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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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호화로운 삶이 펼쳐진다는 조건 하에 약 9개월 동안 삶을 포기할 수 있나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못 보게 될 것이고, 당분간 학교도 다니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요? 하지만 삶을 당분간 포기하는 대신 헌신적인 팀의 돌봄을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떨까요?

여기에 그렇게 하겠다는 몇몇 여자들이 있습니다. 대리모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호스트가 되겠다는 결정을 내리죠. 그들은 골든 오크스라 불리는 최고급 리조트에서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한 채 살아가게 됩니다.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의 여성들이 이 일에 참여하게 되는데, 사실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이 매우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현실은 그보다 더 비참하기 때문이죠.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이 여성들 중 제인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필리핀 출신이고 6개월짜리 딸아이를 가진 싱글맘입니다. 최근까지 일했던 곳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를 부양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골든 오크스로 온 그녀.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사촌인 아테와 함께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즉, 대리모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부유한 고객들의 아이를 임신한 채 골든 오크스라 불리는 리조트에서 머물게 된 것입니다.


이곳의 엄격한 규칙은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게 만듭니다. 대리모들의 유일한 일은 그들 앞에 놓여진 일과들을 무사히 해내서 가장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물음을 묻고 있는 듯 합니다. 대리모로 일하고 받게 되는 돈이, 그 여성들이 감내해야할 감정적 고통의 가치가 과연 되는가? 하는 것이죠?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동안 생기는 그 아이에 대한 애착 감정을 나중에 어쩔려고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인지... 그녀는 아주 진지하고 심각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다양한 여성들의 관점에서 그려지는데, 가장 강력한 캐릭터는 역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메이라는 여성이지요. 그녀는 위에서 호스트들을 좌지우지하며 그들에 대한 억압을 하는 인물이고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호스트가 된 이민자 여성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목도하게 됩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라면, 진짜 엄마라면, 누가 억만금을 준다 하더라도 아이와 돈을 맞바꾸지 않을 겁니다. 내용 자체가 찬반 논란을 불러올 책이라서 [ 베이비 팜 ] 은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조금 갈릴 책이지만 나는 넘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단순히 흥미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고 ( 비밀스럽게 ) 우리의 삶에서도 곧 일어날 수도 있을 일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자꾸 읽고 있자니, 어머니와 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어두운 미래를 다룬 " 시녀들의 이야기 " 라는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아무리 돈이 급하고 삶이 팍팍하지만 과연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과 돈을 맞바꿀 수 있을까요? 저자 조앤 라모스는, 아기를 돈을 받고 판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를 통해서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윤리적 관념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어요. 미래적이고도 SF 적인 요소도 있고 약간의 공포스러운 요소도 있는 이 소설. 저자 조앤 라모스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멋진 소설을 써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닌, 인종, 계급,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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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미터O
이준영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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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많이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문과 출신이라서 그런지 파라미터 와 같은 이과 용어가 나오면 개념 파악부터 해야해서 독서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어쨌든 파라미터의 정의를 찾아보니, 매개변수? 함수? 등등등 어쨌든 입력값에 어떤 변수가 가해져서 바뀌는 산출량 정도로 이해가 되는데, 맞는지 잘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저자 이준영 씨의 신작 SF 소설 파라미터 O 는 지독한 환경 파괴로 인해서 인류가 거의 전멸하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도 좁은 시설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 이상 번식을 할 수 없는 인간들, 그리고 혹이나 짧은 한쪽 다리 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 등등 저자 이준영은 음울한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보여준다.

자욱한 구름 때문에 태양열 전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시설에 있는 " 나무 " 라는 시스템 ( 나무처럼 산소 공급의 역할을 함 ) 에서 산소가 제대로 발생하지 않아서 사람들의 목숨이 위협당하고 인류가 후손을 보관 중인 씨앗 탱크 에도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인류는 살아있다해도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삶이 던지는 허무함의 깊이를 견디지 못하는 자들은 그들 중 유일한 의사인 지호가 발명한 쾌감기 ( 이걸 쓰면 성적 쾌감이 생기는 듯 ) 를 쓰고 하루종일 버티거나 스티브 라는 인물처럼 하루종일 영화를 보면서 희망없는 삶에서 도피를 한다.

