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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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아도 너무 지쳤기 때문에

살려고 버둥거리기도 힘들다는 듯 무기력했다.

그 무렵에는 모두 죽음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슬픔과 애도는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못했다.

죽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었지만, 막상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흔한 죽음 중 하나일 뿐이었다.

--- p.117

이 책은 매우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수마트라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일본군들에 의해서 수천 마일을 행군해야했던 유럽 여성들과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절망과 비참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구원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너무나 감동적인 스토리인 [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 으로 들어가본다.

소설의 첫 부분에는 누군가의 유언장에 써있는 상속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떤 여성을 찾아헤매는 영국인 신탁 관리자가 등장하고 그가 주요 화자이다. 결국 그는 유언장의 유일한 상속인 진 패짓이라는 여성을 찾아내는데,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전쟁 동안 그녀가 겪었던 고난과 역경을 알게 된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말레이 반도에 살았었고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2차 세계 전쟁 당시 말레이 반도에 침략한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약 30명 정도에 해당하던 영국인 여성들과 아이들로 이루어진 포로들은 제대로 된 수용소도 갖추지 못했던 일본군들에 의해 이쪽 지역에서 저쪽 지역으로 험난한 행군을 하게 된다. 그들이 겪은 처참함과 고통은 말도 못했고 결국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생존과 사망을 왔다갔다하는 그 와중에서도 진 패짓은 한 호주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전쟁이라는 혹득한 상황은 그들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수천 마일을 걸으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진 패짓은 한 죽은 여인의 아기를 업고 걷게 된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호주인 조 허먼은 그녀가 당연히 결혼을 했으리라 믿게 된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 호주남자, 불행하게도 일본군으로부터 몰래 닭을 훔쳐내어 여성들에게 준 일이 발각되어 나무 십자가에 매달리는 형벌을 받는다. 진 패짓과 여성들은 그가 당연히 사망했으리라 믿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 네빌 슈트는 [ 피리 부는 사나이 ], [ 해변에서 ] 와 같은 다른 장르의 책을 쓰기도 하셨다. 이 책으로 그는 전쟁 드라마라는 감동적이고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스토리라인은 매우 탄탄하고 신탁 관리자와 주인공 진 패짓 그리고 호주인 조 하먼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으로 인해서 매우 사실적이고 설득력있게 이야기가 전달된다.

주인공 진 패짓에게 돈을 남긴 외삼촌은 여성은 돈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고 믿고 그녀가 35살이 되기까지는 유산을 다 상속받지 못하도록 만들어놨다. 그러나 현명하고 신중한 신탁 관리자의 도움으로 인해서 그녀는 자신이 받은 유산을 좋은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수마트라 지역의 한 마을에서 그녀가 받았던 친절에 대한 은혜를 갚고 한 죽어가는 마을을 되살리는데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쓰게 된다. 네빌 슈트라는 저자를 통해서 나는 진 패짓의 단호함과 명석함 그리고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여성 사업가 (?) 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아름답고 용감하고 당당한 여성 진 패짓.... 그녀의 사랑 이야기도 사실 너무나 감동적이다. 사실 1권이 조금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긴 하나, 이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책의 진정한 핵심인 러브 스토리가 2권에 다 녹여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존 스타인벡의 [ 분노의 포도 ] 를 읽었을 때처럼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또다시 느꼈다고나 할까? 이야기의 구성은 나무랄 것이 없고 등장인물의 호감도는 만점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 아주 옛날이지만 )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봐야할 것 같다. 전쟁은 인간의 상황을 참혹하게 만들 수 있지만 또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도 인간에게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약하고 보호를 받아야한다고 여겨지던 여성의 몸으로 일구어낸 업적도 잘 보여주는 듯 하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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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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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딧세이 ] 라는 책은 매우 흥미로웠다. 성경을 이야기하고 건축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의 접점은 어디로 가야 다다를 수 있을까? 1권에서는 백제 향단 고택과 거기서 발견된 [ 하바수네얀 공주의 일기 ] 와 [ 압바네스의 생 ] 이라는 문헌 두 가지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장장 7권에 달하는 책 중 어느 지점에서 반드시 두 문헌에 대한 이야기가 반드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1권에서는 몇 천년 전 고대 이스라엘과 인도 지역에서 발생한 일과 현 한국에서 벌어지는 프로젝트가 교차가 되며 소개된다. 과거의 이야기에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가장 의심이 많았다는 도마가 주인공이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 등은 알았지만 제자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에서는 유달리 의심과 강박이 심했던 도마라는 제자의 고난과 그 이후에 이어진 업적 그리고 실패 등등이 이어진다.

