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조예은 작가를 처음 만난게 [ 뉴서울파크 젤리 장수 대학살 ] 이라는 장편 소설을 통해서였다.   마냥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놀이공원,,,,, 그리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젤리...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나 대학살이라는 참극이 벌어진다. 마치 웃고 있던 어릿광대가 권총을 들고 사람들을 향해  총알을 난사하는 느낌이랄까? 소름끼치면서 그로테스크한 영상미를 뽐내는 소설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던 그 소설처럼 이 단편집 [ 칵테일, 러브, 좀비 ] 도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 웅크리고 있는 비극과 잔인함을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매우 날카롭게 드러낸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그로테스크한 영상미도, 스케일이 크진 않아도 분명 존재한다. 각 단편이 다루는 죽음, 어둠, 쓸쓸함,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주제는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이고 그러기에 우리는 항상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말을 해주고 있는 듯 하다.


[ 초대 ]

어릴 적 주인공은 회를 잘못 먹고 가시를 삼킨 채 살아간다. 분명 가시는 목 안쪽 기도로 넘어가는 부분에 존재하면서 주인공을 괴롭히지만 의사도 그 누구도 찾아내지 못하고 사람들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라고 단정지어버린다. 그런데 어느날 어두운 분위기를 온 몸에 휘감고 나타난 어느 여인이 가시의 존재를 인정하고 없애주기까지 하는데.....


“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다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

여성으로써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이물감 ( 관습이라는 이름의 억압 ?)을 견디면서 살아온 주인공. 그러나 그녀의 이물감을 제거해줄 순간이 조금씩 다가온다.

“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





[ 칵테일, 러브 좀비 ]

평소와 다름없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온 아버지가 갑자기 좀비로 변해버렸다. 영화 속 좀비로 넘치는 세상은 망하지만 주인공 주연이 머무는 세상은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속출함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조용하다. 바이러스 감염 경로도 밝혀지지 않았고 백신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의 밥을 먹지 못하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물어 뜯으려는 바람에 아버지를 묶어놓게된 모녀. 이미 죽은 지 오래된 ( 좀비니까 ) 아버지의 처리를 두고 고심하던 모녀의 앞에 속보가 달려드는데....

" 좀비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밝혀졌습니다, 강남의 한 국밥집에서 발견된..... "

재난 영화와 가족 드라마가 적절히 혼합된 것 같던 이야기 [ 칵테일, 러브, 좀비 ]. 어느날 갑자기 좀비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두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는 그녀를 보니 좀비는 형식일 뿐이고 어째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가족들의 현실 삶을 보여주는 듯 했다. 말썽만 일으키던 아버지, 주식으로 돈을 날리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던 끝에 이제는 죽은 듯 죽지 않은 몸으로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 아버지. 여주인공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버지를 사랑했던가?

" 주연은 자신에게 가족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아빠를 사랑했나?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하지만하지는 않았다. 엄마를 함부로 대하고 고집불통이고 자기 이야기만 맞다고 주장하는 그가 꼴보기 싫었던 적도 많았다. 사실 싫은 기억이 더 많았다 ."

예전에 팀 버튼 감독이 쓴 "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 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었다. 부모에 의해서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되는 굴 소년의 이야기인데 그로테스크하다 느낄 정도로 잔인하고 엽기적인 내용이지만 동시에 슬픔이 몰려들면서 아름답다는 느낌까지 드는 그런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조예은 작가의 이 [ 칵테일, 러브, 좀비 ] 라는 단편집을 읽고 나니 그 책이 생각이 났다. 잔인하고 괴기스럽지만 동시에 섬뜩한 아름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책... 음울하고 괴기스러움 속에 따뜻한 사랑이 숨어있기도 하고... 하여간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계속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책인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는 왜 이러는 걸까? - 한밤중 우다다부터 소변 테러까지, 온갖 사고와 말썽에 대처하는 법
데니제 자이들 지음, 고은주 옮김 / 북카라반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코난 " 이라는 코숏과 함께 한 지도 어언 1년이 넘었습니다. 인간 집사와 냥님, 둘은 다른 별에서 지구로 온 만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집사는 모시고 있는 고양이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게 많았습니다. 유투브과 같은 SNS 채널이나 각종 정보지를 통해서 얻은 얄팍한 지식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성격의 냥님들. 그래서 좀 더 전문적인 책을 통해 우리 묘르신 " 코난 " 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지요.

