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냥반 이토리 - 개정판
마르스 지음 / 라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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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넘치는 얼굴에 몸은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집사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군요. 원래 낚싯대를 휘둘러야 할 집사가, 낚싯대를 휘두르는 냥이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있습니다. 이 똥꼬발랄한 냥이의 이름은 이토리. 그리고 이토리에게 넙죽넙죽 속아주시는 집사는.. 아하!! 이 책의 작가이자 토리의 영원한 반려 닝겐 마르스님이군요.. 오늘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 가을 나들이 겸, 나와의 데이트 겸, 겸사겸사 카페에 오면서 이 카툰 [ 귀한 냥반 이토리 ]를 들고 나왔어요.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사탕으로 가득 찬 단지 같은 이 책엔 주인공 이토리가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해서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과연 춤을 좋아할까요? 글쎄... 한 번도 냥이와 춤을 춰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고양이들과 춤을 춘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네요. 뼈가 없는 것처럼, 혹은 액체처럼 유연한 냥이들이 비보이 그룹을 결성한다면 아마도 세계 1위의 크루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명절날 집사들과 냥이들이 함께 손잡고 강강 술래를 추는 거죠.. 강강 술래를 추다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냥이를 본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이 책이 좋았던 여러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명화 속에 등장하는 이토리 덕분이었어요!! 원래 이 그림은 드가의 The Star인데 이토리님이 대신 출연해주였군요. 생소한 발레라는 영역에 첫발을 내디딘 이토리님..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고 우아할 수가 있나요? 차분히 내리깔고 있는 두 눈과 앙다문 입술이, 이 냥님이 진지하게 발레에 임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역시 냥님은 이 세상 동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고매하고 우아하신 이토리님.




요즘 자고 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고요? 아니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요? 그럼 이 그림을 벽에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토리 달마대사 납시겠습니다. 귀신을 물리치고 집에 복을 안겨준다는 달마대사... 그런데 이번에 이토리냥님이 달마대사로 변신하셨네요?! 신묘한 힘이 있다는 이 이토리 달마대사님의 그림을 벽에 걸고 나서 재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M 모 씨의 제보가 있었다고 하네요!! 믿거나 말거나.....


아니!!! 언제 이토리님이 LA 로 날아갔단 말입니까? 달마대사로 변장하여 사람들에게 복을 안겨다 줄 마음을 먹은 줄 알았더니 이번엔 할리우드로 가서 액션 영화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군요! 거미줄 몇 가닥으로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착한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우리의 Spider Cat !! 이토리님은 언제 또 연기 공부를 하셨답니까?? 우리 집사들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냥님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달려갈 준비를....

우리 집사들이 냥님들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맛있는 간식 캔 따주기,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놀아주기, 좋은 음악 틀어주기 그리고 함께 달콤한 낮잠을 즐기기 등등등.. 하지만 특별한 집사 마르스님의 냥이 사랑법이 오늘따라 더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이 책 [ 귀한 냥반 이토리 ] 안에서 평범했던 냥님 이토리는 명화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잡귀를 물리친다는 고승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 영화의 멋진 주인공이 되기도 하네요. 그만큼 마르스 집사님이 이토리 냥님을 사랑한다는 증거겠죠?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책 [ 귀한 냥반 이토리 ]. 냥님을 모시고 있는 한국의 모든 집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Hot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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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단칸방 - 오늘도 외로웠던 당신을 안아줄 이야기
BORAme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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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디게임의 열정을 플레이하라 ' 선정, 80만 플레이어가 공감한 게임을 책으로 만나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책으로 엮이다니.. 과연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지 책에서 보여주는 인물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매우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겨서 선택하게 된 책 [ 비 내리는 단칸방 ].

작은 방 한칸의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주인공. 특징없는 얼굴.. 무표정한 그 얼굴을 보니 머리속에 우울한 생각만 가득한 것 같다. 자진해서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 같은 주인공..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을 보니 마쉬멜로우가 생각났다. 너무나 무기력해서 마치 불에 녹은 마쉬멜로우처럼 녹아들어갈 것 같은, 마쉬멜로우 인간.