예수의 가르침이 있던 고대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도마의 여정은 카스트제도로 인해 고통받는 중생들의 나라 인도에 다다른다. 예수님의 제자이던 시절 소심하고 겁많고 의심많고 신경증적인 강박에 시달리던 도마였으나 한번 확신을 가지면 무섭도록 밀어붙이는 성격으로 인해 인도에서의 부조리를 목도하고 사회개혁을 부르짖게 된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계급이 공고하여 불가촉천민은 동물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는 나라에서 예수님의 사랑과 평등을 외치던 도마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기득권자들에 의해서 감옥에 갇혔지만 현명한 공주의 도움으로 왕과 만날 수 있게 된 도마.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귀족들과 사제들을 몰아내기위해 도마를 자신의 사위로 삼아 왕은 본격적으로 사회 개혁을 시도한다. 왕권을 강화하고 평민들의 권리 향상을 도모하려 한 왕과 도마는, 그러나, 극심한 혼란에 부딪히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교활한 귀족과 사제들이 이웃 나라에 요청하여 일으킨 전쟁에 패배하게 된다.

결국 도마는 죽고 도마의 아이를 품은 채 제 3 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공주.. 그런데 공주가 가고 있는 곳은 한국? 시대를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백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삼국 시대 쯤 인 것으로 보인다.

[ 오딧세이 1 ] 는 예수님에서 제자 도마로, 도마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삼국 시대의 한국으로 이어지는 대서사의 첫 단추인 것 같다 .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에는 과거와 현대가 교차한다. 과거의 이야기가 도마와 인도 공주 의 이야기라면 현대는 한 방송국의 무대 및 세트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한수혁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독 개성이 강하고 조직에 영합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능력자 한수력에게는 동기들의 왕따라는 괴로움이 따른다. 어느 조직이든 은근히 따돌리면서 텃세를 부리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왕따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 쓰디쓴 경험일 수 밖에 없다.


직장을 다니는 일이 참 고되고 힘들다고 느껴지던 차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한 투자개발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수혁. 펠드스파홀딩스라는 그 투자개발회사는 한수혁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알아채고 한국에서 테마파크를 설립하는 일에 함께 하자고 그를 설득한다. 헨리 유라는 이름의 사장은 제주도에서의 테마파크 설립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사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는 인구대비 수익성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그러나 헨리 유는 제주도라는 관광지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놀러오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 모두들 한번씩은 들릴 수 있는 테마파크... 그는 그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한수혁이 이끌어가주길 바라고 있었다.