우리 고양이는 개냥이 같은 면이 있고 ( 집사를 졸졸 따라다님 ) 워낙 순해서 문제 행동을 일으킨 적은 거의 없어요. 그러나 언젠가부터 침대에 소변을 본다든지, 새벽에 미친 듯이 집안을 뛰어다니거나 천과 휴지를 뜯어먹는 이상한 습관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는데,,,이 책들을 보니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와 단조로운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묘르신이 행복해야 집사도 행복하다!!!! 무식한 집사 때문에 우리 냥님의 행복 지수가 많이 떨어진게 아닌가 고민이 되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집사와 고양이가 서로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려면 집사 쪽에서 고양이를 더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고양이는 도대체 어떤 생물인 것인가? 그들의 마음 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그들이 행복해야 집사도 행복하다!!를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계속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점은, 무식한 집사가 고양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거나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해왔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주로 낚시대와 공 등을 가지고 놀아주긴 하는데 손이나 발로 놀아준 적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냥님들이 손을 장난감으로 인식하게 되어서 씹고 깨무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책에 나와 있었어요. 아하! 왜 코난이가 손으로 덤벼들었는지 이제야 알았다능...

고양이에게 바람을 후후 부는 행동도 별로 좋지 못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낚시대로 놀거나 침대 주위에서 숨바꼭질 등을 할 때 한번씩 코난이 얼굴에 바람을 후후 불곤 했었어요. 저는 그냥 재미로 했었는데 그게 고양이의 공격 방식인 하악질과 유사하다고 책에 나와 있더라구요. 그동안 제가 얼굴에 바람을 불 때마다 코난이가 얼마나 놀랐을지... 반성했습니다.

세 번쨰로 집사가 반성했던 부분은 코난이가 이식증을 보였기 떄문이에요. 코난이가 가끔씩 천이나 솜 같은 것을 먹고 심지어는 비닐까지 뜯어먹는 행동을 했었어요. 책에서는 사냥 놀이 시간이 부족하거나 단조로운 환경에서 지루함을 느끼면 그럴 수 있다고 쓰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놀이 시간을 좀 더 늘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천이나 휴지 같은 것은 코난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놓으려고 애쓰고 있지요.






이외에도 책 속의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료과 물을 나란히 놓았었는데 사료 근처에 물이 있는 편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여 물을 따로 놓아주었더니 이전에 비해서 훨씬 물을 많이 먹는 것 같았고 캣타워를 사는 것을 반대했던 짝꿍이 캣타워 구입을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아무래도 책에 나와 있던 내용을 보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나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인간 집사와 냥님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바꿀 수 있을까요?   이 책을 통해서라면 그게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고양이의 다양한 문제 행동과 그 해결방법을 적어놓았고 집사와 고양이가 서로 더욱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제시해놓고 있어요.    다른 별에서 온 인간 집사와 묘르신....   더 행복해질 수 있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 더 옥스퍼드 잉클링스
콜린 듀리에즈 지음, 박은영 옮김 / 이답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

《반지의 제왕》 《호빗》의 톨킨,

영국 판타지 문학을 이끈 거장들은

하나의 문학클럽에서 탄생했다!

옷장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여행하며 말하는 사자와 마녀 등과 조우하는 아이들을 다룬 [ 나니아 연대기 ] 를 쓴 C.S. 루이스와 절대 반지를 두고 인간 아닌 존재들인 호빗, 요정, 괴물들 그리고 신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판타지 대서사를 쓴 J.R.R. 톨킨이 절친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와 신의 존재를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인정한다는 점에서 두 작가가 통하는 부분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절친이었다니!!