창문 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그려져 있다. 책에는 우울한 내용의 글 뿐만 아니라 어둡고 우울하게 내리는 날씨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모으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한층 우울함이 돋보인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걸까? 인간이기에 지나가듯이 혹은 매우 자주 우울한 감정을 우리는 느끼곤 한다.

2년전, 나름 큰 병을 앓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도 우울함이었다. 그 당시 읽었던 책들을 떠올려보니 죄다 우울한 책들이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 우울함을 토로하는 에세이 등등등.. 그런 책들을 읽었다고 더 우울해졌냐면,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며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우울 속에 몸을 푹 담갔다가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캐릭터를 우울하게 만든 건 뭘까? 책에 나온 것처럼 뭔가 맛있는 것을 사먹고 싶어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 아니면 그칠 생각이 없이 주구장창 내리는 비? 혹은 어린 시절을 우울하게 보냈기에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된 우울함? 내 생각엔 이 모든게 다 합쳐져서 캐릭터의 우울함을 이끌어낸 것 처럼 보였고 희한하게 전부 다 너무나 큰 공감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슬픈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이...

맞벌이로 저녁때가 되어야만 돌아오는 부모님.

부모님의 빈자리가 커서였을까.

저녁까지 쏟아지는 폭우 속 천둥소리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들렷어.

부모님이 언제 돌아오실까

숨을 죽이며 이불 속에서 잠든

어린 날의 내 모습을 달래주고 싶어.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할 마음 속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다 크지 못한채 웅크리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그리고 슬픔을 제때 털어놓지 못해 계속 슬퍼하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그 상처가 뭉치고 뭉치고 뭉쳐서 우울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 비 내리는 단칸방 ] 속에 나오는 캐릭터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희한하게도 공감이 많이 갔던 책.... 그냥 슬픈데 왜 이렇게 우울한지 모르겠을 때, 귀여운 삽화와 함께 조곤조곤 우울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우리를 달래주는 듯한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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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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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근데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데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이겁니다.

과연 그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박멸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바퀴벌레는 인간의 친구다,

생각하면서 함께 산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존 공영의 길을 가느냐.

이 책은 더러움 ( 바퀴벌레) 을 증오하고 혐오했던 한 순결했던 남자에게 바치는 서사시와 같은 소설이다.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평생 청결 강박증에 시달렸던, 그러나 끝내 자신의 신념 (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 을 지켰던 광남씨... 그 특별한 남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어렵게 만난 아내 김미영 씨와 7년의 결혼 생활을 끝낸 뒤 그는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뜸한 시골로 가서 오두막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다. 그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이곳으로 온 이유는 딱 하나! 청결함과 완벽함을 알지 못하는, 더러운 도시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평생을 청소부로 일했던 아버지에게서 청결함에 대한 일종의 강박을 물려받은 그는 밖에서 화장실을 이용 못할 만큼 깨끗함에 집착한다. ( 회사 화장실을 사용 못 해서 용변을 집에서 보고 샤워를 하고 돌아감 )

그런데 깨끗함에 있어서라면 세계 최고라고도 말할 수 있을만한 그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발생한다. 그의 화장실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된 것. 얼른 잡아 죽였지만 찜찜한 마음은 그치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올킬이라는 해충 구제 업체의 광고지를 발견하게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취해 바퀴벌레 박멸을 의뢰한다.

해충 구제 전문 기업 (주)올 킬.

원 샷 올 킬! 한 방에 보냅니다.

지금 연락 주세요.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그의 연락에 나타난 해충 구제 업체 직원은 온몸을 하얀색으로 뒤덮은 장신의 여성이었다. 흰 유니폼을 걸치고 흰 마스크를 쓴 그녀는 머리까지 흰색이어서 광남 씨 눈에 보이는 그녀는 하나의 " 구원의 빛 " 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그녀가 선보이는 바퀴벌레 박멸 신공은, 가히 신기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싱크대 수챗구멍에 약품을 넣고 잠시 기다린 다음 그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는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를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빨아들인다. 마치 무술 영화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의 현란한 액션 연기를 보는 듯한 이 장면... 작가가 혹시 액션 영화 팬인가?