중생을 살리고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도마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를 닮은 아기가 공주의 뱃속에서 숨쉬고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채 삼국 시대의 한국으로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한수혁이라는 인물이 테마파크 프로젝트를 진두진휘하려고 준비중이다. 역사와 환타지가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대서사시가 탄생한 듯 보인다. 과연 오딧세이 2권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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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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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네히시 코츠는 유명한 논설위원이자 논픽션 작가라고 한다. 소설 [ 워터 댄서 ] 는 그의 픽션 데뷔작인데 그의 첫 작품인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척박한 환경이라는 손수건에 흑인들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기쁨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한땀한땀 수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뿐 아니라 토니 모리슨이나 앨리스 워커 같은 다른 흑인 작가들의 작품처럼 [ 워터 댄서 ] 도 매우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나는 곧 작품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 미국 남부 지방의 노예제도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노예제도에 대한 접근법이 남다르다.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버지니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이람 워커라는 이름의 흑인 노예 청년인데 그는 특이하게도 백인 농장주를 아버지로, 흑인 노예를 어머니로 둔 사생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혼혈아인 그의 발은 백인 상급자들의 세계와 흑인 노예들의 세계 각각을 밟고 서 있다. 농장주의 사생아라는 신분은 그에게 이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숨막히는 책임을 떠맡게하기도 한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 헤어진 하이람은 그녀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현재 그는 18살이고 단지 어머니가 그냥 어디론가 팔려갔으리라고 추측할 뿐이다. 비상한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트라우마가 어머니에 대한 정확한 기억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비록 어머니는 없지만 다른 여인이 그를 내내 길러주었고 따라서 그의 삶은 흑인 노예들이 삶을 일구고 있는 라클리스에 있다.

성장함에 따라, 그는 매우 영리하고 책임감있는 청년이 된다. 그래서인지 백인 농장주 아버지는 그에게 배다른 백인 형인 메이너드의 보호자의 위치를 맡기는데 이 형이란 사람, 예의도 모르는 무뢰한인데다가 아주 멍청한 인간이다. ( 그래서 보는 내내 속이 터짐 ) 그러던 어느날 밤 시내에 놀러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이람과 메이너드는 마차에 타고 있는 채로 구스강에 빠지게 되고 구사일생으로 하이람은 살아남지만 메이너드는 결국 실종되고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하이람이 발견된 곳이 강둑이 아니라 그가 생각지도 못한 장소라는 것이다. 하이람에게 그 어떤 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날 밤 구스강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서 마을 사람들은 하이람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쑥덕거리게 되고 뒤이어 하이람은 그 유명한 " 언더그라운드 " ( 흑인 노예들이 탈출하는 것을 도와준 단체 ) 의 일원이 되는데 하이람이 어떤 식으로 " 언더그라운드 " 의 일원이 되었고 그 이후 어떤 활약을 벌였는지가 전체 책의 이야기를 차지한다. 그 외에도 하이람이 자신의 윗대 선조들처럼 시간과 공간을 비틀고 조작하는 능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암시된다. 하이람이 할 일은 그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하이람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가 언제쯤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둔다. 하이람은 자유를 갈구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거두고 길러준 고향, 라클리스에 대한 집착과 굴레를 느낀다. 결국 마음 속 갈등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하이람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이자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의 독백 내내 그가 매우 이상적이고 강한 인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스스로를 항상 성찰하고 주위 인물과 상황에 대해서 관찰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생각이 깊어서 남을 배려한다. 책을 읽다보면 하이람과 하이람이 라클리스와 언더그라운드에서 사랑하는 인물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코츠는 이야기 안에서 노예제도와 노예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슬픔을 내내 묘사하고 보여준다. 노예제도라는 역사 속에서 공동체는 와해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 와중에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은 신체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다른 누군가의 노예가 된 사람의 삶은 누군가에게 잊혀지거나 추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일.

흑인들이 그동안 무엇을 견뎌와야 했던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설 [ 워터 댄서 ]. 그 뿐 아니라 이 소설은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흑인들의 영혼의 이미지를 잘 묘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의 현실은 비록 비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코츠는 이야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이야기 속에는 고통의 순간도 있지만 즐거움과 친밀함 그리고 심지어 가족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코츠가 표현하는 인물들은 절망과 슬픔 가운데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따스함을 끝내 버리지 않는다.

