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프린트 1
은재 지음 / 북캣(BOOKCAT)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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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10년전이나 혹은 20년전 자기 스스로 괜찮은 시절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선택의 아쉬움이 남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부동산 투자와 대학새내기 일때의 동기생들과의

풋풋한 이야기

등을 소설에 담아내면서 흥미꺼리를 자연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고 한다.

‘딱 10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없을까? 그럼 정말 멋지게 살아 볼 수 있을 텐데….’

‘답안지 달달 외외서 수능 전날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필요 있나? 로또 1등 번호만 몇 개 외워서 회귀하면 인생 꽉 필 텐데 말이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주인공 우진은 제법 큰 건설업체의 현장소장이었다.

고되게 수많은 건설현장과 인테리어 공사 현장의 시공 총괄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어느 날 우진은 삼십년전 약속이 기억나서 추억의 동네를 찾아간다.

그곳은 재개발 되지 않고 어린 12살 우진이가 살던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그 자리에 있었다.

우진은 본인의 기억 속에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공간을 가진 단독주택에

귀신에 홀린 듯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서게 되고,

거기에서 뜻밖의 반가운 목소리를 듣게 된다.

[너는 정말 마흔이 넘도록, 삼십 년 전의 꿈을 잃어버리지 않았어.]

[자, 삼십 년 전에 약속했던 대로 네게 선물을 주마.]

[열두 살 서우진이 이 아저씨에게 얘기했던 꿈.]

[2010년 2월 15일.] 정확히 20년 전의 달력이었다.

전생과 달리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우진.

어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했었으나

이번 생에서는 K대 공간디자인학과에 진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을 놓고 경쟁하는 디자인의 밤의 팀별 경연에서

리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면서팀이 우승을 하도록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고급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도 실력을 발휘한다.

한국에서 학부생이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인지도 높은 공모전인 서울시 공공디자인

공모전 SPDC 에 동기생 2명과 함께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우진이 알고 있던 10년도의 주제가 되는 시설물의 종류와 공동작업 가능한

팀원 숫자와 상금 규모가 바뀌어져 있다.

그리고 아파트 청약을 통해 알게 된 임수하 배우를 통해 방송 쪽으로도

확실한 인맥을 만들 기회를 잡으려는 우진.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2권에서 이어집니다.

“건축은 … 결국 사람의 삶을 담은 그릇이거든. 아무리 아름다운 건축이라도

사람을 담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

건축이란, 인간의 삶을 담은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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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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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사전에 수수께끼란 없지

하트 여왕님이야말로 전지전능한 절대자

그러니 의심해서는 안 돼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여왕님만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어

그러니 우리는 수수께끼를 모두 죽여 없애자

비로소 탄생하는 명명백백한 세상

하트 여왕님이야말로 전지전능한 절대자

어릴 때 읽었던 소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주인공 앨리스가 꿈 속에서 경험하는 판타지스러운 세상에 한때 열광한 적이 있다.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뛰어다니는 흰토끼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는 채셔캣 ( 기억이 가물가물 )

그리고 카드로 만들어진 경비병과 자신의 권력을 마구마구 휘두르는 악독한 하트 여왕까지...

앨리스가 겪는 알쏭달쏭 신비로운 모험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이 [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라는 소설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라는 원전을 바탕으로 했지만 여기에 추리라는 장르를 접목시켰다. 그런데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앨리스가 주인공인데 왜 [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일까?

사연을 말하자면, 앨리스에게는 능력이 뛰어난 탐정 아버지가 있고 앨리스는 아버지같은 탐정이 되고 싶어한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수수께끼, 즉 wonder 를 다 해결하고 ( 죽이고 ) 싶어하기 때문에 그러한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탐정이 되고 싶어하는 앨리스를 적극 지지해주는 아버지와는 달리, 권력지향적이고 깐깐한 어머니는 그녀가 공부해서 자신과 같은 안정된 직업을 가지길 강요한다. 앨리스는 두꺼운 참고서를 선물로 주며 공부를 강요하는 어머니를 싫어하다못해 혐오할 지경이다. 어머니는 반항적인 앨리스를 꺾으려는 시도인지 오무라이스 위에 색깔이 비슷한 겨자를 마구 뿌려놓기도하고, 앨리스에게 대놓고 “ 너에게는 탐정이 될 만한 소질이 없어 ”라고 팩폭을 날린다. 설사 재능이 없다하더라도 냉정하다못해 차가운 어머니.... 앨리스를 정말 사랑하는게 맞을까?

