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 꿈, 무의식, 그리고 정신분석 이야기
윤설 지음 / 새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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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를 김치 냉장고에 넣다니 꽤 무서운 제목이다. 그럼 이 책은 범죄나 추리 소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그동안 상담가로 일해온 저자가 상담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는 것이기도하고 또한 자신의 힘들었던 정신적 아픔에 대해 독자들에게 고백하는 내용이기도하다.

• 젊은 시절 결혼했다가 이혼을 하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저자. 많이 힘들었을까? 그녀는 성인 시체 세 구를 냉장고에 넣는 꿈을 꾼다.

• ˝ 7월 여름 어느 날, 성인의 시체 세 구가 널려 있다. 그냥 버리기 아깝다. 상하기 전에 일단 김치 냉장고에 급속 냉동을 시켜보자. ( .... ) 두 구는 넣었는데 한 구는 도저히 들어갈 자리가 없다˝

• 저자는 오랜동안의 정신분석 작업으로 인해서 자신의 꿈 분석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한다. 꿈 밖 세계의 자아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품어서는 안되는 욕망이나 정서가 지나치게 행동화되지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데 꿈 속의 자아 또한 그런 역할을 한다고. 꿈 속에서 낯선 이와 사랑을 나누거나 평소에 순한 사람이 꿈 속에서 큰소리로 싸움을 하게 되는 것도 그런 논리일 것이다.

• 책을 읽다보니 내가 한동안 꿨던 꿈이 떠올랐다. 대학교에 입학한 내가 수강 신청시기를 놓치고 수강할 교실을 찾지 못하고 교실을 찾아도 엉뚱한 수업을 듣게되는 그런 꿈이었다. 연속적으로 꿨던 꿈인데 신기하게도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 꿈은 이제 꾸지 않고 있다.

• 인간의 무의식이란게 진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유와 상징 등으로 결핍된 부분이나 아니면 오히려 넘치는 부분을 이렇게 ˝ 꿈 ˝ 으로 알려주니 말이다. 저자 윤설님처럼 본격적으로 정신분석을 배워봐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이다.

• 너무 전문적이고 딱딱한 정신분석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 본인의 내밀한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고 그녀가 다루었던 여러 상담 경험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해주어 정말 재미있고 쉽게 느껴지는 심리 분석서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도 많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도 많았다.

• 상담가로써 그녀가 말하는 것은 딱 하나이다. 힘든 시기를 견뎌야하는 사람들,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빨리 끄집어내려 하지 말고 함께 있어 주라고, 나올때까지 곁에 머물러주면서 언제든지 손 내밀어 주라고....

1. 지금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거나 그런 사람을 지인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싶은 책이다. 얻을 수 있는 팁이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엄청난, 참 좋은 심리 분석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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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창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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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는 동안 허리 때문에 문제를 겪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디스크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디스크 환자들이 꽤 많은 것을 보고 놀랐고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 예상보다 심한 것 때문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런데 사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이 문제는 질병도 질병이지만 그로 인한 고통이 문제이다. 심한 고통 때문에 생활을 제대로 못한다거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부제로 문제는 ' 허리 디스크 ' 아니라 ' 통증 '이라고 붙이면서 허리 통증이 반드시 디스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그리고 디스크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 디스크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꼭 치료될 것이고 여러분은 통증 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

그는 자칭 타칭 국내 유일 척추 전문 프로파일러이다. 프로파일러란? 일반적인 수사기법으로는 용의자의 도주 경로나 범죄의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 사건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버릇이나 행동 패턴, 나이, 성격, 용모 등을 추론해 사건을 분석하는 사람이다. 그는 마치 범죄자를 좇는 프로파일러처럼 허리 디스크나 요통이 생긴 원인을 추적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요통이 생겼다고 해서 다짜고짜 허리 디스 크니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우선 디스크나 허리 통증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고 거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6장으로 나뉜다.

1장 : 몸을 프로파일링 하라

2장 : 우리는 허리를 너무 모른다

3장 : ' 틀어진 ' 습관이 당신의 허리를 죽인다

4장 : 문제는 내장기의 압력이다

5장 : 진짜 통증과 가짜 통증을 구별하라

6장 : 요통을 ' 삭제 ' 하는 기적의 재활 운동법

1장에는 허리 통증을 일으키는 숱한 원인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중에서 평발이 구조적으로 허리나 디스크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평발은 발바닥이 땅에 그대로 닿아 발은 물론 다리, 골반, 허리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한다. 그리고 서있을 때 발아치의 각도가 20도 이상 되어야 정상인데, 이 각도가 작아서 몸의 전체 정렬을 맞출 수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디스크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들이 소개된다.