천천히 시작된 이야기가 나를 삼켜서 마치 엄청나게 불어난 강물이 흐르는 속도로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강렬해서 책을 든 순간부터 중간에 끊을 수 없이 계속 읽게 만든다.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동시에 매우 들뜨게도 했다. 슬픔과 비애 속에 엿보이는 삶에 대한 희망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가끔은 비참하고 패자의 삶을 살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하기에 우리는 끝까지 싸워 이겨야할 것 같다. 감동의 물결을 전달해주는 책 [ 워터 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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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대기자의 글맛 나는 글쓰기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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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범한 일반인의 경우는 책을 쓸 일 보다는 읽을 일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 막상 어떤 글을 써야할 일이 생기면 머리부터 아파지고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글을 쓴다 하더라도 내가 쓴 글이 술술 읽혀내려가는 그런 글이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별로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논설위원과 기자로 지내보고 신입사원의 글을 고쳐본 경험이 있는 저자라서 그런지 양선희 저자가 쓴 [ 글맛나는 글쓰기 ] 에 나온 내용들은 귀에 쏙쏙들어왔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저자는 여러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은 좋은 문장력을 사회의 기반 시설인 인프라스트럭처에 비유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도로를 깔고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고 공장부지를 닦는 등 기반 시설부터 갖춰야 하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좋은 문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글쓰기에 필요한 컨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글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전체 흐름을 잡아나가는 일, 즉 테크닉은 배워가면 될 일.

일단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라면?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빨려들어갈 수 있는 문장력, 즉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될일이다. 저자는 그러한 일에 대해서 사자성어를 들어서 표현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불태(白戰不殆) 라.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며, 어떤 전쟁에서도 위태로워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피와 지기는 나 스스로가 연마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지피지기, 우선 지피부터 알아야 하는데 글쓰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지피’의 대상은 언어이다. 한글을 알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잘 쓸려면 한글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앞서 한글의 내적 질서와 숨은 기능 등 ‘한글다루기’기술부터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기초로 저자는 리듬과 호흡, 한글의 문법과 같은 규칙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리듬은 어떻게 아는가?

저자는 원고를 다 쓴 후 입으로 작게 소리를 내면서 읽고 또 읽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읽다가 혀끝에서 덜컥 걸리거나 미끄러지듯 읽히지 않으면 일단 리듬이 꼬인 것으로 본다. 리듬을 훈련하기 위해 저자는 “3-4조를 기억하라”라고 조언한다.

문장의 호흡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호흡이란 결국 문장의 길이로 조절하는 것이 기본이다. 짧은 문장은 속도감이 있고, 긴 문장은 숨 쉴 여유를 준다.

문장을 짧게 쓰기는 많은 이점과 장점이 있지만, 이것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흐리는 물처럼’전달할 수 있도록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하고 있다.

맞춤법 문제는 사전과 친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사전 없이 글을 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평생을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도 매번 사전을 찾아가며 글을 쓴다. 사전 찾기는 글쓰기에 포함된 과정이다. 글쓰기의 인프라 중 어휘력과 용어 및 단어의 감수성은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이 인프라를 늘리는 좋은 방법이 글을 쓰면서 사전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사전을 갖고 노는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을 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장력을 높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얇지만 아주 실속있는 책이라서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다른 모든 방법보다도 제일 쉽고 적용하기 쉬운 방법을 하나 들자면, 바로 " 모방 " 이다. 사실 피카소가 세잔의 화풍을 따라한 것처럼 이 세상에 모방없는 창조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 누구에게나 인생의 책이 있다. 그 책을 베껴 써보는 일에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컴퓨터로 쓰고 싶으면 컴퓨터로, 손으로 쓰고 싶으면 손으로 써도 좋다. 베껴 쓰는 동안 읽기만 했을 때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식이 확대되는 경험이다 " - 144쪽 -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 라는 말이 있다. 글쓰기 체질을 만들거나 훈련을 할 때는 모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저자는 당부를 하고 있다. 책은 글쓰기의 방식에 대해서 인프라 구축과 모방하기 를 특히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각자 만의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찾고 글쓰기 전략을 세우고 싶다면 저자가 말하는 지피지기의 인프라 구축법과 베껴쓰기, 즉 모방을 통한 지식 쌓기 연습을 거듭하다보면 나만의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글쓰기 체질을 만들거나 훈련을 할 때에는 모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알고 있는 글쓰기 인프라와 모방의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자만의 글쓰기의 구체적 방법을 찾고 글쓰기 전략을 세우고 싶다면 저자가 말하는 지피지기의 인프라의 구축하면서, 문장을 다듬어가는 연습을 하다보면 좀 더 세련된 나만의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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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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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아이로 머물기 위해 사용한 메스