엔지니어인 주인공 조슈는 약 서른 명 정도가 꾸려가고 있는 이 시설의 실질적 리더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호나 헬레나 그리고 게이브 목사 같은 나이많은 어른들도 있지만 시설을 유지하고 보수 보완하는 엔지니어인 조슈와 엘리 같은 사람들이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조슈는 엄마 가야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암흑기 시절 동료인 카일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으나 의사인 지호의 재빠른 처치로 살아난 엄마가 시설 밖으로 도망쳐서 어딘가에서 살아남아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뿐. 정의롭고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하는 조슈를 보고 있자면 엄마가 짠 하고 그녀 앞에 나타나서 함께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스토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조슈는 시설 밖으로 도망치려다가 죽은 한 장애아의 입을 통해서 낯선 전파 신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방호복을 입은 채 위험을 무릅쓰고 그 지역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녀는 시설에서 노동력을 담당하고 있는 기계종들 ( 일종의 A.I. ) 과는 약간 다른 행동과 말솜씨를 보이는 희한한 A.I. 를 찾아낸다. 이브라는 이름을 가진 이 기계는 죽은 동료를 추모할 줄 알고 외롭다는 감정을 느낄 줄도 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서 이름을 불러준 조슈에게 " 창조주 " 라 부르며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 한마디로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과 비슷하다는 말씀 ) 조슈에 의해서 시설로 오게 된 이브는 외롭다는 말을 연발하더니 마치 아메바처럼 자가 복제를 하며 이브 2, 이브 3 을 생산한다. 그리고 태양열을 이용한 전력 충전을 하여 시설에 부족한 전기도 보충하는 아주 실용적인 인물이 되어준다.

하지만 이브가 조슈를 창조주라고 부르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게이브 목사는 오직 인간만이 창조주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다며, 한낱 기계에 불과한 이브가 창조주를 운운할 수 없다면서 이브를 빨리 시설에서 몰아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사 뿐만 아니라 숀 존이라는 인물도 ( 쾌감기에 들어가 있느라 식사도 거르는 인물 ) 이브가 위험한 존재로 언제 변할지 모른다면서 배척하는 인물인데... 조슈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같은 이브에게 너무나 끌리고 보호해주고 싶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슈는 사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브를 보호할 수 있을까? 어머니 가야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이유는 뭐고 그녀는 살아 있을까? 책은 중반을 넘어설 떄까지 가장 중요한 핵심 열쇠인 조슈 어머니 가야의 존재와 이브 출현의 이유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 이후로 펼쳐지는 급박한 전개와 스릴를 느끼려면 반드시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뒷 부분에 한꺼번에 많은 것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조슈와 이브 등의 입으로 많이 논한다. 지금 우리 인간이 겪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암울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현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수작 [ 파라미터 O ]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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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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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 정신분석 강의 ] 는 실제로 그가 1910년대에 두 번에 걸쳐서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마치 대화하듯이 편하게 술술 읊어내는 강의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난해하여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막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읽어가면 갈수록 이 내용을 내 삶에 일어났던 일들과 한번 연결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제 1부는 실수 행위들제 2부는 꿈, 그리고 제 3부는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중 28번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되 정신분석학이란 매우 불확실한 것이라는 것을 주지시킵니다. 학문이란 것, 특히 사람 심리를 다루는 과학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우선 프로이트 박사가 제 1 부에서 다룬 실수 행위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인간이 하는 실수 중에서 우연에 의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실수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프로이트 박사가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다소 어렵긴 하나 반면 많은 사례를 들어주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 실수 행위들 ”에서 프로이트 박사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 말하기, 잘못 쓰기, 망각에 근거한 실수 등의 사례를 예로 들어줍니다. 그러면서 실수 행위란 것은 엄연히 무의식이 저지르는 심리적인 행위이고 두 개의 다른 의도들 사이에 간섭하기와 간섭받기를 통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단원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봤던 한 영화와 제 경험이 생각났어요. 영국 영화 [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에서 주인공 브리짓은 불쾌한 눈빛을 보내는 상사의 이름을 실수로 철자를 바꿔서 부르는 바람에 그의 이름이 Pervert 가 되고 말아요. 여기서 Pervert 는 변태라는 의미지요.