사실 루이스와 톨킨은 역사를 통틀어 고전 판타지 문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분들이지요. 책들을 아직 통독하지못하고 영화로만 만나봤기에 작품들의 깊이와 넓이를 감히 헤아릴 수 없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 [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 클럽 ] 을 통해서 그들만의 문학적 상상력과 판타지 세상에 대한 세계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있었어요. 과연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아온 20세기 최고의 작품들은 어떤 식으로 구현될 수 있었을까요?

이 책은 두 작품의 시작을 " 잉클링스 " 라는 문학 모임에 두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임은 루이스와 톨킨의 삶에서 뺴놓을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죠. 책은 " 잉클링스 " 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모임이 두 작가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겠죠?

잉클링스는 " 암시 " 라는 뜻을 나타내는데 1930년대 초반 루이스와 그의 형이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서 만든 문학 모임입니다. 여기서 그들은 함께 집필 중인 작품을 서로 읽고 토론하거나 친목을 다졌다고 합니다. 사실 문학을 하는 친구들의 모임이긴 했지만 다양한 직업 ( 의사, 장교 등등 ) 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서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을 큰소리로 읽고 의견을 나누었다고 하니, 현재 많은 독서 모임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비록 위대한 판타지 소설의 시작이 이 문학 모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작품의 집필은 절친 루이스와 톨킨 사이의 끈끈하고 아름다운 우정과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가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자극하고 글쓰기에 도움을 주었고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은 사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서로가 없는 글쓰기 생활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었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흥미로웠던 점이 무신론자였던 루이스가 로마 카톨릭 신자였던 톨킨의 영향을 받아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기독교적 색깔이 짙은 나니아 연대가라는 작품이 탄생될 수 있었다는 것과 루이스가 톨킨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재촉을 해서 결국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탄생시켰다고 하는 대목이었어요. 그들의 우정같은 경쟁, 경쟁같은 우정이 있었기에 후세의 독자들이 감탄할 만한 작품이 탄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에 의하면 주로 루이스와 톨킨은 산책을 하면서 인생과 문학 그리고 신앙 등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편지 교환을 통해서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작품을 쓰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 반지의 제왕 ] 과 [ 나니아 연대기 ] 였다고 하네요. 비록 그들의 우정은 중간에 끝이 나버리지만 ( 톨킨이 루이스의 작품을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비난 ) 그래도 평생에 걸쳐서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 콜린 듀리에즈는 이 책을 통해서 잉클링스 멤버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고 서로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의 상상력을 어떻게 작품으로 구체화시켰는지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그 와중에 루이스와 톨킨 그리고 잉클링스와 관련된 사진들도 많이 나와 있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전달해줍니다. 무려 40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쓰여졌다고 하니,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세계의 태동과 전말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인 듯 하여 판타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95번 국도, 일명 실버 로드라 불리는 이곳 버스 정류장에서, 3년전 리나라는 한 소녀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던 그녀는 아무런 목격자없이, 정말 눈깜짝할 새 실종되어버렸다.  그녀의 아버지인 렐레는 밤에도 해가 지지않는 백야가 시작되면 그녀를 찾아 실버로드를 달린다.  숲과 늪지 그리고 버려진 집을 샅샅이 수색하는 렐레.  제대로 된 단서나 목격자가 없어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이지만 리나의 생존을 굳게 믿는 렐레는 끈질기게 그녀의 흔적을 찾아헤맨다.