그러던 어느날, 앨리스의 생일이 다가왔고 탐정일로 바쁘신 아버지는 그녀의 선물을 주택 옆에 딸려있는 오두막에 두었다고 하면서 그녀가 거기 가보길 유도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 오두막에는 흰토끼처럼 새하얀 피부에 빨간 눈동자를 가진 잘생긴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요청에 의해서 온거라면서 그녀에게 생일 선물로 가상 현실에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을 선물로 준다. 그것은 토끼 귀 모양의 헤드기어인데 이 헤드기어를 쓰고 알약 하나만 먹으면 가상 현실에 빠져들 수 있다. 신이 난 앨리스는 토끼머리를 쓰고 곧장 가상 현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로 빠져들게 되는데....

사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소설은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소설이 영화로 각색되었을 때 본 적이 있어서 원전이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단지 환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듯한 원작과 달리 이 소설은 가상 현실이 되어버린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A.I. 나 마찬가지인 소설 속 인물 ( 흰토끼 ) 가 제시하는 수수께끼를 풀어야한다. 문제를 하나씩 풀때마다 칩을 받을 수 있고 5개의 칩을 모두 받아야만 앨리스는 수수께끼의 여왕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배경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 1장 solve me 에서는 두 개의 방이 등장하는데 한쪽 방에는 열쇠 구멍이 있고 나머지 방에는 아예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없다. 두 개의 방은 쥐나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터널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쪽 방에 필요한 열쇠가 다른 방의 테이블 위에 있고 앨리스는 흰토끼로부터 몸이 커지는데 필요한 쿠키와 몸이 작아지는데 필요한 시럽만 받을 수 있고 다른 힌트를 받지 못한다. 언뜻 보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 같지만 이런 저런 장애물도 있다. 예를 들면 쥐구멍에서는 시럽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시럽을 저쪽 방으로 가져가지 못한다는 사실...... 과연 앨리스는 문제를 해결하고 방에서 나올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문제를 해결하는 앨리스.. 결국엔 폭압정치를 일삼는 하트 여왕의 궁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앨리스가 궁정으로 들어가게 된 이유와 거기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수수께끼는 뭘까? 어릴 적부터 수수께끼를 좋아했던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종합선물셋트와 같았다. 흰토끼가 내주는 어려운 수수께끼를 척척 풀어내는 앨리스,,, 그런데 갑작스럽게 장애물을 만나게 되고 유혈사태를 직면하게 되는 그녀.. 그런데 알고보니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에 가면 처음에 꼬여있던 실타래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앨리스의 자아정체성도 드러난다. 동시에 [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라는 제목이 가진 이중적 의미도 드러난다.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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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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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남편과 절대 헤어지지 마세요 ”

시대와 ‘ 불화 ’ 하는 그녀들의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함정

부잣집 며느리에다가 잘생기고 능력있는 훈남 의사의 아내로, 겉으로 봤을 땐 마냥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은 유카리가 실종된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가족들은 ( 시부모님, 남편 ) 일시적인 혼란에 빠지지만 경찰 조사에 의해서 묘연했던 그녀의 행방이 밝혀진다. 유카리는 어느 바닷가에 있는 료칸에 투숙해 있었고 료칸에서 홀연히 사라진 그녀가 남긴 것은 절벽 위 한 켤레의 신발이었다.

유카리는 왜 가족들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가출을 한 걸까? 그녀의 삶에 남들은 알지 못했던 우울함과 절망이 스며든 것일까? 절벽 위 남긴 한 켤레의 신발로 그녀가 자살을 한 것으로 추측한 경찰. 그리고 곧이어 바다에서는 한 구의 시체가 떠오른다. 전날밤 미리 숙박비를 모두 치렀고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했던 그녀... 정말 그녀는 자살을 한 걸까? 그러나 경찰 조사에 의해, 유카리가 료칸에서 홀연히 사라지기 전 누군가와 근처 식당에서 만난 사실이 밝혀지는데......


