”(p. 350)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을 때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그들이 자신들을 빈민에서 구제해 줄 것이라고 굳건히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의 잘못된 신념이 모든 것을 변하게 하였다. 정치 이념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가족들을 잃게 되고, 터전 또한 버리고 떠나야 했다. 모두가 공포에 떨면서 힘들게 일해도 불행과 배고픔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폴 포트와 그의 집단만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지도자의 혁명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누구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지 다른 곳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처형과 기아, 질병과 강제노동으로 죽음에 이른 사람들의 가족들은 죽을 때까지 가슴속에 상처를 깊이 새긴 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 시기에 여러분이 캄보디아에 살고 있었다면, 이 이야기는 또한 여러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 속 장면들이 생생한 영화를 본 것처럼 먹먹하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이념과 종교에 의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이유에서든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슬픔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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