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 꿈, 무의식, 그리고 정신분석 이야기
윤설 지음 / 새움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시체를 김치 냉장고에 넣다니 꽤 무서운 제목이다. 그럼 이 책은 범죄나 추리 소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그동안 상담가로 일해온 저자가 상담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는 것이기도하고 또한 자신의 힘들었던 정신적 아픔에 대해 독자들에게 고백하는 내용이기도하다.

젊은 시절 결혼했다가 이혼을 하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저자. 많이 힘들었을까? 그녀는 성인 시체 세 구를 냉장고에 넣는 꿈을 꾼다.

" 7월 여름 어느 날, 성인의 시체 세 구가 널려 있다. 그냥 버리기 아깝다. 상하기 전에 일단 김치 냉장고에 급속 냉동을 시켜보자. ( .... ) 두 구는 넣었는데 한 구는 도저히 들어갈 자리가 없다"

저자는 오랜동안의 정신분석 작업으로 인해서 자신의 꿈 분석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한다. 꿈 밖 세계의 자아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품어서는 안되는 욕망이나 정서가 지나치게 행동화되지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데 꿈 속의 자아 또한 그런 역할을 한다고. 꿈 속에서 낯선 이와 사랑을 나누거나 평소에 순한 사람이 꿈 속에서 큰소리로 싸움을 하게 되는 것도 그런 논리일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한동안 꿨던 꿈이 떠올랐다. 대학교에 입학한 내가 수강 신청시기를 놓치고 수강할 교실을 찾지 못하고 교실을 찾아도 엉뚱한 수업을 듣게되는 그런 꿈이었다. 연속적으로 꿨던 꿈인데 신기하게도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 꿈은 이제 꾸지 않고 있다.

인간의 무의식이란게 진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유와 상징 등으로 결핍된 부분이나 아니면 오히려 넘치는 부분을 이렇게 " 꿈 " 으로 알려주니 말이다. 저자 윤설님처럼 본격적으로 정신분석을 배워봐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이다.

너무 전문적이고 딱딱한 정신분석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 본인의 내밀한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고 그녀가 다루었던 여러 상담 경험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해주어 정말 재미있고 쉽게 느껴지는 심리 분석서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도 많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들도 많았다.

상담가로써 그녀가 말하는 것은 딱 하나이다. 힘든 시기를 견뎌야하는 사람들,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빨리 끄집어내려 하지 말고 함께 있어 주라고, 나올때까지 곁에 머물러주면서 언제든지 손 내밀어 주라고....

지금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거나 그런 사람을 지인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싶은 책이다. 얻을 수 있는 팁이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엄청난, 참 좋은 심리 분석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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