한편, 어머니 실리에와 함께 스톡홀름에서 이곳, 글리메르스트레스크라는 작은 동네로 이사온 소녀 메야.  그동안 숱하게 남자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왔던 어머니는 인터넷을 통해서 토르비요른이라는 남자를 만나 정착하려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는 생각보다 나이도 많았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낡은 농가에서 살고 있었다.  안락한 가정을 꿈꿨던 소녀 메야는 그가 진정한 아버지가 될 수 없으리라는데 무게를 두고 집을 가출하려는 생각도 해보지만 술과 약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어머니를 혼자 두고 갈 순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코 사라진 리나와 그녀를 찾아헤매는 아버지 렐레이지만 카메라는 또 다른 주인공 메야를 비추고 있다. 메야는 대책없이 사는 어머니를 따라 이곳 글리메르스트레스크로 이주했지만 언젠가는 비참하고 궁색한 삶을 탈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혀 접점이 없는 이 두 주인공의 삶, 그러나 이 소설은 그들의 동떨어진 삶이 만나게 되는 계기를 준비해놓고 있다.  실종된 딸을 찾아헤매는 아버지와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는 결손 가정의 소녀..... 그들은 도대체 어떠한 형태로 만나게 될까?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렐레의 눈에 비친 남자들은 모두 잠재적 용의자이다.  그렇기에 그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추적을 반복한다.  딸의 남자친구였던 약쟁이 다니엘 비르그의 머리통을 날릴 뻔하고 빈집처럼 보이는 곳을 뒤지다가 집주인에게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한편, 도저히 부모라 할 수 없는 어머니 실리에와 포르노 중독자로 밝혀진 남자 토르비요른을 참을 수 없었던 소녀 메야는 숲 호숫가에서 만난 듬직해 보이는 청년 칼 요한의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노동을 시키는, 일종의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칼 요한의 가족들은 일반인의 눈에 약간 이상해보이지만 메야에게는 안정된 가정을 제공해줄 수 있는 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점점 이상하게 갑갑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가족,,,, 그들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걸까?


 이 책 [ 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 ] 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추적기를 그린 스릴러이다. 북유럽 특유의 차가움과 이 작은 마을이 지닌 음산함이 혼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독한 늑대형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라진 딸을 스스로 찾아헤매는 한 아버지의 소리없는 절규와 분노가 이야기 속에 가득 울려퍼진다.  소중한 딸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생사도 알길 없는 아버지 렐레의 삶은 무너져내린지 오래지만 아내 아네테는 리나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하다.  다른 남자의 품으로 뛰어들어버렸고 3년째 SNS로 리나의 추도식을 열고 있는데............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납치와 실종을 다룬 범죄 스릴러 [ 실버로드 ].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인 스웨덴의 백야를 그리고 있지만 소설 내내 어둠이 그득하다.  실제로 어둡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드리워진 어둠을 가리키고 있는 듯 하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소녀 메야의 삶과 딸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흔적을 미친 듯 찾아헤매는 아버지의 마음 속 어둠을 가리킨다고 해야 할까?    


리나가 사라진 지 3년째, 리나를 닮은 17세 소녀가 또 사라지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연쇄 실종을 다루고 있다.  과연 아버지는 딸을 찾을 수 있을까?  사라진 소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애끓는 부정이라는 드라마적 요소와 범죄 추적이라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함께 갖추고 있는 소설 [ 실버 로드 ].  연휴를 맞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게 무슨 조화인가? 정신없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결말에 이른 상태였다. 매우 흡인력이 있는 책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 정말 재미있다 " 를 연발하면서 읽어내려갔다. 고독을 씹는 한 냉소적인 택배기사가 겪는 좌충우돌......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독특한 설정의 내용들이 이 책 [ 침입자들 ] 에 실려있다.


사실 제목이 " 침입자들 " 이고 한국형 " 하드보일드 " 라기에 한 택배기사와 관련된 살인, 방화, 강도와 같은 중범죄 (?) 를 기대했건만 ... 아무리 눈 씻고 봐도 그런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읽는 내내 심장이 이렇게 쫄깃하고 손에 땀이 흥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반드시 칼과 총이 춤을 추고 선혈이 낭자해야 스릴과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야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머니에 든 돈은 9만원 가량,, 하룻밤 묵을 숙소에 투자하고 나니 전 재산이 3만원 가량 남은 주인공. 고향을 막 떠나온 듯해 보이는 주인공은 너무나 지쳐보인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걸까? 그러나 다소 불친절한 이 소설은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독자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 대한 신변이 궁금해서 질문을 할 때 그가 날리는 기상천외하고도 선문답같은 대답 속에서 단지 그의 과거 행적을 유추만 할 수 있을 뿐. (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고 사람들로부터 자꾸 숨는 태도로 미루어보아 혹시 스파이?? )


