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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평점 :
그녀 사전에 수수께끼란 없지
하트 여왕님이야말로 전지전능한 절대자
그러니 의심해서는 안 돼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여왕님만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어
그러니 우리는 수수께끼를 모두 죽여 없애자
비로소 탄생하는 명명백백한 세상
하트 여왕님이야말로 전지전능한 절대자
어릴 때 읽었던 소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주인공 앨리스가 꿈 속에서 경험하는 판타지스러운 세상에 한때 열광한 적이 있다.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뛰어다니는 흰토끼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는 채셔캣 ( 기억이 가물가물 )
그리고 카드로 만들어진 경비병과 자신의 권력을 마구마구 휘두르는 악독한 하트 여왕까지...
앨리스가 겪는 알쏭달쏭 신비로운 모험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이 [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라는 소설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라는 원전을 바탕으로 했지만 여기에 추리라는 장르를 접목시켰다. 그런데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앨리스가 주인공인데 왜 [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일까?
사연을 말하자면, 앨리스에게는 능력이 뛰어난 탐정 아버지가 있고 앨리스는 아버지같은 탐정이 되고 싶어한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수수께끼, 즉 wonder 를 다 해결하고 ( 죽이고 ) 싶어하기 때문에 그러한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탐정이 되고 싶어하는 앨리스를 적극 지지해주는 아버지와는 달리, 권력지향적이고 깐깐한 어머니는 그녀가 공부해서 자신과 같은 안정된 직업을 가지길 강요한다. 앨리스는 두꺼운 참고서를 선물로 주며 공부를 강요하는 어머니를 싫어하다못해 혐오할 지경이다. 어머니는 반항적인 앨리스를 꺾으려는 시도인지 오무라이스 위에 색깔이 비슷한 겨자를 마구 뿌려놓기도하고, 앨리스에게 대놓고 “ 너에게는 탐정이 될 만한 소질이 없어 ”라고 팩폭을 날린다. 설사 재능이 없다하더라도 냉정하다못해 차가운 어머니.... 앨리스를 정말 사랑하는게 맞을까?
그러던 어느날, 앨리스의 생일이 다가왔고 탐정일로 바쁘신 아버지는 그녀의 선물을 주택 옆에 딸려있는 오두막에 두었다고 하면서 그녀가 거기 가보길 유도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 오두막에는 흰토끼처럼 새하얀 피부에 빨간 눈동자를 가진 잘생긴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요청에 의해서 온거라면서 그녀에게 생일 선물로 가상 현실에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을 선물로 준다. 그것은 토끼 귀 모양의 헤드기어인데 이 헤드기어를 쓰고 알약 하나만 먹으면 가상 현실에 빠져들 수 있다. 신이 난 앨리스는 토끼머리를 쓰고 곧장 가상 현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로 빠져들게 되는데....
사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소설은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소설이 영화로 각색되었을 때 본 적이 있어서 원전이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단지 환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듯한 원작과 달리 이 소설은 가상 현실이 되어버린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A.I. 나 마찬가지인 소설 속 인물 ( 흰토끼 ) 가 제시하는 수수께끼를 풀어야한다. 문제를 하나씩 풀때마다 칩을 받을 수 있고 5개의 칩을 모두 받아야만 앨리스는 수수께끼의 여왕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배경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 1장 solve me 에서는 두 개의 방이 등장하는데 한쪽 방에는 열쇠 구멍이 있고 나머지 방에는 아예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없다. 두 개의 방은 쥐나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터널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쪽 방에 필요한 열쇠가 다른 방의 테이블 위에 있고 앨리스는 흰토끼로부터 몸이 커지는데 필요한 쿠키와 몸이 작아지는데 필요한 시럽만 받을 수 있고 다른 힌트를 받지 못한다. 언뜻 보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 같지만 이런 저런 장애물도 있다. 예를 들면 쥐구멍에서는 시럽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시럽을 저쪽 방으로 가져가지 못한다는 사실...... 과연 앨리스는 문제를 해결하고 방에서 나올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문제를 해결하는 앨리스.. 결국엔 폭압정치를 일삼는 하트 여왕의 궁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앨리스가 궁정으로 들어가게 된 이유와 거기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수수께끼는 뭘까? 어릴 적부터 수수께끼를 좋아했던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종합선물셋트와 같았다. 흰토끼가 내주는 어려운 수수께끼를 척척 풀어내는 앨리스,,, 그런데 갑작스럽게 장애물을 만나게 되고 유혈사태를 직면하게 되는 그녀.. 그런데 알고보니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에 가면 처음에 꼬여있던 실타래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앨리스의 자아정체성도 드러난다. 동시에 [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라는 제목이 가진 이중적 의미도 드러난다.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