2장에는 우리의 생활 습관이 허리 통증을 낳는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무직 생활자의 경우에는 오래 앉아있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척추가 긴장하기 때문에 서서히 굳어진다고 한다. 통증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디스크나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 디스크는 갑자기 병들거나 작은 움직임 때문에 걸리는 병이 아닙니다.

디스크를 병들게 만든 잘못된 습관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

3장에서는 잘못된 운전 습관이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오른발을 뻗어 액셀을 밟다 보면 오른쪽 골반이 앞으로 빠지게 되어 골반이 한쪽으로 틀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척추 아래쪽 뼈가 불안정해진다고 한다. 빠진 골반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고 척추 주변 근육이 굳어져 척추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이렇게 되면 허리 디스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내장기관의 압력이 높아지면 허리 디스크가 유발되기도 한다고 한다. 되도록 내장에 가스가 차지 않도록 식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저자. 그런데 내장의 압력을 높이는 음식에 커피가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가 가스를 유발하는 안 좋은 음식이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미리 허리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팁을 많이 얻었다.

이 책은 허리 디스크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지적하고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팁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수술이나 시술은 최소한도로 줄이고 환자 본인이 자세 교정이나 식습관 변화 등을 통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책 속에 사진이나 그림을 통해서 어떻게 앉고 서야 허리 통증을 줄일 수 있는지도 나와 있어서 앞으로 자세 교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허리는 몸의 중심이고 만약에 허리가 아프면 생활을 영위하기가 몹시 힘들어질 것이다. 미리미리 예방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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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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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집어던질 뻔한 적은 처음... 은 아니지만 하여간 이렇게 속이 터지는 책도 참 오랜만이다. ( 재미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말 가독성 최고예요 ) 읽기 전에는 재난이라는 절체 절명의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여자들의 모습 혹은 그 와중에 드러난 평소엔 보이지 않았던 그녀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이 인권 선진국이 아니었나? 아.. 맞다. 일반화의 오류를 여기에 대입하면 안 되겠지. 그러나 재난 와중에 드러난, 일본의 특정 공동체가 보여준 여성에 대한 낮은 인권의식, 남성의 뻔뻔함과 몰염치함에 그만 기가 막히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끝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책을 찢.... 읽다가 분노 게이지가 이렇게 상승한 적도 참 오랜만이다.

진정하고 책 속으로 들어가자면, 평소에는 매우 아름다운 소도시 " 가모메가하마 ". 바다를 인접하고 있는 이 마을을 주인공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묘사한다.

태어나고 자란 이 가모메가하마 시를 무척 좋아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푸르른 바다에는 초록이 풍성한 섬이 점점이 떠 있고, 내륙에는 숲이 울창한 산과 언덕이 줄줄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는 은어가 노니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70쪽)

그러나 한순간에 재난이 발생한다. 바다에서부터 시작된 엄청난 지진과 해일은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휩쓸어버린다. 미처 손쓸새도 없이 밀려든 검은 물에 집들은 잠기고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파도에 휩쓸려가버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4명은 운 좋게도 어느 집 베란다에 매달리거나, 냉장고를 타고 물살을 타거나 등등으로 살아남게 된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50대가 막 지난 후쿠코, 이제 마흔 줄에 접어든 나가사와 그녀의 어른스러운 초등학생 아들 마사야 그리고 젖먹이 아이를 키우는 새색시 도오노이다.

순식간에 주인공들을 덮쳐버린 비극.. 그들은 집과 어머니 그리고 남편을 잃었다. 자연 재난을 과연 인간이 이길 수가 있을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들. 후쿠코는 집에 있던 남편이 목숨을 잃었으리라 추측한다. ( 그러나 별로 아쉬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가워함 ) 나기사는 도시의 내륙에 있어서 마침 재난을 피할 수 있었던 초등학교에 아들을 데리러 가지만 담임이 미처 말리지 못한 사이에 아들이 어머니를 찾으러 뛰어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없이 재난 대피소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도모오의 경우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니는 살아남았으나 관절이 약했던 시어머니는 그만 급류에 휩쓸려가고 공무원 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있던 남편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소설이 과연 재난 소설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히려 사회 고발 소설? 페미니즘 소설? 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자연 재앙이 휩쓸고 간 뒤에 남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피난소로 갔는데 오히려 성추행을 당할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어디로 피해야 한다는 말인가?