(주)올 킬의 직원이 떠나고 바퀴벌레의 박멸을 확신하고 안심하고 있었던 광남 씨의 눈에 발결된 또 한 마리의 바퀴벌레. 그녀가 휘둘렀던 진공봉에 의해 모든 바퀴벌레가 죽은 게 아니었던가? 한 마리의 벌레란 숨어있는 백 마리의 바퀴벌레를 의미한다. 도대체 그 바퀴벌레는 어디서 나온 걸까? 그제서야 그의 눈에 옆집에서 버리고 제대로 치우지 않은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견된다.

사실 광남씨는 한 유명 건축가가 지은 2층 집의 옆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그 건축가는 자칭 환경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적반하장으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그의 요구에 졸렬한 복수를 가하기도 한다. 단지 깨끗함을 원하기만 했을 뿐인데, 바퀴벌레를 없애길 원했을 뿐인데, 부당한 취급을 당한 광남씨.. 이제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거대한 바퀴벌레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자신을 쳐다보거나 아내의 모습을 한 바퀴벌레가 자신을 쫓아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 광남씨. 다시 연락해 만나게 된 (주)올 킬 직원 안희수는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브이 아이피 회원 가입을 하라는 것. 그녀는 자신 있게 선언한다. 회원 가입을 한순간,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모든 해충은 한꺼번에 박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녀가 덧붙이는 말이 있다. 한번 가입하면 임의로 탈퇴하거나 절대로 취소할 수 없다는 것. 그런데 그녀의 웃음이 약간 소름 끼친다... 하. 하. 하.

효과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건.... 말하자면 궁극의 서비습니다.

완전 박멸. 고객님 댁 기준으로 주변 해충을 말끔하게 정리한단 말입니다.

한마디로 끝장 서비스

그녀가 이야기하는 주변 해충은 과연 바퀴벌레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혹은 다른 어떤 생물까지 포함되는 것일까?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바퀴벌레를 완전히 박멸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바퀴벌레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가 뭔가 수상한 업체와 얽히게 된 주인공 광남씨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더러운 인간들과 더러운 바퀴벌레를 혐오하는 광남 씨에게 바치는 한편의 누아르 같은 소설 (주)올 킬. 너무너무 재미있지만 주의사항이 있다!!! 밤에 펴봤다간 끝까지 보게 된다.. 결과가 궁금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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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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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의 경우는 어떤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식적으로 경아의 죽음은 자살이었고 실제로 경아가 했던 행동들을 복기해보아도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아는 살해당한 것이었다.

자살했지만 살해당했다.

어디선가 신문에 난 기사를 본 듯한 희미한 기시감. 이 [ 마르타의 일 ]이라는 소설을 읽고 난 뒤에 느꼈던 감상이다. SNS 상의 인기스타,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유명 인플루언서였던 동생 경아가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것을 추적하는 언니 수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 마르타의 일 ]

소설은 동생 경아의 상태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가족들이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황망히 병원 응급실로 달려온 언니 수아와 부모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경아의 얼굴 위로 흰 천이 덮혀지고 가족들은 무너지며 오열한다. 그 정신없던 순간에 누군가 수아에게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히면서 경아의 핸드폰을 건네준다. 슬픔에 잠긴 상태로 핸드폰을 받았던 수아는 문득 경아가 자살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구보다도 착하고 밝았던 아이 경아. 야무지고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지만 다소 이기적이고 냉정한 수아에 비해서 경아는 교회를 다니고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던, 항상 웃고 활기찼던 아이였다.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다! 확신을 하게 된 수아는 그때부터 경아의 타살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름을 리아로 바꾸고 SNS에서 유명 스타로 활약했던 동생 경아. 경아가 남기고 간 핸드폰의 배터리를 충전했더니 디렉트 메시지로 경아의 장례식을 찍은 사진이 떴다. 그러자 수아는 깨닫는다. 경아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는 " 누군가 " 가 수아에게 핸드폰을 넘겨줬고 그녀에게 결정적인 제보를 하고 싶어서라는 걸. 장례식에서 그걸 깨달은 순간, 띵똥 하고 다시 날라온 메시지.

경아 자살한 거 아닙니다

경아의 죽음은 사건 접수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그 경찰을 사칭하여 수아에게 핸드폰을 건넸고 그녀에게 열심히 디렉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익명의 계정을 가진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그는 경아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가 범인일 수도 있을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언니 수아는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익명의 계정이 내미는 손길을 받아드는데.....