세상에나,,, 정말 완전한 범죄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만큼, 흥미진진했던 스릴러 [ 그녀들의 범죄 ].


이 책은 다양한 이유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인물들은 다 여성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들이 여성이기에 사회 내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불이익이나 차별 등등이 세심하게 잘 그려져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때문에 차별받는 직장 여성, 결혼 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과 잔소리 폭격기인 시어머니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 하는 여성 그리고 어린 여학생의 순수한 관심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남성의 이야기까지... 여성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고충들이 나와 있다.

한편, 대기업 홍보부에 근무하는 히무라 마유미. 그녀는 회사 소속 야구팀 선수들을 인터뷰하러 갔다가 야구공에 맞아서 뇌진탕으로 병원에 실려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시 만나리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물인 진노 도모유키와 의시와 환자의 관계로 만나게 된다. 대학생일때 치어리딩 동아리에 속해있던 히무라는 진노가 자신의 후배에게 저질렀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그를 마음 깊이 혐오하고 있었다. 다시는 만나지 말길 바랐던 그를 이렇게 만나다니.....

그러나 진노 도모유키는 그 여학생이 누명을 씌웠을 뿐 자신은 결백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학 다닐때 짝사랑했던 히무라와 연인 관계를 맺길 바란다. 과연 히무라는 그의 말을 믿어도 될까?


이 책 [ 그녀들의 범죄 ] 에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여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여자들의 중심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펙을 가진 남자. 잘생기고 친절하며 돈 까지 잘 버는 훈남. 그런 남자를 사로잡는 여자는 부와 지위를 한꺼번에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한 남자를 둘러싸고 여자들의 불꽃튀는 경쟁이 잘 그려진다. 하지만 그런 남자 때문에 상처입은 여자도 있지 않을까? [ 그녀들의 범죄 ] 라는 제목답게 이 책에는 복수를 위해 교묘하고 치밀하게 범죄 계획을 세우는 한 여자의 서늘한 옆모습이 내내 이야기 주변을 떠돈다.

결국 료칸 근처에서 유카리를 만났던 사람이 바로 남편 진노 도모유키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경찰은 그를 유카리를 죽인 주요 용의자로 확보하고 심문에 나선다. 하지만 진노 도모유키는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극구 부인하고 우에하라 형사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느끼고는 진노와 잠시 사귀었던 히무라와 이제는 세상에 없다고 추정되는 유카리 주변의 탐문, 탐색하는데....

과연 그녀들은 복수와 완전한 범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시종일관 궁금증을 자아내고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스토리를 훌륭하게 이끌어낸 작가 요코제키 다이. 사실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이 여성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왜일까? 마치 절벽 위에 걷는 듯한 여성들의 삶에 공감한 것일까? 치밀하고 탄탄한 범죄 스토리를 읽고 싶다면, 오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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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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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과 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괴물과 싸우는 동안 자신 역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깊은 심연을 바라보면 그 괴물 역시 당신을 바라본다 .”

개인적으로 이 문구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존경하는 철학자 “ 니체 ” 가 [ 선악의 저편 ] 이라는 책에서 다루었던 문구이기도 하고, 또 최애 스릴러 " 해리 보슈 시리즈 " 에서 주인공 형사 해리 보슈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읊조리는 문장이기도 하다. 범죄 영화에서 가끔, 마약범을 처단하려고 스스로 마약 소굴에 뛰어든 형사가 마약쟁이가 되기도 하고 누구보다도 근면 성실했던 경찰이 뇌물의 단맛에 길들여져 부패경찰로 전락하기도 한다. 위의 문구는 애초에 정의를 실현하고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악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강력한 경고를 내리는 문구같다.