또 하나는 예전에 제가 너무 다니기 싫어했던 회사가 있었어요. 출장을 너무 자주 다니고 운전을 많이 해야해서 이직을 심히 고민했던 회사인데 유독 그 시절에 열쇠를 차 안에 넣어놓고 문을 잠그는 실수를 많이 저질렀죠. 그때 부른 렉카만 해도 100대가 넘을 겁니다. 그런데 그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그런 실수를 절대로 하지 않았어요. 나의 무의식이 회사가 얼마나 싫은지를 보여준거라 봅니다.

제 2 부 꿈에서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꿈이 충족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프로이트 박사가 꿈 해석을 한 이유는 주로 신경증 환자의 치료를 위한 것이었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꿈이 신경증적 징후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 꿈 ” 은 하나의 심리적 현상이고 꿈-작업은 “ 잠재적인 꿈을 외현적인 꿈으로 변환시키는 일 ” 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일종의 유아적인 단계의 꿈을 꾸는 사람들, 즉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꿈으로 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 이차 가공 ” 이라는 검열을 거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신중한 꿈의 해석이 필요하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여러 번 학교에 대한 꿈을 꿉니다. 강의실을 잘못 찾기도 하고 수업을 듣지 않은 채 1학기를 몽땅 흘려보내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꿈 속에서 유학을 가기도 하구요. “ 꿈 ” 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저는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무의식의 발현을 꿈 속에서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유학을 간 것은 이해하지만 강의실을 잘못 찾거나 수업을 아예 듣지 못하는 꿈을 왜 계속 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경우는 아마도 자기 검열에 의한 이차 가공의 꿈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프로이트가 사례로 든 한 여성의 꿈처럼 말입니다. 이 여성은 극장에 대한 꿈을 꾸었지만 결국 그 극장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급하게 서두른 결혼 생활에 대한 후회라고 결론이 났지요. 알쏭달쏭하군요.

제 3 부의 경우는 신경증에 대한 일반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 망상 ] 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한 선량한 부인이 익명의 편지에 실린, 자신의 남편의 외도에 대한 루머를 그대로 믿어버리고 질투에 의한 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프로이트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그녀가 그러한 유전적 기질이 있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한 점을 파악함으로써 원래 두려움이나 소망의 형태로 망상이란 것이 그 환자에게 존재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프로이트는 제 3 부에서 정신분석이란 원래 신경증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 만든 치료법의 하나이므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유대 관계를 잘 조성해야 하긴 하나, 의사에게 비밀스러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저항하는 듯한 몸짓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한 분석은 매우 힘이 든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도 파격적인 내용의 학문인데 그 당시에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 온 학문이 바로 정신분석학이었으므로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이 힘들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스물 한번째 강의에서 프로이트는 리비도의 발달과 성적 조직들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리비도 기능이란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여러 번 모습을 바꾸며 발달해 간다고 합니다. 구순기적 충동은 다른 성감대를 통한 충동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 자가 성애적 ] 충동으로 바뀝니다. 그 이후에는 자가 성애적 단계를 벗어나게 된다고 봅니다. 특히 어머니가 사랑 대상이 되는 시기에 다다르면 아이는 억압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라는 신경증을 앓게 됩니다. 프로이트 박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이 부분이 정신분석학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경증 질환과 관련하여 이 “ 리비도 ”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신경증 질환에 걸리는 것은, 그의 자아가 리비도를 어떤 형태로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아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가 이 과제를 처리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자아가 약해지면 리비도의 요구가 엄청나게 많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신경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외에도

불안 : 외부의 위험, 다시 말해서 예상했거나 예견했던 위협을 감지했을 때의 반응이며, 도망갈 때 나타나는 반사작용과 연결되어 있다. 자기 보존 본능이 표현됨. 신경증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가장 끔찍한 가능성을 예상합니다.

리비도 이론과 나르시시즘 : 잠자는 사람에게는 완전한 나르시시즘이라고 할 수 있는 리비도 분배의 원초적 상태가 재현된다. 즉 이때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자아의 내부에도 리비도와 자아의 관심이 합치된 상태에서 서로 구별될 수 없는 완전한 나르시시즘의 상태를 재현하는 것입니다.