굶을 수는 없기에 허름한 중고 택배사에 취직한 우리의 주인공. 묵묵히 일만 하는 그는, 행운동을 담당하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행운동 형님 혹은 행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단지 당장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작한 택배일... 그런데 이 일이 이렇게 고된 일인지 몰랐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4층에 쌀 30가마니를 올려야하는 일부터 비 내리는 날 상자에 약간의 물이 묻었다고 시비를 거는 진상 고객에 대처해야 하고 계단에서 굴러도 남은 택배를 처리해야 퇴근할 수 있는 택배기사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정글 같은 한국 사회에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 겨우겨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임 캐릭터들 같았다. 이게 스릴러지,,,,, 달리 스릴러일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평범한 택배 아저씨에게 ( 그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만 )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것도 매우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이쯤되니 이 주인공이 혹시 사연있는 사람들만 끌어들이는 자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다른 이의 삶에 간섭하기 싫어하는 이 주인공에게 역으로 침범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전 당신을 죽이려고 했었어요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나 꾸준하게 담배 한 개를 빌려가던 여인.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그녀는 그에게 이 말을 툭 던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소변을 해결한 그에게 생수를 빌려주며 손을 깨끗이 씻으라던 동네 바보 마이클 ( 그가 지어준 이름 ). 양아치같은 동네 아이들에게 신나게 얻어맞고 있던 마이클을 우리의 주인공이 구해줬는데 그 이후로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그에게 경제학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며 집에 들르라고 한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택배를 배달하게 되는 한 게이바의 여인 " 제니 " 는 유난히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추파를 던지는데........







이 [ 침입자들 ] 속 주인공 행운동이라 불리는 남자의 정체는 안개에 싸여있다. 독자들은 책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런데 그가 남들에게 인용하는 책 구절과 예의없는 사람들에게 날리는 논리적인 독설을 지켜봤을땐 결코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접근한 한 사설 경호원의 칼집에서 몰래 칼을 뽑아내서 위협하는 실력을 봤을 땐,,, 도대체 이 사람의 과거가 뭔지 의심스럽기만 했다.



마틴 크루즈 스미스는 [ 레드 스퀘어 ] 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에 대해 이렇게 썼다.

' 아무도 내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아는 채로 죽어가는 것'

비참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런 그런 죽음을 맞을 것 같긴 했다. ( 39쪽 )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업의 정의는 간단하다. 나는 고객에게 불친절하지 않을 의무가 있고

( 친절까지는 의무가 아니다 ) 고객은 나에게 불친절할 권리가 없다 ( 내가 먼저 불친절하지 않는 이상 ) 그뿐이다. ( 75쪽 )


인생이란 한없이 덧없는 것.

이 시간이 흐르면 아무 소용없는 것.

함께 노래해. 즐거운 이 순간 노래해. ( 110쪽 )


사회는 집념, 포기하지 않는 노력, 뭐 그런 걸 강요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뿐인 것 같아요.

그럴 땐 포기하면 편하죠. ( 189쪽 )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역시...... 많은 직업들을 전전했고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적혀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살벌하기까지한 택배기사들의 삶이 잘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생활 전선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부분이 책이 잘 녹아들어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주인공이 겪는 소소하지만 살벌한 사건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맛깔나는 대사에 있다. 작가의 말에 나와있듯 많은 책과 영화에서 인용한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적재적소에서 사이다처럼 날리는 일종의 선문답같은 (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니 ) 주인공의 독백 및 대화가 한 독자를 즐겁게 해주었다는 사실만은 작가님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커트 보네거트가 이런 말을 했다.


" 예술은 생계 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은 진짜 인간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 "


- 작가의 말 중에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