프로파일러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형사나 탐정보다도 범인의 어두운 심연에 더 가까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님의 말씀처럼, 범인들의 잔혹한 범죄 행위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끝없이 마주해야 하고, 인간의 어두운 면을 계속 들여다보기에 심리적으로 황폐해지기 쉬울 수 있다. 즐겨듣는 범죄 팟 캐스트의 진행을 맡고 있는 전직 프로파일러도 자신이 그만 둔 이유를 정신적인 황폐화로 돌리고 있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범죄와의 전쟁에서 전략가 역할을 하는 프로파일러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 프로파일러는 어떻게 범인의 심리를 꿰뚫어 진실을 밝힐까 ”

그렇다면 프로파일러들은 어떻게 범인의 심리를 꿰뚫어 진실을 밝힐까? 범죄 프로파일링 분야는 전문적인 분야라 이 책의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저자가 의외로 영화나 드라마의 예를 들면서 쉽게 풀어주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는 1992년 개봉한 영화 [ 양들의 침묵 ] 을 통해 [ 프로파일링이란 무엇인가? ] 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FBI 신입요원 스털링은 커다란 여자들만 골라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서 연쇄 살인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한니발 렉터 박사를 면담한다. 그를 면담해서 연쇄 살인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다가 역으로 심리 프로파일링을 당하는 바람에 혼쭐나는 스털링... ... 이 장면은 진짜 압권이다.

사실 이 영화의 원작을 쓴 토머스 해리스는 직접 미국 콴티코에 있는 기지에 가서 FBI 아카데미에서 개최한 훈련과정에 참여하고 난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연쇄 살인범 " 버팔로 빌 " 이라는 캐릭터는 당시 훈련 과정에서 사례로 활용된 세 사람의 진짜 살인 과정을 섞여서 재창조한 인물이라고 한다. 여자의 피부 가죽을 벗기는 것은 시체 애호가 에드 게인의 수법, 장애를 가장해 여성의 동정심을 자극한 뒤에 허점을 노려 공격하는 것은 테드 번디의 수법, 여자들을 집 안 구덩이에 가두고 대가족을 이루려던 살인마는 게리 하이드닉이라고 한다. 실제로 FBI 가 살인범 테드 번디에게서 다른 연쇄 살인범에 대한 프로파일링 조언을 받았다고 하니,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의 실제 인물은 테드 번디인가?

이 외에도 흥미로웠던 에피소드나 이야기를 들자면, 첫번째로


" 우리나라 과학 수사의 역사 "

우리나라에 과학 수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의외로 조선 시대에도 범죄 수사가 꽤 과학적으로 이루어졌음을 가리키는 역사적 사료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독살 여부를 살피기 위해 은비녀를 죽은 사람의 입안과 식도에 밀어 멀어서 변색 여부를 살핀다거나 밥 한 숟가락을 입이나 식도에 넣어두었다가 닭에게 먹여 죽으면 독살로 판단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 확증 편향에 빠진 형사와 프로파일러 "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는 식이다. 어떤 용의자가 범인이라고 확신이 되면, 그 용의자가 범죄자라는 증거만 수집하게 된다는 것. 주로 형사가 많이 빠지지만 프로파일러가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하나의 예로써, 그는 중학생을 꼬드겨서 성폭행을 하고는 산에 내버려두고 온 한 대학생 이야기를 한다. 그는 그 대학생이 살인범이라고 확신하여 그가 하는 말이 모두 거짓말로 들렸는데, 나중에 산에서 내려오는 중학생의 모습이 담긴 CCTV 를 보고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확증편향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저자.

저자 고춘재 프로파일러는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 오원춘 살인 사건과 같은 강력범죄 사건 수사에 참여해왔다고 한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매끄러운 글쓰기 능력을 발휘하여, 저자는 [ 범죄 심리의 재구성 ] 라는 퀄리티높은 프로파일링 기본서를 작성한 듯 보인다.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는 방법이나 그들이 하는 일과 같은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 그리고 세상을 놀라게 했던 센세이셔널한 범죄들도 예를 들어주어서 더욱 더 흥미로운 책이었던 것 같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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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글리프 -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전윤호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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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래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상상하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인 듯 하다. 현재보다 어둡고 암울하건 아니면 밝고 긍정적이건 간에... 다양한 시도를 통한 SF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은 새롭게 변모한 세상과 인류 그리고 새로운 존재와 조우할 수 있다. 그게 SF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 생소한 언어와 개념으로 다소 어렵긴 하지만 )

