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매우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수마트라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일본군들에 의해서 수천 마일을 행군해야했던 유럽 여성들과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절망과 비참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구원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너무나 감동적인 스토리인 [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 으로 들어가본다.
소설의 첫 부분에는 누군가의 유언장에 써있는 상속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떤 여성을 찾아헤매는 영국인 신탁 관리자가 등장하고 그가 주요 화자이다. 결국 그는 유언장의 유일한 상속인 진 패짓이라는 여성을 찾아내는데,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전쟁 동안 그녀가 겪었던 고난과 역경을 알게 된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말레이 반도에 살았었고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2차 세계 전쟁 당시 말레이 반도에 침략한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약 30명 정도에 해당하던 영국인 여성들과 아이들로 이루어진 포로들은 제대로 된 수용소도 갖추지 못했던 일본군들에 의해 이쪽 지역에서 저쪽 지역으로 험난한 행군을 하게 된다. 그들이 겪은 처참함과 고통은 말도 못했고 결국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생존과 사망을 왔다갔다하는 그 와중에서도 진 패짓은 한 호주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전쟁이라는 혹득한 상황은 그들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수천 마일을 걸으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진 패짓은 한 죽은 여인의 아기를 업고 걷게 된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호주인 조 허먼은 그녀가 당연히 결혼을 했으리라 믿게 된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 호주남자, 불행하게도 일본군으로부터 몰래 닭을 훔쳐내어 여성들에게 준 일이 발각되어 나무 십자가에 매달리는 형벌을 받는다. 진 패짓과 여성들은 그가 당연히 사망했으리라 믿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 네빌 슈트는 [ 피리 부는 사나이 ], [ 해변에서 ] 와 같은 다른 장르의 책을 쓰기도 하셨다. 이 책으로 그는 전쟁 드라마라는 감동적이고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스토리라인은 매우 탄탄하고 신탁 관리자와 주인공 진 패짓 그리고 호주인 조 하먼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으로 인해서 매우 사실적이고 설득력있게 이야기가 전달된다.
주인공 진 패짓에게 돈을 남긴 외삼촌은 여성은 돈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고 믿고 그녀가 35살이 되기까지는 유산을 다 상속받지 못하도록 만들어놨다. 그러나 현명하고 신중한 신탁 관리자의 도움으로 인해서 그녀는 자신이 받은 유산을 좋은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수마트라 지역의 한 마을에서 그녀가 받았던 친절에 대한 은혜를 갚고 한 죽어가는 마을을 되살리는데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쓰게 된다. 네빌 슈트라는 저자를 통해서 나는 진 패짓의 단호함과 명석함 그리고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여성 사업가 (?) 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아름답고 용감하고 당당한 여성 진 패짓.... 그녀의 사랑 이야기도 사실 너무나 감동적이다. 사실 1권이 조금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긴 하나, 이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책의 진정한 핵심인 러브 스토리가 2권에 다 녹여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존 스타인벡의 [ 분노의 포도 ] 를 읽었을 때처럼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또다시 느꼈다고나 할까? 이야기의 구성은 나무랄 것이 없고 등장인물의 호감도는 만점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 아주 옛날이지만 )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봐야할 것 같다. 전쟁은 인간의 상황을 참혹하게 만들 수 있지만 또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도 인간에게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약하고 보호를 받아야한다고 여겨지던 여성의 몸으로 일구어낸 업적도 잘 보여주는 듯 하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