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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호화로운 삶이 펼쳐진다는 조건 하에 약 9개월 동안 삶을 포기할 수 있나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못 보게 될 것이고, 당분간 학교도 다니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요? 하지만 삶을 당분간 포기하는 대신 헌신적인 팀의 돌봄을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떨까요?
여기에 그렇게 하겠다는 몇몇 여자들이 있습니다. 대리모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호스트가 되겠다는 결정을 내리죠. 그들은 골든 오크스라 불리는 최고급 리조트에서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한 채 살아가게 됩니다.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의 여성들이 이 일에 참여하게 되는데, 사실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이 매우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현실은 그보다 더 비참하기 때문이죠.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이 여성들 중 제인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필리핀 출신이고 6개월짜리 딸아이를 가진 싱글맘입니다. 최근까지 일했던 곳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를 부양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골든 오크스로 온 그녀.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사촌인 아테와 함께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즉, 대리모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부유한 고객들의 아이를 임신한 채 골든 오크스라 불리는 리조트에서 머물게 된 것입니다.
이곳의 엄격한 규칙은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게 만듭니다. 대리모들의 유일한 일은 그들 앞에 놓여진 일과들을 무사히 해내서 가장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물음을 묻고 있는 듯 합니다. 대리모로 일하고 받게 되는 돈이, 그 여성들이 감내해야할 감정적 고통의 가치가 과연 되는가? 하는 것이죠?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동안 생기는 그 아이에 대한 애착 감정을 나중에 어쩔려고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인지... 그녀는 아주 진지하고 심각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다양한 여성들의 관점에서 그려지는데, 가장 강력한 캐릭터는 역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메이라는 여성이지요. 그녀는 위에서 호스트들을 좌지우지하며 그들에 대한 억압을 하는 인물이고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호스트가 된 이민자 여성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목도하게 됩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라면, 진짜 엄마라면, 누가 억만금을 준다 하더라도 아이와 돈을 맞바꾸지 않을 겁니다. 내용 자체가 찬반 논란을 불러올 책이라서 [ 베이비 팜 ] 은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조금 갈릴 책이지만 나는 넘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단순히 흥미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고 ( 비밀스럽게 ) 우리의 삶에서도 곧 일어날 수도 있을 일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자꾸 읽고 있자니, 어머니와 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어두운 미래를 다룬 " 시녀들의 이야기 " 라는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아무리 돈이 급하고 삶이 팍팍하지만 과연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과 돈을 맞바꿀 수 있을까요? 저자 조앤 라모스는, 아기를 돈을 받고 판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를 통해서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윤리적 관념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어요. 미래적이고도 SF 적인 요소도 있고 약간의 공포스러운 요소도 있는 이 소설. 저자 조앤 라모스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멋진 소설을 써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닌, 인종, 계급,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