SF 단편집 [ 페트로글리프 ] 는 2020년 7월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 동아에스앤씨가 진행한 ' 2019년도 과학스토리텔러 1기 양성 과정 ' 당선작 모음이라고 한다. 참여했던 30명의 수강생 가운데 우수작으로 뽑힌 8명의 단편을 선정해 수록한 작품집인데 각 작품들이 나름의 개성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여러 단편들을 가로지르는 소재로 쓰이는 것이 바로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를 가리키는 BCI 라는 것인데 주로 인간이나 동물의 생물학적인 뇌가 지니는 한계점을 컴퓨터가 보완한다는 내용과 관련된 소설이다. 첫번째 작품인 [ 노인과 지맥 ] 그리고 이 단편집과 같은 제목을 가진 단편 [ 페트로글리프 ] 에서도 BCI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BCI 란? BCI 기술은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두뇌의 정보 처리 결과인 의사결정을 언어나 신체 동작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가 생각하고 결정한 특정 뇌파를 시스템의 센서로 전달하여 컴퓨터에서 해당 명령을 실행하게 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중 ]




이 단편소설집에 속한 단편들은 모두 매우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 노인과 지맥 ], [ 라움의 꽃다발], [ 로봇과 개], 그리고 [ 페트로글리프] 였다.

[ 노인과 지맥 ] 에서는 BCI 기술을 통해서 택배 직원으로 길러지는 침팬지 ( 지맥 )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은 증강된 지능을 통해서 인간처럼 물건을 싣고 나를 수 있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침팬지가 고객인 노인 박영호를 공격하게 되고 그들을 관리하는 김우진 매니저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쩔쩔매는데.............

* 솔직하게 말하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동물의 색다른 변신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이 소통이 깊이있게 이루어지는 날이 오면 그들의 권리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

[ 라움의 꽃다발 ] 에서는 외계식물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넘어선, 외계 식물과 인간의 아름다운 교감이 펼쳐진다. 주인공 선우는 지구에 우후죽순 자라났던 외계수들을 처단하는 군인이었지만 제대하고 난 뒤엔, 집으로 날아든 외계수 씨앗 하나를 키워내기로 결심한다. 어느덧 완전한 외계 식물로 자라난 씨앗은 선우에게서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그들은 이윽고 사랑과 같은 감정에 빠지는데...

* 이질적인 존재들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아름답고 생생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 로봇과 개 ] 에서는 멸망한 지구에 버려진 한 공격용 로봇 ( 너무나 순한 로봇으로 드러남 ) 과 로봇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무언가를 피해 다른 행성으로 도망가버린 인류, 그리고 남아있는 공격용 로봇들... 마치 스타워즈나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황량하기 그지 없는 SF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편이었다. 까칠하지만 공격용 로봇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로봇개를 보고 눈물이 글썽했다.





마지막으로 단편 [ 페트로글리프 ] 의 경우... 사실 용어 하나하나를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페트로글리프라는 것의 원래 의미는 " 암각화 " 인데 동굴 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이 감각으로만 인지했던 외부세계를 그림을 통해서 함께 공유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는데... 이 단편에서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BCI, 즉,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모두의 생각과 감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고자 하는 희망을 그리는 소설인 것 같았다.

[ 페트로글리프 ] 와 동명의 제목을 가진 페트로글리프에서는 인간의 감각질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세계를 구현하려던 한 교수에 의해서 그 프로토타입이 완성된다. 프로토타입이란 “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감각질 공간. 감각질은 감각과 기억의 개념정보들이 구성하는 통합정보구조의 형상. 참여자는 이 통합정보구조의 좌표를 새기는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특정 순간의 감각질을 공유감각질 공간에 구현할 수 있다. [ 책 중에서 ]


단편 [ 페트로글리프 ] 는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단편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공감각 - 시각, 청각, 촉각 등등과 머리 속에 집약된 정보가 세상에 그대로 쏟아져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면 과연 그 세상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분명히 혼란이라는 단어가 동반된 세상은 맞을 것 같다. 내가 이 단편을 제대로 이해나 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우리의 자손들이 누리게 될 지구의 미래는 과연 어떠할까? 각자의 개성이 듬뿍 담긴 단편집 [ 페트로글리프 ]


발전하는 기술과 우리가 공유하는 사회에 대한 각 작가들의 빛나는 상상력이 너무나 돋보였던 단편집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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