전이 : 환자가 한 사람으로서 의사에게 다른 곳에서 일으켜진 감정을 옮기는 것. 사랑의 요구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나 저항으로 바뀌면 적대적인 공격으로도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최면술 요법 : 최면술 요법과 분석 요법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최면술이 암시와 억압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반하여 분석 요법은 증상들을 일으키는 갈등과 같은, 질병의 근원을 추적합니다. 최면술 요법은 환자를 스스로 변화시키지 않지만 분석 작업은 의사와 환자 모두 열심히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정신분석은 질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분석적 치유를 시도하고 환자 자신이 직접 그런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서문에서 말했듯, 정신분석 강의는 그 당시 지식을 갖추지 않았던 의사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입니다. 쪼개읽기에서도 썼듯이 마치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 강의실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개념이 어려웠지만 많은 사례를 들어주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았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꿈 부분에서는 그의 해석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다시 한번 읽고 나의 꿈을 분석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온라인 독서 모임 친구들과 함께 읽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강의, 힘들었지만 보람된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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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이라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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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

평생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온,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어서 살아와야했던 이 나라 여성들을 생각해본다. 미투운동 이후에 우리의 젠더 영역은 지각변동을 겪었긴 하나, 내면의 새가 깨어나서 큰소리로 지저귀기에는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많이 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별 생각 없이 살아가다가도 문득문득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성차별의 단면들,,, 우리는 아직 멀었다. 갈 길이 무척 멀었다고 생각한다. 평등한 인간을 성으로 나누어 범주화하고 높고 낮음의 계층을 만드는 사람들, 여성은 스스로 생각할 머리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권력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저자 이라영씨는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이 에세이를 쓰면서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책속에서 풀어놓고 있다. 시대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그녀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진실은 역시 공명하기 떄문인 걸까? 세월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 나 " 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였지만

" 나 " 는 여성인 것이 자랑스럽고 그렇기에 여성이기 깨문에 받는 불평등이나 차별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그리고 여성이기에 맞춰야할 획일성도 이제는 거부한다. 내가 느끼는 것을 이라영 저자가 책 속에 풀어내어 주어서 얼마나 기쁘고 통쾌한지.

이 책에는 많은 저자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야기는 바로 저자 조라 닐 허스턴 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작품 [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 편을 통해서 흑인 남성이 자신들의 문학에서 잘 다루지않는 젠더 권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흑인 여성으로써 느낀 감정과 흑인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 그들의 눈을 신을 보고 있었다 ] 의 초반에 잘 담겨 있다고 한다.

" 백인 남자는 자기 짐을 내려놓고는 흑인 남자더러 그걸 들라고 하지. 어쩔 수 없으니까 흑인 남자는 짐을 집어 들긴 하지만 그걸 짊어지고 나르지는 않아. 그냥 자기 여자 식구들한테 짐을 넘긴단다. 내가 아는 한 흑인 여자들이 이 세상의 노새란다 ."

책 속의 주인공 재니의 할머니가 백인 주인에게 노예로서 노동을 착취당했다면, 주인공 재니는 각각 3번의 결혼을 통해서 남편의 지배라는 가부장적 제도에 의한 착취를 경험하게 된다. 각 남편들은 " 여자들은 대신 생각해줄 사람이 필요해 " 라거나 " 여자의 자리는 가정이라고 하는 등 " 지금 생각하면 간이 부어도 한참 부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세번째 남편 티 케이크는 질투 때문에 그녀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다. 총을 든 남편에 대한 정당방위로 그를 쏘아죽인 재니는 법정에 서게 되고 백인 여성들이 그녀의 무죄를 주장하는 반면, 살인죄를 주장하며 무섭게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바로 흑인 남성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운명을 좌우하는 배심원들은 백인인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외에도 " 나는 밤마다 나이트클럽에서 졸도 직전까지 놀았다 " 라며 잘 노는 여자의 전형성을 보여준 젤다 피츠제랄드의 모습도 인상깊었다. 어느 문화든 잘 노는 여성의 이미지는 타락한 여성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고 먹잇감을 노리고 유흥업소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남성들의 노리개로 전락하기도 한다 . 젤다가 살던 시절도 이와 비슷하여 대놓고 놀러다니던 젤다는 사치스럽고 남성 편력이 심한 여자로 취급받고 남편인 스콧 피츠제럴드를 정신병으로 몰아넣었다는 억울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역사란 누구의 관점에서 쓰여졌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사실을 알아보니, 스콧은 젤다의 글에 대해서 혹평하고 그녀가 글쓰는 것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니,,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자였던 것!! 심지어 젤다의 일기를 표절하기도 했다는 이야기에 혀를 끌끌 차게 되었다.