피난소의 대표 말이, 여기 있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 칸막이는 필요 없다는 거야

(182쪽)

여자들의 피난소

부녀자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72시간 내에 이 약을 복용하면 임신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집을 떠내려갔지, 일자리는 사라졌지,

남자들도 속이 답답할 테니, 그런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지요."

(208쪽)

여자들의 피난소

도대체 말인지 막걸리인지.... 담요 속에서 조심하며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얼굴이 예쁜 도노오의 경우는 아기의 젖을 먹이는 상황을 낯선 남자들이 흘끔흘끔 훔쳐보는 상황도 당해야 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니.... 그 이후에도 같은 여자라면 공감할 만한 분노 게이지 상승하는 사태가 많이 발생한다. 죽은 줄 알았던 후 쿠쿠의 남편은 멀쩡히 살아남아 돌아와서는, 시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BMW 를 산다 ( 욕이 올라온다 ) 도오노의 시아버지는 결국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긴 그녀를 시아주버니와 연결하려는 멍청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계속 그녀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는 이 멍청하고 뻔뻔하고 몰지각한 남자들!!!!! 그녀들은 과연 완전한 피난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책은 2011년 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해일 사태로 인한 공동체의 분열 사태를 보여주고 그 와중에 여성이라는 특정 " 성 " 이 겪어야 했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발언권이 전혀 없고 모든 권리가 남성에게 주어져 있던 상황. 그녀에게는 피난소가 지옥 같았을 수도 있다. 과연 이 소설의 끝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원금도 시아버지와 남편에게 빼앗기고 눈치만 봐야 하는 그녀들이 자꾸 코너로 몰리는 것 같았으나 결국 여성들만이 가지는 연대감으로 그녀들을 훌륭하게 극복해낸다. 그녀들의 해피엔딩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감동의 파도를 겪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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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정나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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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미국의 작은 소도시에서 생활을 할 때 경험하였던,본인 스스로가 또한 어린 아이들과 같이 경험하였던 훈훈하고 실속 있었던 가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마케팅과 유통에 대한 기법을 기술해 두어서 가게를 운영할 생각이 있는 독자에게는 유익한 정보가 될 것 같다.



저자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두어 달씩 매일 커피를 마시러 들리는 가게에서도, 거의 매일 빵을 사는 가게에서도, 아이들과 들르던 서점에서도 늘 새로운 손님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점원들이 저자를 알아보지도 혹은 알아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늘 새로운 사람을 대하듯, 똑같이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똑같이 공손한, 주문을 위한 단 한두 마디의 대화가 오고 갈 뿐이다.



안부를 묻지도, 아는 체를 하지도, 파김치가 된 날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도 이곳의 작은 가게들에게는 없었다.작은 가게들의 양적인 증가가 질적인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서 작은 가게들이처한 상황은 날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국땅에서 매일 드나들었던 작은 단골 가게들에게서 찾아보려한다. 작은 가게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다.



저자가 미국에서 경험하였던 작은 가게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하면서 차별화된 방법과 고객관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근황을 물어보는 커피가게 점원, 단골손님을 위한 손 글씨 크리스마스 카드, 친정집 같은 쌀국수 사장님의 위에 좋은 육수 포장 서비스,단골손님의 대소사를 꿰고 있는 마트 점원 등 조지아 주의 에덴스의 작은 가게들이 소개되어지는데,이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지속적인 관계 속에 있는 단골손님들의 성향과 그들의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관계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 제 3의 장소는 내게 그저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시간과 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의미였다. 나의 작은 단골 가게들은 늘 내게 공간 이상의 의미였다. 그곳은 내게 포근한 안식처였고, 평화로운 시간이었고 이웃과 함께 한다는 안도감이었다.”

(p. 25)



자신만의 제 3장소는 어디인가?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스타벅스처럼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다. 오롯이 나만의 쉼과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지진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편안한 공간으로써 제 3의 장소를 찾아나서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필수조건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와 마주칠 때 우리는 작건 크건, 잠깐이건 오랫동안 이건 그와의 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우리는 누구나 그가 혹은 그녀가 나를 알아봐주기를, 그리고 나를 친근하게 느끼기를 바라게 된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나를 보면 반가워해 주는 것. 이는 언제나 매혹적인 일이다.(p. 43)



사람과의 만남을 가진 후 우연히 다시 가게를 방문했을 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내가 선택했던 메뉴를 알아봐 준다면, 이것만큼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마도 우리는 가게에 대한 무한 신뢰와 함께 그 가게의 단골손님 중 한명이 될 것이다.