사실 수아와 경아는 날 때부터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다. 연년생이었던 둘 중에서 부모님은 대놓고 경아를 예뻐했고 그건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아가 공부를 더 잘했고 야무졌을지는 모르지만 경아는 얼굴이 예뻤고, 결정적으로, 너무 .. 착했다. 이 책에서는 수아와 경아와의 관계를 성경 속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타의 관계에 비유한다.

어느 날 예수가 그 자매의 집에 방문했는데, 언니인 마르타가 예수와 다른 손님들을 대접할 음식을 준비할 동안

동생인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이리 와서 언니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더니 예수는 오히려 마르타를 나무라며,

마리아가 지금 하는 일이 마르타 당신의 일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던가. 그런 식이다.

신데렐라의, 콩쥐의, 마리아의 자매는 나쁜 사람으로 기록된다.

엄청나게 차분하고 냉정한 수아의 시선으로 사건의 해결을 이끄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저자인 박서련은 순수했고 아름다웠던 한 청년의 삶이 어떻게 산산조각이 났는지를 냉철한 언니 수아의 눈으로 조곤조곤 속삭이듯이 읊어준다. 그 와중에 독자들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경아의 죽음에 아픔을 느끼게 된다. 마리아는 죽었고 따라서 그녀가 해왔던 일은 끝이 났다. 이제 마르타가 할 일이 남았다. 신데렐라라서, 콩쥐라서, 비열한 세상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마리아의 언니, 팥쥐 마르타가 이제 칼을 쥐었다. 그녀의 칼끝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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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 꿈, 무의식, 그리고 정신분석 이야기
윤설 지음 / 새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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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김치 냉장고에 넣다니 꽤 무서운 제목이다. 그럼 이 책은 범죄나 추리 소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그동안 상담가로 일해온 저자가 상담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는 것이기도하고 또한 자신의 힘들었던 정신적 아픔에 대해 독자들에게 고백하는 내용이기도하다.

젊은 시절 결혼했다가 이혼을 하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저자. 많이 힘들었을까? 그녀는 성인 시체 세 구를 냉장고에 넣는 꿈을 꾼다.

" 7월 여름 어느 날, 성인의 시체 세 구가 널려 있다. 그냥 버리기 아깝다. 상하기 전에 일단 김치 냉장고에 급속 냉동을 시켜보자. ( .... ) 두 구는 넣었는데 한 구는 도저히 들어갈 자리가 없다"

저자는 오랜동안의 정신분석 작업으로 인해서 자신의 꿈 분석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한다. 꿈 밖 세계의 자아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품어서는 안되는 욕망이나 정서가 지나치게 행동화되지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데 꿈 속의 자아 또한 그런 역할을 한다고. 꿈 속에서 낯선 이와 사랑을 나누거나 평소에 순한 사람이 꿈 속에서 큰소리로 싸움을 하게 되는 것도 그런 논리일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한동안 꿨던 꿈이 떠올랐다. 대학교에 입학한 내가 수강 신청시기를 놓치고 수강할 교실을 찾지 못하고 교실을 찾아도 엉뚱한 수업을 듣게되는 그런 꿈이었다. 연속적으로 꿨던 꿈인데 신기하게도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 꿈은 이제 꾸지 않고 있다.

인간의 무의식이란게 진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유와 상징 등으로 결핍된 부분이나 아니면 오히려 넘치는 부분을 이렇게 " 꿈 " 으로 알려주니 말이다. 저자 윤설님처럼 본격적으로 정신분석을 배워봐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이다.

너무 전문적이고 딱딱한 정신분석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 본인의 내밀한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고 그녀가 다루었던 여러 상담 경험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해주어 정말 재미있고 쉽게 느껴지는 심리 분석서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도 많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도 많았다.

상담가로써 그녀가 말하는 것은 딱 하나이다. 힘든 시기를 견뎌야하는 사람들,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빨리 끄집어내려 하지 말고 함께 있어 주라고, 나올때까지 곁에 머물러주면서 언제든지 손 내밀어 주라고....

지금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거나 그런 사람을 지인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싶은 책이다. 얻을 수 있는 팁이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엄청난, 참 좋은 심리 분석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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