투명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이 살아온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위해서 글을 써온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 이렇게 훌륭한 작가인데도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여성 작가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만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나 페미니즘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 왜 언론은 페미니즘을 기본 사회 시스템을 뒤집으려하는 테러 집단 쯤으로 묘사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여성의 몸으로 여성의 말을 하겠다는데 말이다. 너무 탐나는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게 되어서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라영 저자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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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목대비 - 그는 연모했고 그녀는 증오했다 광해와 인목대비의 이야기…
이재원 지음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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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모했고 그녀는 증오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소설가의 상상력을 더한 퓨젼 역사소설 [ 인목대비 ] 를 읽게 되었습니다. 궁이라는 다소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실록에만 부분적으로 실려있을 뿐 후손인 우리들은 이렇게 누군가의 상상력에 의지하여 우리 조상의 치열했던 삶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게 되었네요.


평생 한 여인을 사랑하였지만 그녀로부터 미움과 증오를 되돌려받은 비운의 남자 광해!

비록 품에 품을 순 없을지라도 그녀를 치열한 당쟁 속에서 지켜내고자 갈등하고 번민하는 남자의 이면을 반전이라는 트릭을 써서 잘 풀어낸 소설인 것 같아요.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여볼까요?

복사꽃 만개한 한양의 필운동 나들이에서 휘정 ( 나중에 인목대비가 됨 ) 을 처음 본 광해는 그녀에게 치명적인 끌림을 느끼고는 어머니 공빈 김씨가 물려준 한쌍으로 된 금실 나비수 향낭 중 하나를 전달하며 그녀가 입궁 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에 대한 그의 불타는 마음을 보여숩니다다. 하지만 그에게만 가슴 뛰는 연정이었을 뿐, 휘정에게는 어렴풋한 그림자로밖에 각인되지 않은 젊은 선비의 모습.


이렇게 그들의 인연의 끈은 끝끝내 이런 식으로 비껴나갑니다.


절대로 궁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무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광해의 부왕인 선조의 계비로 간택된 휘정. 동시에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그녀를 새어머니로 맞이하게 되면서 세자인 광해의 마음은 복잡한 심정이 된다.


4년 만에 인목대비로부터 적자인 영창대군이 출생하지만 이내 선조가 승하하게 되면서

아들 사이에는 왕위 계승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고 이들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하지만 인목대비는 세자였던 광해에게 보위를 승계토록 한다는 언문 교지를 내리며

그가 자신의 아들인 영창대군을 보호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부디성군이 되어주시오.”

“너를(영창대군)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이 어미가 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정녕 이것뿐이란 말이냐?”

역사는 승리한 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것이라 우리는 광해군에 대한 사실을 어쩌면 0.0000001 프로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수도 있어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걱정하고 혁신을 시도한 성군이었다는 시각과 가족들을 죽이면서까지 왕위를 지켜내려고 했던 잔혹한 인물이라는 여러가지 다른 시각으로 비춰지는 왕이지요.

그러나 그에 대한 후손들의 평가가 어떠했건간에 피비린내나는 혈투와 암투가 벌어지는 궁이라는 곳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내려던 시대의 로맨티스트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목대비는 과연 광해와 당파로부터 영창대군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광해는 형제 간의 갈등과 붕당 간의 당쟁 싸움에서 얼마나 소신을 가지고

자신이 꿈꾸는 국정을 이끌어가는 성군이 될 수 있을까요?

광해와 인목대비의 이야기뿐 아니라 조선 중 후기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소설입니다.

참으로 질기고 지독한 인연이었다.

한 번도 내색한 적 없었다. 한 번도 아는 척한 적도 없었다.

필운동에 복사꽃 핀 봄날, 향낭으로 마음을 전해주던 붉은 노을 속 젊은 선비가 광해 당신이었느냐 물어본 적도 없었다.

한눈에 사랑을 가져간 열아홉 살 꽃같던 처자가 인목 아니, 휘정 당신이었노라는 고백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

질기고 기나긴 마음의 끈이자 비밀의 숲이었고, 결코 맞받아칠 수 없었던 수평선과 지평선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가슴으로 울던 짝사랑 같은 연정이었고 애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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