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순간에 재난이 발생한다. 바다에서부터 시작된 엄청난 지진과 해일은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휩쓸어버린다. 미처 손쓸새도 없이 밀려든 검은 물에 집들은 잠기고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파도에 휩쓸려가버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4명은 운 좋게도 어느 집 베란다에 매달리거나, 냉장고를 타고 물살을 타거나 등등으로 살아남게 된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50대가 막 지난 후쿠코, 이제 마흔 줄에 접어든 나가사와 그녀의 어른스러운 초등학생 아들 마사야 그리고 젖먹이 아이를 키우는 새색시 도오노이다.
순식간에 주인공들을 덮쳐버린 비극.. 그들은 집과 어머니 그리고 남편을 잃었다. 자연 재난을 과연 인간이 이길 수가 있을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들. 후쿠코는 집에 있던 남편이 목숨을 잃었으리라 추측한다. ( 그러나 별로 아쉬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가워함 ) 나기사는 도시의 내륙에 있어서 마침 재난을 피할 수 있었던 초등학교에 아들을 데리러 가지만 담임이 미처 말리지 못한 사이에 아들이 어머니를 찾으러 뛰어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없이 재난 대피소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도모오의 경우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니는 살아남았으나 관절이 약했던 시어머니는 그만 급류에 휩쓸려가고 공무원 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있던 남편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소설이 과연 재난 소설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히려 사회 고발 소설? 페미니즘 소설? 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자연 재앙이 휩쓸고 간 뒤에 남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피난소로 갔는데 오히려 성추행을 당할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어디로 피해야 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