평생 가게 구석을 지킨 점원의 마른 헝겊

폐렴으로 죽은 할머니가 애지중지한 개의 미라

화가가 마지막 허기를 채운 물감 “

도저히 박물관의 주요 전시품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물건들이 누군가의 손을 통해 잘 처리되어 전시될 예정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허접쓰레기나 소름끼치도록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물건들이 잘 보관되어 전시까지 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한때는 살아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죽어버린 사람들의 영혼이 밀도높게 담겨있는 물품들이기 때문. 누군가의 세계관 속에서 그것들은 보물이다.

아쿠타가와상, 서점대상 수상 작가인 " 오가와 요코 " 작가의 그로테스크 미학의 정점을 표현해내었다는 작품 [ 침묵 박물관 ]을 읽었다. 고요한 마을과 내면으로 침잠하는 사람들 그리고 유품을 통해 죽은 이를 기념하려는 주인공들을 보여주는 이 책은, " 오가와 요코 " 의 의도대로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삶과 죽음, 특히 죽음의 미학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낯선 세계로 발을 들인 주인공인 " 나 ".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주름 투성이 호호할머니 ( 완전히 괴팍한 노파, 목소리만 이상하게 우렁찬 ) 의 유품 박물관 설립에 동참한다. 그런데 이 소설, 어딘가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을 진하게 풍긴다. 평화롭고 잔잔한 겉모습 뒤에 온통 " 죽음 " 투성이인 잔혹 동화.

줄거리를 잠깐 이야기하자면, 한 조용한 마을에 주인공 " 박물관 기사 " 가 나타나서 유품 박물관을 설립하려는 노파의 일에 동참한다. 왠지 힘든 장정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노파의 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순수한 느낌의 소녀가 옆에서 힘껏 도와줘서 힘을 얻는 주인공. 박물관 전시 뿐만 아니라 전시품 수집 일까지 도맡게 된 주인공은 사람들이 죽은 공간에 가서 유품 도둑질까지 하게 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박물관을 설립해야 되냐는 생각도 했지만 영혼이 밀도높게 농축된 유품이어야 한다는 노파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충격적인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는데, 괴이쩍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녀들의 유두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신비로움을 지닌 마을이라는 배경과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 ( 박물관 기사, 정원사, 소녀, 가정부 ) 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터지는 괴이한 사건들!! 도대체 누가 왜 여성들을 죽이고 신체의 주요 부위를 잘라간 것일까?


그동안 봤던 많은 일본 소설이나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가운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압도적인 소설 [ 침묵 박물관 ] 침묵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진하게 비춰진다. 유품을 모은다는 설정 자체가 사람이 죽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또한 보통 우리가 죽음을 떠올릴 때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들, 즉 시체, 미라, 구더기, 도려진 신체 부위.... 등등도 걸러지지 않은 채 등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거북하게 느끼는 독자들도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꾸준하게 전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개인의 자아현실을 뛰어넘는 하나의 초월감을 묘사하는 듯 하다. 죽인 이들의 영혼을 담아내겠다는 노파의 욕망은 소녀의 그리고 박물관 기사의 그리고 또 누군가의 욕망이 되어서 유품과 박물관으로 구현된다.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세계? 유니콘이나 요정처럼 있다는 소문만 무수하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마을에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이루어놓은 유품 박물관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내가 찾는 건 그 육체가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기억하는 물건이야.

죽음의 완결을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그 무엇......

침묵박물관 중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있다는 그 박물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사람들로부터 잊힌 세계의 끝에 조용히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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