미국의 소도시에 이루어지는 작은 가게들의 개인이나 사업체들의 경영철학, 한결같은 서비스와 편안함을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작은 가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 같은 존재의 단골손님들이 찾을 수 있는 작은 가게를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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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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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이 인생을 제대로 조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모두를 관통해 흐르는 거대한 슬픔의 강이 당신에게도 닿은 적 있다면,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친다.

숨을 참던 나날

것은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린 딸을 일찍 하늘로 보내야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문장을 반복하는 이유는, 저자 리디아 유크나비치가 책에서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어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어법이, 익숙해지니까 그녀의 상처와 고통을 더 잘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인용문구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다. 누구든지 인생의 한 시점에서 인생을 조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도피를 생각해봤을 수도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자살과도 같은 극단적인 형태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젊은 시절, 술과 마약 그리고 문란한 성생활을 반복한다. 한마디로 엉망진창 무질서한 삶을 살았다는 것. 하지만 그녀는 꼭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본인도 모르게 치유되어가고 있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젊은 시절 불행한 시기가 더 많았지만 그녀에게는 인생을 걸만한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물과 수영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수영 선수였고 물속에 있을 때는 모든 슬픔과 절망은 사라지고 영혼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도 수영 장학금으로 갈 만큼 물과 수영은 그녀에게 큰 힘을 줬다. 하지만 어쨌든 젊은 시절 그녀는 제정신으로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뒤틀린 가족 관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부장적이고 딸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 그리고 성적인 학대를 가했던 아버지. 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격지심 때문에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도 딸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어머니. 주인공은 벨트로 얻어맞는 언니를 목격했고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는 아버지와 맞선다. 마음속에 어둠과 괴물을 키우면서 살았던 아버지. 그로 인해서 함께 어둠과 괴물을 키우게 된 저자.


" 그해 어느 여름날 아버지가 화를 내다가 유리로 된 미닫이문에

접시를 던졌다. 나는 뭔가 깨지는 소리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또 하루는 내 수영 가방을 갈가리 찢고 수영복과 물안경을 망가뜨려 집어던졌다. (...) 아버지가 뱉은 단어들이 나의 이글거리는 어깨 위에 닿았다."

숨을 참던 나날

저자는 무려 3번의 결혼을 거친다. 그 와중에 딸을 일찍 하늘로 올려보냈고 결혼생활의 실패에 대한 자책을 하면서 술로 세월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글쓰기와 그녀의 글쓰기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책에는 < 뻐꾸기 둥지 뒤로 날아간 새 >를 집필한 켄 키지가 이끄는 공동 소설 창작 워크숍에 참여하는 모습이 나온다. 거기서부터 출발한 그녀의 미미한 글쓰기는 컬럼비아 대학교 석사 과정, 강사직 합격, 지원금 그리고 교환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다시 태어난 것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게 가르쳐 줄 것이다.

나는 내게 일어서는 법, 원하는 법,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법을 가르쳐줄 여자가 될 것이다.

네 마음, 네 상상력, 전부 대단해,라고 말해줄 여자가 될 것이다.

봐, 정말 아름답지. 네게도 저 테이블에 앉을 가치가 있어. 빛은 우리 모두를 비춰주니까.

숨을 참던 나날

이 책은 한 여인의 고통과 상처, 그리고 성장과 재탄생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매우 솔직하다. 그녀의 삶에 생채기를 냈던 여러 사건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아버지의 성적 학대, 어머니의 자살 미수 그리고 아가의 죽음.. 젊은 시절 술과 마약 그리고 방탕한 생활... 그러는 가운데 그녀는 계속 성장했고 물과 수영은 그녀와 함께 했다. 그녀는 문학, 여성학, 인류학 그 자체이다.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어린 소녀가 이제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뱃속에 아이를 키운다. 너무나 강렬하고 감동적인 에세이이다. 그냥 에세이라고 말할 수 없는,,, 한편의 성장 소설 같은 에세이. 몇 번을 더 읽어보면 볼수록 더 진가를 알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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